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피해아동만 26명”…‘5살 학대 살해’ 관장 재판에선

입력 2025.01.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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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경기 양주시의 한 태권도장에서 관장의 학대 행위로 5살 최도하 군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습니다.

30대 A 관장은 당시 말아서 세워놓은 매트 사이에 도하 군을 거꾸로 넣고 27분여간 방치해 정신을 잃게 만들었고, 도하 군은 11일 동안의 연명치료 끝에 짧은 삶을 마감했습니다.

이후 경찰 조사 과정에서 당시 A 관장이 도하 군의 도움 요청에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도하 군이 혼수상태로 발견된 이후에도 A 관장은 심폐소생술을 하기보다 오히려 CCTV를 삭제하는 등 범행을 은폐하려 한 정황도 속속 드러났습니다.

결국 A 관장은 지난해 8월 아동학대 살해 혐의로 구속 기소되며 재판에 넘겨졌고, 이후 6개월여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 "학대 피해아동 25명 더 있다"…경찰, 지난해 12월 A 관장 추가 송치

원래대로라면 어제(23일)는 A 관장의 아동학대 살해 혐의에 대한 1심 재판 결과가 나오는 날이었습니다.

지난해 12월 19일 이미 결심 공판이 이뤄졌고, 검찰은 A 관장에 대해 무기징역과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 10년 등을 구형했습니다.

하지만 경찰 조사에서 A 관장에 의한 아동학대 추가 피해 아동들에 대한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KBS 취재 결과, 앞서 이 사건을 수사해 온 경기북부경찰청은 지자체 설문조사와 태권도장 CCTV 분석 등 수사 끝에 도하 군을 제외하고도 학대 피해아동 25명을 추가로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A 관장을 도하 군을 포함한 원생 26명에 대한 '상습 아동학대' 혐의로 검찰에 추가 송치했고, 이는 검찰의 추가 기소로 이어졌습니다.

A 관장의 ▲아동학대 살해 혐의와 ▲상습 아동학대 혐의, 두 사건을 법원은 지난 15일 병합해 진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렇게 어제, 사건 병합 이후 처음으로 A 관장에 대한 공판기일이 속행됐습니다.


■혐의 묻자 "미세하게 사실과 달라"…법원은 A 관장 추가 구속영장 발부

공판기일에선 검찰이 A 관장에 대한 추가 기소 요지를 설명했습니다.

이날 A 관장은 연갈색 수형복 차림으로 법정에 섰습니다. 머리카락이 길게 자라 얼굴까지 덮은 나머지 표정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은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관장으로서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이고, 2024년 5월 1일 태권도장에서 피해아동 B의 볼을 꼬집어 들어 올린 것을 비롯해 총 94회에 걸쳐 피해아동을 때리는 등 신체적 학대를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검찰은 "30회에 걸쳐 피해아동들을 때리는 등 신체적 학대를 하거나 정신적 학대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도하 군을 포함해 모두 26명의 아동에 대해 124회에 걸친 아동학대가 있었다는 게 주요 요지였습니다.

이어 재판부는 A 관장에게 상습 아동학대 혐의로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영장이 추가 발부되면서 다음 달 6일까지였던 A 관장에 대한 구속 기간은 6개월 더 연장됐습니다.

A 관장의 변호사는 추가로 제기된 혐의에 대해 "기본적으로 학대 혐의는 인정하지만 미세하게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다음 공판에선 '상습 아동학대' 혐의에 대한 피고인 신문과 증거 조사 등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 "웃으며 태어난 우리 아이"…아동학대 근절 위한 노력 당부

지난해 KBS는 도하 군의 어머니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당시 도하 군의 어머니는 "우리 도하는 태어날 때부터 웃으면서 태어난 아이"라며 "하늘에서 잠깐 나에게 선물을 준 것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엄마가 싱크대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으면 목욕탕 의자를 끌고 와 엄마를 도와주겠다고 하던 착한 아이.

선물 같은 아이 도하를 앗아간 A 관장 측은 사건 직후 태권도장을 보증금을 올려 급매로 내놓는 등의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를 이어가기도 했습니다.

교육자로서의 양심과 미안함보다, 손해 보지 않겠다는 모습을 보인 겁니다.

도하 군의 어머니는 "A 관장의 변호사도 경기북부지역 태권도 업계 모임에서 선임을 도왔다고 들었다"면서 "태권도 업계도 각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가 학대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며,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정책위원회 등 제도적 변화가 꼭 이뤄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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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1-24 07: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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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경기 양주시의 한 태권도장에서 관장의 학대 행위로 5살 최도하 군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습니다.

