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째 익명의 기부…‘노고록 아저씨’와 쌀 100포대
입력 2025.01.22 (14:21)
수정 2025.01.22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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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제주도 서귀포시 서홍동 주민센터에 ‘노고록 아저씨’가 보내온 쌀 100포대
지난 21일, 제주도 서귀포시 서홍동주민센터엔 올해도 어김없이 300만 원 상당의 쌀 100포대가 도착했습니다.
쌀 포대에는 "어르신, 명절촐영먹어난 생각허멍 노고록허게 명절 잘 보냅서"라는 제주 방언이 적혀 있었습니다.
풀이하면 "명절에 정성껏 음식을 준비해 가족과 이웃과 즐겁게 나누어 먹었던 기억으로, 따듯한 설 명절 보내세요"라는 뜻입니다.
'노고록 아저씨'라는 이름은 그가 쌀을 기부할 때마다 노고록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메모를 함께 보내오면서 붙은 별명입니다.
노고록은 '여유롭고 편안하다'는 뜻의 제주 방언으로, 익명의 기부자가 보낸 쌀에는 자신의 기부로 어려운 이웃들이 조금이나마 따듯한 명절을 보냈으면 하는 정성스러운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노고록 아저씨'는 1999년부터 올해로 26년째 얼굴 없는 기부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매년 설과 추석, 연말에 총 3번씩 어려운 이웃을 위해 쌀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노고록 아저씨는 이번에도 직접 주민센터를 방문하지 않고 배달업체를 통해 쌀과 함께 정성 어린 메모를 보내왔습니다.
20년 넘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았던 노고록 아저씨는 3년 전 서귀포시청 직원과의 만남에서 수년간 기부를 이어오고 있는 이유를 조심스럽게 밝힌 바 있습니다.
그는 "31살에 위암 말기 6개월 시한부 인생이 됐는데 주위 분들의 걱정과 위로 끝에 생명을 유지했고, 투병 생활 10년이 되면서 이 고마움을 어떻게 보답할까 생각하던 중에 도와드리는 게 보답이라고 생각했다"고 기부 이유를 전했습니다.
얼굴 없는 기부를 이어가는 이유에 대해선 "없는 처지에서 기부하게 되어 부끄럽고 죄송해서 자그마한 정성을 하는데 꼭 이름을 알려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해서 조용히 기부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전했습니다.
서홍동 주민센터는 기탁된 쌀을 저소득층과 홀로 사는 노인 등에게 전달할 예정입니다.
서홍동 주민센터는 "나눔의 가치를 꾸준히 실천하는 노고록 아저씨의 나눔은 지역사회를 따뜻하게 만들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며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가뜩이나 혼란스럽고 꽁꽁 얼어붙은 시기, 노고록 아저씨의 마음이 따듯한 온기를 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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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1-22 14: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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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제주도 서귀포시 서홍동주민센터엔 올해도 어김없이 300만 원 상당의 쌀 100포대가 도착했습니다.
쌀 포대에는 "어르신, 명절촐영먹어난 생각허멍 노고록허게 명절 잘 보냅서"라는 제주 방언이 적혀 있었습니다.
풀이하면 "명절에 정성껏 음식을 준비해 가족과 이웃과 즐겁게 나누어 먹었던 기억으로, 따듯한 설 명절 보내세요"라는 뜻입니다.
'노고록 아저씨'라는 이름은 그가 쌀을 기부할 때마다 노고록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메모를 함께 보내오면서 붙은 별명입니다.
노고록은 '여유롭고 편안하다'는 뜻의 제주 방언으로, 익명의 기부자가 보낸 쌀에는 자신의 기부로 어려운 이웃들이 조금이나마 따듯한 명절을 보냈으면 하는 정성스러운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노고록 아저씨'는 1999년부터 올해로 26년째 얼굴 없는 기부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매년 설과 추석, 연말에 총 3번씩 어려운 이웃을 위해 쌀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노고록 아저씨는 이번에도 직접 주민센터를 방문하지 않고 배달업체를 통해 쌀과 함께 정성 어린 메모를 보내왔습니다.
20년 넘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았던 노고록 아저씨는 3년 전 서귀포시청 직원과의 만남에서 수년간 기부를 이어오고 있는 이유를 조심스럽게 밝힌 바 있습니다.
그는 "31살에 위암 말기 6개월 시한부 인생이 됐는데 주위 분들의 걱정과 위로 끝에 생명을 유지했고, 투병 생활 10년이 되면서 이 고마움을 어떻게 보답할까 생각하던 중에 도와드리는 게 보답이라고 생각했다"고 기부 이유를 전했습니다.
얼굴 없는 기부를 이어가는 이유에 대해선 "없는 처지에서 기부하게 되어 부끄럽고 죄송해서 자그마한 정성을 하는데 꼭 이름을 알려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해서 조용히 기부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전했습니다.
서홍동 주민센터는 기탁된 쌀을 저소득층과 홀로 사는 노인 등에게 전달할 예정입니다.
서홍동 주민센터는 "나눔의 가치를 꾸준히 실천하는 노고록 아저씨의 나눔은 지역사회를 따뜻하게 만들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며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가뜩이나 혼란스럽고 꽁꽁 얼어붙은 시기, 노고록 아저씨의 마음이 따듯한 온기를 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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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준영 기자 m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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