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K] 골프장 팔아 월급 준다더니…위니아 임금체불 3년째

입력 2025.02.06 (19:37) 수정 2025.02.0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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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동안 회사를 다녔는데 30년 세월이 하루 아침에 붕 떠버린 느낌. 아무것도 우리한테 남는 거 없잖아요.".

불 꺼진 일터.

애써 만든 냉장고들은 비닐에 덮여 있고, 작업복과 안전모엔 먼지만 쌓였습니다.

3만 8천 평, 드넓은 공장의 시간은 문을 닫던 3년 전에 머물러 있지만, 공장 근로자들의 고통은 나날이 더해져만 가고 있습니다.

세탁기와 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만들었던 위니아전자매뉴팩처링 공장입니다.

현재는 공장 운영이 중단된 상태인데요.

이곳에서만 근무하던 근로자는 350여 명입니다.

수입이 끊긴 그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요.

직접 만나보겠습니다.

31년차 직원, 박종하 씨.

3년 만에 방문한 사무실은 익숙하지만 낯선 모습입니다.

매일 출근하던 자리, 오랜만에 보니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박종하/위니아전자매뉴팩처링 근로자 : "토요일, 일요일도 출근을 해서 이 자리를 지키고 현장에 나가서 일했던 그런 정말 많은 추억들이 담긴 사무실이죠 여기가. 무덤 같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안타깝습니다."]

생산직으로 시작해 품질 관리 업무 등을 맡으며 젊은 날을 회사에 바친 박 씨.

탄탄하게만 보였던 회사는 잇따른 해외 진출 실패에 흔들리기 시작했고 결국 문을 닫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밀린 월급만 6천여만 원에 퇴직금 1억 5천만 원도 받을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

말 그대로 생계가 어려워졌습니다.

[박종하/위니아전자매뉴팩처링 근로자 : "심지어 뭐 자기가 아파도 병원에 이렇게 가는 것보다 좀 참고 견디는 이런 생활들을 계속해 왔었고요."]

위니아전자매뉴팩쳐링 근로자들의 체불 임금만 440억여 원, 3개 계열사 직원 2천여 명을 포함하면 1200억 원에 육박합니다.

남아 있는 직원들은 보험도 해약하고, 일용직을 전전하며 실낱같은 희망으로 하루 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박진숙/위니아전자매뉴팩처링 근로자 : "'회사가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그런 희망도 있어서 이렇게 남아있었는데, 그것도 이제와서는 어떻게 보면 회장님 말을 믿고 ‘아 좋아지겠지, 좋아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결론은 그게 아니고 이제는 끝까지 온 것 같아서…."]

3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 대유위니아 임금체불 문제, 결국 해결 주체는 박영우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일겁니다.

박 회장은 이미 2023년, 자산매각을 통해 밀린 임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 약속은 지켜지고 있을까요?

임금체불 해결 압박을 받던 박영우 대유위니아그룹 회장이 2023년 12월 국회에 제출한 체불임금 변제 계획안입니다.

골프장과 21층짜리 빌딩을 팔고, 개인 재산도 밀린 임금 지급에 사용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박영우/대유위니아그룹 회장/2023년 10월 국정감사 : "골프장을 매각을 하고요. 골프장 매각이 이번 주 아니면 다음 주에 매각이 될 것 같습니다."]

실제로 경기도 포천의 골프장은 2023년 11월, 체불임금 규모의 3배에 이르는 3천억 원에 팔렸습니다.

그러나, 골프장 매각대금 중 임금 변제에 쓰인 건 1%인 30억 원에 불과했습니다.

오히려 매각 대금 110억 원이 박 회장 개인에게 송금됐고, 박 회장은 개인 채무를 갚는 데 사용했습니다.

[우재준/국민의힘 국회의원 : "이 중에서 110억 원을 박영우 회장한테 송금을 했다라고 나오는데 맞습니까?"]

[김동현/대유위니아그룹 비서실장 : "네 그렇습니다."]

[우재준/국민의힘 국회의원 : "회장님은 그 돈을 가지고 어디에 쓰신지를 알고 계십니까?"]

