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업체 보유분까지 푼다” 배추 물량 얼마나 적길래?

입력 2025.01.13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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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김치 가공업체에 12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방문했습니다. 이날은 일요일이었지만 장관이 경기도에 있는 김치 가공업체를 직접 찾은 겁니다.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한 김치 수출 때문이었을까요?

아닙니다. 김치 가공업체에서 보유하고 있는 배추 물량을 도매시장에 풀어달라고 요청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대한민국김치협회와 업무 협약을 맺어 김치 가공 업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겨울 배추 1,000톤 이상을 정부가 요청할 때 농산물 도매시장에 출하하기로 했습니다.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의 도매법인인 대아청과는 이 사업에 참여하는 김치 업체에 출하 장려금을 주고, 농식품부는 배추 보관비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또 4월 이후 봄배추가 나오면 물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김치 가공업체인 도미솔식품에서 보관 중인 배추. 4월까지 원료로 쓸 겨울 배추를 저장한다고 말한다. (사진=농식품부)김치 가공업체인 도미솔식품에서 보관 중인 배추. 4월까지 원료로 쓸 겨울 배추를 저장한다고 말한다. (사진=농식품부)

정부가 설 명절을 맞아 시장에 공급하겠다고 밝힌 배추 3,024톤에 더해서, 필요시 김치 가공업체 보유 물량 1,000톤을 더 동원하겠다는 설명입니다.

김치 가공업체 보유 배추 1,000톤 이상 도매시장에 풀기로

김치 가공업체들은 협회 차원의 배추 공동 구매와 농가 계약재배 등을 통해 2~3개월 치 배추를 미리 사들여 보관합니다.

배추가 주요 원료니까 미리 확보를 해두는 것이지요.

특히 봄배추가 나오기 시작하는 4월 중하순까지는 겨울 배추를 써야 하기 때문에, 전남 해남 등지에서 주로 나는 겨울 배추를 확보하고 새해를 맞았습니다.

지난해 배추 값 급등 속에서도 김치 수출이 많이 증가한 만큼 올해는 확보 물량도 더 늘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김치협회는 전체 김치 가공업체들이 확보해 놓은 겨울 배추 물량이 20만 톤 정도에 이를 것으로 어림잡고 있습니다.

김치 가공업체인 도미솔식품의 박미희 대표는 회사를 찾은 송 장관에게 '회사에서 쓸 물량을 제외하고 여유분은 시장에 적극 출하하겠다"고 화답했습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이 12일 도미솔식품을 찾아 박미희 대표, 김치은 대한민국김치협회장 등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농식품부)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이 12일 도미솔식품을 찾아 박미희 대표, 김치은 대한민국김치협회장 등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농식품부)

정부가 얼마나 급했으면 김치 가공업체가 보유한 배추까지 시장에 풀라고 요청하는 걸까요?

설을 앞두고 배추와 무 값이 지난해보다 50% 이상 뛰고 있기 때문입니다.

■ 겨울 배추·무 가격 급등…설 물가 관리 '빨간 불'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가격정보 KAMIS를 보면, 1월 10일 배추 소비자 가격은 한 포기에 평균 4,928원으로 집계됐습니다.

대형마트나 전통시장 등에서 소비자들이 구입한 가격을 전국 평균한 가격입니다.

올해 1월 10일 가격은 포기당 3,163원이던 지난해 같은 날짜 가격에 비해 56%가 비싼 수준입니다. 평년 가격(3,754원)에 비해서도 31%가 비쌉니다.

이달 들어 1포기에 5,300원까지 치솟았다가 그나마 9일부터 농축산물 할인 지원을 시작하자 4천 원 대로 내려오긴 했지만, 아직도 비쌉니다.

무 가격도 1월 10일 기준 하나에 평균 3,182원으로, 지난해 같은 날보다 76%가 비싸고 평년보다 52% 비싼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에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배추 피해가 커 여름과 가을 내내 좋은 배추 구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농식품부는 연거푸 대책을 내놨었죠.

