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맏딸 부부의 ‘수상한 주식’, 한 종목 뿐일까

입력 2025.02.0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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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1남 2녀를 뒀습니다. 아들은 구광모 현 LG그룹 회장입니다. 구 회장의 입양 스토리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두 딸 중 장녀 구연경 씨는 구광모 회장과 동갑내기입니다. 지금은 LG복지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구연경 이사장이 최근 구설에 오르고 있습니다. 구 이사장과 남편 윤관 씨의 기소 소식을 KBS는 최근 단독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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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LG그룹 맏딸 부부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 불구속 기소

구 대표는 지난 2023년 한 코스닥 상장사 주식 3만 주를 매입합니다. 그해 이 회사 주가는 만 원대에서 5만 원대까지 찍습니다. 투자사 한 곳이 5백억 원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호재가 됐습니다.

호재의 발원지가 문제였습니다. 투자사 대표가 구연경 대표의 남편, 윤관 씨였습니다. 아내가 주식을 샀는데, 그 회사에 남편이 거액을 투자하며 주가를 끌어올린 모양새입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부장 공준혁)는 남편 윤관 씨가 해당 종목에 대한 호재성 정보를 '생성'하고 아내 구 대표가 '이용'한 일종의 공모 혐의가 있다고 보고, 두 사람 모두 불구속기소 했습니다. 부부를 동시 기소하는 건 자주 있는 일은 아닙니다.

지난달 23일 KBS 뉴스9 보도 내용지난달 23일 KBS 뉴스9 보도 내용
재판에서 혐의가 확정될 경우, 구연경-윤관 부부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나 이익금의 3배에서 5배에 이르는 벌금을 물어야 합니다. 구연경 이사장이 본 이익은 수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2023년 6월 자본시장법이 개정됐습니다. 미공개중요정보이용에 대한 처벌 수위를 더 높였습니다.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나 이익금의 3배에서 5배에 이르는 벌금을 물리게 했습니다.

미공개 정보 이용은 시세조종(특정 세력의 인위적인 시세 변동 행위), 부정거래(풍문 유포 등의 방법으로 투자자 기망)와 함께 이른바 '3대 주식 범죄'로 꼽힙니다.

자본시장법 제174조(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금지)
"상장법인의 업무 등과 관련된 미공개중요정보(투자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로 불특정 다수가 알 수 있게 공개되기 전의 것)를 특정증권 등의 매매 등에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이용하게 해서는 안 된다."

■ "맏딸 부부, 3개 종목 더 함께 투자"

부부의 기소 소식에 대한 시청자 반응은 크게 두 축이었습니다. '혐의가 제대로 규명돼야 한다' 혹은 '혐의 종목이 과연 하나뿐일까'.

"주가조작은 규모의 많고 적음도 중요하지만, 국가 기강과 경제를 망치는 중범죄"(아이디 ndy1****)
"이러는데 어떤 외국인이 한국 주식시장에 들어오나? 여기저기서 통정매매"(아이디 pupi****)
"고작 수억 원 먹자고 판을 짰을까? 다방면으로 깊이 수사하길. 시세차익 수억 원은 누군가의 손실"(아이디 dlaw****)

금융당국의 의심도 비슷했습니다. 부부의 다른 투자 이력도 금융당국은 살펴봤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이번에 미공개정보이용 혐의가 불거진 코스닥 종목 외에도 다른 세 종목도 조사했습니다. 아내도 남편도 함께 투자한 종목들이었습니다.

주식 투자 경험이 있는 분들은 익히 아실 겁니다. 경제공동체인 부부가 같은 종목을 함께 매수하는 건, 보통 어떨 때인가요.

금융당국은 이들 종목도 미공개정보이용 혐의 등을 수사할 필요가 있단 의견을 검찰에 전달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윤관 씨가 유상증자에 참여했던 한 개 종목만 기소했습니다.

