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보다] 1기 신도시를 재건하라

입력 2025.02.02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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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KBS 9시 뉴스 (1989.05.30.)
분당과 일산 두 도시를 직장과 주택이 한 지역에 있는 자족적인 도시 기능을 갖춘 한국적인 모델 도시로 조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역사상 최대의 주택 건설 프로젝트.

<인터뷰> 최우식 / 1기 신도시 범재건축연합회장
노태우 정권에서 드라이브를 건 지역입니다. 그래서 다른 도시랑 다르게 준공 연도가 몰려 있습니다.


<녹취> KBS 9시 뉴스 (1989.11.22.)
분당신도시 시범단지 아파트의 분양가가 위치와 건물 층수에 따라서 평당 최저 151만 원에서 최고 178만 원까지로 결정돼….


<인터뷰> 최우식/1기 신도시 범재건축연합회장
공사 기간 기준이 2년이 넘는 데가 없고 너무 한 번에 많은 물량을 집중해서 지었기 때문에….


<녹취> KBS 9시 뉴스 (1991.06.25.)
자재난 등 역작용에도 불구하고 신도시 건설을 당초 계획대로 밀고 나갈 방침입니다.

<녹취> '불량 레미콘 파동' 국회 건설위원회 (1991.07.18.)
시멘트 현품을 가져와 봤는데, 강도나 이 모래 자갈 구성비가 형편없다는 것이 드러나요.

1기 신도시 30만 가구 입주.

<녹취> KBS 9시 뉴스/ 1991. 09. 03
분당신도시 아파트 입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30년 넘은 늙은 신도시


<녹취>분당 아파트 관리사무소장
여기도 지금 누수가 돼 가지고 그때 이제 장마철 되면 벽으로 해서 이렇게 내리니까….

<녹취>분당 아파트 주민
거실이에요. 거실 분배기 위층에서 이렇게 물이 떨어지거든요.

<인터뷰> 김제경/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
정부의 플랜 자체가 너무 비현실적입니다.


2024년 11월 27일.

하얀 눈으로 덮인 분당 양지마을.

이번 겨울 첫눈과 함께 기다리던 소식이 찾아왔습니다.

<인터뷰> 최숙자/분당 양지마을 주민
선도지구 됐다며. 2시에 발표했던데 국토교통부에서. (기분 좋으시겠어요?) 기분 너무 좋아요. 근데 많이 다 썩었으니까 해야 해요. 다 썩어서 너무 고장이 심해서 우리가 살 수가 없어.

1기 신도시 가운데 가장 먼저 재건축을 추진하는 선도지구로 지정된 겁니다.


<인터뷰> 최숙자/ 분당 양지마을 주민
우리 주민 전체가 염원하던 것이라 너무 감사해요. 그래서 전부 다 기쁨의 나눔을 나누고 있습니다. (역시 저도요!)

<녹취>
축하합니다. 여러분 애쓰셨습니다. 양지마을이 드디어 선도지구가 됐습니다. 최고입니다.


33년 된 양지마을은 주민 95%가 선도지구 공모에 동의했습니다.

<인터뷰> 최충림/양지마을 통합재건축추진준비위 공동위원장
동별로 한 분씩 맡아서 도와주시기도 하고 해외에 계신 분이 (동의서를) 다 취합해서 그 우편물 해외에서 다 보내주시고 그런 과정을 통해서 95.5% 저희가 달성했습니다.

양지마을을 비롯해 분당과 일산, 평촌, 산본, 중동에서 13개 구역, 약 3만 6천 가구가 이번 1기 신도시 선도지구로 선정됐습니다.


재건축 최대의 걸림돌로 꼽히는 안전진단 면제부터 용적률 상향, 인허가 통합 심의 등의 규제 완화 혜택을 받게 됩니다.

<인터뷰>채상욱/커넥티드 그라운드 대표 ․ 명지대 산업대학원 겸임교수
동시다발적으로 먼저 사업을 하겠다고 신청할 수가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정부가 계획을 가지고 가장 먼저 진행할 사업장을 선정하는 것이 선도지구의 개념이거든요. 그걸 위해서 안전진단을 아예 면제할 수 있는 그런 조항들도 넣었기 때문에 재건축을 굉장히 빠르게 할 수 있습니다.

