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여 명 대피 산부인과 불…“이번에도 ‘안전 불감증’ 탓”

입력 2025.01.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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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29일 충북 청주의 한 산부인과 화재로 산모 등이 대피하는 모습 (KBS 자료화면).2022년 3월 29일 충북 청주의 한 산부인과 화재로 산모 등이 대피하는 모습 (KBS 자료화면).

■ “하마터면 대형 인명 피해”…120여 명 대피한 산부인과 화재

2022년 3월 29일 오전 10시쯤, 충북 청주의 한 산부인과 1층 주차장에서 불이 났습니다.

불은 삽시간에 산부인과 건물과 바로 옆 숙박업소까지 빠르게 번졌고, 산모와 신생아 등 120여 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다행히 큰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출산 후 회복 중이던 산모들이나 혼자 힘으로 대피가 불가능한 신생아 등이 골든타임을 놓쳤다면 대형 인명 피해로 번질 뻔한 상황이었습니다.

3년 가까이 이어진 수사와 재판 끝에 최근 1심 판결이 나왔는데, 이렇게 아찔했던 대형 화재의 원인, 다름 아닌 건설업자와 산부인과 시설과장 2명의 ‘안전 불감증’ 때문이었습니다.

2022년 3월 29일 충북 청주의 한 산부인과 지하주차장에서 시작된 화재 (KBS 자료화면).2022년 3월 29일 충북 청주의 한 산부인과 지하주차장에서 시작된 화재 (KBS 자료화면).

■ 개인 친분으로 시작된 ‘무자격자 전기 공사’가 화 불러

사건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이 산부인과의 시설과장 57살 황 모 씨는 당구장에서 한 남성을 알게 돼 친분을 쌓았습니다. 그리고 이 남성의 동생인 35살 최 모 씨가 건설업체 대표라는 사실을 알고, 자신이 일하는 산부인과의 주차장 천장 수도배관 열선을 설치하는 공사를 맡겼습니다.

그런데 최 씨는 전기공사업 등록을 하지 않은 ‘무자격자’였습니다.

산부인과 시설과장 황 씨는 이런 사실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개인 친분으로 연이 닿은 무자격자에게 중요한 공사를 맡긴 겁니다.

무자격자인 최 씨는 2022년 3월 21일부터 닷새 동안 산부인과 주차장에서 수도배관 열선 설치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안전확인표시제품인 수도 동결 방지기(열선)를 사용하지 않고, 본인이 직접 제작한 제품을 썼습니다. 열선의 말단·전원부를 마감할 때도 화재 위험성이 큰 비닐 절연 테이프로 마감했습니다.

이렇게 무자격자가 검증되지도 않은 제품들도 한 전기 공사, 안전할리 없었습니다.

최 씨는 공사 닷새째인 2022년 3월 25일 저녁, 열선을 연결하는 콘센트가 갑자기 작동하지 않았는데도 이를 산부인과 시설과장인 황 씨 등에게 알리지도 않았습니다. 이때라도 제대로 점검이 이뤄졌다면 대형 화재는 막을 수 있었다는게 수사기관과 법원의 판단입니다.

산부인과 시설과장 황 씨는 이렇게 제대로 된 검사나 시험작동도 하지 않은 열선을 콘센트에 연결해 작동시켰고, 열선 말단부에서 시작된 불꽃은 큰 불길로 이어졌습니다.

이 화재로 산부인과 건물 2,300㎡와 바로 옆 숙박업소 200㎡ 가량이 불에 타 20억 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났습니다.

2022년 3월 29일 충북 청주의 한 산부인과 발생한 화재와 관련해 소방 관계자 등이 현장 감식에 나선 모습 (KBS 자료화면).2022년 3월 29일 충북 청주의 한 산부인과 발생한 화재와 관련해 소방 관계자 등이 현장 감식에 나선 모습 (KBS 자료화면).

■ 법원 “‘위험한 공사’ 피고인 엄벌해 사회 지켜야”…실형 선고

청주지방법원 형사2단독 안재훈 부장판사는 이 화재와 관련해 업무상실화, 전기공사업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건설업체 대표 35살 최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업무상실화 혐의로 함께 기소된 산부인과 시설과장 57살 황 씨에게는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습니다.

이들은 재판 과정에서 서로에게 화재 발생의 주된 책임을 떠넘겼습니다.

게다가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한 ‘무자격 전기공사’의 책임자 최 씨는 자신이 뛰어난 인테리어 업자에게 공사를 배웠고, 적지 않은 경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자신의 시공 방식이나 자재나 더 우수하다는 황당한 주장을 늘어놓기도 했습니다.

법에서 정한 전기공사업 등록, 안전확인표시제품 사용이라는 ‘최소한의 안전 담보 규정’을 무시하고도 떳떳하다는 태도를 보인 겁니다.

산부인과 시설과장 황 씨 또한 “전문가에게 공사를 의뢰했을 뿐, 이에 관여하거나 구체적인 지시를 한 사실이 없으니 업무상 과실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이런 주장을 모두 일축했습니다.

