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보다] 춤, 바람이 분다

입력 2025.02.02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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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나와서 무작위로 들려주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춥니다.

국적, 나이, 성별…. 그 어떤 구분도, 경계도 없습니다.

‘랜덤플레이댄스’입니다.

춤을 잘 추든 못 추든 모두가 주인공인 무대.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에 덮친 케이팝 열풍에 힘입어, 이젠 '춤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춤 연습이 한창인 서울의 한 연습실.

케이팝 가수들의 춤을 배우러 온 외국인들입니다.

섬세한 동작 하나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합니다.

케이팝 춤을 제대로 배워 랜덤플레이댄스 무대에 서는 게 이들의 목표입니다.

온전히 케이팝 음악과 춤만 보고 세계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는데요.

어떤 매력이 이들을 열광하게 하는 걸까요?

켄드라 조 마리 폴/ 케이팝 안무 체험 관광객 (프랑스)
"케이팝을 듣기 전엔 스스로 평범하다고 생각했는데요. 케이팝을 들으면서 내 자신을 좀 더 느끼게 됐습니다. (평소에) 춤 연습 영상을 보면서 따라하곤 했습니다. 슬프거나 행복하거나, 케이팝을 들으며 모든 감정을 느껴요."

우마 페트루니아/케이팝 안무 체험 관광객(우크라이나)
"언제든지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느낌? 케이팝 음악을 들으면 힘을 얻는 것 같아요. 강해져요, 춤출 때."


춤 자체를 즐기는 것을 넘어 SNS 영상 공유에 적극 나서는 청소년들도 있습니다.

경남 통영의 이 댄스팀은 춤 영상을 카메라에 담아 수많은 팔로워와 소통합니다.

일상 브이로그, 짧은 영상 챌린지 등 촬영하는 영상 종류도 다양하고 기기와 앱 사용에 막힘이 없습니다.

몇몇 영상은 인기를 얻어 조회수가 200만, 300만 회를 기록하기도 했는데요.

한때 아이돌을 꿈꿨던 이 여고생은 이제 진로를 '춤'으로 정했습니다.

권채은/ 경남 통영여자고등학교 2학년
"원래는 아이돌을 준비했는데 최대한 어려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요즘에는 그런 아이돌 친구들을 육성하고 도와주는 아카데미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실용무용 쪽으로 입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숏츠에서 (조회수가) 300만, 이렇게 넘고 하니까 처음에는 되게 실감도 안 나고…. 예능 같은 것, TV에서 나오는 것을 참고도 하고…. 편집하는 것도 저희가 직접 하거든요."

전보경/경남 충무고등학교 1학년
"하루에 한 서너 시간은 기본적으로 하고 대여섯 시간까지 (연습) 한 적도 있습니다. 무대에 선다는 설렘 때문에 힘들지 않습니다."

지난해 8월 한 달, 한국인의 유튜브 사용 시간은 1,174억 분에 달할 정도로 디지털 미디어 시대, 영상 서비스 앱 사용은 늘고 있습니다.

누구나 쉽고 빠르게 자신만의 영상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면서 비교적 제작이 용이한 댄스 콘텐츠의 공급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여기에 케이팝이 '듣는' 음악에서 퍼포먼스 중심의 '보는' 음악으로의 경향이 짙어지면서 일반 대중들도 춤을 자연스럽게 즐기는 문화가 만들어졌습니다.

케이팝 인기와 함께 춤을 통해 자기효능감을 느끼는 문화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
"아이돌 그룹의 퍼포먼스를 보고 '정말 멋있다'고 경외감에 차서 바라보는 것보다, '나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게 되거든요. 케이팝 안무에 맞춰서 춤을 추고 동작을 따라 하는 것이 이제는 더 이상 낯선 문화가 아니게 되었다는 거죠."

춤 영상 콘텐츠 성행에 함께 발을 맞춰 나가고 있는 KBS의 유튜브 채널도 있습니다.

