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급할 때 이제 어디로?”…프랑스 화장실 찾아 삼만리

입력 2025.01.1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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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커피 업체 스타벅스가 매장 내 화장실을 이제 고객만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미국 내 1만 6천여 개, 전 세계 2만 9천여 개 매장에 적용될 예정입니다. 그동안 스타벅스는 매장 내 화장실에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해 사실상 개방형 화장실을 운영해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매출이 계속 줄면서, 소비자를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 고객 전용으로 화장실 운영 정책을 전환하는 등 새로운 전략을 내놓은 것입니다. 노숙자나 불특정 다수가 화장실을 마구잡이 이용하면서 고객들이 발길을 끊고 있다는 판단으로 보입니다.

■ '화장실 문제' 악명 높은 프랑스

공공장소에서 화장실이 없어, 특히 여행객들 사이 악명이 높은 프랑스는 스타벅스의 새로운 화장실 정책으로 더 난감해진 곳 중 하나입니다. 한국이라면 당연히 있을 거라 여겨지는 백화점이나 지하철역은 물론이고 작은 커피숍들도 화장실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길거리에 공중화장실이 많은 것도 아닙니다. 파리 지하철역에서 유난히 냄새가 심한 것도 공중 화장실 문제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물론, 식당이나 바, 카페(식사류와 음료 등을 함께 파는 곳)에는 화장실이 있지만 손님이 아니면 이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맥도널드나 KFC 같은 미국계 패스트푸드점들 역시 매장에서 음식을 산 뒤 화장실 문을 열 수 있는 코드 번호나 코인을 받고서야 화장실 이용이 가능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실상 개방형 화장실을 제공하던 스타벅스마저 고객에게만 화장실 이용을 제한하겠다고 하니, 급할 때 더 갈 곳이 없어진 것이죠.

■ 프랑스인 78% "공중화장실 부족 개탄"

여행객들만 불편할까요? 아닙니다. 프랑스인들도 자국의 공중화장실 부족 문제에 대해 불만이 많습니다.
프랑스의 여론조사 업체 IFOP가 2021년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프랑스인 10명 중 8명 꼴(응답자의 78%)로 공중화장실 부족에 대해 개탄한다고 답했습니다.

프랑스인의 절반 정도는 공중화장실을 찾지 못해 실제 문제를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또 3분의 2는 자신이 사는 도시나 마을에서 공중화장실이 턱없이 부족해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더욱이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는 그나마 일반에 화장실을 개방했던 식당과 카페들도 보건 위기 이후 화장실 이용을 제한하며, 상황이 더 어려워졌다고 응답자들은 말합니다.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 인근에 있는 무료 공중화장실프랑스 파리 몽마르트 인근에 있는 무료 공중화장실

공중 화장실 위생 상태는 프랑스인들이 꼽은 또 다른 불편 사항 중 하나입니다. 복수 응답이 가능한, '공중화장실에 대한 불만 사항'을 묻는 질문에 60%는 "더럽다"(30세 미만 여성의 경우 이 비율은 87%까지 상승), 57%는 "냄새가 난다", 52%는 "충분히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중화장실이 있다고 해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다 보니, 지방 당국에 공중화장실 수를 늘려달라는 청원도 나오기도 했습니다. '만성 염증성 장 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한 단체가 제기한 청원입니다. 이처럼 소화기 문제를 겪고 있거나 고령인 사람들은 공중화장실이 부족해 산책을 포기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하기도 합니다.

■ 프랑스 여행 시 급하다면 어떻게?

파리정치대학 시앙스포 교수인 사회학자 줄리앙 데이먼은 독일과 영국처럼 프랑스 역시 식당이나 카페 등에서 개방형 화장실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데이먼은 특히 유엔에서 지적하는 '노상 방뇨' 문제에서 프랑스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이를 공중화장실 부족의 해결책으로 제시합니다. 하지만 프랑스법상 화장실을 일반에게 개방할지 여부는 식당이나 카페 등 시설 책임자의 재량에 전적으로 달린 만큼 이를 강제할 방법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당장 프랑스를 찾는 한국 여행객들은 화장실이 급할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길거리나 일부 지하철역 등에 있는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파리를 비롯해 프랑스 전역의 주요 도시에 있는 공중화장실 위치를 알려주는 웹사이트 'toilettespubliques.com'를 참고하면 됩니다. 다만, 앞서 프랑스인들의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듯 위생 상태는 보장할 수 없습니다.

유료 화장실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기차역이나 백화점, 대형 쇼핑몰 등에는 1~2유로를 내면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있습니다. 화장실을 한번 사용하는 데 우리 돈 1500~3000원을 내야 하는 게 우리 문화로는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대신 무료 화장실보다 비교적 깨끗한 편입니다.

