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개막…“미국 진입 요금 징수하려 들 것” [일문일답]

입력 2025.01.20 (14:26) 수정 2025.01.20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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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제 47대 미국 대통령 공식 사진도널드 트럼프 제 47대 미국 대통령 공식 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일 새벽 2시(현지 시각 20일 정오) 공식 취임합니다. 스스로 '관세 맨(tariff man)'이라고 밝힌 트럼프 당선인이 강력한 보호무역 정책을 예고함에 따라 세계 무역 전쟁의 서막이 오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옵니다.

그렇다면, 다시 시작된 트럼프 시대 우리 경제는 어떤 변화를 겪게 될까요? 정철 한국경제인협회 연구총괄대표 겸 한국경제연구원장은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이라는 '요새'에 진입하는 요금을 징수하려 들 것이라며 "당사국 간 개별 협상과 압박을 통해 미국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정 원장과 KBS가 서면으로 진행한 인터뷰 일문일답을 전합니다.

Q. 도널드 트럼프는 어떤 사람인가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판을 흔들 줄 아는 전략가로, 경제·통상정책 역시 상식 밖의 아젠다를 던진 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무리수로 여겨지는 카드를 제시한 후, 그것을 기준점 삼아 협상에 임하며 상대보다 유리한 고지에서 출발하는 것이 트럼프의 전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트럼프 통상정책의 핵심으로 꼽히는, 이른바 '보편 관세'만 하더라도, 상당히 비현실적인 이야기지만 트럼프는 이를 활용하겠다고 거듭 밝혀 왔습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보편 관세는 개별 국가와의 일대일 협상에서도 미국의 중요한 카드가 될 것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우선주의' 기조하에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다자체제 대신 당사국 간 개별 협상·압박을 통한 미국의 이익 극대화를 추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관세 인상, 투자 제한, 폐쇄적 이민 정책 등으로 미국이 높은 장벽을 가진 요새화가 될 전망입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해외 기업 투자 유치를 위해 보조금 등 인센티브를 제공했던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요새 진입에 대한 요금을 징수하려 들 것입니다.

Q. 트럼프 1기 당시 우리의 대미 무역수지는 2016년 232억 달러를 넘던 것이 2020년에는 160억 달러 수준으로 추락했습니다. 수출 자체는 늘었는데, 수입이 그에 비해 더 큰 폭으로 늘었습니다.

트럼프 1기 당시(’16년 대비 ’20년) 수입은 수출에 비해 약 2배 증가했습니다. 수출이 76억 달러 늘어날 동안 수입은 143억 달러 증가한 것입니다.

특히, 원유와 가스 등 에너지 분야는 당시 수입이 늘어난 대표적인 품목이었습니다. 2016년 미국산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 비중은 각각 0.2%, 0.1%였으나 트럼프 1기 때부터 수입을 늘려 ’23년 각각 13.5%, 11.6%까지 증가했습니다.

◆ 미국산 수입 비중(%, 무역협회)
- 원유 : 1.2(’17) → 5.3(’18) → 12.4(’19) → 10.2(’20) → 12.1(’21) → 12.9(’22)
- 천연가스 : 5.2(’17)→10.6(’18)→12.8(’19)→14.4(’20) → 18.5(’21) → 12.4(’22)

미국산 원유 수입 증가는 대미 무역 흑자 관리, 가격 경쟁력, 정책적 지원, 수입 다변화를 통한 리스크 관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당시 미국 셰일가스 개발의 영향으로 트럼프 1기(’17~’21) WTI 평균 가격은 배럴당 56달러로 두바이유 평균 59.61달러보다 낮게 유지됐습니다. 또, 한미 FTA로 미국산 원유에 대해서는 관세가 면제되며, 정부는 ‘원유 도입처 다변화 지원 제도’를 통해 비(非)중동산 원유 수입 운송비를 지원했습니다. 이에 더해, 미국이 2018년 11월 제3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제재하고 2019년 5월 한국에 대한 예외 조처를 중단하는 등 리스크 분산 필요성이 대두된 상황이었습니다.

Q. 다시 돌아온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와 통상 환경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트럼프 2기엔 "위대한 미국 건설(MAGA)”을 위한 경제·통상정책이 더욱 신속히 추진되고, 협상테이블에서의 위협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커질 전망입니다. 보편 관세 등을 전제로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대상국을 우선적으로 압박해 나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은 1기 행정부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감 있고 신속하게 정책을 집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상대적으로 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출범해 행정 관료 인선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반면 2기는 더 많은 인재 풀이 준비되어, 당선 3주 안에 내각과 백악관 장관급 22명 인선이 완료됐습니다.

게다가 트럼프 2기는 공화당이 상·하원의 과반을 확정한 상황으로, 트럼프 2기의 통상정책 관련 위협의 목소리에 더 큰 무게가 실립니다. 트럼프 2기가 추진하고자 하는 보편 관세는 단기적으로도 미국의 무역적자 해결과 미국 내 제조업 부흥에 대한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효과를 가지고 올 공산이 큽니다.

“미중 갈등, 단순한 무역전쟁 넘어 첨단 기술과 공급망 재편으로 확대될 것”“미중 갈등, 단순한 무역전쟁 넘어 첨단 기술과 공급망 재편으로 확대될 것”

트럼프 2기의 미중 갈등은 단순한 무역전쟁을 넘어 첨단 기술 및 공급망 재편으로 확대될 전망입니다.