KBS 청주방송총국의 '딩가딩가 스튜디오'인데요.

케이팝 콘텐츠 중에서도 무작위로 재생하는 음악에 맞춰 자유롭게 커버 댄스를 추는, '랜덤플레이댄스'를 주요 소재로 삼았습니다.


2022년부터 춤 영상 콘텐츠를 본격적으로 기획하기 시작한 이 채널은 이제 전 세계의 케이팝 팬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구독자도 벌써 60만을 넘었는데요.

국내 주요 도시 광장에서 랜덤플레이댄스 공연을 열고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케이팝을 즐기는 이들에게 놀거리·볼거리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어린 학생들과 청년 세대들의 호응이 특히 큰데요. 2022년 청주 성안길 랜덤플레이댄스 영상은 조회 수가 천백만 회를 넘기도 했습니다.


안치훈/ KBS청주 뉴미디어부장
"케이팝 팬들의 놀이 문화로 점점 발전하고 있고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 팬들 그리고 외국에서 한국으로 놀러 온 관광객 케이팝 팬들도 많이 참여를 하고 있습니다. 시청자들이 직접 자기가 케이팝을 소비하는 것 이상으로, 주인공이 될 수 있고 시청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그런 무대가 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딩가딩가 스튜디오는 거의 매달 랜덤플레이댄스 공연을 열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서울 신촌 한복판에서 무대를 마련했는데요.

케이팝 댄스가 좋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도, 경남 통영의 여고생 댄스팀도 설렌 마음을 안고 행사장을 찾았습니다.

참가자 모두 그간 갈고닦은 실력을 제대로 선보이면서 평범했던 거리가 순식간에 거대한 케이팝 공연장이 됐습니다.


참가자들은 케이팝 음악과 춤을 나만의 문화 콘텐츠로 다시 창조하면서 진심으로 무대를 즐기고 춤을 추는 순간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춤을 눈으로만 시청하던 이전 시대와는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이종임/문화연대 집행위원
"고정된 룰이 없다는 것도 10대들이 열광하는 이유인 것 같아요. 고정관념을 벗어난 자신만의 무대를 만들 수 있고. 또 관심 있는 사람들과 그런 집단 군무를 같이 추는 것 같은 협업의 느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특히나 10대들이 여기에 더 열광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세계 그 어느 곳보다 대중음악의 위상이 공고한 일본에서도 케이팝의 영향력은 빠르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도쿄 시부야 한 가운데에는 전 세계 다양한 장르의 음반을 파는 일본 최대 음반 가게가 자리잡고 있는데요.

이 8층짜리 건물 한 층을 통째로 케이팝이 차지했습니다. 그 원동력은 바로 '춤'입니다.

레이 테라우라/T 레코드 홍보부
"음악 업계 전체를 봐도 현재 케이팝의 기세가 대단해서, 글로벌 아티스트를 계속 배출해 내고 있다는 인상이 있습니다. 그 원인이라면 역시 ‘보는 음악’이라는 점, 댄스가 굉장히 매력적이라는 점이 뮤직비디오 재생수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고 그런 시각적인 음악을 만드는 점이 (케이팝의 성공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나 생각합니다."

일본에는 케이팝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학교도 있습니다.

우리 동해에 맞닿아 있는 일본 니가타현. 아이돌 그룹 BTS가 빌보드 핫 백에 처음 진입하면서 케이팝이 세계적 인기를 끌기 시작한 2017년, 이 학교엔 케이팝 전문학과가 개설됐습니다.


이 학교는 한국의 연예 산업에서 활약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게 목표인데요.

춤과 노래를 전공으로 하는 아티스트 과정은 물론, 음반 사업을 공부하는 스태프 과정도 개설됐습니다.

한국 학교와 교류가 이뤄지면서 교환 학생을 가기도 하고 늘 꿈꾸던 한국 무대에도 서 보고 있습니다.

이 학생들은 왜 모국의 J-pop이 아니라 케이팝에 주목하게 됐을까요?