자본시장법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혐의 적용을 위해선 미공개정보를 주고받은 내용이나 확실한 정황 같은 객관적 증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부부는 일상적으로 만나는 관계이기 때문에 설령 정보를 주고받았다고 해도 입증이 어렵고, 미공개중요정보 이용에 해당하는지는 추가적인 수사가 필요하다. 그래서 검찰 수사 과정에서 무혐의도 많이 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23일 KBS뉴스9지난달 23일 KBS뉴스9

■ 남편은 투자업계 '큰 손'

부부가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종목이 더 있을 수 있다는 의심은 부부의 투자 이력에서 비롯됩니다.

윤 씨는 사모펀드 BRV(블루런벤처스)의 아시아 지역 펀드 운영자입니다. 국내 상장·비상장사에 20년 가까이 투자해 왔습니다. 이른바 '큰 손', 전문 투자자입니다. 윤 씨의 투자 결정 자체가 시장에서 호재로 인식될 정도입니다.

2013년 2월 코스닥 상장사 청호ICT 지분 9%를 Able Leader Holdings Limited라는 홍콩 회사가 인수했다고 공시됩니다. 이 홍콩 회사 최대 주주가 바로 BRV Lotus International Limited였습니다.

BRV 측은 이 회사 지분을 16%대까지 보유하다, 2020년 9월 장외 매도로 다 털고 나옵니다. 다음 해인 2021년 4월 횡령 사건이 터집니다. 청호ICT는 상장폐지 후보가 되고, 결국 지난해 상폐됐습니다.

윤관 씨가 처음 투자할 당시 청호ICT의 대표이사는 지 모 씨였습니다. 지 씨는 2023년 2월 SM엔터테인먼트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구속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BRV 홈페이지. 윤관 씨가 아시아 지역 펀드 운영자(GP)로 소개되고 있다.BRV 홈페이지. 윤관 씨가 아시아 지역 펀드 운영자(GP)로 소개되고 있다.
윤관 씨는 꾸준히 투자자로 활동했고, 포트폴리오에는 직방, 오늘의집, 번개장터, 에코프로GEM, 에코프로머티리얼즈, 그린랩스, 넥스트챕터 등 알려진 회사가 꽤 많이 포함돼 있습니다. 글로벌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함께 신세계그룹 쓱(SSG)닷컴에 1조 원을 수혈해 주기도 했습니다.

BRV코리아 사무실은 서울 강남구의 한 건물입니다. 이 건물은 아내 구연경 대표와 장모 김영식 여사 명의입니다.

투자 활동 초기였던 2008년, 그러니까 구 대표와 결혼한 지 2년 정도 지났을 무렵 윤관 씨는 본인 명의로 비상장사에 투자해 최대 주주가 됩니다. LG전자에 납품하는 회사였습니다.

윤 씨의 투자 이력 곳곳에 처가의 흔적이 엿보입니다.

■ 아내는 비상장사 투자...고려아연도 인연

아내 구연경 대표는 '초보 투자자'였을까요.

KBS는 구연경 대표가 2021년 한 비상장사의 최대 주주였던 사실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확인했습니다.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사실입니다.

구 대표는 2021년 기준 서울 마포구 소재의 한 방송 프로 제작사 지분 21.32%를 갖고 있었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회사였습니다. 평범한 투자자라면 손대기 쉽지 않은 비상장사 투자였습니다.

이 회사는 2019년 전환사채를 발행하는데, 전환사채 17억 원어치를 한 중견 기업이 인수합니다. 주인공은 최근 특히 유명해진 '고려아연'이었습니다.

고려아연 창립기념일(8월1일)을 하루 앞둔 지난해 7월 31일 울산에서 발언 중인 최윤범 회장고려아연 창립기념일(8월1일)을 하루 앞둔 지난해 7월 31일 울산에서 발언 중인 최윤범 회장

비철금속 제조업체 고려아연이 연 매출 천만 원 수준인 방송 콘텐츠 제작사의 전환사채를 굳이 사들인 겁니다.