앞서 트럼프 1기의 대중 관세 전쟁은 GVC(글로벌 가치 사슬 즉 공급망) 재편 초창기라는 시기적 요인과 중국의 우회 수출, 코로나19 위기라는 상황적 요인이 작용해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간 바이든 정부에도 지속된 대중국 압박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번 2기에는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산 모든 품목에 대한 관세 60% 부과를 약속하는 등 미국 내 제조업 부흥과 대중국 무역적자 문제 해결에 있어 가시적 성과를 가지고 올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배터리, IT 등 핵심 산업에서 미국의 공급망 참여 압력을 강하게 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대중 의존도를 더욱 줄여야 하는 숙제가 있습니다.

다만 미국이 요새화(Fortress America)된다면 이미 입장한 한국기업에는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미국 시장 접근의 문턱이 높아진다면, 이미 보조금을 받고 요새 안으로 들어가 있는 한국기업에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대미무역 흑자 폭 큰 자동차 산업, 관세 인상의 영향권에 들 것 불가피해 보여”“대미무역 흑자 폭 큰 자동차 산업, 관세 인상의 영향권에 들 것 불가피해 보여”

Q.트럼프 당선인이 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자동차 업계가 영향권에 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보편 관세는 법인세·소득세 감면에 따른 세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논의될 수 있어, 트럼프 정부는 경제에 미칠 영향을 검토한 뒤 신중히 결정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보편 관세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로 실행 부담이 크므로, 협상 카드로 활용하되 유예 조치 등으로 빠져나갈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보편 관세 대신 품목별 관세를 부과한다고 하더라도 대미무역수지 흑자 폭이 큰 자동차 산업은 관세인상의 영향권 안에 포함되는 것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특히, 자동차 및 관련 부품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가장 크고 증가 속도도 빨라서 트럼프 정부가 주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공화당은 2024년 정강 정책에서 자동차 산업 보호를 명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우리 지동차 기업은 미국 내 공장이 있고 최근 현대차 조지아주 공장도 완공되어 관세에 따른 영향을 어느 정도 피해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Q.트럼프 대통령은 내연기관차 규제 완화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를 공언하기도 했습니다. 전기차 시장은 어떻게 될까요?

트럼프 당선인은 배기가스 규제가 전기차 산업의 중국 의존도를 증가시키고 전력 가격 상승을 유발한다고 주장하면서 IRA 법에 근거한 전기차 관련 보조금의 축소 또는 폐지를 공언했습니다.

트럼프 정부가 IRA 법을 전면 폐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IRA로 인한 혜택이 주로 공화당 지지 지역인 'Red States'에 집중돼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지역의 경제적 이익과 IRA 철폐를 반대하는 공화당 여론을 고려할 때, 최소 공화당 지지 지역에 대한 혜택은 유지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기존 전기차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혜택은 축소하고 미국 공급망 구축을 위한 보조금 지급 요건은 강화하는 방향으로 수정될 가능성은 있습니다. 배터리와 주요 광물에서는 미국 내 공급망 강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소비자 지원책을 축소하면, 전기차 전환 속도가 더뎌지고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이 가속화될 것입니다. 이는 전기차 업체뿐만 아니라 국내 이차전지 산업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
- IRA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핵심광물의 경우 50% 이상을 미국 또는 미국의 FTA 체결국에서, 부품은 60% 이상을 북미(미국, 멕시코, 캐나다)에서 생산된 배터리 활용 조건 충족 필요
- 기업이 미국에서 배터리 셀과 모듈을 생산·판매할 경우 세액공제 부여

우리로서는 공급망 안정화 기금과 국제 협력 등을 활용해 배터리 소재와 광물의 다양한 공급원을 확보하고, 신제품 및 기술개발을 통해 글로벌 시장 개척과 수출시장 다변화에 대한 모색이 필요합니다.

특히, 트럼프 정부가 전기차 산업에서 중국산 차단 정책도 함께 강력히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여기에서 한국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한국산 제품의 우수한 품질과 높은 신뢰성을 기반으로 미국의 공급망 구축에 좋은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 긴밀한 정부 간 대화가 중요하며 이를 통해 우호국 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지위를 확고히 다질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의 대중 수출 제한 본격화되면 우리 기업 수출에 타격 예상”“미국의 대중 수출 제한 본격화되면 우리 기업 수출에 타격 예상”

Q.우리의 또다른 주력 수출품, 반도체 업계는 어떤 변화를 겪게 될까요?

반도체 보호무역주의는 부정적 요인이지만, 대중 반도체 규제를 통한 반사 이익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정책에 더해, 인공지능 산업의 발달로 반도체 관련 보호무역주의 추세는 강화될 전망입니다. 특히, 인공지능 반도체와 고성능 반도체 관련 경쟁 우위 확보를 위한 미국 중심 정책이 구체화 하고, 중국 규제 움직임은 심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면, 한국은 미국 메모리 반도체 수입의 3위를 차지하는 만큼, 대중 반도체 규제 심화의 반사 이익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단, 이를 위해선 고성능 반도체 분야에서의 파트너 위치를 확보한다는 전제 조건이 필요합니다.

Q.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 규제 움직임이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하셨는데, 바이든 정부로부터 이어진 대중 수출 규제가 이어질 것으로 보시는지요?