농산물 할인지원과 중국산 신선 배추 수입 등의 대책을 펴서 김장철을 무사히 넘겼는가 했더니, 이번에는 겨울 배춧값이 뛰고 있는 겁니다.

이제는 가정에서 김장을 마치고 수요가 적어질 때인데, 겨울철에 이렇게 배추와 무 가격이 뛰는 것은 왜일까요?

■ 생산 감소에 "김장철에 겨울 배추 앞당겨 쓴 영향" 겹쳐

우선 겨울 배추 묘를 옮겨심을 시기인 9월쯤에 늦더위가 기승을 부려 겨울 배추 생산량마저 줄어든 탓이 큽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12월 배추 생산량이 일 년 전에 비해 2.9% 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전남 해남과 진도 등지에서는 폭염과 폭우 등으로 배춧속이 제대로 차지 않아 시장에 낼 수 있는 물량이 20~30% 줄었다는 평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김장철 대응을 위해 겨울 배추 조기 출하를 장려한 것도 겨울 배추 유통량이 줄어들게 한 요인으로 꼽힙니다.

가을배추나 겨울 배추를 심는 시기가 크게 차이 나지 않아, 겨울 배추까지 김장철에 앞당겨 썼다는 얘기입니다.

송 장관도 김치 업체들의 협조를 구하면서 "지난해 김장철 수급 조절을 위해 겨울 배추를 일찍 출하를 시킨 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에다 3~4월이 되면 배추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보는 투기 수요도 가세한 것으로 농식품부는 보고 있습니다.

당분간 시장에 나올 배추 공급이 끊기는데, 배추를 계속 소비하다 보면 물량이 줄어드는 '단경기'를 맞아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 보고 겨울 배추를 매집하고 시장에 내놓지 않는 세력이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사재기나 담합 등 불법 유통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관계 부처 합동 점검반을 편성해 특별점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정부 비축분과 농협 계약재배 물량 등 정부가 수급 조절에 쓸 수 있는 배추를 만 톤 넘게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하루에 200톤 이상 가락시장을 통해 방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배추에 대한 관세(27%)를 매기지 않는 할당관세를 도입하고 무 할당관세도 연장해 물량을 확보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픽: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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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치업체 보유분까지 푼다” 배추 물량 얼마나 적길래?
    • 입력 2025-01-13 15: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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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김치 가공업체에 12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방문했습니다. 이날은 일요일이었지만 장관이 경기도에 있는 김치 가공업체를 직접 찾은 겁니다.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한 김치 수출 때문이었을까요?

아닙니다. 김치 가공업체에서 보유하고 있는 배추 물량을 도매시장에 풀어달라고 요청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대한민국김치협회와 업무 협약을 맺어 김치 가공 업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겨울 배추 1,000톤 이상을 정부가 요청할 때 농산물 도매시장에 출하하기로 했습니다.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의 도매법인인 대아청과는 이 사업에 참여하는 김치 업체에 출하 장려금을 주고, 농식품부는 배추 보관비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또 4월 이후 봄배추가 나오면 물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김치 가공업체인 도미솔식품에서 보관 중인 배추. 4월까지 원료로 쓸 겨울 배추를 저장한다고 말한다. (사진=농식품부)
정부가 설 명절을 맞아 시장에 공급하겠다고 밝힌 배추 3,024톤에 더해서, 필요시 김치 가공업체 보유 물량 1,000톤을 더 동원하겠다는 설명입니다.

김치 가공업체 보유 배추 1,000톤 이상 도매시장에 풀기로

김치 가공업체들은 협회 차원의 배추 공동 구매와 농가 계약재배 등을 통해 2~3개월 치 배추를 미리 사들여 보관합니다.

배추가 주요 원료니까 미리 확보를 해두는 것이지요.

특히 봄배추가 나오기 시작하는 4월 중하순까지는 겨울 배추를 써야 하기 때문에, 전남 해남 등지에서 주로 나는 겨울 배추를 확보하고 새해를 맞았습니다.

