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보다 42회 Ⅰ] 나는 블루칼라다
50년간 쌓아온 용접 기술은 손끝에 새겨졌습니다.
도면과 손때 묻은 공구만 있으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는 자부심도 있습니다.
하지만, 작업복을 벗고 떠나간 청년들.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온 ‘블루칼라’ 숙련 기술자들, 지금 소멸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4년 차 타일공인 28살 김한솔 씨.
몸을 써 일하는, 이른바 블루칼라 노동자입니다.
70평 공간의 바닥과 벽면을 타일로 마감해야 하는 작업.
언뜻 단순해 보이지만 레이저 수평계 선에 맞춰 정밀하게 진행됩니다.
유행에 따라 변하는 새로운 타일과 각종 부자재까지 공사 현장은 늘 살아있는 배움터입니다.
타일공이 되기 전 5년간 병원에서 일했던 김한솔 씨.
땀 흘린 만큼 정직하게 보상받는 육체노동이 적성에 잘 맞았습니다.
MZ 세대인 그녀가 원하는 건 단순한 노동이 아닌 전문성을 갖춘 기술자가 되는 겁니다.
경험과 기술이 쌓이면서 처음 12만 원이던 일당은 18만 원으로 올랐습니다.
먼지 가득한 현장에서 여성이란 편견에 맞선 지난 3년.
이제는 자신만의 색깔을 내는 사업체를 운영하고 싶다는 꿈도 생겼습니다.
다양한 블루칼라 직업 세계를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 운영자 이창현 씨.
24살부터 방충망, 청소 사업을 하며 느낀 블루칼라의 숨겨진 가치를 알리고 싶었습니다.
블루칼라로 살아온 경험은 살아있는 콘텐츠가 됐습니다.
구독자 수는 10만을 넘었고 조회 수 100만이 넘는 콘텐츠도 나오고 있습니다.
새벽 시간, 장비를 챙기는 이창현 씨.
본업인 청소를 하기 위해 키즈카페를 분주히 누빕니다.
청소를 소재로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온라인 홍보에도 힘씁니다.
단순한 육체노동이라는 사회적 편견을 깬 새로운 유형의 블루칼라입니다.
모처럼 친구들 모임에 참석한 타일공 한솔 씨.
대화 주제는 단연 진로 문제.
과거와 달리 블루칼라 직종에 대한 관심은 눈에 띄는 변화입니다.
한 조사에선 20대 취업 준비생 70% 이상이 조건만 맞는다면 기술직을 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장인이 붓을 놀리듯 리듬감 있게 접착제를 펴 바르고, 망치질 세 번이면 강마루 패널이 자로 잰 듯 바닥에 끼워집니다.
40년 경력의 바닥 시공업자인 김형필 씨입니다.
100제곱미터 아파트의 바닥 공사가 불과 5시간 만에 끝났습니다.
하루 일당 평균 50~60만 선으로, 업종 특성상 건강만 허락한다면 정년도 없습니다.
함께 일하는 30대 동료는 자신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블루칼라에 대한 재평가는 해외에서 먼저 시작됐습니다.
외신에서는 ‘블루칼라 노다지‘, ‘공구 벨트 세대’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습니다.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숙련된 기술을 갖춘 블루칼라가 사무직인 화이트칼라보다 더 대우받을 거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한국의 상황도 그럴까?
국민들이 어떤 직업을 가치 있게 여기는지 평가한 국가 간 비교 연구.
우리나라에서는 국회의원이 1위를, 블루칼라 노동자인 공장과 일용직 건설근로자는 최하위권으로 꼽혔습니다.
세 직업 간 평가 점수가 비슷한 미국.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격차가 2배 넘게 벌어집니다.
블루칼라에 대한 직장인 인식 조사에서도 사무직 직장인들은 개인적으로 블루칼라 일자리를 긍정적으로 생각했지만, 사회적 인식을 묻자, 정반대의 답변을 내놨습니다.
기초 공정에 특화된 블루칼라 기술자들이 모여 있는 서울 문래동.
이춘성 씨도 최고 수준의 연마 기술을 갖춘 기술자입니다.
하지만 일감은 점점 줄고 있습니다.
한때 3천 개에 달하던 문래동 일대 공장은 절반도 남지 않았습니다.
낮은 임금에 고용보험조차 가입이 안 되는 일터.
청년층이 선호하는 ‘요즘 직장’과는 다른 환경에 젊은 인력은 떠나갔습니다.
제조업 근간인 뿌리 산업 종사 인력은 2018년 이후 4년 만에 12% 넘게 줄었습니다.
블루칼라 노동자의 고령화는 더욱 심각합니다.
2004년 38.1세였던 건설근로자 평균 연령은 20년 만에 51.2세로 늘었고, 같은 기간 제조업 근로자 평균 연령도 7.1세 늘었습니다.
AI가 대세라고 하지만 지금도 숙련 기술자의 손을 거쳐야 수많은 아이디어가 제품으로 탄생합니다.