지난 12일 바이든 행정부는 AI 반도체 신규 수출통제 정책에서 한국을 포함한 약 20개 동맹국 및 파트너들을 제외했습니다. 트럼프 정부 또한 자국 이익에 부합하는 정책에 대해 고려·계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바이든 정부와 트럼프 정부 모두 미국의 전략 경쟁 상대인 중국 견제가 목표이므로 미국 이익에 부합하는 정책 기조는 유지할 확률이 높습니다.

미국은 반도체산업뿐만 아니라 첨단산업 육성 및 보호를 위해 오바마 정부 시절부터 현 바이든 정부까지 정당과 관계없이 일관된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의 '반도체 산업에서 미국의 지배력 유지' 보고서(’17.1월)를 시작으로 트럼프 1기 '반도체 제조 인센티브 법안' 통과(’20.6월), 그리고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과학법'(’22.8월)으로 산업정책을 지속적으로 계승하고 있습니다.

우리 기업들로서는 대중 중간재 수출 감소와 미국의 대중 수출 제한 등으로 중국에 보유한 생산시설의 해외 재배치 등 추가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습니다. 여전히 중국과의 교역규모가 큰 상황에서 대중 수출 제한이 본격화되면, 우리 기업들의 수출에 큰 타격이 예상됩니다.

이를 위해 미국의 수출규제 동향을 면밀히 파악하고 국내 산업의 피해 최소화를 위한 사전 협력하고 조율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앞서 산업부는 미국의 대중 HBM 수출통제에 대해 국내 기업 피해 방지를 위해 미국과 사전 협의했고, 지난해 12월 수출규제 규정에 맞춘 수출 방식 전환을 통해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수출 규제 동향 면밀히 파악하고 국내 산업 피해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미국의 수출 규제 동향 면밀히 파악하고 국내 산업 피해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기업별로 대중국 의존도 축소를 검토‧추진하겠으나, 단기간 대안 마련이 어려운 상황으로 과도기적 상황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합니다. 정부가 주요국의 대중 디커플링 정책을 모니터링하면서 동시에 중국 의존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산업‧품목에 대해 금융‧세제를 적극 지원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기술 패권 탈환 전쟁 격화로 반도체 소재 의존도가 높은 일본으로부터 미·일·대만 반도체 파운드리 협력을 바탕으로 한 견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은 일본 소부장 즉 소재·부품·장비 산업에 의존해야 하는 기술적 취약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관련 품목의 공급망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합니다. 반도체 소재 핵심 품목인 포토레지스트(감광제) 및 고순도 불화수소(중국에 진출한 일본 또는 외국계 기업 포함)의 경우 대일 의존도가 각 88%(’23년)에 달합니다. 한·미·일 상호 간 공급망 협력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과도한 중국 편향을 줄이는 방향으로 한·중 공급망 체계의 개선도 시급합니다. EV 배터리 4대 핵심 소재(양극재·음극재·분리막·전해액) 점유율 전 품목은 대중 의존도가 70% 이상이며, 흑연의 경우 80% 이상입니다.

“고부가가치 선박 및 유지‧보수‧정비 서비스 중심으로 한미 협력 확대 필요”“고부가가치 선박 및 유지‧보수‧정비 서비스 중심으로 한미 협력 확대 필요”

Q. 트럼프 2기를 기대하는 업계도 있습니다. 조선업은 트럼프 당선인이 직접 한국의 도움을 언급하기까지 했습니다.

트럼프 신정부의 ▸조선업 재부흥, ▸中 조선업 견제, ▸셰일가스 활용 등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국과의 협력을 활용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고부가가치 선박 및 MRO(유지‧보수‧정비) 서비스 중심으로 양국 협력의 확대가 필요합니다.

향후 미국의 LNG(액화천연가스)ㆍLPG(액화석유가스)에 대한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한국이 높은 경쟁력을 보유한 LNG 운반선 발주도 확대될 전망입니다. LNG‧LPG는 화석연료에서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중간 단계의 '브릿지 에너지(Bridge Energy)'로 평가됩니다. 국내 조선사는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 운반선 29척 및 암모니아 운반선 20척 등 브릿지 에너지 운반선 수주 물량의 100%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24.1분기 기준)

또, 한국은 미 함선의 MRO(유지‧보수‧정비)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입니다. 서태평양에 주둔하는 미 7함대의 주둔지 MRO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약 3.3억 달러로, 연평균 30%씩 성장(’21~’23년)하고 있습니다.

다만, 트럼프의 협상 스타일상, 한국 조선업 수혜에 상응하는 대가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Q. 원자력 분야도 한미 협력을 기대하고 있는데요. 트럼프 당선인이 향후 협력 과정에서 우리 기업에 무리한 요구를 할 가능성도 있을까요?

트럼프 정부는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해 한국 조선 기업의 미국 투자 확대 요구,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관련 견제 등 다양한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 조선 기업의 미국 조선소에 대한 자본투자 등을 통한 미국 현지화 요구가 예상되고, 미국 해군 함정 유지·보수(MRO) 비용을 방위비 분담 차원에서 한국에 부담시킬 수도 있는 실정입니다. 또, 미국이 경쟁력이 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 분야에서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해 소형모듈원자로 설계·제작·설치 등과 관련한 지식재산권 분쟁 등 다양한 방식의 견제가 예상됩니다.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조선 및 원자력 산업은 전략적으로 중요 산업입니다. 이에 따라 해당 산업의 핵심기술 또는 데이터 등을 과도하게 요구하거나 보편 관세와 같은 관세 정책을 활용하여 우회 압박할 가능성 또한 존재합니다.