※선도지구 : 가장 먼저 재건축을 추진할 사업장. 정부에서 공모를 통해 선정.

재건축 기대감은 곧바로 부동산 시장에 반영됐습니다.

<녹취> 공인중개사 (선도지구 발표 당일)
2천 올렸대. (전용면적 35㎡ 기준) 7억 7천이었는데 7억 9천에 팔리겠다.

일주일 새 시세는 수천만 원이 뛰었습니다.


<인터뷰> 이진이/공인중개사 대표(2024년 12월 3일)
호가긴 하지만 3천~5천 사이 조금 더 받고 싶다. (계약은) 일주일 사이에 열 채 정도 된 거 같아요. 양지마을 같은 경우는 보합 상태였다가 지금 호재 시작하고 골고루 평형은 골고루 나간 것 같아요.

하지만 그날 밤.




한 달 뒤 다시 찾은 분당.

막 달아오른 재건축 열기에 찬물이 끼얹어졌습니다.

<녹취> 공인중개사(지난달 14일. 음성변조)
거래가 거의 전멸이라고 보면 돼요. 지금 좀 어수선하잖아요. 비상계엄 막 그러고 나서는 조용해요.


신도시 재건축 등 현 정부가 추진해 온 규제 완화 방향의 부동산 정책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채상욱/커넥티드 그라운드 대표 ․ 명지대 산업대학원 겸임교수
윤석열 정부에서 대통령 공약으로 추진해 왔기 때문에 현재의 정치 상황 고려했을 때 이 법이 과연 탄력을 가지고 앞으로 시행이 될 수 있겠느냐 하는 부분에서 의구심을 갖는 생각이 시장에 있는 것 같습니다.

특별법까지 만들어 추진해 왔던 전례 없는 사업.

<인터뷰> 김제경/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
1기 신도시 재건축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이미 도시계획으로 판을 짜놓은 계획도시를 다시 재건축하는 사례라고 볼 수 있거든요. 1기 신도시 인구를 다 합치면 각 30만 가구고 그러면 거의 100만 인구거든요.

이주 대란에 대비해 30만 가구가 한꺼번에 재건축하지 않도록 순서를 정하고,

각종 혜택을 지원해 먼저 정비하는 사업장의 사업 속도를 높여준다는 게 정부의 구상입니다.


하지만 여기엔 조건이 붙습니다.

바로 여러 아파트 단지를 하나로 묶어서 정비하는 통합 재건축입니다.

<녹취> 분당 양지마을 통합재건축추진준비위 회의
통합 재건축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우리 5개 단지가 합심하여서 하나로 되지 않는 이상 굉장히 힘들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분당 양지마을은 5개 단지와 상가 등 4,400가구가 모인 대단지입니다.

지하철역과 공원, 학교가 근처에 자리 잡아 입지 등 이해관계가 모두 다릅니다.

<인터뷰>최충림/양지마을 통합재건축추진준비위 공동위원장
10만 평인데 아마 대한민국은 이 정도 재건축 단지 규모가 없을 거예요. TFT로 만들어서 단지별 대표, 상가 대표 전부 모여서 앞으로 어떻게 양지마을 재건축할 건지, 학교 이전 문제, 상가를 어디다 배치할 건지를 계속 토론할 겁니다.

또 다른 선도지구로 재건축을 추진 중인 일산 후곡마을.

<인터뷰> 김도환/후곡마을 통합재건축준비위 공동위원장
(고양시에) 주민 체육 시설이 없어요. 그런 것도 주변에 세우면서 노후 계획도시 재건축의 랜드마크가 되는 게 저희 목표예요.


역시 공원과 역을 사이에 두고 입지나 평수가 다른 4개 단지가 모여있습니다.

<인터뷰> 김도환/후곡마을 통합재준위 공동위원장
초기에는 큰 쟁점이 될 일들은 없어요. 그렇지만 재건축이 가시화되면서 이해관계가 나타나기 시작하는데요. 공식 용어는 아닌데 제자리 재건축, 원주민 우선 배정 방식이라고 보시면 되거든요.