이케모토 나나미/대학생
"표현력이나 표정이 일본과는 전혀 다르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출 때마다 다르긴 한데 혼자서 출 때는 내가 주인공이라는 느낌, 팬에게 (내 감정을) 전한다는 느낌으로 춤을 춥니다."

미츠나가 카렌/대학생
"(한국에서) 실제로 춤을 추게 되니 그 안에 빠져들면서 관객의 함성도 들을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케이팝 댄서로 세계적인 우리 그룹을 이끄는 외국인 안무가까지 탄생했습니다.

에스파의 <위플래시>, <Armageddon>, 카리나의 <UP> 등 요즘 유행하는 케이팝 노래에 안무가로 참여한 아키타 레난이 그 주인공입니다.


레난 씨는 일본인입니다.

케이팝에 푹 빠졌던 소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한국에 왔습니다.

4년간 혹독한 고시원 생활을 하면서 춤을 배웠고 한국어는 독학으로 깨쳤습니다.

그리고 데뷔 2년 만에 정상급 안무가로 인정 받고 있는데요.

사람들이 자신이 만든 안무를 따라하는 모습을 보면 어떤 기분인지 물었습니다.

아키타 레난/댄서·안무가
"신기해요. 일단은 사실 전 세계에서 많이 따라 해 주시고. 뭔가 되게 진심으로 행복해하는 모습이 너무 보여서 저도 보면서 같이 행복해지는 그런 느낌인 것 같아요."

모두가 저마다의 개성으로 무대를 주도하는 케이팝 콘텐츠의 결정체, 랜덤플레이댄스는 그렇게 전 세계인의 문화가 됐습니다.

한국을 넘어 해외로, 딩가딩가 스튜디오는 케이팝 음악과 춤에 열광하는 이들을 직접 찾아가 보기도 했습니다.

2023년 이탈리아 나폴리,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 수바라야에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일본 도쿄돔 광장에서 무대를 만들었는데요.

2시간 가량 진행된 행사에는 무려 800여 명의 케이팝 팬들이 모여 각자의 끼를 발산했습니다.

참가자들에게는 유명 가수들이 서는 5만 석 도쿄돔 못지않게, 값지고 소중한 무대입니다.

권채은/경남 통영여자고등학교 2학년
"다른 나라니까 ‘K-pop 댄스를 많이 알고 있을까’ 생각하면서 ‘우리가 많이 춰야겠다’하고 왔는데, 일본 댄서들이 너무 잘하고 호응도 잘해 주셔서 (좋았습니다.) 춤은 하나의 공통된 언어라고 생각해서 그걸로 통하는 게 기분이 좋았습니다."

오가와우치 사키/대학생
"대부분 저보다 어린 친구들이었는데도 춤도 잘 추고 표정 관리도 잘하고 프로 아이돌처럼 잘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케이팝을 정말 좋아하니까 앞으로 공연이 또 있으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어요.”

감상하는 음악을 넘어 놀이가 된 케이팝. 나를 표현하고 싶어서, 일상의 고민을 떨치려고, 간절한 꿈을 이루기 위해. 각자 저마다의 이유로 사람들 사이로 뛰어들어 박자를 맞춥니다.


케이팝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이 거대한 춤판은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이종임/문화연대 집행위원
"콘텐츠를 보는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지루하지 않고 흥미롭게 케이팝과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의 참여나 반응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자르고) 이 현상은 좀 지속될 거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분명한 건, 함께 하기에 안도감을 느끼고 즐거움은 배가 된다는 것입니다.

K-pop이 있어 등장한 랜덤플레이댄스. 그 신나는 춤바람이 기분 좋게 불고 있습니다.

#랜덤플레이댄스 #딩가딩가스튜디오 #케이팝 #댄스 #유튜브 #KBS시사 #더보다

취재 : 민수아
촬영 : 강사완
편집 : 최정연 강사완
그래픽 : 장수현
자료조사 : 권현서
조연출 : 유화영 심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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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보다] 춤, 바람이 분다
    • 입력 2025-02-02 23:10:32
    문화


누구나 나와서 무작위로 들려주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춥니다.