미국 자동차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대미 흑자 대표 품목인 한국 자동차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을 협상카드로도 활용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미 트럼프 1기 당시 철강·알루미늄 부문에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했던 사례처럼 향후 자동차 산업으로 확대될 가능성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에 따라 산업 내 한미 간 다양한 협력 모델 추진을 통해 해당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고 관련 민간 기업의 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전략이 절실합니다.

중국의 전기차 제조 업체 BYD(비야디)가 지난 16일 한국 시장에 공식 진출했다중국의 전기차 제조 업체 BYD(비야디)가 지난 16일 한국 시장에 공식 진출했다

Q. 트럼프 2기, 중국 변수도 달라진 것 같습니다. 중국의 기술력은 이제 우리를 바짝 쫓아와 일부 분야에서는 추월하기까지 했습니다.

중국의 기술은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이미 한국을 추월하였거나 상당히 근접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11대 분야 136개 핵심 과학기술이 중국에 처음 역전당했습니다. 미국의 과학기술을 100%로 놓고 봤을 때, 중국은 82.6%, 한국은 81.5%로 평가되었으며, 이는 중국이 한국을 앞지른 첫 사례입니다.

게다가 중국은 국가 주도의 적극적 지원 정책과 적극적인 R&D 투자를 통해 글로벌 선도 국가·기업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인협회 자료에 따르면, 첨단기업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한국 3.5%, 중국 4.1%로 중국이 앞서고 있습니다.

- 2023년 화웨이의 R&D 규모(약 30조 5800억 원)는 삼성전자의 같은 해 R&D 투자(28조 3397억 원)를 능가하며, 한국 정부 R&D 예산(31조 1000억 원)과 유사한 규모
- 2010년∼2019년 기준 R&D 지출 규모는 1위 미국이지만, 중국은 미국의 약 2배에 달하는 R&D 지출 연평균 성장률을 보이며 추격 중(KISTEP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중국 내 과잉투자가 글로벌 공급과잉을 유발하고 있으며, 중국 기업의 밀어내기 공세는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우리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철강과 석유화학 등 중국과 경쟁하고 있는 산업은 이미 중국발 저가 밀어내기 공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올해에도 부진은 이어질 전망입니다.

* 중국 철강 공급과잉 규모 : 8380만t(’23년) → 1억 1000만t(’24년, 전망)
중국산 후판 수입량 : 47만t(’21년) → 131만t(’23년)
중국산 철강재 수입량 : 675만 5759t(’22년) → 735만 5041t(’24년 1~10월)

한편, 중국의 디플레이션과 내수 침체는 한국의 대중국 수출에 타격을 줄 것이며,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완전 배제하기 어려운 측면이 존재하므로 미중 대립 구도 속에서 균형 잡힌 전략적 선택이 필요합니다.

한경협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중국 기업이 지분을 보유한 핵심 광물 광산은 1,992개로 한국(36개), 미국(1,976개), 일본(134개) 가운데 최다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 핵심 광물 7종 : 동, 아연, 연(납), 철광석, 니켈, 리튬, 코발트
* 4차산업에 핵심적인 ‘리튬’과 ‘코발트’의 경우 세계 생산량은 각각 호주(46.9%), 콩고민주공화국(68.6%)이 가장 많으나, 한국은 두 광물 모두 중국에 가장 크게 의존(리튬과 코발트 각각 87.9%, 72.8%를 중국에서 수입)

Q. 첨단 산업을 둘러싼 미중 갈등의 심화, 우리에게 기회로 다가올 수도 있을까요?

미중 갈등 심화로 미국은 중국산 제품을 자국산으로 대체해 나가겠지만, 단기적으로는 한국산 제품이 대안으로 반사이익을 누릴 여지도 있습니다.

원자로 및 산업기기(SMR 및 원자로 부품, 에너지 및 산업기계 설비 등), 광물류(석유정제/화학 부산물), 철강, 선박류(방산 등을 포함) 등은 단기간에 미국산 대체가 어려워 고율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미국의 수입 수요가 존재합니다.

한국이 중국산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전제 조건은 ① 중국산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상쇄할 정도로 중국에 고율 관세 부과, ② 중국산 제품의 대미 우회 수출 차단, ③, 한·미 재계 및 정부 간 협력 채널의 원활한 작동 등입니다.

한미 FTA 쿼터로 수출이 제한된 철강류는 정부 간 협상을 통해 조정 방안(쿼터 확대 등)을 모색해야 합니다. 아울러 중국산 대체 수입선으로서 한국 철강의 안정성, 품질, 가격경쟁력 등과 함께, 이를 중간재로 활용하는 기업·산업과의 협력을 통한 상호 이익 등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엔비디아 젠슨 황 CEO가 지난 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기술 엑스포 CES에서 휴머노이드 파트너 업체를 소개하고 있다엔비디아 젠슨 황 CEO가 지난 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기술 엑스포 CES에서 휴머노이드 파트너 업체를 소개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첨단 기술 개발을 통한 신성장 동력 확보해야"