이번에도 지모 씨(청호ICT 대표이사)가 등장합니다. 지 씨는 해당 콘텐츠 제작사의 등기 임원 중 한 명이었습니다. 무슨 인연이었을까요?

지 씨와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은 중학교 동창, 최윤범 회장과 윤관 씨는 초등학교 동창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구연경 대표와 지 씨의 인연은 더 이어집니다. 구 대표가 최대 주주였던 콘텐츠 회사는 2021년 9월 아크미디어란 회사와 합병합니다. 코리아그로쓰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가 새 최대 주주가 됩니다. 여기는 또 어디냐고요?

고려아연의 종속기업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영하는 사모펀드로, 역시 지 씨가 회장으로 활동해 온 곳입니다.

아크미디어의 2021년 감사보고서. 최대주주가 구연경 대표라고 밝히고 있다.아크미디어의 2021년 감사보고서. 최대주주가 구연경 대표라고 밝히고 있다.

구 대표가 콘텐츠 회사 투자로 얼마를 벌었는지, 그 과정에 법적 문제가 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다만, 구 대표 역시 투자 내공이 만만치는 않은 인물이었다는 점은 확인됩니다.

■ "미공개 정보 이용, 결코 없다"

구연경-윤관 부부는 미공개중요정보를 단 한 번도 이용하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검찰의 불구속 기소 결정에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습니다.

구연경 대표 법률 대리인은 지난달 23일 검찰의 불구속 기소 결정 당일 KBS에 "부부 사이에 미공개 정보를 주고받은 사실이 결코 없다"면서 "검찰에서 충실하고 성실하게 소명했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지난해 초, KBS가 최초로 부부의 미공개정보이용 의혹을 제기했을 때부터 미공개정보이용 혐의를 지속적으로 부인해 오고 있습니다.

당시 구 대표 측은 KBS의 질의에 한 달 반이 지나 답을 해왔는데 "가족 간 송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미공개정보이용 의혹은 일방적인 제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무슨 송사를 말하는 걸까요?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재산은 대부분 구광모 회장이 상속했습니다. 재벌가 치고는 상속 과정이 매끄러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구연경 씨는 어머니 김영식 여사, 여동생 구연수 씨와 함께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상속 재산을 나눠달라는 소송을 지난 2023년 2월 제기했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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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1남 2녀를 뒀습니다. 아들은 구광모 현 LG그룹 회장입니다. 구 회장의 입양 스토리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두 딸 중 장녀 구연경 씨는 구광모 회장과 동갑내기입니다. 지금은 LG복지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구연경 이사장이 최근 구설에 오르고 있습니다. 구 이사장과 남편 윤관 씨의 기소 소식을 KBS는 최근 단독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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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LG그룹 맏딸 부부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 불구속 기소

구 대표는 지난 2023년 한 코스닥 상장사 주식 3만 주를 매입합니다. 그해 이 회사 주가는 만 원대에서 5만 원대까지 찍습니다. 투자사 한 곳이 5백억 원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호재가 됐습니다.

호재의 발원지가 문제였습니다. 투자사 대표가 구연경 대표의 남편, 윤관 씨였습니다. 아내가 주식을 샀는데, 그 회사에 남편이 거액을 투자하며 주가를 끌어올린 모양새입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부장 공준혁)는 남편 윤관 씨가 해당 종목에 대한 호재성 정보를 '생성'하고 아내 구 대표가 '이용'한 일종의 공모 혐의가 있다고 보고, 두 사람 모두 불구속기소 했습니다. 부부를 동시 기소하는 건 자주 있는 일은 아닙니다.

지난달 23일 KBS 뉴스9 보도 내용재판에서 혐의가 확정될 경우, 구연경-윤관 부부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나 이익금의 3배에서 5배에 이르는 벌금을 물어야 합니다. 구연경 이사장이 본 이익은 수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2023년 6월 자본시장법이 개정됐습니다. 미공개중요정보이용에 대한 처벌 수위를 더 높였습니다.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나 이익금의 3배에서 5배에 이르는 벌금을 물리게 했습니다.

