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은 왜 돌아오지 않을까?
입력 2025.01.21 (14:46)
수정 2025.01.2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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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공백'은 곧 '전공의 공백'...전공의 출근율 8.7%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 이른바 '의정 갈등'의 시작은 지난해 2월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였습니다. 향후 5년 동안 의대 정원을 매년 2천 명씩 늘리겠다는 정부 방침에 반발해 병원에서 수련 중이던 전공의 만여 명이 집단 사직했고, 그 빈자리는 해를 넘긴 지금까지도 채워지지 않고 있습니다 . 지난 17일 기준 전공의 출근율은 8.7%. 언론에서 흔히 사용하는 '의료 공백'이란 표현은 사실 '전공의 공백'과 다름없습니다. 전공의는 중증·응급 환자 진료의 핵심 인력이기 때문에 현재의 상황이 계속되면 당장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은 물론 잠재적 환자들까지 피해를 감수해야만 합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주호 부총리 "불편에 송구"...'의료 공백' 해결에 의지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을 강행해 왔지만,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이후 이주호 사회부총리는 '의료 공백' 해결에 의지를 보였습니다. 지난 10일 이 부총리는 "국민 여러분께서 걱정과 불편을 겪고 계셔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그동안 정부 기조와는 다른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전공의 복귀를 위한 유인책을 두 가지 제시했습니다.
첫 번째로 전공의 수련 규정상 사직 후 1년 이내에는 동일 과목과 동일 연차로 복귀할 수 없지만, 복귀만 한다면 이 규정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러니까 사직 시점의 수련 과목과 연차를 복귀 뒤에도 그대로 인정해주겠다는 겁니다. 두 번째로는 입영 대상 전공의의 입영 시기를 수련 이후로 연기해주겠다고 밝혔습니다. 병역 의무를 아직 마치지 않은 전공의들은 일단 복귀해서 수련을 마친 뒤 입영할 수 있게 됩니다.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은 정부의 유화책에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객관적으로 드러난 지표는 '거부'로 해석됩니다.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전국 221개 병원에서 올해 3월부터 수련을 이어갈 전문의를 모집했지만 지원율은 2.2%에 불과했습니다. 모집 인원이 9,220명인데 지원자가 199명에 그친 겁니다. 대형 병원이 몰려 있는 수도권 지원자는 135명이었습니다. 정부가 제시한 수련·입영 특례가 전공의들을 병원으로 불러오는 데 사실상 실패했습니다.
■전공의들 반응은 '싸늘'..." 구체적인 의대 교육 지원책 나와야"
이에 대해 한 사직 전공의는 KBS에 "특례는 이미 많이 언급된 내용이기 때문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정부 입장에는 의지 표명밖에 없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또 다른 전공의는 "공허한 약속으로는 아무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때까지는 복귀를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마디로 증원된 의대생 교육을 정부가 어떻게 지원할지 세부적인 대책을 내놓으라는 겁니다.
전공의들은 지난해 집단 사직과 함께 정부에 '7대 요구사항'을 공개했는데 그 가운데 첫 번째가 '의대 증원 백지화'였습니다. 하지만 이미 올해 의대 신입생은 1,500명가량 증원된 채로 선발됐고 오는 3월 새 학기 개강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주호 부총리는 지난 10일 담화에서 의대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해 2030년까지 5조 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했지만, 전공의들은 당장 올해 늘어난 신입생 교육부터 어떻게 할 건지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 부총리의 담화에서는 "대학과 협력하여 대학 전체 자원을 활용하고 행정·재정적으로 지원하여 정상적으로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는 원론적인 설명 뿐이었습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도 "전공의들이 돌아올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의대 정원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2025학년도에 증원된 학생들과 집단 휴학했던 학생들이 모이게 될 올해 1학년이 향후 6년 동안 수업과 수련을 제대로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정부가 의대 증원 추진에 대한 근본적인 사과부터 해야"
의협에서는 정부의 보다 근본적인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이주호 부총리가 10일 담화에서 '송구스럽다'는 입장을 밝히기는 했지만, 그 대상은 의료계가 아니라 일반 국민들이었습니다. 전공의에 대해서는 비상계엄 포고령 내용에 대해 유감과 위로를 표시했을 뿐입니다. 지난 8일 출범한 의협의 새 집행부 일각에서는 정부가 의대 정원을 2천 명씩 늘리기로 한 결정이 잘못된 것이었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해야한다는 강경한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전공의들의 정서도 (의협 집행부와) 비슷할 것"이라며, "의협 집행부는 철저히 전공의들을 대변하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정부의 확실한 '투항'을 요구하는 기싸움으로도 읽힙니다.