다만 이는 단기적인 효과로 한국에 시간을 벌어주는 것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첨단기술 개발을 통한 신성장 동력 확보 등 한국경제의 본질적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경쟁이 본격화된 핵심 첨단산업 AI, 반도체, 그린에너지는 물론 차세대 첨단산업 양자, 우주 등에서 경쟁력 확보해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합니다. 고 이병철 회장이 미국과 일본이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83년 본격적으로 반도체 사업에 진출했듯이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투자 및 육성이 필요합니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초크 포인트(핵심 요충지) 위치를 선점 또는 유지하는 것 역시 한국 경제가 성장을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경제 안보 차원에서도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정철 한국경제인협회 연구총괄대표 겸 한국경제연구원장정철 한국경제인협회 연구총괄대표 겸 한국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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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1-20 14:26:47
    • 수정2025-01-20 16: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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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제 47대 미국 대통령 공식 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일 새벽 2시(현지 시각 20일 정오) 공식 취임합니다. 스스로 '관세 맨(tariff man)'이라고 밝힌 트럼프 당선인이 강력한 보호무역 정책을 예고함에 따라 세계 무역 전쟁의 서막이 오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옵니다.

그렇다면, 다시 시작된 트럼프 시대 우리 경제는 어떤 변화를 겪게 될까요? 정철 한국경제인협회 연구총괄대표 겸 한국경제연구원장은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이라는 '요새'에 진입하는 요금을 징수하려 들 것이라며 "당사국 간 개별 협상과 압박을 통해 미국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정 원장과 KBS가 서면으로 진행한 인터뷰 일문일답을 전합니다.

Q. 도널드 트럼프는 어떤 사람인가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판을 흔들 줄 아는 전략가로, 경제·통상정책 역시 상식 밖의 아젠다를 던진 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무리수로 여겨지는 카드를 제시한 후, 그것을 기준점 삼아 협상에 임하며 상대보다 유리한 고지에서 출발하는 것이 트럼프의 전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트럼프 통상정책의 핵심으로 꼽히는, 이른바 '보편 관세'만 하더라도, 상당히 비현실적인 이야기지만 트럼프는 이를 활용하겠다고 거듭 밝혀 왔습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보편 관세는 개별 국가와의 일대일 협상에서도 미국의 중요한 카드가 될 것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우선주의' 기조하에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다자체제 대신 당사국 간 개별 협상·압박을 통한 미국의 이익 극대화를 추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관세 인상, 투자 제한, 폐쇄적 이민 정책 등으로 미국이 높은 장벽을 가진 요새화가 될 전망입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해외 기업 투자 유치를 위해 보조금 등 인센티브를 제공했던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요새 진입에 대한 요금을 징수하려 들 것입니다.

Q. 트럼프 1기 당시 우리의 대미 무역수지는 2016년 232억 달러를 넘던 것이 2020년에는 160억 달러 수준으로 추락했습니다. 수출 자체는 늘었는데, 수입이 그에 비해 더 큰 폭으로 늘었습니다.

트럼프 1기 당시(’16년 대비 ’20년) 수입은 수출에 비해 약 2배 증가했습니다. 수출이 76억 달러 늘어날 동안 수입은 143억 달러 증가한 것입니다.

특히, 원유와 가스 등 에너지 분야는 당시 수입이 늘어난 대표적인 품목이었습니다. 2016년 미국산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 비중은 각각 0.2%, 0.1%였으나 트럼프 1기 때부터 수입을 늘려 ’23년 각각 13.5%, 11.6%까지 증가했습니다.

◆ 미국산 수입 비중(%, 무역협회)
- 원유 : 1.2(’17) → 5.3(’18) → 12.4(’19) → 10.2(’20) → 12.1(’21) → 12.9(’22)
- 천연가스 : 5.2(’17)→10.6(’18)→12.8(’19)→14.4(’20) → 18.5(’21) → 12.4(’22)

미국산 원유 수입 증가는 대미 무역 흑자 관리, 가격 경쟁력, 정책적 지원, 수입 다변화를 통한 리스크 관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당시 미국 셰일가스 개발의 영향으로 트럼프 1기(’17~’21) WTI 평균 가격은 배럴당 56달러로 두바이유 평균 59.61달러보다 낮게 유지됐습니다. 또, 한미 FTA로 미국산 원유에 대해서는 관세가 면제되며, 정부는 ‘원유 도입처 다변화 지원 제도’를 통해 비(非)중동산 원유 수입 운송비를 지원했습니다. 이에 더해, 미국이 2018년 11월 제3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제재하고 2019년 5월 한국에 대한 예외 조처를 중단하는 등 리스크 분산 필요성이 대두된 상황이었습니다.

Q. 다시 돌아온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와 통상 환경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트럼프 2기엔 "위대한 미국 건설(MAGA)”을 위한 경제·통상정책이 더욱 신속히 추진되고, 협상테이블에서의 위협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커질 전망입니다. 보편 관세 등을 전제로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대상국을 우선적으로 압박해 나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은 1기 행정부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감 있고 신속하게 정책을 집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상대적으로 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출범해 행정 관료 인선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반면 2기는 더 많은 인재 풀이 준비되어, 당선 3주 안에 내각과 백악관 장관급 22명 인선이 완료됐습니다.

게다가 트럼프 2기는 공화당이 상·하원의 과반을 확정한 상황으로, 트럼프 2기의 통상정책 관련 위협의 목소리에 더 큰 무게가 실립니다. 트럼프 2기가 추진하고자 하는 보편 관세는 단기적으로도 미국의 무역적자 해결과 미국 내 제조업 부흥에 대한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효과를 가지고 올 공산이 큽니다.

