올해도 에르메스 10% 인상…명품은 왜 자꾸 비싸질까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5.01.12 (06:32) 수정 2025.01.12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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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업계가 올해부터 또다시 가격 인상에 나섭니다.

대표 주자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입니다. 지난 3일, 의류와 가방, 장신구 등의 가격을 평균 10% 이상 인상했습니다. 몇 차례 더 올릴지도 아직은 미지수입니다. 보통 에르메스는 연초에 한 번 가격 인상을 결정했지만, 지난해 여러 차례 가격을 올리면서 고객들의 부담은 커졌습니다.

지난해 1월 가격을 10%가량 올린 샤넬도 지난 10일 장신구와 가방 등에서 가격을 올렸습니다.

프랑스 명품 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도(LVMH) 마찬가지입니다. 그룹 산하 시계 브랜드 태그호이어는 지난주 일부 품목을 대상으로 평균 7%가량 가격을 인상했습니다. 일부 제품은 30%까지 올랐습니다.

같은 그룹의 티파니도 곧 가격 조정에 나설 전망인데, 지난해 1월과 10월 두 차례 5% 수준의 가격 인상을 단행한 바 있어 올해도 인상 수준이 비슷할 것으로 보입니다.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롤렉스도 가격 인상에 나섭니다. 지난해 이미 여러 차례 가격을 인상했지만, 올해도 10%대의 인상이 예상됩니다.

■ 급등한 환율 탓? 명품 시장은 이미 하락세

가격 인상의 표면적인 이유는 환율입니다.

매년 초 가격을 인상하는 건 연례행사라지만, 환율 탓에 원자재와 인건비 등을 더는 감내하지 못하겠다는 게 명품 브랜드들의 입장입니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시장 침체입니다. 전세계적으로 사치품 수요가 감소하면서, 프랑스의 관련 억만장자들의 재산이 최대 규모로 급감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대표 명품 브랜드 재산가로 알려진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회장프랑수아 피노 케링 회장, 로레알 창업자의 손녀 프랑수아즈 베텐쿠르 메이예르 총 700억 달러(약 103조 3200억 원)의 자산을 잃었습니다.

아르노 회장은 한 때 블룸버그 추산 부자 순위에서 1위를 기록했으나 현재 5위로 밀려났으며, 로레알 상속녀인 메이예르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여성' 자리를 내놨습니다.

코로나19 유행 시기, 해외 주식 시장에서 월가의 대표 종목으로 고공 행진했지만, 지금은 고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LVMH와 크리스찬 디올의 주가는 각각 12%씩 하락했고, 구찌를 대표 브랜드로 가지고 있는 대기업 케링의 주가는 40% 급락했습니다.

당시 전 세계 소비자들이 억눌린 소비 욕구로 인해 명품 브랜드에 지갑을 열면서 대기업의 매출을 증가시켰지만, 지금은 거꾸로 소비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겁니다.

■ 불안한 프랑스 정치…닫혀버린 중국인 지갑

그 배경에는 사치품 시장의 주역인 중국인들의 바뀐 소비 패턴이 있습니다. 전세계적인 불황으로 중국 중산층들이 지출을 줄이자, 고가 브랜드들이 남아도는 재고의 가격을 낮춰서라도 정리하려는 움직임이 일었습니다.

지난해 중국에선 베르사체와 버버리 등 유명 고가 브랜드 평균 할인율이 50%에 달했습니다. 온라인 시장에선 마크제이콥스가 50% 이상, 보테가베네타도 24개월 무이자 할부를 제공했습니다. 특히 프랑스 대표 명품 브랜드인 LVMH는 중국인과 관련된 수입 리포트에서 가장 큰 규모의 매출 급감을 기록했습니다.

동시에 프랑스 내부의 정치적 불안정성도 명품 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62년 만에 총리 불신임으로 내각이 해체되고 새로운 총리가 들어서는 등 내부 불안도가 투자자들에게 불안감을 조장했다는 외신의 보도가 나왔습니다.

■ 그래도 살 사람은 산다?…불황에도 가격이 오르는 이유

이번 명품 브랜드 시장을 취재하면서 한 놀라운 경험은, 국내외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여전히 "명품은 오늘이 가장 저렴하다"라는 분위기였습니다.

연초마다 가격을 인상하는 건 이제 당연한 업계 분위기이고, 더 가격이 오르기 전에 미리 구매해 두는 것이 '남는 장사'라는 겁니다. 이는 명품을 많은 사람에게 박리다매로 파는 것보다, 금액과 번거로움을 감수할 수 있는 소수 고객에 공을 들이겠다는 대기업들의 전략과도 일치합니다.

실제 명품 시장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도 엇갈립니다. 현지 컨설팅업체는 올해 개인용 명품 시장 매출은 지난해보다 2% 감소할 거라고 예상했지만, 미국의 투자그룹은 올해 하반기 다시 소비 심리가 회복되면서 매출 반등의 기회가 있을 거라고 전망했습니다.