안 부장판사는 건설업자 최 씨에 대해 “별다른 자격이나 객관적으로 확인될 수 있는 실력 내지 경력도 없이 상당한 위험이 따르는 전기공사를 하다가 매우 큰 규모의 화재를 발생시켰으면서도, 이 법정에서마저 자신의 시공 방법이 문제없이 우수하다고 강변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피고인에게 가벼운 처벌을 한다면 또다시 위험한 방법으로 공사를 시공할 것이며, 그로 인한 피해는 우리 사회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것이므로 피고인을 엄벌해 사회를 방위하도록 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최 씨는 이 판결에 불복해 곧바로 항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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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1-29 10: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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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29일 충북 청주의 한 산부인과 화재로 산모 등이 대피하는 모습 (KBS 자료화면).
■ “하마터면 대형 인명 피해”…120여 명 대피한 산부인과 화재

2022년 3월 29일 오전 10시쯤, 충북 청주의 한 산부인과 1층 주차장에서 불이 났습니다.

불은 삽시간에 산부인과 건물과 바로 옆 숙박업소까지 빠르게 번졌고, 산모와 신생아 등 120여 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다행히 큰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출산 후 회복 중이던 산모들이나 혼자 힘으로 대피가 불가능한 신생아 등이 골든타임을 놓쳤다면 대형 인명 피해로 번질 뻔한 상황이었습니다.

3년 가까이 이어진 수사와 재판 끝에 최근 1심 판결이 나왔는데, 이렇게 아찔했던 대형 화재의 원인, 다름 아닌 건설업자와 산부인과 시설과장 2명의 ‘안전 불감증’ 때문이었습니다.

2022년 3월 29일 충북 청주의 한 산부인과 지하주차장에서 시작된 화재 (KBS 자료화면).
■ 개인 친분으로 시작된 ‘무자격자 전기 공사’가 화 불러

사건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이 산부인과의 시설과장 57살 황 모 씨는 당구장에서 한 남성을 알게 돼 친분을 쌓았습니다. 그리고 이 남성의 동생인 35살 최 모 씨가 건설업체 대표라는 사실을 알고, 자신이 일하는 산부인과의 주차장 천장 수도배관 열선을 설치하는 공사를 맡겼습니다.

그런데 최 씨는 전기공사업 등록을 하지 않은 ‘무자격자’였습니다.

산부인과 시설과장 황 씨는 이런 사실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개인 친분으로 연이 닿은 무자격자에게 중요한 공사를 맡긴 겁니다.

무자격자인 최 씨는 2022년 3월 21일부터 닷새 동안 산부인과 주차장에서 수도배관 열선 설치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안전확인표시제품인 수도 동결 방지기(열선)를 사용하지 않고, 본인이 직접 제작한 제품을 썼습니다. 열선의 말단·전원부를 마감할 때도 화재 위험성이 큰 비닐 절연 테이프로 마감했습니다.

이렇게 무자격자가 검증되지도 않은 제품들도 한 전기 공사, 안전할리 없었습니다.

최 씨는 공사 닷새째인 2022년 3월 25일 저녁, 열선을 연결하는 콘센트가 갑자기 작동하지 않았는데도 이를 산부인과 시설과장인 황 씨 등에게 알리지도 않았습니다. 이때라도 제대로 점검이 이뤄졌다면 대형 화재는 막을 수 있었다는게 수사기관과 법원의 판단입니다.

산부인과 시설과장 황 씨는 이렇게 제대로 된 검사나 시험작동도 하지 않은 열선을 콘센트에 연결해 작동시켰고, 열선 말단부에서 시작된 불꽃은 큰 불길로 이어졌습니다.

이 화재로 산부인과 건물 2,300㎡와 바로 옆 숙박업소 200㎡ 가량이 불에 타 20억 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났습니다.

2022년 3월 29일 충북 청주의 한 산부인과 발생한 화재와 관련해 소방 관계자 등이 현장 감식에 나선 모습 (KBS 자료화면).
■ 법원 “‘위험한 공사’ 피고인 엄벌해 사회 지켜야”…실형 선고

청주지방법원 형사2단독 안재훈 부장판사는 이 화재와 관련해 업무상실화, 전기공사업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건설업체 대표 35살 최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업무상실화 혐의로 함께 기소된 산부인과 시설과장 57살 황 씨에게는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습니다.

이들은 재판 과정에서 서로에게 화재 발생의 주된 책임을 떠넘겼습니다.

게다가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한 ‘무자격 전기공사’의 책임자 최 씨는 자신이 뛰어난 인테리어 업자에게 공사를 배웠고, 적지 않은 경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자신의 시공 방식이나 자재나 더 우수하다는 황당한 주장을 늘어놓기도 했습니다.

법에서 정한 전기공사업 등록, 안전확인표시제품 사용이라는 ‘최소한의 안전 담보 규정’을 무시하고도 떳떳하다는 태도를 보인 겁니다.

산부인과 시설과장 황 씨 또한 “전문가에게 공사를 의뢰했을 뿐, 이에 관여하거나 구체적인 지시를 한 사실이 없으니 업무상 과실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이런 주장을 모두 일축했습니다.

안 부장판사는 건설업자 최 씨에 대해 “별다른 자격이나 객관적으로 확인될 수 있는 실력 내지 경력도 없이 상당한 위험이 따르는 전기공사를 하다가 매우 큰 규모의 화재를 발생시켰으면서도, 이 법정에서마저 자신의 시공 방법이 문제없이 우수하다고 강변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피고인에게 가벼운 처벌을 한다면 또다시 위험한 방법으로 공사를 시공할 것이며, 그로 인한 피해는 우리 사회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것이므로 피고인을 엄벌해 사회를 방위하도록 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최 씨는 이 판결에 불복해 곧바로 항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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