“미중 갈등, 단순한 무역전쟁 넘어 첨단 기술과 공급망 재편으로 확대될 것”
트럼프 2기의 미중 갈등은 단순한 무역전쟁을 넘어 첨단 기술 및 공급망 재편으로 확대될 전망입니다.

앞서 트럼프 1기의 대중 관세 전쟁은 GVC(글로벌 가치 사슬 즉 공급망) 재편 초창기라는 시기적 요인과 중국의 우회 수출, 코로나19 위기라는 상황적 요인이 작용해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간 바이든 정부에도 지속된 대중국 압박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번 2기에는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산 모든 품목에 대한 관세 60% 부과를 약속하는 등 미국 내 제조업 부흥과 대중국 무역적자 문제 해결에 있어 가시적 성과를 가지고 올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배터리, IT 등 핵심 산업에서 미국의 공급망 참여 압력을 강하게 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대중 의존도를 더욱 줄여야 하는 숙제가 있습니다.

다만 미국이 요새화(Fortress America)된다면 이미 입장한 한국기업에는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미국 시장 접근의 문턱이 높아진다면, 이미 보조금을 받고 요새 안으로 들어가 있는 한국기업에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대미무역 흑자 폭 큰 자동차 산업, 관세 인상의 영향권에 들 것 불가피해 보여”
Q.트럼프 당선인이 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자동차 업계가 영향권에 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보편 관세는 법인세·소득세 감면에 따른 세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논의될 수 있어, 트럼프 정부는 경제에 미칠 영향을 검토한 뒤 신중히 결정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보편 관세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로 실행 부담이 크므로, 협상 카드로 활용하되 유예 조치 등으로 빠져나갈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보편 관세 대신 품목별 관세를 부과한다고 하더라도 대미무역수지 흑자 폭이 큰 자동차 산업은 관세인상의 영향권 안에 포함되는 것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특히, 자동차 및 관련 부품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가장 크고 증가 속도도 빨라서 트럼프 정부가 주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공화당은 2024년 정강 정책에서 자동차 산업 보호를 명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우리 지동차 기업은 미국 내 공장이 있고 최근 현대차 조지아주 공장도 완공되어 관세에 따른 영향을 어느 정도 피해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Q.트럼프 대통령은 내연기관차 규제 완화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를 공언하기도 했습니다. 전기차 시장은 어떻게 될까요?

트럼프 당선인은 배기가스 규제가 전기차 산업의 중국 의존도를 증가시키고 전력 가격 상승을 유발한다고 주장하면서 IRA 법에 근거한 전기차 관련 보조금의 축소 또는 폐지를 공언했습니다.

트럼프 정부가 IRA 법을 전면 폐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IRA로 인한 혜택이 주로 공화당 지지 지역인 'Red States'에 집중돼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지역의 경제적 이익과 IRA 철폐를 반대하는 공화당 여론을 고려할 때, 최소 공화당 지지 지역에 대한 혜택은 유지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기존 전기차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혜택은 축소하고 미국 공급망 구축을 위한 보조금 지급 요건은 강화하는 방향으로 수정될 가능성은 있습니다. 배터리와 주요 광물에서는 미국 내 공급망 강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소비자 지원책을 축소하면, 전기차 전환 속도가 더뎌지고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이 가속화될 것입니다. 이는 전기차 업체뿐만 아니라 국내 이차전지 산업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
- IRA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핵심광물의 경우 50% 이상을 미국 또는 미국의 FTA 체결국에서, 부품은 60% 이상을 북미(미국, 멕시코, 캐나다)에서 생산된 배터리 활용 조건 충족 필요
- 기업이 미국에서 배터리 셀과 모듈을 생산·판매할 경우 세액공제 부여

우리로서는 공급망 안정화 기금과 국제 협력 등을 활용해 배터리 소재와 광물의 다양한 공급원을 확보하고, 신제품 및 기술개발을 통해 글로벌 시장 개척과 수출시장 다변화에 대한 모색이 필요합니다.

특히, 트럼프 정부가 전기차 산업에서 중국산 차단 정책도 함께 강력히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여기에서 한국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한국산 제품의 우수한 품질과 높은 신뢰성을 기반으로 미국의 공급망 구축에 좋은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 긴밀한 정부 간 대화가 중요하며 이를 통해 우호국 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지위를 확고히 다질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의 대중 수출 제한 본격화되면 우리 기업 수출에 타격 예상”
Q.우리의 또다른 주력 수출품, 반도체 업계는 어떤 변화를 겪게 될까요?

반도체 보호무역주의는 부정적 요인이지만, 대중 반도체 규제를 통한 반사 이익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정책에 더해, 인공지능 산업의 발달로 반도체 관련 보호무역주의 추세는 강화될 전망입니다. 특히, 인공지능 반도체와 고성능 반도체 관련 경쟁 우위 확보를 위한 미국 중심 정책이 구체화 하고, 중국 규제 움직임은 심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면, 한국은 미국 메모리 반도체 수입의 3위를 차지하는 만큼, 대중 반도체 규제 심화의 반사 이익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단, 이를 위해선 고성능 반도체 분야에서의 파트너 위치를 확보한다는 전제 조건이 필요합니다.

Q.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 규제 움직임이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하셨는데, 바이든 정부로부터 이어진 대중 수출 규제가 이어질 것으로 보시는지요?