하지만, 숙련된 기술을 이어갈 다음 세대가 저절로 생겨날 리 없습니다.
제조 건설업에 자리 잡은, 이른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대기업 정규직과 하청 업체 비정규직 근로자 간 임금과 고용 안정성 격차는 젊은 세대의 유입을 막고 있습니다.
블루칼라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이 현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교육과 취업 정보 등을 제공하는 적극적인 노동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됩니다.
이창현 씨가 촬영을 위해 한 공사 현장을 찾았습니다.
블루칼라에 도전한 23살 청년을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블루칼라에 도전하는 청년들.
그들이 바라는 건 땀 흘려 일하는 정직한 노동의 대가입니다.
그동안 육체노동을 귀하게 여기지 않은 대가는 지금 우리가 마주한 현실입니다.
일한 만큼 대우받고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 블루칼라 전성시대가 대한민국에도 올 수 있을까요?
취재:이규명
촬영:강우용 조선기
편집:김기곤
그래픽:장수현
자료조사:한혜민
조연출:유화영 심은별
문경홍/ 용접 기술자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숙련되지 않으면 기술자라고 얘기할 수가 없죠. 선풍기 주면 헬리콥터 만든다는데 기술자입니다. 대단합니다. 이런 얘기를 농담 삼아 많이 했죠. |
50년간 쌓아온 용접 기술은 손끝에 새겨졌습니다.
도면과 손때 묻은 공구만 있으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는 자부심도 있습니다.
문경홍/ 용접 기술자 도면을 주면 100% 만들 수 있는 그런 기술을 갖고 있고. |
하지만, 작업복을 벗고 떠나간 청년들.
문경홍/ 용접 기술자 30~40대는 천연기념물이라고 봐야죠. |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온 ‘블루칼라’ 숙련 기술자들, 지금 소멸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문경홍/ 용접 기술자 우리나라의 뿌리거든요. 지켜내지 않으면 우리나라 미래가 결코 밝을 수는 없다 |
4년 차 타일공인 28살 김한솔 씨.
몸을 써 일하는, 이른바 블루칼라 노동자입니다.
김한솔/타일공 출근해서 공구 벨트를 딱 차는 순간 오늘 하루 또다시 한번 시작해 보자 그런 마음가짐이 생기는 것 같아요. |
70평 공간의 바닥과 벽면을 타일로 마감해야 하는 작업.
언뜻 단순해 보이지만 레이저 수평계 선에 맞춰 정밀하게 진행됩니다.
유행에 따라 변하는 새로운 타일과 각종 부자재까지 공사 현장은 늘 살아있는 배움터입니다.
김한솔/타일공 새로운 시공법 새로 나온 부자재나 뭐 그런 기구 도구 이런 것도 많이 찾아보고 유행하는 스타일. 계속 유행에 좀 뒤처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인 것 같아요. |
타일공이 되기 전 5년간 병원에서 일했던 김한솔 씨.
땀 흘린 만큼 정직하게 보상받는 육체노동이 적성에 잘 맞았습니다.
김한솔/타일공 기술을 배우는 거니까 사실 밥을 굶을 일은 없을 것 같고 마무리되는 현장을 보면 너무 성취감을 너무 크게 느끼고 |
MZ 세대인 그녀가 원하는 건 단순한 노동이 아닌 전문성을 갖춘 기술자가 되는 겁니다.
경험과 기술이 쌓이면서 처음 12만 원이던 일당은 18만 원으로 올랐습니다.
김한솔/타일공 저의 기술 저의 속도가 오르면 저의 일당도 오르는 거니까 많이 받으시는 분은 35만 원 이렇게도 받으시고요. |
먼지 가득한 현장에서 여성이란 편견에 맞선 지난 3년.
이제는 자신만의 색깔을 내는 사업체를 운영하고 싶다는 꿈도 생겼습니다.
김한솔/타일공 독립이 저의 지금 제일 큰 목표거든요. 트렌디하고 좀 정직하고 즐겁게 일하는 그런 팀이었으면 좋겠어요. 저의 팀은 |
다양한 블루칼라 직업 세계를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 운영자 이창현 씨.
이창현/블루칼라 유튜버 목수 타일 도배 필름. 다양한 업종의 지금 그런 기술자분들을 만났고 |
24살부터 방충망, 청소 사업을 하며 느낀 블루칼라의 숨겨진 가치를 알리고 싶었습니다.
이창현/블루칼라 유튜버 막노동 노가다라고만 보이지만, 이 시장에 정말 깊숙이 들어와 보면 다양한 기술들이 정말로 많고 |
블루칼라로 살아온 경험은 살아있는 콘텐츠가 됐습니다.