보건복지부는 다음 달에도 전공의 추가 모집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번에는 입영 특례를 적용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2월 초까지 병무청이 국방부에 입영 대상자를 통보해야 하는 병무 일정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전공의들 입장에서는 그동안 병원 밖에서 유지해 온 단일 대오를 깰 요인이 하나 더 줄어든 셈입니다.
교육부와 함께 의대 증원을 추진해 온 보건복지부 내부에서는 이 부총리가 의대 정원을 '제로 베이스'에서 논의하기로 약속한 것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부가 의료계가 원하는 수준의 사과를 할 수 있을지도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
■이주호 부총리·김택우 의협회장 비공개 회동...김 회장 "정부 사태 해결 의지 없어"
이런 상황에서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신임 회장이 지난 18일 이주호 사회부총리와 비공개로 만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습니다.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조규홍 장관과는 아직 만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부총리부터 만난 겁니다. 이 자리에서 양측이 의대 정원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듯했지만, 이후 이 부총리 측이 비공개 회동을 공개한 데 대해 의사협회가 "사태 해결의 의지가 없다"고 비판하며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습니다.
■해결 실마리 보이지 않는 상황...이대로면 의료 공백 지속
전공의들의 확고한 투쟁 의지는 전공의 모집 지원율이 2.2%에 그친 데서 이미 드러났습니다. 의대 정원을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논의하겠다는 정부의 제안도 효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이 상태로는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이 당장 돌아올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더 분명한 것은 정부와 의료계 어느 쪽이든 지금의 입장을 고수하는 데 그친다면 환자들이 겪고 있는 의료 공백은 기약 없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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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공백'은 곧 '전공의 공백'...전공의 출근율 8.7%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 이른바 '의정 갈등'의 시작은 지난해 2월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였습니다. 향후 5년 동안 의대 정원을 매년 2천 명씩 늘리겠다는 정부 방침에 반발해 병원에서 수련 중이던 전공의 만여 명이 집단 사직했고, 그 빈자리는 해를 넘긴 지금까지도 채워지지 않고 있습니다 . 지난 17일 기준 전공의 출근율은 8.7%. 언론에서 흔히 사용하는 '의료 공백'이란 표현은 사실 '전공의 공백'과 다름없습니다. 전공의는 중증·응급 환자 진료의 핵심 인력이기 때문에 현재의 상황이 계속되면 당장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은 물론 잠재적 환자들까지 피해를 감수해야만 합니다.
■이주호 부총리 "불편에 송구"...'의료 공백' 해결에 의지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을 강행해 왔지만,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이후 이주호 사회부총리는 '의료 공백' 해결에 의지를 보였습니다. 지난 10일 이 부총리는 "국민 여러분께서 걱정과 불편을 겪고 계셔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그동안 정부 기조와는 다른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전공의 복귀를 위한 유인책을 두 가지 제시했습니다.
첫 번째로 전공의 수련 규정상 사직 후 1년 이내에는 동일 과목과 동일 연차로 복귀할 수 없지만, 복귀만 한다면 이 규정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러니까 사직 시점의 수련 과목과 연차를 복귀 뒤에도 그대로 인정해주겠다는 겁니다. 두 번째로는 입영 대상 전공의의 입영 시기를 수련 이후로 연기해주겠다고 밝혔습니다. 병역 의무를 아직 마치지 않은 전공의들은 일단 복귀해서 수련을 마친 뒤 입영할 수 있게 됩니다.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은 정부의 유화책에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객관적으로 드러난 지표는 '거부'로 해석됩니다.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전국 221개 병원에서 올해 3월부터 수련을 이어갈 전문의를 모집했지만 지원율은 2.2%에 불과했습니다. 모집 인원이 9,220명인데 지원자가 199명에 그친 겁니다. 대형 병원이 몰려 있는 수도권 지원자는 135명이었습니다. 정부가 제시한 수련·입영 특례가 전공의들을 병원으로 불러오는 데 사실상 실패했습니다.