※ 제자리 재건축 : 각 단지 위치에서 다시 건물을 지어 원래 동에 입주

물론 장점도 있습니다.

통합 정비를 하면 학교나 공공시설을 옮겨 공간을 효과적으로 쓸 수 있고 공사비도 아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이해관계가 엇갈려 속도는 더뎌질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채상욱/커넥티드 그라운드 대표․명지대 산업대학원 겸임교수
정비 사업의 대상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물리적으로 한군데에 모아서 다 일일이 설득하는 과정에 대한 비용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듭니다. 하물며 현행 노후계획도시법에서는 여러 단지를 묶어서 재건축했을 때 가점을 주는 제도로 인해서 대지 지분이나 현 시세가 모두 다른 이질 자산이 모여있기 때문에 상당한 갈등 요인들을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

<인터뷰>기효성/한아도시연구소장
많은 부분에서 시나 정부, 여러 기관들에서 지원은 하겠지만 당사자들은 주민분들이신 거죠. 본인의 숙제를 다른 사람들이 풀어줄 수는 없는 거고 그러면 어떻게 합의를 잘 만들고 주민들이 다 동의할 수 있는 계획안을 마련할 것이냐, 사실 그게 그다음 단계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 거죠.

결국 일부 선도지구는 통합 정비 조건을 완화해 달라고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최우식/1기신도시 범재건축연합회장․분당 재건축연합회장․분당 상록우성아파트 재건축추진준비위원장
노후도시특별법에서는 25m 이내 단지들은 예외 사항이 아니고서는 단독으로 갈 길이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어깨동무하는 단지도 있을 거고, 정말 순수하게 우리는 끝까지 가자라는 단지도 있을 텐데 그걸 과연 구별할 수 있을까.

그런데 정작 주민들이 가장 걱정하는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인터뷰> 공인중개사 직원․일산 강촌마을(3․5․7․9․단지) 선도지구 주민
옛날에는 재건축 공식이 헌 집 주면 돈 안 내고 새집 받는 걸로 돼 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잖아요. 헌 집 주고 또는 분담금을 얼마 내야 한다고 하는 거니까

<인터뷰> 김규환/분당 양지마을 선도지구 주민
입주민들이야 (분담금이) 조금 나올수록 좋지. 늙은 사람들은 돈 들어가는 거 별로 안 좋아

바로 공사비 등 재건축 시 발생하는 비용을 조합원들이 나눠 내는 분담금입니다.

<인터뷰> 김제경/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
가장 큰 우려 점은 결국 돌고 돌아서 분담금입니다. 주민들이 이 분담금을 납부하면서라도 재건축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핵심인 건데 지금 현실적으로 공사비가 2~3배 올라가는 시점 속에서는 분담금을 사업성 개선이 명확하지 않다고 하면 1인당 5억씩 납부해야 한다고 저는 얘기하고 있습니다.


선도지구에 지정된 아파트 단지는 높은 기부채납을 약속해야 했습니다.

기부채납 시설을 짓는 만큼 공사비는 더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김인만/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
나중에 기부채납 많이 하기로 했으니까 실제로 ‘기부채납은 얼마 하세요’라고 하면 아마 조합원들 강력히 반발하면서 여러 가지 갈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뚜껑을 열어보면 기부채납부터 굉장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선도지구로 선정된 분당의 한 아파트 주민. 취재 중인 기자를 이끌고 집으로 갑니다.

집 안 곳곳 물이 샌 흔적을 보여줍니다.



<인터뷰> 조희자/분당 양지마을 주민
이렇게 새시를 하면 안 샐 줄 알았어요. 이 집만 그런 게 아니고 다른 집도 여기 한 70% 다 그렇다고 보시면 돼요.
(여기도 지금 샌 거예요?) 위에서 또 수리해 줬고

그래도 머지않아 새집이 될 거란 희망이 있습니다.