이창현/블루칼라 유튜버 어떻게 시작해야 하며 어떻게 일자리를 구해야 하며 이런 정보가 아예 없었습니다. 기술직 입문을 하려는 분들이 진짜로 좀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정리하는 콘텐츠들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
구독자 수는 10만을 넘었고 조회 수 100만이 넘는 콘텐츠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창현/블루칼라 유튜버 기술직이나 현장직에서 엄청난 금광을 발견한 기분. |
새벽 시간, 장비를 챙기는 이창현 씨.
본업인 청소를 하기 위해 키즈카페를 분주히 누빕니다.
청소를 소재로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온라인 홍보에도 힘씁니다.
이창현/블루칼라 유튜버 상업 시설뿐만 아니라 이런 아파트 입주 청소도 진행하고 있고 블로그에 글도 쓰지만, 이렇게 작업하는 걸 일일이 영상으로 다 남깁니다. 한 사람의 기술자도 브랜드가 되고 청소 사업도 브랜드가 될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
단순한 육체노동이라는 사회적 편견을 깬 새로운 유형의 블루칼라입니다.
한상근/한국직업능력연구원 박사 새로운 아이디어 또는 틈새시장 또는 새로운 기술을 가지고 기존의 블루칼라와는 다른 새로운 일을 하는 사람들을 저희는 '브라운칼라'라고 지칭합니다. 비전을 가지고 새로운 길을 찾겠다는 어떤 면에서는 약간 기업가 정신을 가진 청년들한테는 기회의 땅이 되고 있지 않나. |
모처럼 친구들 모임에 참석한 타일공 한솔 씨.
[친구] 나도 빨리 취업하고 싶다. [김한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해야 한다. 진짜 |
대화 주제는 단연 진로 문제.
[친구] 요즘 타일 일은 어때? (예전보다) 2배 이상은 벌고 있던데? [김한솔] 2배, 2배. 진짜 일이 힘들거든. 그런데 정산받을 때 제일 행복해 |
과거와 달리 블루칼라 직종에 대한 관심은 눈에 띄는 변화입니다.
[김한솔] 타일이랑 목수는 좀 특히 젊은 분들이 좀 많아. [친구] 이직해 볼 만한데. 추천해? |
한 조사에선 20대 취업 준비생 70% 이상이 조건만 맞는다면 기술직을 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한상근/한국직업능력연구원 박사 취업을 한다면 생각할 수 있는 데가 뭐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또는 중소기업일 텐데, 사실은 그 어느 쪽도 녹록지 않다는 겁니다. 이런 어떤 상황 속에서 청년들은 새로운 일자리에 대해서 관심을 돌릴 수밖에 없었던 것 같고요. |
장인이 붓을 놀리듯 리듬감 있게 접착제를 펴 바르고, 망치질 세 번이면 강마루 패널이 자로 잰 듯 바닥에 끼워집니다.
40년 경력의 바닥 시공업자인 김형필 씨입니다.
김형필/바닥 시공업자 어디서 내리쳐야지 얘가 어디로 들어가는구나, 방향 감각과 힘을 어느 정도 조율을 잘 해줘야 내가 1% (힘을) 가지고 10%의 결과물을 발휘할 수가 있는 거예요. |
100제곱미터 아파트의 바닥 공사가 불과 5시간 만에 끝났습니다.
하루 일당 평균 50~60만 선으로, 업종 특성상 건강만 허락한다면 정년도 없습니다.
김형필/바닥 시공업자 내 몸이 허락하는 한은 계속할 건데, 걸어 다닐 수 있는 한 이 일은 할 거예요. 내 기술이 그만큼은 해줄 수 있으니까. |
함께 일하는 30대 동료는 자신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이상원/바닥 시공 업자 'AI(인공지능) 시대'라고 해서 많은 직업군들이 대체된다고 하는데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생각은 하거든요. 특히나 더욱이나 이렇게 몸을 쓰는 일은 그래요. 몸이 기억하거든요. |
블루칼라에 대한 재평가는 해외에서 먼저 시작됐습니다.
외신에서는 ‘블루칼라 노다지‘, ‘공구 벨트 세대’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습니다.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숙련된 기술을 갖춘 블루칼라가 사무직인 화이트칼라보다 더 대우받을 거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이병훈/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AI라는 게 사람이 머리 쓰는 일을 대신하는 정도까지 발전이 되고 제조 생산의 육체노동 방식이 굉장히 발전적인 형태로까지 되어 간다고 한다면 그런 블루칼라는 굉장히 고급스러운 일자리가 될 소지가 있고 |
한국의 상황도 그럴까?
국민들이 어떤 직업을 가치 있게 여기는지 평가한 국가 간 비교 연구.
우리나라에서는 국회의원이 1위를, 블루칼라 노동자인 공장과 일용직 건설근로자는 최하위권으로 꼽혔습니다.
세 직업 간 평가 점수가 비슷한 미국.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격차가 2배 넘게 벌어집니다.
블루칼라에 대한 직장인 인식 조사에서도 사무직 직장인들은 개인적으로 블루칼라 일자리를 긍정적으로 생각했지만, 사회적 인식을 묻자, 정반대의 답변을 내놨습니다.