■전공의들 반응은 '싸늘'..." 구체적인 의대 교육 지원책 나와야"
이에 대해 한 사직 전공의는 KBS에 "특례는 이미 많이 언급된 내용이기 때문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정부 입장에는 의지 표명밖에 없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또 다른 전공의는 "공허한 약속으로는 아무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때까지는 복귀를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마디로 증원된 의대생 교육을 정부가 어떻게 지원할지 세부적인 대책을 내놓으라는 겁니다.
전공의들은 지난해 집단 사직과 함께 정부에 '7대 요구사항'을 공개했는데 그 가운데 첫 번째가 '의대 증원 백지화'였습니다. 하지만 이미 올해 의대 신입생은 1,500명가량 증원된 채로 선발됐고 오는 3월 새 학기 개강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주호 부총리는 지난 10일 담화에서 의대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해 2030년까지 5조 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했지만, 전공의들은 당장 올해 늘어난 신입생 교육부터 어떻게 할 건지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 부총리의 담화에서는 "대학과 협력하여 대학 전체 자원을 활용하고 행정·재정적으로 지원하여 정상적으로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는 원론적인 설명 뿐이었습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도 "전공의들이 돌아올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의대 정원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2025학년도에 증원된 학생들과 집단 휴학했던 학생들이 모이게 될 올해 1학년이 향후 6년 동안 수업과 수련을 제대로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정부가 의대 증원 추진에 대한 근본적인 사과부터 해야"
의협에서는 정부의 보다 근본적인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이주호 부총리가 10일 담화에서 '송구스럽다'는 입장을 밝히기는 했지만, 그 대상은 의료계가 아니라 일반 국민들이었습니다. 전공의에 대해서는 비상계엄 포고령 내용에 대해 유감과 위로를 표시했을 뿐입니다. 지난 8일 출범한 의협의 새 집행부 일각에서는 정부가 의대 정원을 2천 명씩 늘리기로 한 결정이 잘못된 것이었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해야한다는 강경한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전공의들의 정서도 (의협 집행부와) 비슷할 것"이라며, "의협 집행부는 철저히 전공의들을 대변하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정부의 확실한 '투항'을 요구하는 기싸움으로도 읽힙니다.
보건복지부는 다음 달에도 전공의 추가 모집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번에는 입영 특례를 적용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2월 초까지 병무청이 국방부에 입영 대상자를 통보해야 하는 병무 일정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전공의들 입장에서는 그동안 병원 밖에서 유지해 온 단일 대오를 깰 요인이 하나 더 줄어든 셈입니다.
교육부와 함께 의대 증원을 추진해 온 보건복지부 내부에서는 이 부총리가 의대 정원을 '제로 베이스'에서 논의하기로 약속한 것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부가 의료계가 원하는 수준의 사과를 할 수 있을지도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이주호 부총리·김택우 의협회장 비공개 회동...김 회장 "정부 사태 해결 의지 없어"
이런 상황에서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신임 회장이 지난 18일 이주호 사회부총리와 비공개로 만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습니다.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조규홍 장관과는 아직 만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부총리부터 만난 겁니다. 이 자리에서 양측이 의대 정원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듯했지만, 이후 이 부총리 측이 비공개 회동을 공개한 데 대해 의사협회가 "사태 해결의 의지가 없다"고 비판하며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습니다.
■해결 실마리 보이지 않는 상황...이대로면 의료 공백 지속
전공의들의 확고한 투쟁 의지는 전공의 모집 지원율이 2.2%에 그친 데서 이미 드러났습니다. 의대 정원을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논의하겠다는 정부의 제안도 효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이 상태로는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이 당장 돌아올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더 분명한 것은 정부와 의료계 어느 쪽이든 지금의 입장을 고수하는 데 그친다면 환자들이 겪고 있는 의료 공백은 기약 없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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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욱 기자 donke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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