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회장님의 다짐…그 후 10년

입력 2025.01.18 (08:01) 수정 2025.01.18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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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재계 저승사자'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CJ그룹을 특별 세무조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말 착수했고, 해를 넘겨 진행 중입니다.

KBS는 세무조사 착수 사실과 주요 의혹에 대해 보도했고, 후속 취재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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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국세청, CJ제일제당 대대적 세무조사…이유는?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115878
[관련 기사] 국세청, CJ 이재현 260억 대 미신고 계좌 세무조사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147670
[관련 기사] 미신고 계좌 잔액 2천만 원…나머지는 어디로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147671

국세청이 조사 중인 탈세 혐의는 여럿입니다. CJ제일제당 등 주요 계열사가 조사의 한 축이지만, 이재현 CJ그룹 회장 개인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 회장의 탈세 혐의 중 하나는 해외 미신고 계좌 의혹에서 출발합니다. 국세청이 의심하는 그림은 이렇습니다.

이 회장은 어머니인 고 손복남 여사와 공동명의로 스위스 UBS 은행에 계좌 3건을 보유했습니다. 해당 계좌들은 2016년 말까지 살아 있었습니다. 예치금은 최대 260억 원 정도였습니다.

지난 8일 KBS 뉴스9 지난 8일 KBS 뉴스9

당시 국제조세조정법상 잔액이 10억 원이 넘으면 해외 계좌는 국세청에 신고했어야 하지만, 이 회장이 신고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국세청이 문제로 삼는 첫 번째 대목입니다.

문제는 계좌 미신고에 그치지 않습니다. 공동 명의자인 모친이 2022년 숨졌을 때 이 회장이 해당 계좌를 상속한 걸로 간주할 여지가 있는데, 상속세도 안 냈다는 게 국세청의 판단입니다.

아직은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국세청이 두고 있는 혐의가 최종 확인된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이 회장이 탈세 혐의로 특별 세무조사를 받는다는 사실은 분명 이목을 끕니다.

왜?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 조사부터 재판까지 3년을 고생했을 텐데…

이른바 'CJ 비자금 사건'.

시작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검찰은 CJ그룹과 이 회장을 고강도 수사합니다. 배임과 횡령 혐의 외에도 조세 포탈 혐의도 있었습니다.

이 회장은 2015년 12월 법원에서 형이 확정됩니다. 배임, 횡령, 탈세 모두 유죄. 징역 2년 6월, 벌금 252억 원이었습니다.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돼 서울고등법원에서 확정됐는데, 판결문은 무슨 이유에선지 비공개 처리돼 있습니다.

KBS는 취재 과정에서 이 판결문을 입수했습니다.


■ 직원 459명 동원해 차명 계좌 636개

당시 이 회장의 탈세 수법은 대규모 '차명 계좌'. 범삼성가에서 흔히 쓰던 비자금 조성 수법입니다.

이 회장은 CJ 임직원 459명에게서 명의를 빌려 증권 계좌 636개를 만들었습니다. 이들 계좌에서 주식을 사고팔며 큰돈을 벌었지만, 계좌가 남의 이름이니 소득세를 제대로 냈을까요?

법원은 2003년 무렵부터 2007년까지 양도소득세와 종합소득세 177억 원을 안 냈다고 확정했습니다.

"피고인 이재현은 김00, 성00과 공모해 다수의 차명 계좌 사용, 자금 추적을 피할 수 있는 소액 현금 입·출금, 주식 매각 대금을 이용한 묻지마 채권, 무기명채권, 미술품 매입 등의 방법으로 차명 계좌의 재산이 피고인 이재현의 소유인 사실을 과세당국이 발견하기 어렵게 하고..." -판결문 중-


지난 2013년 7월 18일 서울 고검에서 박정식 당시 제3차장 검사가 CJ그룹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검찰은 수천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해 운용하면서 2,078억 원의 횡령·배임 및 탈세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이재현 회장을 구속기소 했다. 지난 2013년 7월 18일 서울 고검에서 박정식 당시 제3차장 검사가 CJ그룹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검찰은 수천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해 운용하면서 2,078억 원의 횡령·배임 및 탈세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이재현 회장을 구속기소 했다.

■ 법원 "이재현, 조세 정의 심각하게 훼손"

회장님들의 단골 탈세 수법, 조세회피처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해외 계열사 CJIA 지분 100%를 CJ 직원 신 모 씨가 설립한 회사에 90만 5천 달러에 매각합니다. 계열사 지분을 직원이 만든 회사에 판다? 수상한 냄새가 나죠?