한상근/한국직업능력연구원 박사 어떤 직업에 대해서 중요성이나 사회적 가치 존중감 이것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지표가 '직업 위세'거든요. 아직도 우리나라에 '사농공상의 그림자가 여전히 남아 있다'라고 생각을 합니다. 사무직을 우선시하는 그런 생각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지 않나. |
기초 공정에 특화된 블루칼라 기술자들이 모여 있는 서울 문래동.
이춘성 씨도 최고 수준의 연마 기술을 갖춘 기술자입니다.
이춘성/ 연마 기술자 첨단화된 장비들이 나와도 마무리는 어차피 우리 손끝 기술로 해야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어요. 정밀한 기계가 있기는 하지만 마무리는 손으로 해야 하고. |
하지만 일감은 점점 줄고 있습니다.
한때 3천 개에 달하던 문래동 일대 공장은 절반도 남지 않았습니다.
이춘성/ 연마 기술자 대기업들이 국내에 정착을 많이 해줘야 하는데 인건비 싼 외국으로의 진출이 많다 보니까 국내 일감은 저절로 줄 거고 우리는 최하위 협력 업체이다 보니까 몇 곱절로 심각하게 어려움을 겪고 |
낮은 임금에 고용보험조차 가입이 안 되는 일터.
청년층이 선호하는 ‘요즘 직장’과는 다른 환경에 젊은 인력은 떠나갔습니다.
제조업 근간인 뿌리 산업 종사 인력은 2018년 이후 4년 만에 12% 넘게 줄었습니다.
블루칼라 노동자의 고령화는 더욱 심각합니다.
2004년 38.1세였던 건설근로자 평균 연령은 20년 만에 51.2세로 늘었고, 같은 기간 제조업 근로자 평균 연령도 7.1세 늘었습니다.
이병훈/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지나치게 빠른 고령화로 해서 그 산업 부분들을 일구었던 사람들이 다 50, 60 그 너머로 올라서는 마당에 그 빈자리를 지금 채워지지 못하고 있거든요. 그 자리가 채워지지 않으면 그 산업 분야가 그 기반 자체가 무너진다고 볼 수가 있어요. |
AI가 대세라고 하지만 지금도 숙련 기술자의 손을 거쳐야 수많은 아이디어가 제품으로 탄생합니다.
문경홍/용접 기술자 초기 제작해서 테스트하는 것은 뭐 80~90% 문래동을 거쳐 가지 않은 물건이 없다고 봐야죠. 왜냐하면 초기 자본을 많이 투자할 수 없기 때문에. |
하지만, 숙련된 기술을 이어갈 다음 세대가 저절로 생겨날 리 없습니다.
제조 건설업에 자리 잡은, 이른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대기업 정규직과 하청 업체 비정규직 근로자 간 임금과 고용 안정성 격차는 젊은 세대의 유입을 막고 있습니다.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대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고용 안정과 높은 임금 수준을 다 보장받는 데 비해서 중소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과 고용 불안에 시달리게 된 거죠. 소위 말하는 이중 구조가 유지되는 채 앞으로도 계속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인가. |
블루칼라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이 현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교육과 취업 정보 등을 제공하는 적극적인 노동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됩니다.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청년층에게) 직업 교육의 경로, 취업의 경로에 대한 정보를 취합해서 충분히 제공하는 게 필요하거든요. 소위 말하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인데 여기에 대한 관심들이 이제 좀 더 정부가 체계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이창현 씨가 촬영을 위해 한 공사 현장을 찾았습니다.
블루칼라에 도전한 23살 청년을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블루칼라에 도전하는 청년들.
그들이 바라는 건 땀 흘려 일하는 정직한 노동의 대가입니다.
김효성/3개월 차 건설근로자 정말 하나하나씩 다 배우면서 이 일에 대해서 좀 더 사랑할 수 있고 전문적인 지식도 느니까 남들에게 알려줄 수 있고 유익하게 할 수 있을 만큼 항상 그렇게 갈고닦고 싶습니다. |
그동안 육체노동을 귀하게 여기지 않은 대가는 지금 우리가 마주한 현실입니다.
일한 만큼 대우받고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 블루칼라 전성시대가 대한민국에도 올 수 있을까요?
이병훈/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우리 경제가 발전하고 먹고 살 만 할 수 있었던 큰 힘이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있어서 가능했다는 얘기가 될 거고요. 앞으로도 우리 사회가 계속 지속 성장이 되려고 한다면 아무리 기술이 들어가더라도 그걸 움직이는 노동자가 필요하다는 얘기거든요 그 노동자가 다름 아닌 블루칼라 노동자가 되는 거죠. |
취재:이규명
촬영:강우용 조선기
편집:김기곤
그래픽:장수현
자료조사:한혜민
조연출:유화영 심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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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보다] 나는 블루칼라다
-
- 입력 2025-01-12 23:10:12
[더 보다 42회 Ⅰ] 나는 블루칼라다
50년간 쌓아온 용접 기술은 손끝에 새겨졌습니다.