<인터뷰> 조희자/분당 양지마을 주민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자꾸 발생하고 문제가 많으니까…. 그래서 이번에 그런 소식이 있어서 반갑기는 했죠. 돈을 얼마를 내든지 정말 재건축을 했으면 좋겠다….

인근의 다른 아파트 단지. 선도지구를 신청했다가 탈락한 곳입니다.


<인터뷰>김태완/분당 상록우성아파트 관리사무소장
층간 누수가 1년에 한 180건 정도 된다니까요. 180건~200건. 겨울에 (8층에서) 배관이 터지면 그 라인에 있는 1층에서 8층까지 난방 물을 다 빼내야 해요. 업체 선정하는 데 시간 걸리고, 그동안 나머지 세대들은 추위에 떨고 있어야 해요.

심지어 갈라진 벽에서 물이 새는 건물도 있습니다.

장마철이 되면 바닥에 한 5mm 정도는 물이 계속 쌓여요. 그건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공사 업체들이 다 포기해서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요.

지하 주차장은 난방 배관 누수로 인한 녹물 피해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보면 알지만 4~5년 이내에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개가 한꺼번에 터졌다고 보면 돼요. 순차적으로 해서 계속.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한풀 꺾인 주민들은 불편함보다 안전이 더 걱정입니다.

<인터뷰> 최우식/1기 신도시 범재건축연합회장․분당 재건축연합회장․분당 상록우성아파트 재건축추진준비위원장
1기 신도시의 공사 기간은 전혀 다릅니다. 2년이 넘은 단지가 거의 없어요. 굉장히 급조해서 준공 도서를 맞추다 보니까 완성된 부분에 대해서 정확하게 어떤 부분들이 문제가 없는지, 그 절차가 과연 충분히 이루어졌는가, 그리고 준공해줬는가 저는 좀 의문이 들고요….

정부는 탈락한 아파트 단지도 자체 정비 계획을 마련해 재건축 사업을 제안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긴 어려워 보입니다.

이 아파트들은 언제쯤 재건축을 시작할 수 있을까요?

<인터뷰> 김인만/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지금 이제 10% 정도를 선정했단 말입니다. 그러면 마지막에 남은 1번부터 10번 타자까지 본다면 10번 타자는 몇 년을 기다려야 될까요? 50년을 기다려서 진행해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굉장한 불만을 제기할 수밖에는 없고….


넉넉한 녹지와 편리한 환경을 자랑하는 1기 신도시 주민들.

<인터뷰> 최귀순/1기 신도시 주민
애들 많고 공원이 있어서 좋아요. 여기는.

<인터뷰> 최진만/1기 신도시 주민
지금 살고 있는 집이 각종 편의시설이라든지 역세권이라든지 역에 가깝다든지 편리성. 저는 현재의 위치에서 만족하고 있고….


하지만 이제는 오래된 아파트를 대체할 새로운 주거 환경을 원합니다.

<인터뷰> 김미영 /1기 신도시 주민
아파트 자체에서 즐길 수 있는 그런 게 잘 되어 있는 아파트였으면….

<인터뷰>조희자 /1기 신도시 주민
지하 주차장이 잘 되고 지상에 근린공원이 잘 되고 기반 시설이 잘되고….

쉽지는 않겠지만 정부의 지지를 받으며 시작할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

<인터뷰> 김제경/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
저는 1기 신도시 재건축의 골든타임이 지금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도 지금 주민들의 연령대가 40~50대들이 더 많고, 재건축에 대한 열의가 높을 때 빠르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데, 여기서 타이밍을 잘못 놓치게 되면 이제 진짜 일본 꼴이 날 수 있거든요.

기대만큼 주민들의 삶의 만족도를 올릴 수 있을까요?

<인터뷰>기효성/한아도시연구소장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도시를 정비하는 것들인 건데 새 아파트가 들어간다고 도시가 정비되는 건 아니거든요. 여러 측면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들이 충분히 있는데 그런 부분들까지 좀 차분히 보면서 해야지 제대로 된 도시의 정비가 될 거고, 결국 그게 그 지역의 가치들을 상승시키는 부분이기 때문에 그 부분들을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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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보다] 1기 신도시를 재건하라
    • 입력 2025-02-02 23:10:38
    경제
<녹취> KBS 9시 뉴스 (1989.05.30.)
분당과 일산 두 도시를 직장과 주택이 한 지역에 있는 자족적인 도시 기능을 갖춘 한국적인 모델 도시로 조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역사상 최대의 주택 건설 프로젝트.