신 씨가 회사를 세운 곳은 조세회피처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였습니다. 그리고 신 씨 회사로 2011년과 2012년 배당금 천만 달러가 지급되고, 신 씨는 이 돈을 모두 이 회장에게 보냈습니다.

이 돈, 국세청에 신고했을까요? 2011년과 2012년 종합소득세 40억여 원을 안 낸 사실이 법원에서 확정됐습니다.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

또 있습니다.

가짜 회의, 가짜 조사 등을 만들어 내 회의비, 조사연구비 등을 회사에서 타냈습니다. 이렇게 모아 은닉한 돈이 46억 8천만 원입니다. 포탈한 법인세가 12억여 원.

이렇게 저렇게 안 낸 세금은 총 251억 원이었습니다.

이 회장의 조세 포탈죄에 대해 당시 법원은 "조세 정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기업 총수가 직원들을 이용해 장기간에 걸쳐 250억 원 넘게 탈세하며 조세 징수 질서를 어지럽혔다고 질타했습니다.

특히 "죄책이 무겁다"고 본 이유가 있는데, '차명 주식' 수법은 이때 이미 재범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회장은 2008년과 2009년 사이, 차명 주식에 대한 세무조사를 받았습니다. 그런데도 이 회장은 또 반복했던 겁니다.

"대규모 기업집단 중 하나인 CJ그룹 총수로서 CJ그룹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과 사회적 기대에 맞춰 법질서를 준수하고, 그룹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투명하게 경영하여야 할 무거운 책임이 있음에도 개인적인 이익 내지 그룹 전체의 이익을 내세워 국가의 과세권 행사를 어렵게 하고…." -판결문 중

이재현 회장의 다짐 "다시는 범법 행위 안 할 것"

이 회장은 "다시는 위와 같은 범법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을 다짐"했습니다.

이 '다짐'은 최종 형량에 영향을 줬습니다. 재판부는 '이 회장에게 유리한 요소' 중 하나로 봤습니다. 벌을 얼마나 줄지 고민하는 판사에게, 다시는 죄를 안 짓겠다는 피고인의 약속보다 가치 있는 게 있을까요.

이 회장은 2015년 12월 15일 서울고법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월, 벌금 252억 원을 선고받았고, 이듬해인 2016년 광복절에 사면됐습니다.

CJ그룹 이재현 회장님의 다짐은 진심이었을까요? 현재 진행 중인 특별 세무조사의 결론이 답을 말해줄 거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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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J 회장님의 다짐…그 후 10년
    • 입력 2025-01-18 08:01:26
    • 수정2025-01-18 08:5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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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재계 저승사자'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CJ그룹을 특별 세무조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말 착수했고, 해를 넘겨 진행 중입니다.

KBS는 세무조사 착수 사실과 주요 의혹에 대해 보도했고, 후속 취재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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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국세청, CJ제일제당 대대적 세무조사…이유는?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115878
[관련 기사] 국세청, CJ 이재현 260억 대 미신고 계좌 세무조사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147670
[관련 기사] 미신고 계좌 잔액 2천만 원…나머지는 어디로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147671

국세청이 조사 중인 탈세 혐의는 여럿입니다. CJ제일제당 등 주요 계열사가 조사의 한 축이지만, 이재현 CJ그룹 회장 개인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 회장의 탈세 혐의 중 하나는 해외 미신고 계좌 의혹에서 출발합니다. 국세청이 의심하는 그림은 이렇습니다.

이 회장은 어머니인 고 손복남 여사와 공동명의로 스위스 UBS 은행에 계좌 3건을 보유했습니다. 해당 계좌들은 2016년 말까지 살아 있었습니다. 예치금은 최대 260억 원 정도였습니다.

지난 8일 KBS 뉴스9
당시 국제조세조정법상 잔액이 10억 원이 넘으면 해외 계좌는 국세청에 신고했어야 하지만, 이 회장이 신고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국세청이 문제로 삼는 첫 번째 대목입니다.

문제는 계좌 미신고에 그치지 않습니다. 공동 명의자인 모친이 2022년 숨졌을 때 이 회장이 해당 계좌를 상속한 걸로 간주할 여지가 있는데, 상속세도 안 냈다는 게 국세청의 판단입니다.

아직은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국세청이 두고 있는 혐의가 최종 확인된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이 회장이 탈세 혐의로 특별 세무조사를 받는다는 사실은 분명 이목을 끕니다.

왜?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 조사부터 재판까지 3년을 고생했을 텐데…

이른바 'CJ 비자금 사건'.