미공개 정보 이용은 시세조종(특정 세력의 인위적인 시세 변동 행위), 부정거래(풍문 유포 등의 방법으로 투자자 기망)와 함께 이른바 '3대 주식 범죄'로 꼽힙니다.

자본시장법 제174조(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금지)
"상장법인의 업무 등과 관련된 미공개중요정보(투자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로 불특정 다수가 알 수 있게 공개되기 전의 것)를 특정증권 등의 매매 등에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이용하게 해서는 안 된다."

■ "맏딸 부부, 3개 종목 더 함께 투자"

부부의 기소 소식에 대한 시청자 반응은 크게 두 축이었습니다. '혐의가 제대로 규명돼야 한다' 혹은 '혐의 종목이 과연 하나뿐일까'.

"주가조작은 규모의 많고 적음도 중요하지만, 국가 기강과 경제를 망치는 중범죄"(아이디 ndy1****)
"이러는데 어떤 외국인이 한국 주식시장에 들어오나? 여기저기서 통정매매"(아이디 pupi****)
"고작 수억 원 먹자고 판을 짰을까? 다방면으로 깊이 수사하길. 시세차익 수억 원은 누군가의 손실"(아이디 dlaw****)

금융당국의 의심도 비슷했습니다. 부부의 다른 투자 이력도 금융당국은 살펴봤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이번에 미공개정보이용 혐의가 불거진 코스닥 종목 외에도 다른 세 종목도 조사했습니다. 아내도 남편도 함께 투자한 종목들이었습니다.

주식 투자 경험이 있는 분들은 익히 아실 겁니다. 경제공동체인 부부가 같은 종목을 함께 매수하는 건, 보통 어떨 때인가요.

금융당국은 이들 종목도 미공개정보이용 혐의 등을 수사할 필요가 있단 의견을 검찰에 전달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윤관 씨가 유상증자에 참여했던 한 개 종목만 기소했습니다.

자본시장법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혐의 적용을 위해선 미공개정보를 주고받은 내용이나 확실한 정황 같은 객관적 증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부부는 일상적으로 만나는 관계이기 때문에 설령 정보를 주고받았다고 해도 입증이 어렵고, 미공개중요정보 이용에 해당하는지는 추가적인 수사가 필요하다. 그래서 검찰 수사 과정에서 무혐의도 많이 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23일 KBS뉴스9
■ 남편은 투자업계 '큰 손'

부부가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종목이 더 있을 수 있다는 의심은 부부의 투자 이력에서 비롯됩니다.

윤 씨는 사모펀드 BRV(블루런벤처스)의 아시아 지역 펀드 운영자입니다. 국내 상장·비상장사에 20년 가까이 투자해 왔습니다. 이른바 '큰 손', 전문 투자자입니다. 윤 씨의 투자 결정 자체가 시장에서 호재로 인식될 정도입니다.

2013년 2월 코스닥 상장사 청호ICT 지분 9%를 Able Leader Holdings Limited라는 홍콩 회사가 인수했다고 공시됩니다. 이 홍콩 회사 최대 주주가 바로 BRV Lotus International Limited였습니다.

BRV 측은 이 회사 지분을 16%대까지 보유하다, 2020년 9월 장외 매도로 다 털고 나옵니다. 다음 해인 2021년 4월 횡령 사건이 터집니다. 청호ICT는 상장폐지 후보가 되고, 결국 지난해 상폐됐습니다.

윤관 씨가 처음 투자할 당시 청호ICT의 대표이사는 지 모 씨였습니다. 지 씨는 2023년 2월 SM엔터테인먼트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구속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BRV 홈페이지. 윤관 씨가 아시아 지역 펀드 운영자(GP)로 소개되고 있다. 윤관 씨는 꾸준히 투자자로 활동했고, 포트폴리오에는 직방, 오늘의집, 번개장터, 에코프로GEM, 에코프로머티리얼즈, 그린랩스, 넥스트챕터 등 알려진 회사가 꽤 많이 포함돼 있습니다. 글로벌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함께 신세계그룹 쓱(SSG)닷컴에 1조 원을 수혈해 주기도 했습니다.