<인터뷰> 최우식 / 1기 신도시 범재건축연합회장
노태우 정권에서 드라이브를 건 지역입니다. 그래서 다른 도시랑 다르게 준공 연도가 몰려 있습니다.


<녹취> KBS 9시 뉴스 (1989.11.22.)
분당신도시 시범단지 아파트의 분양가가 위치와 건물 층수에 따라서 평당 최저 151만 원에서 최고 178만 원까지로 결정돼….


<인터뷰> 최우식/1기 신도시 범재건축연합회장
공사 기간 기준이 2년이 넘는 데가 없고 너무 한 번에 많은 물량을 집중해서 지었기 때문에….


<녹취> KBS 9시 뉴스 (1991.06.25.)
자재난 등 역작용에도 불구하고 신도시 건설을 당초 계획대로 밀고 나갈 방침입니다.

<녹취> '불량 레미콘 파동' 국회 건설위원회 (1991.07.18.)
시멘트 현품을 가져와 봤는데, 강도나 이 모래 자갈 구성비가 형편없다는 것이 드러나요.

1기 신도시 30만 가구 입주.

<녹취> KBS 9시 뉴스/ 1991. 09. 03
분당신도시 아파트 입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30년 넘은 늙은 신도시


<녹취>분당 아파트 관리사무소장
여기도 지금 누수가 돼 가지고 그때 이제 장마철 되면 벽으로 해서 이렇게 내리니까….

<녹취>분당 아파트 주민
거실이에요. 거실 분배기 위층에서 이렇게 물이 떨어지거든요.

<인터뷰> 김제경/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
정부의 플랜 자체가 너무 비현실적입니다.


2024년 11월 27일.

하얀 눈으로 덮인 분당 양지마을.

이번 겨울 첫눈과 함께 기다리던 소식이 찾아왔습니다.

<인터뷰> 최숙자/분당 양지마을 주민
선도지구 됐다며. 2시에 발표했던데 국토교통부에서. (기분 좋으시겠어요?) 기분 너무 좋아요. 근데 많이 다 썩었으니까 해야 해요. 다 썩어서 너무 고장이 심해서 우리가 살 수가 없어.

1기 신도시 가운데 가장 먼저 재건축을 추진하는 선도지구로 지정된 겁니다.


<인터뷰> 최숙자/ 분당 양지마을 주민
우리 주민 전체가 염원하던 것이라 너무 감사해요. 그래서 전부 다 기쁨의 나눔을 나누고 있습니다. (역시 저도요!)

<녹취>
축하합니다. 여러분 애쓰셨습니다. 양지마을이 드디어 선도지구가 됐습니다. 최고입니다.


33년 된 양지마을은 주민 95%가 선도지구 공모에 동의했습니다.

<인터뷰> 최충림/양지마을 통합재건축추진준비위 공동위원장
동별로 한 분씩 맡아서 도와주시기도 하고 해외에 계신 분이 (동의서를) 다 취합해서 그 우편물 해외에서 다 보내주시고 그런 과정을 통해서 95.5% 저희가 달성했습니다.

양지마을을 비롯해 분당과 일산, 평촌, 산본, 중동에서 13개 구역, 약 3만 6천 가구가 이번 1기 신도시 선도지구로 선정됐습니다.


재건축 최대의 걸림돌로 꼽히는 안전진단 면제부터 용적률 상향, 인허가 통합 심의 등의 규제 완화 혜택을 받게 됩니다.

<인터뷰>채상욱/커넥티드 그라운드 대표 ․ 명지대 산업대학원 겸임교수
동시다발적으로 먼저 사업을 하겠다고 신청할 수가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정부가 계획을 가지고 가장 먼저 진행할 사업장을 선정하는 것이 선도지구의 개념이거든요. 그걸 위해서 안전진단을 아예 면제할 수 있는 그런 조항들도 넣었기 때문에 재건축을 굉장히 빠르게 할 수 있습니다.

