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경제사범’ 장영자, 만 80세에 다섯 번째 실형 선고

1982년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인 7,000억 원대 어음 사기로 5공화국 정권까지 흔들리게 했던 ‘희대의 경제사범’ 장영자 씨가 다섯 번째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청주지방법원 형사항소3부는 위조유가증권행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장영자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던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을 선고했습니다.

장 씨는 2017년 7월, 서울의 한 호텔 VIP룸에서 한 업체 대표와 농산물 공급 계약을 하면서 액면가 154억 2,000만 원의 위조 수표를 선급금 명목으로 건넨 혐의로 재판을 받았습니다.

1심에서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장 씨는 줄곧 수표가 위조된 사실을 몰랐다면서 무죄를 주장해 왔습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장 씨에게 위조 수표를 받았다는 업체가 대량의 농산물을 납품할 능력이 없어 선급금 명목으로 154억 원의 수표를 건넸다는 점이 부자연스럽고, 장 씨가 수표가 위조된 사실을 알면서 행사했다는 증거도 부족하다면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이미 유죄가 확정된 장 씨의 또 다른 ‘위조 수표’ 행사 사건과 수법이 같은 점, 장 씨가 농산물 공급 계약에 대한 이행보증금 명목으로 피해자에게 3,000만 원을 받는 등 경제적 이익을 취한 점 등을 고려해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례적인 정도의 고액 위조 유가증권을 행사하는 방법으로 금융거래의 안전이나 유가증권에 대한 일반인의 신뢰를 훼손시킬 수 있는 범행을 했음에도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공판기일에 여러 차례 불출석해 고의로 재판을 지연시켜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올해 만 나이 80세가 된 장 씨가 실형을 선고받은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입니다.

장 씨는 1982년 7,000억 원대 어음 사기로 남편과 함께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것을 시작으로 1994년, 2000년, 2015년에도 사기 사건에 연루돼 구속과 석방을 반복해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