국적, 나이, 성별…. 그 어떤 구분도, 경계도 없습니다.

‘랜덤플레이댄스’입니다.

춤을 잘 추든 못 추든 모두가 주인공인 무대.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에 덮친 케이팝 열풍에 힘입어, 이젠 '춤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춤 연습이 한창인 서울의 한 연습실.

케이팝 가수들의 춤을 배우러 온 외국인들입니다.

섬세한 동작 하나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합니다.

케이팝 춤을 제대로 배워 랜덤플레이댄스 무대에 서는 게 이들의 목표입니다.

온전히 케이팝 음악과 춤만 보고 세계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는데요.

어떤 매력이 이들을 열광하게 하는 걸까요?

켄드라 조 마리 폴/ 케이팝 안무 체험 관광객 (프랑스)
"케이팝을 듣기 전엔 스스로 평범하다고 생각했는데요. 케이팝을 들으면서 내 자신을 좀 더 느끼게 됐습니다. (평소에) 춤 연습 영상을 보면서 따라하곤 했습니다. 슬프거나 행복하거나, 케이팝을 들으며 모든 감정을 느껴요."

우마 페트루니아/케이팝 안무 체험 관광객(우크라이나)
"언제든지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느낌? 케이팝 음악을 들으면 힘을 얻는 것 같아요. 강해져요, 춤출 때."


춤 자체를 즐기는 것을 넘어 SNS 영상 공유에 적극 나서는 청소년들도 있습니다.

경남 통영의 이 댄스팀은 춤 영상을 카메라에 담아 수많은 팔로워와 소통합니다.

일상 브이로그, 짧은 영상 챌린지 등 촬영하는 영상 종류도 다양하고 기기와 앱 사용에 막힘이 없습니다.

몇몇 영상은 인기를 얻어 조회수가 200만, 300만 회를 기록하기도 했는데요.

한때 아이돌을 꿈꿨던 이 여고생은 이제 진로를 '춤'으로 정했습니다.

권채은/ 경남 통영여자고등학교 2학년
"원래는 아이돌을 준비했는데 최대한 어려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요즘에는 그런 아이돌 친구들을 육성하고 도와주는 아카데미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실용무용 쪽으로 입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숏츠에서 (조회수가) 300만, 이렇게 넘고 하니까 처음에는 되게 실감도 안 나고…. 예능 같은 것, TV에서 나오는 것을 참고도 하고…. 편집하는 것도 저희가 직접 하거든요."

전보경/경남 충무고등학교 1학년
"하루에 한 서너 시간은 기본적으로 하고 대여섯 시간까지 (연습) 한 적도 있습니다. 무대에 선다는 설렘 때문에 힘들지 않습니다."

지난해 8월 한 달, 한국인의 유튜브 사용 시간은 1,174억 분에 달할 정도로 디지털 미디어 시대, 영상 서비스 앱 사용은 늘고 있습니다.

누구나 쉽고 빠르게 자신만의 영상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면서 비교적 제작이 용이한 댄스 콘텐츠의 공급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여기에 케이팝이 '듣는' 음악에서 퍼포먼스 중심의 '보는' 음악으로의 경향이 짙어지면서 일반 대중들도 춤을 자연스럽게 즐기는 문화가 만들어졌습니다.

케이팝 인기와 함께 춤을 통해 자기효능감을 느끼는 문화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
"아이돌 그룹의 퍼포먼스를 보고 '정말 멋있다'고 경외감에 차서 바라보는 것보다, '나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게 되거든요. 케이팝 안무에 맞춰서 춤을 추고 동작을 따라 하는 것이 이제는 더 이상 낯선 문화가 아니게 되었다는 거죠."

춤 영상 콘텐츠 성행에 함께 발을 맞춰 나가고 있는 KBS의 유튜브 채널도 있습니다.