※선도지구 : 가장 먼저 재건축을 추진할 사업장. 정부에서 공모를 통해 선정.

재건축 기대감은 곧바로 부동산 시장에 반영됐습니다.

<녹취> 공인중개사 (선도지구 발표 당일)
2천 올렸대. (전용면적 35㎡ 기준) 7억 7천이었는데 7억 9천에 팔리겠다.

일주일 새 시세는 수천만 원이 뛰었습니다.


<인터뷰> 이진이/공인중개사 대표(2024년 12월 3일)
호가긴 하지만 3천~5천 사이 조금 더 받고 싶다. (계약은) 일주일 사이에 열 채 정도 된 거 같아요. 양지마을 같은 경우는 보합 상태였다가 지금 호재 시작하고 골고루 평형은 골고루 나간 것 같아요.

하지만 그날 밤.




한 달 뒤 다시 찾은 분당.

막 달아오른 재건축 열기에 찬물이 끼얹어졌습니다.

<녹취> 공인중개사(지난달 14일. 음성변조)
거래가 거의 전멸이라고 보면 돼요. 지금 좀 어수선하잖아요. 비상계엄 막 그러고 나서는 조용해요.


신도시 재건축 등 현 정부가 추진해 온 규제 완화 방향의 부동산 정책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채상욱/커넥티드 그라운드 대표 ․ 명지대 산업대학원 겸임교수
윤석열 정부에서 대통령 공약으로 추진해 왔기 때문에 현재의 정치 상황 고려했을 때 이 법이 과연 탄력을 가지고 앞으로 시행이 될 수 있겠느냐 하는 부분에서 의구심을 갖는 생각이 시장에 있는 것 같습니다.

특별법까지 만들어 추진해 왔던 전례 없는 사업.

<인터뷰> 김제경/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
1기 신도시 재건축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이미 도시계획으로 판을 짜놓은 계획도시를 다시 재건축하는 사례라고 볼 수 있거든요. 1기 신도시 인구를 다 합치면 각 30만 가구고 그러면 거의 100만 인구거든요.

이주 대란에 대비해 30만 가구가 한꺼번에 재건축하지 않도록 순서를 정하고,

각종 혜택을 지원해 먼저 정비하는 사업장의 사업 속도를 높여준다는 게 정부의 구상입니다.


하지만 여기엔 조건이 붙습니다.

바로 여러 아파트 단지를 하나로 묶어서 정비하는 통합 재건축입니다.

<녹취> 분당 양지마을 통합재건축추진준비위 회의
통합 재건축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우리 5개 단지가 합심하여서 하나로 되지 않는 이상 굉장히 힘들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분당 양지마을은 5개 단지와 상가 등 4,400가구가 모인 대단지입니다.

지하철역과 공원, 학교가 근처에 자리 잡아 입지 등 이해관계가 모두 다릅니다.

<인터뷰>최충림/양지마을 통합재건축추진준비위 공동위원장
10만 평인데 아마 대한민국은 이 정도 재건축 단지 규모가 없을 거예요. TFT로 만들어서 단지별 대표, 상가 대표 전부 모여서 앞으로 어떻게 양지마을 재건축할 건지, 학교 이전 문제, 상가를 어디다 배치할 건지를 계속 토론할 겁니다.

또 다른 선도지구로 재건축을 추진 중인 일산 후곡마을.

<인터뷰> 김도환/후곡마을 통합재건축준비위 공동위원장
(고양시에) 주민 체육 시설이 없어요. 그런 것도 주변에 세우면서 노후 계획도시 재건축의 랜드마크가 되는 게 저희 목표예요.


역시 공원과 역을 사이에 두고 입지나 평수가 다른 4개 단지가 모여있습니다.

<인터뷰> 김도환/후곡마을 통합재준위 공동위원장
초기에는 큰 쟁점이 될 일들은 없어요. 그렇지만 재건축이 가시화되면서 이해관계가 나타나기 시작하는데요. 공식 용어는 아닌데 제자리 재건축, 원주민 우선 배정 방식이라고 보시면 되거든요.