30대 A 관장은 당시 말아서 세워놓은 매트 사이에 도하 군을 거꾸로 넣고 27분여간 방치해 정신을 잃게 만들었고, 도하 군은 11일 동안의 연명치료 끝에 짧은 삶을 마감했습니다.

이후 경찰 조사 과정에서 당시 A 관장이 도하 군의 도움 요청에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도하 군이 혼수상태로 발견된 이후에도 A 관장은 심폐소생술을 하기보다 오히려 CCTV를 삭제하는 등 범행을 은폐하려 한 정황도 속속 드러났습니다.

결국 A 관장은 지난해 8월 아동학대 살해 혐의로 구속 기소되며 재판에 넘겨졌고, 이후 6개월여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 "학대 피해아동 25명 더 있다"…경찰, 지난해 12월 A 관장 추가 송치

원래대로라면 어제(23일)는 A 관장의 아동학대 살해 혐의에 대한 1심 재판 결과가 나오는 날이었습니다.

지난해 12월 19일 이미 결심 공판이 이뤄졌고, 검찰은 A 관장에 대해 무기징역과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 10년 등을 구형했습니다.

하지만 경찰 조사에서 A 관장에 의한 아동학대 추가 피해 아동들에 대한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KBS 취재 결과, 앞서 이 사건을 수사해 온 경기북부경찰청은 지자체 설문조사와 태권도장 CCTV 분석 등 수사 끝에 도하 군을 제외하고도 학대 피해아동 25명을 추가로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A 관장을 도하 군을 포함한 원생 26명에 대한 '상습 아동학대' 혐의로 검찰에 추가 송치했고, 이는 검찰의 추가 기소로 이어졌습니다.

A 관장의 ▲아동학대 살해 혐의와 ▲상습 아동학대 혐의, 두 사건을 법원은 지난 15일 병합해 진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렇게 어제, 사건 병합 이후 처음으로 A 관장에 대한 공판기일이 속행됐습니다.


■혐의 묻자 "미세하게 사실과 달라"…법원은 A 관장 추가 구속영장 발부

공판기일에선 검찰이 A 관장에 대한 추가 기소 요지를 설명했습니다.

이날 A 관장은 연갈색 수형복 차림으로 법정에 섰습니다. 머리카락이 길게 자라 얼굴까지 덮은 나머지 표정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은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관장으로서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이고, 2024년 5월 1일 태권도장에서 피해아동 B의 볼을 꼬집어 들어 올린 것을 비롯해 총 94회에 걸쳐 피해아동을 때리는 등 신체적 학대를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검찰은 "30회에 걸쳐 피해아동들을 때리는 등 신체적 학대를 하거나 정신적 학대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도하 군을 포함해 모두 26명의 아동에 대해 124회에 걸친 아동학대가 있었다는 게 주요 요지였습니다.

이어 재판부는 A 관장에게 상습 아동학대 혐의로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영장이 추가 발부되면서 다음 달 6일까지였던 A 관장에 대한 구속 기간은 6개월 더 연장됐습니다.

A 관장의 변호사는 추가로 제기된 혐의에 대해 "기본적으로 학대 혐의는 인정하지만 미세하게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다음 공판에선 '상습 아동학대' 혐의에 대한 피고인 신문과 증거 조사 등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 "웃으며 태어난 우리 아이"…아동학대 근절 위한 노력 당부

지난해 KBS는 도하 군의 어머니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당시 도하 군의 어머니는 "우리 도하는 태어날 때부터 웃으면서 태어난 아이"라며 "하늘에서 잠깐 나에게 선물을 준 것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엄마가 싱크대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으면 목욕탕 의자를 끌고 와 엄마를 도와주겠다고 하던 착한 아이.

선물 같은 아이 도하를 앗아간 A 관장 측은 사건 직후 태권도장을 보증금을 올려 급매로 내놓는 등의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를 이어가기도 했습니다.

교육자로서의 양심과 미안함보다, 손해 보지 않겠다는 모습을 보인 겁니다.

도하 군의 어머니는 "A 관장의 변호사도 경기북부지역 태권도 업계 모임에서 선임을 도왔다고 들었다"면서 "태권도 업계도 각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가 학대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며,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정책위원회 등 제도적 변화가 꼭 이뤄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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