BRV코리아 사무실은 서울 강남구의 한 건물입니다. 이 건물은 아내 구연경 대표와 장모 김영식 여사 명의입니다.

투자 활동 초기였던 2008년, 그러니까 구 대표와 결혼한 지 2년 정도 지났을 무렵 윤관 씨는 본인 명의로 비상장사에 투자해 최대 주주가 됩니다. LG전자에 납품하는 회사였습니다.

윤 씨의 투자 이력 곳곳에 처가의 흔적이 엿보입니다.

■ 아내는 비상장사 투자...고려아연도 인연

아내 구연경 대표는 '초보 투자자'였을까요.

KBS는 구연경 대표가 2021년 한 비상장사의 최대 주주였던 사실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확인했습니다.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사실입니다.

구 대표는 2021년 기준 서울 마포구 소재의 한 방송 프로 제작사 지분 21.32%를 갖고 있었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회사였습니다. 평범한 투자자라면 손대기 쉽지 않은 비상장사 투자였습니다.

이 회사는 2019년 전환사채를 발행하는데, 전환사채 17억 원어치를 한 중견 기업이 인수합니다. 주인공은 최근 특히 유명해진 '고려아연'이었습니다.

고려아연 창립기념일(8월1일)을 하루 앞둔 지난해 7월 31일 울산에서 발언 중인 최윤범 회장
비철금속 제조업체 고려아연이 연 매출 천만 원 수준인 방송 콘텐츠 제작사의 전환사채를 굳이 사들인 겁니다.

이번에도 지모 씨(청호ICT 대표이사)가 등장합니다. 지 씨는 해당 콘텐츠 제작사의 등기 임원 중 한 명이었습니다. 무슨 인연이었을까요?

지 씨와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은 중학교 동창, 최윤범 회장과 윤관 씨는 초등학교 동창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구연경 대표와 지 씨의 인연은 더 이어집니다. 구 대표가 최대 주주였던 콘텐츠 회사는 2021년 9월 아크미디어란 회사와 합병합니다. 코리아그로쓰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가 새 최대 주주가 됩니다. 여기는 또 어디냐고요?

고려아연의 종속기업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영하는 사모펀드로, 역시 지 씨가 회장으로 활동해 온 곳입니다.

아크미디어의 2021년 감사보고서. 최대주주가 구연경 대표라고 밝히고 있다.
구 대표가 콘텐츠 회사 투자로 얼마를 벌었는지, 그 과정에 법적 문제가 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다만, 구 대표 역시 투자 내공이 만만치는 않은 인물이었다는 점은 확인됩니다.

■ "미공개 정보 이용, 결코 없다"

구연경-윤관 부부는 미공개중요정보를 단 한 번도 이용하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검찰의 불구속 기소 결정에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습니다.

구연경 대표 법률 대리인은 지난달 23일 검찰의 불구속 기소 결정 당일 KBS에 "부부 사이에 미공개 정보를 주고받은 사실이 결코 없다"면서 "검찰에서 충실하고 성실하게 소명했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지난해 초, KBS가 최초로 부부의 미공개정보이용 의혹을 제기했을 때부터 미공개정보이용 혐의를 지속적으로 부인해 오고 있습니다.

당시 구 대표 측은 KBS의 질의에 한 달 반이 지나 답을 해왔는데 "가족 간 송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미공개정보이용 의혹은 일방적인 제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무슨 송사를 말하는 걸까요?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재산은 대부분 구광모 회장이 상속했습니다. 재벌가 치고는 상속 과정이 매끄러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구연경 씨는 어머니 김영식 여사, 여동생 구연수 씨와 함께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상속 재산을 나눠달라는 소송을 지난 2023년 2월 제기했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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