지난 12일 바이든 행정부는 AI 반도체 신규 수출통제 정책에서 한국을 포함한 약 20개 동맹국 및 파트너들을 제외했습니다. 트럼프 정부 또한 자국 이익에 부합하는 정책에 대해 고려·계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바이든 정부와 트럼프 정부 모두 미국의 전략 경쟁 상대인 중국 견제가 목표이므로 미국 이익에 부합하는 정책 기조는 유지할 확률이 높습니다.

미국은 반도체산업뿐만 아니라 첨단산업 육성 및 보호를 위해 오바마 정부 시절부터 현 바이든 정부까지 정당과 관계없이 일관된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의 '반도체 산업에서 미국의 지배력 유지' 보고서(’17.1월)를 시작으로 트럼프 1기 '반도체 제조 인센티브 법안' 통과(’20.6월), 그리고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과학법'(’22.8월)으로 산업정책을 지속적으로 계승하고 있습니다.

우리 기업들로서는 대중 중간재 수출 감소와 미국의 대중 수출 제한 등으로 중국에 보유한 생산시설의 해외 재배치 등 추가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습니다. 여전히 중국과의 교역규모가 큰 상황에서 대중 수출 제한이 본격화되면, 우리 기업들의 수출에 큰 타격이 예상됩니다.

이를 위해 미국의 수출규제 동향을 면밀히 파악하고 국내 산업의 피해 최소화를 위한 사전 협력하고 조율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앞서 산업부는 미국의 대중 HBM 수출통제에 대해 국내 기업 피해 방지를 위해 미국과 사전 협의했고, 지난해 12월 수출규제 규정에 맞춘 수출 방식 전환을 통해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수출 규제 동향 면밀히 파악하고 국내 산업 피해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기업별로 대중국 의존도 축소를 검토‧추진하겠으나, 단기간 대안 마련이 어려운 상황으로 과도기적 상황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합니다. 정부가 주요국의 대중 디커플링 정책을 모니터링하면서 동시에 중국 의존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산업‧품목에 대해 금융‧세제를 적극 지원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기술 패권 탈환 전쟁 격화로 반도체 소재 의존도가 높은 일본으로부터 미·일·대만 반도체 파운드리 협력을 바탕으로 한 견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은 일본 소부장 즉 소재·부품·장비 산업에 의존해야 하는 기술적 취약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관련 품목의 공급망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합니다. 반도체 소재 핵심 품목인 포토레지스트(감광제) 및 고순도 불화수소(중국에 진출한 일본 또는 외국계 기업 포함)의 경우 대일 의존도가 각 88%(’23년)에 달합니다. 한·미·일 상호 간 공급망 협력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과도한 중국 편향을 줄이는 방향으로 한·중 공급망 체계의 개선도 시급합니다. EV 배터리 4대 핵심 소재(양극재·음극재·분리막·전해액) 점유율 전 품목은 대중 의존도가 70% 이상이며, 흑연의 경우 80% 이상입니다.

“고부가가치 선박 및 유지‧보수‧정비 서비스 중심으로 한미 협력 확대 필요”
Q. 트럼프 2기를 기대하는 업계도 있습니다. 조선업은 트럼프 당선인이 직접 한국의 도움을 언급하기까지 했습니다.

트럼프 신정부의 ▸조선업 재부흥, ▸中 조선업 견제, ▸셰일가스 활용 등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국과의 협력을 활용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고부가가치 선박 및 MRO(유지‧보수‧정비) 서비스 중심으로 양국 협력의 확대가 필요합니다.

향후 미국의 LNG(액화천연가스)ㆍLPG(액화석유가스)에 대한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한국이 높은 경쟁력을 보유한 LNG 운반선 발주도 확대될 전망입니다. LNG‧LPG는 화석연료에서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중간 단계의 '브릿지 에너지(Bridge Energy)'로 평가됩니다. 국내 조선사는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 운반선 29척 및 암모니아 운반선 20척 등 브릿지 에너지 운반선 수주 물량의 100%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24.1분기 기준)

또, 한국은 미 함선의 MRO(유지‧보수‧정비)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입니다. 서태평양에 주둔하는 미 7함대의 주둔지 MRO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약 3.3억 달러로, 연평균 30%씩 성장(’21~’23년)하고 있습니다.

다만, 트럼프의 협상 스타일상, 한국 조선업 수혜에 상응하는 대가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Q. 원자력 분야도 한미 협력을 기대하고 있는데요. 트럼프 당선인이 향후 협력 과정에서 우리 기업에 무리한 요구를 할 가능성도 있을까요?

트럼프 정부는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해 한국 조선 기업의 미국 투자 확대 요구,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관련 견제 등 다양한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 조선 기업의 미국 조선소에 대한 자본투자 등을 통한 미국 현지화 요구가 예상되고, 미국 해군 함정 유지·보수(MRO) 비용을 방위비 분담 차원에서 한국에 부담시킬 수도 있는 실정입니다. 또, 미국이 경쟁력이 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 분야에서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해 소형모듈원자로 설계·제작·설치 등과 관련한 지식재산권 분쟁 등 다양한 방식의 견제가 예상됩니다.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조선 및 원자력 산업은 전략적으로 중요 산업입니다. 이에 따라 해당 산업의 핵심기술 또는 데이터 등을 과도하게 요구하거나 보편 관세와 같은 관세 정책을 활용하여 우회 압박할 가능성 또한 존재합니다.