KBS 청주방송총국의 '딩가딩가 스튜디오'인데요.

케이팝 콘텐츠 중에서도 무작위로 재생하는 음악에 맞춰 자유롭게 커버 댄스를 추는, '랜덤플레이댄스'를 주요 소재로 삼았습니다.


2022년부터 춤 영상 콘텐츠를 본격적으로 기획하기 시작한 이 채널은 이제 전 세계의 케이팝 팬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구독자도 벌써 60만을 넘었는데요.

국내 주요 도시 광장에서 랜덤플레이댄스 공연을 열고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케이팝을 즐기는 이들에게 놀거리·볼거리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어린 학생들과 청년 세대들의 호응이 특히 큰데요. 2022년 청주 성안길 랜덤플레이댄스 영상은 조회 수가 천백만 회를 넘기도 했습니다.


안치훈/ KBS청주 뉴미디어부장
"케이팝 팬들의 놀이 문화로 점점 발전하고 있고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 팬들 그리고 외국에서 한국으로 놀러 온 관광객 케이팝 팬들도 많이 참여를 하고 있습니다. 시청자들이 직접 자기가 케이팝을 소비하는 것 이상으로, 주인공이 될 수 있고 시청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그런 무대가 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딩가딩가 스튜디오는 거의 매달 랜덤플레이댄스 공연을 열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서울 신촌 한복판에서 무대를 마련했는데요.

케이팝 댄스가 좋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도, 경남 통영의 여고생 댄스팀도 설렌 마음을 안고 행사장을 찾았습니다.

참가자 모두 그간 갈고닦은 실력을 제대로 선보이면서 평범했던 거리가 순식간에 거대한 케이팝 공연장이 됐습니다.


참가자들은 케이팝 음악과 춤을 나만의 문화 콘텐츠로 다시 창조하면서 진심으로 무대를 즐기고 춤을 추는 순간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춤을 눈으로만 시청하던 이전 시대와는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이종임/문화연대 집행위원
"고정된 룰이 없다는 것도 10대들이 열광하는 이유인 것 같아요. 고정관념을 벗어난 자신만의 무대를 만들 수 있고. 또 관심 있는 사람들과 그런 집단 군무를 같이 추는 것 같은 협업의 느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특히나 10대들이 여기에 더 열광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세계 그 어느 곳보다 대중음악의 위상이 공고한 일본에서도 케이팝의 영향력은 빠르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도쿄 시부야 한 가운데에는 전 세계 다양한 장르의 음반을 파는 일본 최대 음반 가게가 자리잡고 있는데요.

이 8층짜리 건물 한 층을 통째로 케이팝이 차지했습니다. 그 원동력은 바로 '춤'입니다.

레이 테라우라/T 레코드 홍보부
"음악 업계 전체를 봐도 현재 케이팝의 기세가 대단해서, 글로벌 아티스트를 계속 배출해 내고 있다는 인상이 있습니다. 그 원인이라면 역시 ‘보는 음악’이라는 점, 댄스가 굉장히 매력적이라는 점이 뮤직비디오 재생수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고 그런 시각적인 음악을 만드는 점이 (케이팝의 성공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나 생각합니다."

일본에는 케이팝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학교도 있습니다.

우리 동해에 맞닿아 있는 일본 니가타현. 아이돌 그룹 BTS가 빌보드 핫 백에 처음 진입하면서 케이팝이 세계적 인기를 끌기 시작한 2017년, 이 학교엔 케이팝 전문학과가 개설됐습니다.


이 학교는 한국의 연예 산업에서 활약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게 목표인데요.

춤과 노래를 전공으로 하는 아티스트 과정은 물론, 음반 사업을 공부하는 스태프 과정도 개설됐습니다.

한국 학교와 교류가 이뤄지면서 교환 학생을 가기도 하고 늘 꿈꾸던 한국 무대에도 서 보고 있습니다.

이 학생들은 왜 모국의 J-pop이 아니라 케이팝에 주목하게 됐을까요?