※ 제자리 재건축 : 각 단지 위치에서 다시 건물을 지어 원래 동에 입주

물론 장점도 있습니다.

통합 정비를 하면 학교나 공공시설을 옮겨 공간을 효과적으로 쓸 수 있고 공사비도 아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이해관계가 엇갈려 속도는 더뎌질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채상욱/커넥티드 그라운드 대표․명지대 산업대학원 겸임교수
정비 사업의 대상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물리적으로 한군데에 모아서 다 일일이 설득하는 과정에 대한 비용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듭니다. 하물며 현행 노후계획도시법에서는 여러 단지를 묶어서 재건축했을 때 가점을 주는 제도로 인해서 대지 지분이나 현 시세가 모두 다른 이질 자산이 모여있기 때문에 상당한 갈등 요인들을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

<인터뷰>기효성/한아도시연구소장
많은 부분에서 시나 정부, 여러 기관들에서 지원은 하겠지만 당사자들은 주민분들이신 거죠. 본인의 숙제를 다른 사람들이 풀어줄 수는 없는 거고 그러면 어떻게 합의를 잘 만들고 주민들이 다 동의할 수 있는 계획안을 마련할 것이냐, 사실 그게 그다음 단계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 거죠.

결국 일부 선도지구는 통합 정비 조건을 완화해 달라고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최우식/1기신도시 범재건축연합회장․분당 재건축연합회장․분당 상록우성아파트 재건축추진준비위원장
노후도시특별법에서는 25m 이내 단지들은 예외 사항이 아니고서는 단독으로 갈 길이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어깨동무하는 단지도 있을 거고, 정말 순수하게 우리는 끝까지 가자라는 단지도 있을 텐데 그걸 과연 구별할 수 있을까.

그런데 정작 주민들이 가장 걱정하는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인터뷰> 공인중개사 직원․일산 강촌마을(3․5․7․9․단지) 선도지구 주민
옛날에는 재건축 공식이 헌 집 주면 돈 안 내고 새집 받는 걸로 돼 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잖아요. 헌 집 주고 또는 분담금을 얼마 내야 한다고 하는 거니까

<인터뷰> 김규환/분당 양지마을 선도지구 주민
입주민들이야 (분담금이) 조금 나올수록 좋지. 늙은 사람들은 돈 들어가는 거 별로 안 좋아

바로 공사비 등 재건축 시 발생하는 비용을 조합원들이 나눠 내는 분담금입니다.

<인터뷰> 김제경/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
가장 큰 우려 점은 결국 돌고 돌아서 분담금입니다. 주민들이 이 분담금을 납부하면서라도 재건축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핵심인 건데 지금 현실적으로 공사비가 2~3배 올라가는 시점 속에서는 분담금을 사업성 개선이 명확하지 않다고 하면 1인당 5억씩 납부해야 한다고 저는 얘기하고 있습니다.


선도지구에 지정된 아파트 단지는 높은 기부채납을 약속해야 했습니다.

기부채납 시설을 짓는 만큼 공사비는 더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김인만/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
나중에 기부채납 많이 하기로 했으니까 실제로 ‘기부채납은 얼마 하세요’라고 하면 아마 조합원들 강력히 반발하면서 여러 가지 갈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뚜껑을 열어보면 기부채납부터 굉장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선도지구로 선정된 분당의 한 아파트 주민. 취재 중인 기자를 이끌고 집으로 갑니다.

집 안 곳곳 물이 샌 흔적을 보여줍니다.



<인터뷰> 조희자/분당 양지마을 주민
이렇게 새시를 하면 안 샐 줄 알았어요. 이 집만 그런 게 아니고 다른 집도 여기 한 70% 다 그렇다고 보시면 돼요.
(여기도 지금 샌 거예요?) 위에서 또 수리해 줬고

그래도 머지않아 새집이 될 거란 희망이 있습니다.