도면과 손때 묻은 공구만 있으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는 자부심도 있습니다.
하지만, 작업복을 벗고 떠나간 청년들.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온 ‘블루칼라’ 숙련 기술자들, 지금 소멸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4년 차 타일공인 28살 김한솔 씨.
몸을 써 일하는, 이른바 블루칼라 노동자입니다.
70평 공간의 바닥과 벽면을 타일로 마감해야 하는 작업.
언뜻 단순해 보이지만 레이저 수평계 선에 맞춰 정밀하게 진행됩니다.
유행에 따라 변하는 새로운 타일과 각종 부자재까지 공사 현장은 늘 살아있는 배움터입니다.
타일공이 되기 전 5년간 병원에서 일했던 김한솔 씨.
땀 흘린 만큼 정직하게 보상받는 육체노동이 적성에 잘 맞았습니다.
MZ 세대인 그녀가 원하는 건 단순한 노동이 아닌 전문성을 갖춘 기술자가 되는 겁니다.
경험과 기술이 쌓이면서 처음 12만 원이던 일당은 18만 원으로 올랐습니다.
먼지 가득한 현장에서 여성이란 편견에 맞선 지난 3년.
이제는 자신만의 색깔을 내는 사업체를 운영하고 싶다는 꿈도 생겼습니다.
다양한 블루칼라 직업 세계를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 운영자 이창현 씨.
24살부터 방충망, 청소 사업을 하며 느낀 블루칼라의 숨겨진 가치를 알리고 싶었습니다.
블루칼라로 살아온 경험은 살아있는 콘텐츠가 됐습니다.
구독자 수는 10만을 넘었고 조회 수 100만이 넘는 콘텐츠도 나오고 있습니다.
새벽 시간, 장비를 챙기는 이창현 씨.
본업인 청소를 하기 위해 키즈카페를 분주히 누빕니다.
청소를 소재로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온라인 홍보에도 힘씁니다.
단순한 육체노동이라는 사회적 편견을 깬 새로운 유형의 블루칼라입니다.
모처럼 친구들 모임에 참석한 타일공 한솔 씨.
대화 주제는 단연 진로 문제.
과거와 달리 블루칼라 직종에 대한 관심은 눈에 띄는 변화입니다.
한 조사에선 20대 취업 준비생 70% 이상이 조건만 맞는다면 기술직을 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장인이 붓을 놀리듯 리듬감 있게 접착제를 펴 바르고, 망치질 세 번이면 강마루 패널이 자로 잰 듯 바닥에 끼워집니다.
40년 경력의 바닥 시공업자인 김형필 씨입니다.
100제곱미터 아파트의 바닥 공사가 불과 5시간 만에 끝났습니다.
하루 일당 평균 50~60만 선으로, 업종 특성상 건강만 허락한다면 정년도 없습니다.
함께 일하는 30대 동료는 자신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블루칼라에 대한 재평가는 해외에서 먼저 시작됐습니다.
외신에서는 ‘블루칼라 노다지‘, ‘공구 벨트 세대’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습니다.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숙련된 기술을 갖춘 블루칼라가 사무직인 화이트칼라보다 더 대우받을 거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한국의 상황도 그럴까?
국민들이 어떤 직업을 가치 있게 여기는지 평가한 국가 간 비교 연구.
우리나라에서는 국회의원이 1위를, 블루칼라 노동자인 공장과 일용직 건설근로자는 최하위권으로 꼽혔습니다.
세 직업 간 평가 점수가 비슷한 미국.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격차가 2배 넘게 벌어집니다.
블루칼라에 대한 직장인 인식 조사에서도 사무직 직장인들은 개인적으로 블루칼라 일자리를 긍정적으로 생각했지만, 사회적 인식을 묻자, 정반대의 답변을 내놨습니다.
기초 공정에 특화된 블루칼라 기술자들이 모여 있는 서울 문래동.
이춘성 씨도 최고 수준의 연마 기술을 갖춘 기술자입니다.
하지만 일감은 점점 줄고 있습니다.
한때 3천 개에 달하던 문래동 일대 공장은 절반도 남지 않았습니다.
낮은 임금에 고용보험조차 가입이 안 되는 일터.
청년층이 선호하는 ‘요즘 직장’과는 다른 환경에 젊은 인력은 떠나갔습니다.
제조업 근간인 뿌리 산업 종사 인력은 2018년 이후 4년 만에 12% 넘게 줄었습니다.
블루칼라 노동자의 고령화는 더욱 심각합니다.
2004년 38.1세였던 건설근로자 평균 연령은 20년 만에 51.2세로 늘었고, 같은 기간 제조업 근로자 평균 연령도 7.1세 늘었습니다.