이케모토 나나미/대학생
"표현력이나 표정이 일본과는 전혀 다르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출 때마다 다르긴 한데 혼자서 출 때는 내가 주인공이라는 느낌, 팬에게 (내 감정을) 전한다는 느낌으로 춤을 춥니다."

미츠나가 카렌/대학생
"(한국에서) 실제로 춤을 추게 되니 그 안에 빠져들면서 관객의 함성도 들을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케이팝 댄서로 세계적인 우리 그룹을 이끄는 외국인 안무가까지 탄생했습니다.

에스파의 <위플래시>, <Armageddon>, 카리나의 <UP> 등 요즘 유행하는 케이팝 노래에 안무가로 참여한 아키타 레난이 그 주인공입니다.


레난 씨는 일본인입니다.

케이팝에 푹 빠졌던 소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한국에 왔습니다.

4년간 혹독한 고시원 생활을 하면서 춤을 배웠고 한국어는 독학으로 깨쳤습니다.

그리고 데뷔 2년 만에 정상급 안무가로 인정 받고 있는데요.

사람들이 자신이 만든 안무를 따라하는 모습을 보면 어떤 기분인지 물었습니다.

아키타 레난/댄서·안무가
"신기해요. 일단은 사실 전 세계에서 많이 따라 해 주시고. 뭔가 되게 진심으로 행복해하는 모습이 너무 보여서 저도 보면서 같이 행복해지는 그런 느낌인 것 같아요."

모두가 저마다의 개성으로 무대를 주도하는 케이팝 콘텐츠의 결정체, 랜덤플레이댄스는 그렇게 전 세계인의 문화가 됐습니다.

한국을 넘어 해외로, 딩가딩가 스튜디오는 케이팝 음악과 춤에 열광하는 이들을 직접 찾아가 보기도 했습니다.

2023년 이탈리아 나폴리,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 수바라야에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일본 도쿄돔 광장에서 무대를 만들었는데요.

2시간 가량 진행된 행사에는 무려 800여 명의 케이팝 팬들이 모여 각자의 끼를 발산했습니다.

참가자들에게는 유명 가수들이 서는 5만 석 도쿄돔 못지않게, 값지고 소중한 무대입니다.

권채은/경남 통영여자고등학교 2학년
"다른 나라니까 ‘K-pop 댄스를 많이 알고 있을까’ 생각하면서 ‘우리가 많이 춰야겠다’하고 왔는데, 일본 댄서들이 너무 잘하고 호응도 잘해 주셔서 (좋았습니다.) 춤은 하나의 공통된 언어라고 생각해서 그걸로 통하는 게 기분이 좋았습니다."

오가와우치 사키/대학생
"대부분 저보다 어린 친구들이었는데도 춤도 잘 추고 표정 관리도 잘하고 프로 아이돌처럼 잘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케이팝을 정말 좋아하니까 앞으로 공연이 또 있으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어요.”

감상하는 음악을 넘어 놀이가 된 케이팝. 나를 표현하고 싶어서, 일상의 고민을 떨치려고, 간절한 꿈을 이루기 위해. 각자 저마다의 이유로 사람들 사이로 뛰어들어 박자를 맞춥니다.


케이팝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이 거대한 춤판은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이종임/문화연대 집행위원
"콘텐츠를 보는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지루하지 않고 흥미롭게 케이팝과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의 참여나 반응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자르고) 이 현상은 좀 지속될 거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분명한 건, 함께 하기에 안도감을 느끼고 즐거움은 배가 된다는 것입니다.

K-pop이 있어 등장한 랜덤플레이댄스. 그 신나는 춤바람이 기분 좋게 불고 있습니다.

#랜덤플레이댄스 #딩가딩가스튜디오 #케이팝 #댄스 #유튜브 #KBS시사 #더보다

취재 : 민수아
촬영 : 강사완
편집 : 최정연 강사완
그래픽 : 장수현
자료조사 : 권현서
조연출 : 유화영 심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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