마지막으로 정 급하다면 주변에 보이는 식당이나 카페에 들어가서 화장실 사용을 문의하고, 그쪽에서 돈을 요구하면 역시 1~2유로 정도를 내고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운이 좋다면 무료 이용도 가능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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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1-19 09: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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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커피 업체 스타벅스가 매장 내 화장실을 이제 고객만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미국 내 1만 6천여 개, 전 세계 2만 9천여 개 매장에 적용될 예정입니다. 그동안 스타벅스는 매장 내 화장실에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해 사실상 개방형 화장실을 운영해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매출이 계속 줄면서, 소비자를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 고객 전용으로 화장실 운영 정책을 전환하는 등 새로운 전략을 내놓은 것입니다. 노숙자나 불특정 다수가 화장실을 마구잡이 이용하면서 고객들이 발길을 끊고 있다는 판단으로 보입니다.

■ '화장실 문제' 악명 높은 프랑스

공공장소에서 화장실이 없어, 특히 여행객들 사이 악명이 높은 프랑스는 스타벅스의 새로운 화장실 정책으로 더 난감해진 곳 중 하나입니다. 한국이라면 당연히 있을 거라 여겨지는 백화점이나 지하철역은 물론이고 작은 커피숍들도 화장실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길거리에 공중화장실이 많은 것도 아닙니다. 파리 지하철역에서 유난히 냄새가 심한 것도 공중 화장실 문제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물론, 식당이나 바, 카페(식사류와 음료 등을 함께 파는 곳)에는 화장실이 있지만 손님이 아니면 이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맥도널드나 KFC 같은 미국계 패스트푸드점들 역시 매장에서 음식을 산 뒤 화장실 문을 열 수 있는 코드 번호나 코인을 받고서야 화장실 이용이 가능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실상 개방형 화장실을 제공하던 스타벅스마저 고객에게만 화장실 이용을 제한하겠다고 하니, 급할 때 더 갈 곳이 없어진 것이죠.

■ 프랑스인 78% "공중화장실 부족 개탄"

여행객들만 불편할까요? 아닙니다. 프랑스인들도 자국의 공중화장실 부족 문제에 대해 불만이 많습니다.
프랑스의 여론조사 업체 IFOP가 2021년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프랑스인 10명 중 8명 꼴(응답자의 78%)로 공중화장실 부족에 대해 개탄한다고 답했습니다.

프랑스인의 절반 정도는 공중화장실을 찾지 못해 실제 문제를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또 3분의 2는 자신이 사는 도시나 마을에서 공중화장실이 턱없이 부족해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더욱이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는 그나마 일반에 화장실을 개방했던 식당과 카페들도 보건 위기 이후 화장실 이용을 제한하며, 상황이 더 어려워졌다고 응답자들은 말합니다.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 인근에 있는 무료 공중화장실
공중 화장실 위생 상태는 프랑스인들이 꼽은 또 다른 불편 사항 중 하나입니다. 복수 응답이 가능한, '공중화장실에 대한 불만 사항'을 묻는 질문에 60%는 "더럽다"(30세 미만 여성의 경우 이 비율은 87%까지 상승), 57%는 "냄새가 난다", 52%는 "충분히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중화장실이 있다고 해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다 보니, 지방 당국에 공중화장실 수를 늘려달라는 청원도 나오기도 했습니다. '만성 염증성 장 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한 단체가 제기한 청원입니다. 이처럼 소화기 문제를 겪고 있거나 고령인 사람들은 공중화장실이 부족해 산책을 포기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하기도 합니다.

■ 프랑스 여행 시 급하다면 어떻게?

파리정치대학 시앙스포 교수인 사회학자 줄리앙 데이먼은 독일과 영국처럼 프랑스 역시 식당이나 카페 등에서 개방형 화장실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데이먼은 특히 유엔에서 지적하는 '노상 방뇨' 문제에서 프랑스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이를 공중화장실 부족의 해결책으로 제시합니다. 하지만 프랑스법상 화장실을 일반에게 개방할지 여부는 식당이나 카페 등 시설 책임자의 재량에 전적으로 달린 만큼 이를 강제할 방법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당장 프랑스를 찾는 한국 여행객들은 화장실이 급할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길거리나 일부 지하철역 등에 있는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파리를 비롯해 프랑스 전역의 주요 도시에 있는 공중화장실 위치를 알려주는 웹사이트 'toilettespubliques.com'를 참고하면 됩니다. 다만, 앞서 프랑스인들의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듯 위생 상태는 보장할 수 없습니다.

유료 화장실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기차역이나 백화점, 대형 쇼핑몰 등에는 1~2유로를 내면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있습니다. 화장실을 한번 사용하는 데 우리 돈 1500~3000원을 내야 하는 게 우리 문화로는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대신 무료 화장실보다 비교적 깨끗한 편입니다.

마지막으로 정 급하다면 주변에 보이는 식당이나 카페에 들어가서 화장실 사용을 문의하고, 그쪽에서 돈을 요구하면 역시 1~2유로 정도를 내고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운이 좋다면 무료 이용도 가능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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