AI가 대세라고 하지만 지금도 숙련 기술자의 손을 거쳐야 수많은 아이디어가 제품으로 탄생합니다.
하지만, 숙련된 기술을 이어갈 다음 세대가 저절로 생겨날 리 없습니다.
제조 건설업에 자리 잡은, 이른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대기업 정규직과 하청 업체 비정규직 근로자 간 임금과 고용 안정성 격차는 젊은 세대의 유입을 막고 있습니다.
블루칼라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이 현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교육과 취업 정보 등을 제공하는 적극적인 노동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됩니다.
이창현 씨가 촬영을 위해 한 공사 현장을 찾았습니다.
블루칼라에 도전한 23살 청년을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블루칼라에 도전하는 청년들.
그들이 바라는 건 땀 흘려 일하는 정직한 노동의 대가입니다.
그동안 육체노동을 귀하게 여기지 않은 대가는 지금 우리가 마주한 현실입니다.
일한 만큼 대우받고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 블루칼라 전성시대가 대한민국에도 올 수 있을까요?
취재:이규명
촬영:강우용 조선기
편집:김기곤
그래픽:장수현
자료조사:한혜민
조연출:유화영 심은별
문경홍/ 용접 기술자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숙련되지 않으면 기술자라고 얘기할 수가 없죠. 선풍기 주면 헬리콥터 만든다는데 기술자입니다. 대단합니다. 이런 얘기를 농담 삼아 많이 했죠. |
50년간 쌓아온 용접 기술은 손끝에 새겨졌습니다.
도면과 손때 묻은 공구만 있으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는 자부심도 있습니다.
문경홍/ 용접 기술자 도면을 주면 100% 만들 수 있는 그런 기술을 갖고 있고. |
하지만, 작업복을 벗고 떠나간 청년들.
문경홍/ 용접 기술자 30~40대는 천연기념물이라고 봐야죠. |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온 ‘블루칼라’ 숙련 기술자들, 지금 소멸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문경홍/ 용접 기술자 우리나라의 뿌리거든요. 지켜내지 않으면 우리나라 미래가 결코 밝을 수는 없다 |
4년 차 타일공인 28살 김한솔 씨.
몸을 써 일하는, 이른바 블루칼라 노동자입니다.
김한솔/타일공 출근해서 공구 벨트를 딱 차는 순간 오늘 하루 또다시 한번 시작해 보자 그런 마음가짐이 생기는 것 같아요. |
70평 공간의 바닥과 벽면을 타일로 마감해야 하는 작업.
언뜻 단순해 보이지만 레이저 수평계 선에 맞춰 정밀하게 진행됩니다.
유행에 따라 변하는 새로운 타일과 각종 부자재까지 공사 현장은 늘 살아있는 배움터입니다.
김한솔/타일공 새로운 시공법 새로 나온 부자재나 뭐 그런 기구 도구 이런 것도 많이 찾아보고 유행하는 스타일. 계속 유행에 좀 뒤처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인 것 같아요. |
타일공이 되기 전 5년간 병원에서 일했던 김한솔 씨.
땀 흘린 만큼 정직하게 보상받는 육체노동이 적성에 잘 맞았습니다.
김한솔/타일공 기술을 배우는 거니까 사실 밥을 굶을 일은 없을 것 같고 마무리되는 현장을 보면 너무 성취감을 너무 크게 느끼고 |
MZ 세대인 그녀가 원하는 건 단순한 노동이 아닌 전문성을 갖춘 기술자가 되는 겁니다.
경험과 기술이 쌓이면서 처음 12만 원이던 일당은 18만 원으로 올랐습니다.
김한솔/타일공 저의 기술 저의 속도가 오르면 저의 일당도 오르는 거니까 많이 받으시는 분은 35만 원 이렇게도 받으시고요. |
먼지 가득한 현장에서 여성이란 편견에 맞선 지난 3년.
이제는 자신만의 색깔을 내는 사업체를 운영하고 싶다는 꿈도 생겼습니다.
김한솔/타일공 독립이 저의 지금 제일 큰 목표거든요. 트렌디하고 좀 정직하고 즐겁게 일하는 그런 팀이었으면 좋겠어요. 저의 팀은 |
다양한 블루칼라 직업 세계를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 운영자 이창현 씨.
이창현/블루칼라 유튜버 목수 타일 도배 필름. 다양한 업종의 지금 그런 기술자분들을 만났고 |
24살부터 방충망, 청소 사업을 하며 느낀 블루칼라의 숨겨진 가치를 알리고 싶었습니다.
이창현/블루칼라 유튜버 막노동 노가다라고만 보이지만, 이 시장에 정말 깊숙이 들어와 보면 다양한 기술들이 정말로 많고 |
블루칼라로 살아온 경험은 살아있는 콘텐츠가 됐습니다.