미국 자동차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대미 흑자 대표 품목인 한국 자동차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을 협상카드로도 활용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미 트럼프 1기 당시 철강·알루미늄 부문에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했던 사례처럼 향후 자동차 산업으로 확대될 가능성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에 따라 산업 내 한미 간 다양한 협력 모델 추진을 통해 해당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고 관련 민간 기업의 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전략이 절실합니다.

중국의 전기차 제조 업체 BYD(비야디)가 지난 16일 한국 시장에 공식 진출했다
Q. 트럼프 2기, 중국 변수도 달라진 것 같습니다. 중국의 기술력은 이제 우리를 바짝 쫓아와 일부 분야에서는 추월하기까지 했습니다.

중국의 기술은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이미 한국을 추월하였거나 상당히 근접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11대 분야 136개 핵심 과학기술이 중국에 처음 역전당했습니다. 미국의 과학기술을 100%로 놓고 봤을 때, 중국은 82.6%, 한국은 81.5%로 평가되었으며, 이는 중국이 한국을 앞지른 첫 사례입니다.

게다가 중국은 국가 주도의 적극적 지원 정책과 적극적인 R&D 투자를 통해 글로벌 선도 국가·기업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인협회 자료에 따르면, 첨단기업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한국 3.5%, 중국 4.1%로 중국이 앞서고 있습니다.

- 2023년 화웨이의 R&D 규모(약 30조 5800억 원)는 삼성전자의 같은 해 R&D 투자(28조 3397억 원)를 능가하며, 한국 정부 R&D 예산(31조 1000억 원)과 유사한 규모
- 2010년∼2019년 기준 R&D 지출 규모는 1위 미국이지만, 중국은 미국의 약 2배에 달하는 R&D 지출 연평균 성장률을 보이며 추격 중(KISTEP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중국 내 과잉투자가 글로벌 공급과잉을 유발하고 있으며, 중국 기업의 밀어내기 공세는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우리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철강과 석유화학 등 중국과 경쟁하고 있는 산업은 이미 중국발 저가 밀어내기 공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올해에도 부진은 이어질 전망입니다.

* 중국 철강 공급과잉 규모 : 8380만t(’23년) → 1억 1000만t(’24년, 전망)
중국산 후판 수입량 : 47만t(’21년) → 131만t(’23년)
중국산 철강재 수입량 : 675만 5759t(’22년) → 735만 5041t(’24년 1~10월)

한편, 중국의 디플레이션과 내수 침체는 한국의 대중국 수출에 타격을 줄 것이며,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완전 배제하기 어려운 측면이 존재하므로 미중 대립 구도 속에서 균형 잡힌 전략적 선택이 필요합니다.

한경협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중국 기업이 지분을 보유한 핵심 광물 광산은 1,992개로 한국(36개), 미국(1,976개), 일본(134개) 가운데 최다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 핵심 광물 7종 : 동, 아연, 연(납), 철광석, 니켈, 리튬, 코발트
* 4차산업에 핵심적인 ‘리튬’과 ‘코발트’의 경우 세계 생산량은 각각 호주(46.9%), 콩고민주공화국(68.6%)이 가장 많으나, 한국은 두 광물 모두 중국에 가장 크게 의존(리튬과 코발트 각각 87.9%, 72.8%를 중국에서 수입)

Q. 첨단 산업을 둘러싼 미중 갈등의 심화, 우리에게 기회로 다가올 수도 있을까요?

미중 갈등 심화로 미국은 중국산 제품을 자국산으로 대체해 나가겠지만, 단기적으로는 한국산 제품이 대안으로 반사이익을 누릴 여지도 있습니다.

원자로 및 산업기기(SMR 및 원자로 부품, 에너지 및 산업기계 설비 등), 광물류(석유정제/화학 부산물), 철강, 선박류(방산 등을 포함) 등은 단기간에 미국산 대체가 어려워 고율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미국의 수입 수요가 존재합니다.

한국이 중국산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전제 조건은 ① 중국산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상쇄할 정도로 중국에 고율 관세 부과, ② 중국산 제품의 대미 우회 수출 차단, ③, 한·미 재계 및 정부 간 협력 채널의 원활한 작동 등입니다.

한미 FTA 쿼터로 수출이 제한된 철강류는 정부 간 협상을 통해 조정 방안(쿼터 확대 등)을 모색해야 합니다. 아울러 중국산 대체 수입선으로서 한국 철강의 안정성, 품질, 가격경쟁력 등과 함께, 이를 중간재로 활용하는 기업·산업과의 협력을 통한 상호 이익 등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엔비디아 젠슨 황 CEO가 지난 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기술 엑스포 CES에서 휴머노이드 파트너 업체를 소개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첨단 기술 개발을 통한 신성장 동력 확보해야"

다만 이는 단기적인 효과로 한국에 시간을 벌어주는 것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첨단기술 개발을 통한 신성장 동력 확보 등 한국경제의 본질적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경쟁이 본격화된 핵심 첨단산업 AI, 반도체, 그린에너지는 물론 차세대 첨단산업 양자, 우주 등에서 경쟁력 확보해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합니다. 고 이병철 회장이 미국과 일본이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83년 본격적으로 반도체 사업에 진출했듯이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투자 및 육성이 필요합니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초크 포인트(핵심 요충지) 위치를 선점 또는 유지하는 것 역시 한국 경제가 성장을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경제 안보 차원에서도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정철 한국경제인협회 연구총괄대표 겸 한국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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