시작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검찰은 CJ그룹과 이 회장을 고강도 수사합니다. 배임과 횡령 혐의 외에도 조세 포탈 혐의도 있었습니다.

이 회장은 2015년 12월 법원에서 형이 확정됩니다. 배임, 횡령, 탈세 모두 유죄. 징역 2년 6월, 벌금 252억 원이었습니다.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돼 서울고등법원에서 확정됐는데, 판결문은 무슨 이유에선지 비공개 처리돼 있습니다.

KBS는 취재 과정에서 이 판결문을 입수했습니다.


■ 직원 459명 동원해 차명 계좌 636개

당시 이 회장의 탈세 수법은 대규모 '차명 계좌'. 범삼성가에서 흔히 쓰던 비자금 조성 수법입니다.

이 회장은 CJ 임직원 459명에게서 명의를 빌려 증권 계좌 636개를 만들었습니다. 이들 계좌에서 주식을 사고팔며 큰돈을 벌었지만, 계좌가 남의 이름이니 소득세를 제대로 냈을까요?

법원은 2003년 무렵부터 2007년까지 양도소득세와 종합소득세 177억 원을 안 냈다고 확정했습니다.

"피고인 이재현은 김00, 성00과 공모해 다수의 차명 계좌 사용, 자금 추적을 피할 수 있는 소액 현금 입·출금, 주식 매각 대금을 이용한 묻지마 채권, 무기명채권, 미술품 매입 등의 방법으로 차명 계좌의 재산이 피고인 이재현의 소유인 사실을 과세당국이 발견하기 어렵게 하고..." -판결문 중-


지난 2013년 7월 18일 서울 고검에서 박정식 당시 제3차장 검사가 CJ그룹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검찰은 수천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해 운용하면서 2,078억 원의 횡령·배임 및 탈세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이재현 회장을 구속기소 했다.
■ 법원 "이재현, 조세 정의 심각하게 훼손"

회장님들의 단골 탈세 수법, 조세회피처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해외 계열사 CJIA 지분 100%를 CJ 직원 신 모 씨가 설립한 회사에 90만 5천 달러에 매각합니다. 계열사 지분을 직원이 만든 회사에 판다? 수상한 냄새가 나죠?

신 씨가 회사를 세운 곳은 조세회피처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였습니다. 그리고 신 씨 회사로 2011년과 2012년 배당금 천만 달러가 지급되고, 신 씨는 이 돈을 모두 이 회장에게 보냈습니다.

이 돈, 국세청에 신고했을까요? 2011년과 2012년 종합소득세 40억여 원을 안 낸 사실이 법원에서 확정됐습니다.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
또 있습니다.

가짜 회의, 가짜 조사 등을 만들어 내 회의비, 조사연구비 등을 회사에서 타냈습니다. 이렇게 모아 은닉한 돈이 46억 8천만 원입니다. 포탈한 법인세가 12억여 원.

이렇게 저렇게 안 낸 세금은 총 251억 원이었습니다.

이 회장의 조세 포탈죄에 대해 당시 법원은 "조세 정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기업 총수가 직원들을 이용해 장기간에 걸쳐 250억 원 넘게 탈세하며 조세 징수 질서를 어지럽혔다고 질타했습니다.

특히 "죄책이 무겁다"고 본 이유가 있는데, '차명 주식' 수법은 이때 이미 재범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회장은 2008년과 2009년 사이, 차명 주식에 대한 세무조사를 받았습니다. 그런데도 이 회장은 또 반복했던 겁니다.

"대규모 기업집단 중 하나인 CJ그룹 총수로서 CJ그룹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과 사회적 기대에 맞춰 법질서를 준수하고, 그룹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투명하게 경영하여야 할 무거운 책임이 있음에도 개인적인 이익 내지 그룹 전체의 이익을 내세워 국가의 과세권 행사를 어렵게 하고…." -판결문 중

이재현 회장의 다짐 "다시는 범법 행위 안 할 것"

이 회장은 "다시는 위와 같은 범법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을 다짐"했습니다.

이 '다짐'은 최종 형량에 영향을 줬습니다. 재판부는 '이 회장에게 유리한 요소' 중 하나로 봤습니다. 벌을 얼마나 줄지 고민하는 판사에게, 다시는 죄를 안 짓겠다는 피고인의 약속보다 가치 있는 게 있을까요.

이 회장은 2015년 12월 15일 서울고법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월, 벌금 252억 원을 선고받았고, 이듬해인 2016년 광복절에 사면됐습니다.

CJ그룹 이재현 회장님의 다짐은 진심이었을까요? 현재 진행 중인 특별 세무조사의 결론이 답을 말해줄 거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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