지난해 배추 값 급등 속에서도 김치 수출이 많이 증가한 만큼 올해는 확보 물량도 더 늘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김치협회는 전체 김치 가공업체들이 확보해 놓은 겨울 배추 물량이 20만 톤 정도에 이를 것으로 어림잡고 있습니다.

김치 가공업체인 도미솔식품의 박미희 대표는 회사를 찾은 송 장관에게 '회사에서 쓸 물량을 제외하고 여유분은 시장에 적극 출하하겠다"고 화답했습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이 12일 도미솔식품을 찾아 박미희 대표, 김치은 대한민국김치협회장 등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농식품부)
정부가 얼마나 급했으면 김치 가공업체가 보유한 배추까지 시장에 풀라고 요청하는 걸까요?

설을 앞두고 배추와 무 값이 지난해보다 50% 이상 뛰고 있기 때문입니다.

■ 겨울 배추·무 가격 급등…설 물가 관리 '빨간 불'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가격정보 KAMIS를 보면, 1월 10일 배추 소비자 가격은 한 포기에 평균 4,928원으로 집계됐습니다.

대형마트나 전통시장 등에서 소비자들이 구입한 가격을 전국 평균한 가격입니다.

올해 1월 10일 가격은 포기당 3,163원이던 지난해 같은 날짜 가격에 비해 56%가 비싼 수준입니다. 평년 가격(3,754원)에 비해서도 31%가 비쌉니다.

이달 들어 1포기에 5,300원까지 치솟았다가 그나마 9일부터 농축산물 할인 지원을 시작하자 4천 원 대로 내려오긴 했지만, 아직도 비쌉니다.

무 가격도 1월 10일 기준 하나에 평균 3,182원으로, 지난해 같은 날보다 76%가 비싸고 평년보다 52% 비싼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에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배추 피해가 커 여름과 가을 내내 좋은 배추 구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농식품부는 연거푸 대책을 내놨었죠.

농산물 할인지원과 중국산 신선 배추 수입 등의 대책을 펴서 김장철을 무사히 넘겼는가 했더니, 이번에는 겨울 배춧값이 뛰고 있는 겁니다.

이제는 가정에서 김장을 마치고 수요가 적어질 때인데, 겨울철에 이렇게 배추와 무 가격이 뛰는 것은 왜일까요?

■ 생산 감소에 "김장철에 겨울 배추 앞당겨 쓴 영향" 겹쳐

우선 겨울 배추 묘를 옮겨심을 시기인 9월쯤에 늦더위가 기승을 부려 겨울 배추 생산량마저 줄어든 탓이 큽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12월 배추 생산량이 일 년 전에 비해 2.9% 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전남 해남과 진도 등지에서는 폭염과 폭우 등으로 배춧속이 제대로 차지 않아 시장에 낼 수 있는 물량이 20~30% 줄었다는 평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김장철 대응을 위해 겨울 배추 조기 출하를 장려한 것도 겨울 배추 유통량이 줄어들게 한 요인으로 꼽힙니다.

가을배추나 겨울 배추를 심는 시기가 크게 차이 나지 않아, 겨울 배추까지 김장철에 앞당겨 썼다는 얘기입니다.

송 장관도 김치 업체들의 협조를 구하면서 "지난해 김장철 수급 조절을 위해 겨울 배추를 일찍 출하를 시킨 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에다 3~4월이 되면 배추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보는 투기 수요도 가세한 것으로 농식품부는 보고 있습니다.

당분간 시장에 나올 배추 공급이 끊기는데, 배추를 계속 소비하다 보면 물량이 줄어드는 '단경기'를 맞아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 보고 겨울 배추를 매집하고 시장에 내놓지 않는 세력이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사재기나 담합 등 불법 유통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관계 부처 합동 점검반을 편성해 특별점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정부 비축분과 농협 계약재배 물량 등 정부가 수급 조절에 쓸 수 있는 배추를 만 톤 넘게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하루에 200톤 이상 가락시장을 통해 방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배추에 대한 관세(27%)를 매기지 않는 할당관세를 도입하고 무 할당관세도 연장해 물량을 확보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픽: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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