사치품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지만, 내년과 내후년도 세계 경제성장률을 훨씬 웃도는 가격 인상이 있을 거란 건 예정된 미래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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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도 에르메스 10% 인상…명품은 왜 자꾸 비싸질까 [특파원 리포트]
    • 입력 2025-01-12 06:32:16
    • 수정2025-01-12 07: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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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업계가 올해부터 또다시 가격 인상에 나섭니다.

대표 주자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입니다. 지난 3일, 의류와 가방, 장신구 등의 가격을 평균 10% 이상 인상했습니다. 몇 차례 더 올릴지도 아직은 미지수입니다. 보통 에르메스는 연초에 한 번 가격 인상을 결정했지만, 지난해 여러 차례 가격을 올리면서 고객들의 부담은 커졌습니다.

지난해 1월 가격을 10%가량 올린 샤넬도 지난 10일 장신구와 가방 등에서 가격을 올렸습니다.

프랑스 명품 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도(LVMH) 마찬가지입니다. 그룹 산하 시계 브랜드 태그호이어는 지난주 일부 품목을 대상으로 평균 7%가량 가격을 인상했습니다. 일부 제품은 30%까지 올랐습니다.

같은 그룹의 티파니도 곧 가격 조정에 나설 전망인데, 지난해 1월과 10월 두 차례 5% 수준의 가격 인상을 단행한 바 있어 올해도 인상 수준이 비슷할 것으로 보입니다.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롤렉스도 가격 인상에 나섭니다. 지난해 이미 여러 차례 가격을 인상했지만, 올해도 10%대의 인상이 예상됩니다.

■ 급등한 환율 탓? 명품 시장은 이미 하락세

가격 인상의 표면적인 이유는 환율입니다.

매년 초 가격을 인상하는 건 연례행사라지만, 환율 탓에 원자재와 인건비 등을 더는 감내하지 못하겠다는 게 명품 브랜드들의 입장입니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시장 침체입니다. 전세계적으로 사치품 수요가 감소하면서, 프랑스의 관련 억만장자들의 재산이 최대 규모로 급감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대표 명품 브랜드 재산가로 알려진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회장프랑수아 피노 케링 회장, 로레알 창업자의 손녀 프랑수아즈 베텐쿠르 메이예르 총 700억 달러(약 103조 3200억 원)의 자산을 잃었습니다.

아르노 회장은 한 때 블룸버그 추산 부자 순위에서 1위를 기록했으나 현재 5위로 밀려났으며, 로레알 상속녀인 메이예르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여성' 자리를 내놨습니다.

코로나19 유행 시기, 해외 주식 시장에서 월가의 대표 종목으로 고공 행진했지만, 지금은 고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LVMH와 크리스찬 디올의 주가는 각각 12%씩 하락했고, 구찌를 대표 브랜드로 가지고 있는 대기업 케링의 주가는 40% 급락했습니다.

당시 전 세계 소비자들이 억눌린 소비 욕구로 인해 명품 브랜드에 지갑을 열면서 대기업의 매출을 증가시켰지만, 지금은 거꾸로 소비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겁니다.

■ 불안한 프랑스 정치…닫혀버린 중국인 지갑

그 배경에는 사치품 시장의 주역인 중국인들의 바뀐 소비 패턴이 있습니다. 전세계적인 불황으로 중국 중산층들이 지출을 줄이자, 고가 브랜드들이 남아도는 재고의 가격을 낮춰서라도 정리하려는 움직임이 일었습니다.

지난해 중국에선 베르사체와 버버리 등 유명 고가 브랜드 평균 할인율이 50%에 달했습니다. 온라인 시장에선 마크제이콥스가 50% 이상, 보테가베네타도 24개월 무이자 할부를 제공했습니다. 특히 프랑스 대표 명품 브랜드인 LVMH는 중국인과 관련된 수입 리포트에서 가장 큰 규모의 매출 급감을 기록했습니다.

동시에 프랑스 내부의 정치적 불안정성도 명품 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62년 만에 총리 불신임으로 내각이 해체되고 새로운 총리가 들어서는 등 내부 불안도가 투자자들에게 불안감을 조장했다는 외신의 보도가 나왔습니다.

■ 그래도 살 사람은 산다?…불황에도 가격이 오르는 이유

이번 명품 브랜드 시장을 취재하면서 한 놀라운 경험은, 국내외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여전히 "명품은 오늘이 가장 저렴하다"라는 분위기였습니다.

연초마다 가격을 인상하는 건 이제 당연한 업계 분위기이고, 더 가격이 오르기 전에 미리 구매해 두는 것이 '남는 장사'라는 겁니다. 이는 명품을 많은 사람에게 박리다매로 파는 것보다, 금액과 번거로움을 감수할 수 있는 소수 고객에 공을 들이겠다는 대기업들의 전략과도 일치합니다.

실제 명품 시장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도 엇갈립니다. 현지 컨설팅업체는 올해 개인용 명품 시장 매출은 지난해보다 2% 감소할 거라고 예상했지만, 미국의 투자그룹은 올해 하반기 다시 소비 심리가 회복되면서 매출 반등의 기회가 있을 거라고 전망했습니다.

사치품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지만, 내년과 내후년도 세계 경제성장률을 훨씬 웃도는 가격 인상이 있을 거란 건 예정된 미래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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