이창현/블루칼라 유튜버 어떻게 시작해야 하며 어떻게 일자리를 구해야 하며 이런 정보가 아예 없었습니다. 기술직 입문을 하려는 분들이 진짜로 좀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정리하는 콘텐츠들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
구독자 수는 10만을 넘었고 조회 수 100만이 넘는 콘텐츠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창현/블루칼라 유튜버 기술직이나 현장직에서 엄청난 금광을 발견한 기분. |
새벽 시간, 장비를 챙기는 이창현 씨.
본업인 청소를 하기 위해 키즈카페를 분주히 누빕니다.
청소를 소재로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온라인 홍보에도 힘씁니다.
이창현/블루칼라 유튜버 상업 시설뿐만 아니라 이런 아파트 입주 청소도 진행하고 있고 블로그에 글도 쓰지만, 이렇게 작업하는 걸 일일이 영상으로 다 남깁니다. 한 사람의 기술자도 브랜드가 되고 청소 사업도 브랜드가 될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
단순한 육체노동이라는 사회적 편견을 깬 새로운 유형의 블루칼라입니다.
한상근/한국직업능력연구원 박사 새로운 아이디어 또는 틈새시장 또는 새로운 기술을 가지고 기존의 블루칼라와는 다른 새로운 일을 하는 사람들을 저희는 '브라운칼라'라고 지칭합니다. 비전을 가지고 새로운 길을 찾겠다는 어떤 면에서는 약간 기업가 정신을 가진 청년들한테는 기회의 땅이 되고 있지 않나. |
모처럼 친구들 모임에 참석한 타일공 한솔 씨.
[친구] 나도 빨리 취업하고 싶다. [김한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해야 한다. 진짜 |
대화 주제는 단연 진로 문제.
[친구] 요즘 타일 일은 어때? (예전보다) 2배 이상은 벌고 있던데? [김한솔] 2배, 2배. 진짜 일이 힘들거든. 그런데 정산받을 때 제일 행복해 |
과거와 달리 블루칼라 직종에 대한 관심은 눈에 띄는 변화입니다.
[김한솔] 타일이랑 목수는 좀 특히 젊은 분들이 좀 많아. [친구] 이직해 볼 만한데. 추천해? |
한 조사에선 20대 취업 준비생 70% 이상이 조건만 맞는다면 기술직을 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한상근/한국직업능력연구원 박사 취업을 한다면 생각할 수 있는 데가 뭐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또는 중소기업일 텐데, 사실은 그 어느 쪽도 녹록지 않다는 겁니다. 이런 어떤 상황 속에서 청년들은 새로운 일자리에 대해서 관심을 돌릴 수밖에 없었던 것 같고요. |
장인이 붓을 놀리듯 리듬감 있게 접착제를 펴 바르고, 망치질 세 번이면 강마루 패널이 자로 잰 듯 바닥에 끼워집니다.
40년 경력의 바닥 시공업자인 김형필 씨입니다.
김형필/바닥 시공업자 어디서 내리쳐야지 얘가 어디로 들어가는구나, 방향 감각과 힘을 어느 정도 조율을 잘 해줘야 내가 1% (힘을) 가지고 10%의 결과물을 발휘할 수가 있는 거예요. |
100제곱미터 아파트의 바닥 공사가 불과 5시간 만에 끝났습니다.
하루 일당 평균 50~60만 선으로, 업종 특성상 건강만 허락한다면 정년도 없습니다.
김형필/바닥 시공업자 내 몸이 허락하는 한은 계속할 건데, 걸어 다닐 수 있는 한 이 일은 할 거예요. 내 기술이 그만큼은 해줄 수 있으니까. |
함께 일하는 30대 동료는 자신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이상원/바닥 시공 업자 'AI(인공지능) 시대'라고 해서 많은 직업군들이 대체된다고 하는데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생각은 하거든요. 특히나 더욱이나 이렇게 몸을 쓰는 일은 그래요. 몸이 기억하거든요. |
블루칼라에 대한 재평가는 해외에서 먼저 시작됐습니다.
외신에서는 ‘블루칼라 노다지‘, ‘공구 벨트 세대’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습니다.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숙련된 기술을 갖춘 블루칼라가 사무직인 화이트칼라보다 더 대우받을 거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이병훈/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AI라는 게 사람이 머리 쓰는 일을 대신하는 정도까지 발전이 되고 제조 생산의 육체노동 방식이 굉장히 발전적인 형태로까지 되어 간다고 한다면 그런 블루칼라는 굉장히 고급스러운 일자리가 될 소지가 있고 |
한국의 상황도 그럴까?
국민들이 어떤 직업을 가치 있게 여기는지 평가한 국가 간 비교 연구.
우리나라에서는 국회의원이 1위를, 블루칼라 노동자인 공장과 일용직 건설근로자는 최하위권으로 꼽혔습니다.
세 직업 간 평가 점수가 비슷한 미국.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격차가 2배 넘게 벌어집니다.