<인터뷰> 조희자/분당 양지마을 주민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자꾸 발생하고 문제가 많으니까…. 그래서 이번에 그런 소식이 있어서 반갑기는 했죠. 돈을 얼마를 내든지 정말 재건축을 했으면 좋겠다….

인근의 다른 아파트 단지. 선도지구를 신청했다가 탈락한 곳입니다.


<인터뷰>김태완/분당 상록우성아파트 관리사무소장
층간 누수가 1년에 한 180건 정도 된다니까요. 180건~200건. 겨울에 (8층에서) 배관이 터지면 그 라인에 있는 1층에서 8층까지 난방 물을 다 빼내야 해요. 업체 선정하는 데 시간 걸리고, 그동안 나머지 세대들은 추위에 떨고 있어야 해요.

심지어 갈라진 벽에서 물이 새는 건물도 있습니다.

장마철이 되면 바닥에 한 5mm 정도는 물이 계속 쌓여요. 그건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공사 업체들이 다 포기해서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요.

지하 주차장은 난방 배관 누수로 인한 녹물 피해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보면 알지만 4~5년 이내에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개가 한꺼번에 터졌다고 보면 돼요. 순차적으로 해서 계속.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한풀 꺾인 주민들은 불편함보다 안전이 더 걱정입니다.

<인터뷰> 최우식/1기 신도시 범재건축연합회장․분당 재건축연합회장․분당 상록우성아파트 재건축추진준비위원장
1기 신도시의 공사 기간은 전혀 다릅니다. 2년이 넘은 단지가 거의 없어요. 굉장히 급조해서 준공 도서를 맞추다 보니까 완성된 부분에 대해서 정확하게 어떤 부분들이 문제가 없는지, 그 절차가 과연 충분히 이루어졌는가, 그리고 준공해줬는가 저는 좀 의문이 들고요….

정부는 탈락한 아파트 단지도 자체 정비 계획을 마련해 재건축 사업을 제안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긴 어려워 보입니다.

이 아파트들은 언제쯤 재건축을 시작할 수 있을까요?

<인터뷰> 김인만/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지금 이제 10% 정도를 선정했단 말입니다. 그러면 마지막에 남은 1번부터 10번 타자까지 본다면 10번 타자는 몇 년을 기다려야 될까요? 50년을 기다려서 진행해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굉장한 불만을 제기할 수밖에는 없고….


넉넉한 녹지와 편리한 환경을 자랑하는 1기 신도시 주민들.

<인터뷰> 최귀순/1기 신도시 주민
애들 많고 공원이 있어서 좋아요. 여기는.

<인터뷰> 최진만/1기 신도시 주민
지금 살고 있는 집이 각종 편의시설이라든지 역세권이라든지 역에 가깝다든지 편리성. 저는 현재의 위치에서 만족하고 있고….


하지만 이제는 오래된 아파트를 대체할 새로운 주거 환경을 원합니다.

<인터뷰> 김미영 /1기 신도시 주민
아파트 자체에서 즐길 수 있는 그런 게 잘 되어 있는 아파트였으면….

<인터뷰>조희자 /1기 신도시 주민
지하 주차장이 잘 되고 지상에 근린공원이 잘 되고 기반 시설이 잘되고….

쉽지는 않겠지만 정부의 지지를 받으며 시작할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

<인터뷰> 김제경/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
저는 1기 신도시 재건축의 골든타임이 지금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도 지금 주민들의 연령대가 40~50대들이 더 많고, 재건축에 대한 열의가 높을 때 빠르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데, 여기서 타이밍을 잘못 놓치게 되면 이제 진짜 일본 꼴이 날 수 있거든요.

기대만큼 주민들의 삶의 만족도를 올릴 수 있을까요?

<인터뷰>기효성/한아도시연구소장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도시를 정비하는 것들인 건데 새 아파트가 들어간다고 도시가 정비되는 건 아니거든요. 여러 측면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들이 충분히 있는데 그런 부분들까지 좀 차분히 보면서 해야지 제대로 된 도시의 정비가 될 거고, 결국 그게 그 지역의 가치들을 상승시키는 부분이기 때문에 그 부분들을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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