블루칼라에 대한 직장인 인식 조사에서도 사무직 직장인들은 개인적으로 블루칼라 일자리를 긍정적으로 생각했지만, 사회적 인식을 묻자, 정반대의 답변을 내놨습니다.
한상근/한국직업능력연구원 박사 어떤 직업에 대해서 중요성이나 사회적 가치 존중감 이것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지표가 '직업 위세'거든요. 아직도 우리나라에 '사농공상의 그림자가 여전히 남아 있다'라고 생각을 합니다. 사무직을 우선시하는 그런 생각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지 않나. |
기초 공정에 특화된 블루칼라 기술자들이 모여 있는 서울 문래동.
이춘성 씨도 최고 수준의 연마 기술을 갖춘 기술자입니다.
이춘성/ 연마 기술자 첨단화된 장비들이 나와도 마무리는 어차피 우리 손끝 기술로 해야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어요. 정밀한 기계가 있기는 하지만 마무리는 손으로 해야 하고. |
하지만 일감은 점점 줄고 있습니다.
한때 3천 개에 달하던 문래동 일대 공장은 절반도 남지 않았습니다.
이춘성/ 연마 기술자 대기업들이 국내에 정착을 많이 해줘야 하는데 인건비 싼 외국으로의 진출이 많다 보니까 국내 일감은 저절로 줄 거고 우리는 최하위 협력 업체이다 보니까 몇 곱절로 심각하게 어려움을 겪고 |
낮은 임금에 고용보험조차 가입이 안 되는 일터.
청년층이 선호하는 ‘요즘 직장’과는 다른 환경에 젊은 인력은 떠나갔습니다.
제조업 근간인 뿌리 산업 종사 인력은 2018년 이후 4년 만에 12% 넘게 줄었습니다.
블루칼라 노동자의 고령화는 더욱 심각합니다.
2004년 38.1세였던 건설근로자 평균 연령은 20년 만에 51.2세로 늘었고, 같은 기간 제조업 근로자 평균 연령도 7.1세 늘었습니다.
이병훈/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지나치게 빠른 고령화로 해서 그 산업 부분들을 일구었던 사람들이 다 50, 60 그 너머로 올라서는 마당에 그 빈자리를 지금 채워지지 못하고 있거든요. 그 자리가 채워지지 않으면 그 산업 분야가 그 기반 자체가 무너진다고 볼 수가 있어요. |
AI가 대세라고 하지만 지금도 숙련 기술자의 손을 거쳐야 수많은 아이디어가 제품으로 탄생합니다.
문경홍/용접 기술자 초기 제작해서 테스트하는 것은 뭐 80~90% 문래동을 거쳐 가지 않은 물건이 없다고 봐야죠. 왜냐하면 초기 자본을 많이 투자할 수 없기 때문에. |
하지만, 숙련된 기술을 이어갈 다음 세대가 저절로 생겨날 리 없습니다.
제조 건설업에 자리 잡은, 이른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대기업 정규직과 하청 업체 비정규직 근로자 간 임금과 고용 안정성 격차는 젊은 세대의 유입을 막고 있습니다.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대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고용 안정과 높은 임금 수준을 다 보장받는 데 비해서 중소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과 고용 불안에 시달리게 된 거죠. 소위 말하는 이중 구조가 유지되는 채 앞으로도 계속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인가. |
블루칼라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이 현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교육과 취업 정보 등을 제공하는 적극적인 노동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됩니다.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청년층에게) 직업 교육의 경로, 취업의 경로에 대한 정보를 취합해서 충분히 제공하는 게 필요하거든요. 소위 말하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인데 여기에 대한 관심들이 이제 좀 더 정부가 체계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이창현 씨가 촬영을 위해 한 공사 현장을 찾았습니다.
블루칼라에 도전한 23살 청년을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블루칼라에 도전하는 청년들.
그들이 바라는 건 땀 흘려 일하는 정직한 노동의 대가입니다.
김효성/3개월 차 건설근로자 정말 하나하나씩 다 배우면서 이 일에 대해서 좀 더 사랑할 수 있고 전문적인 지식도 느니까 남들에게 알려줄 수 있고 유익하게 할 수 있을 만큼 항상 그렇게 갈고닦고 싶습니다. |
그동안 육체노동을 귀하게 여기지 않은 대가는 지금 우리가 마주한 현실입니다.
일한 만큼 대우받고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 블루칼라 전성시대가 대한민국에도 올 수 있을까요?
이병훈/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우리 경제가 발전하고 먹고 살 만 할 수 있었던 큰 힘이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있어서 가능했다는 얘기가 될 거고요. 앞으로도 우리 사회가 계속 지속 성장이 되려고 한다면 아무리 기술이 들어가더라도 그걸 움직이는 노동자가 필요하다는 얘기거든요 그 노동자가 다름 아닌 블루칼라 노동자가 되는 거죠. |
취재:이규명
촬영:강우용 조선기
편집:김기곤
그래픽:장수현
자료조사:한혜민
조연출:유화영 심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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