[김동현/대유위니아그룹 비서실장 : "그거는 제가 모르겠습니다."]

서울 대유타워도 지난해 7월 670억 원에 매각됐지만, 가전 계열사의 빚을 대신 갚는 데에만 사용됐습니다.

[박은진/차녀/대유에이텍 부사장 : "가전 계열사 지원하시면서 대위변제해 주신 부분이 300억 원가량 있는 것으로…."]

변제 계획서에 적힌 '사재 출연'은 이뤄졌을까.

박 회장 측은 사재를 출연해 체불임금 80억여 원을 갚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박 회장은 임금 체불 이후에도 그룹 계열사들로부터 500억 원에 이르는 퇴직금을 받아갔고 여전히 강남의 고가 아파트를 갖고 있습니다.

[박정/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 "변제할 수 없어서 내가 죄를 감옥 가서라도 하겠다 이것보다는 그냥 황제노동 비슷한, 옛날에 있었으니까 그냥 감옥 몇 년 살고 이것 이익을, 재산을 챙기자 이 생각 아니에요?"]

계열사 경영진조차 그룹의 자금 흐름을 알기 어렵다며 회장의 결자해지를 촉구합니다.

[위대성/위니아전자매뉴팩처링 대표이사 겸 법정관리인 : "(저희들은) 대부분의 전자나 이 매뉴팩처링도 그래도 변제를 해 주실 거라고 강하게 믿고 있었죠. 강하게 믿고 있었고 근데 실상은 그 자금이 이 체불임금에 쓰여진 게 극히 미미하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습니다. 오너인 회장님과 그 일가가 어느 정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되지 않을까 뭐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파산을 피하기 위해 매각처를 찾는 시도 역시, 체불임금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정부가 신속히 체불임금 피해를 구제해 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김위상/국민의힘 국회의원 : "현행 민사절차에 의한 대지급금 회수 방법을 국세체납처분 절차에 따라 환수하도록 하여 변제 강행성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대유위니아 법정관리가 끝날 때까지 남은 시간은 두 달.

오랫동안 이어지는 수천 명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방안이 하루 빨리 필요한 때입니다.

찾아가는K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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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찾아가는K] 골프장 팔아 월급 준다더니…위니아 임금체불 3년째
    • 입력 2025-02-06 19:37:24
    • 수정2025-02-06 20:24:49
    뉴스7(광주)
"30년 동안 회사를 다녔는데 30년 세월이 하루 아침에 붕 떠버린 느낌. 아무것도 우리한테 남는 거 없잖아요.".

불 꺼진 일터.

애써 만든 냉장고들은 비닐에 덮여 있고, 작업복과 안전모엔 먼지만 쌓였습니다.

3만 8천 평, 드넓은 공장의 시간은 문을 닫던 3년 전에 머물러 있지만, 공장 근로자들의 고통은 나날이 더해져만 가고 있습니다.

세탁기와 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만들었던 위니아전자매뉴팩처링 공장입니다.

현재는 공장 운영이 중단된 상태인데요.

이곳에서만 근무하던 근로자는 350여 명입니다.

수입이 끊긴 그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요.

직접 만나보겠습니다.

31년차 직원, 박종하 씨.

3년 만에 방문한 사무실은 익숙하지만 낯선 모습입니다.

매일 출근하던 자리, 오랜만에 보니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박종하/위니아전자매뉴팩처링 근로자 : "토요일, 일요일도 출근을 해서 이 자리를 지키고 현장에 나가서 일했던 그런 정말 많은 추억들이 담긴 사무실이죠 여기가. 무덤 같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안타깝습니다."]

생산직으로 시작해 품질 관리 업무 등을 맡으며 젊은 날을 회사에 바친 박 씨.

탄탄하게만 보였던 회사는 잇따른 해외 진출 실패에 흔들리기 시작했고 결국 문을 닫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밀린 월급만 6천여만 원에 퇴직금 1억 5천만 원도 받을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

말 그대로 생계가 어려워졌습니다.

[박종하/위니아전자매뉴팩처링 근로자 : "심지어 뭐 자기가 아파도 병원에 이렇게 가는 것보다 좀 참고 견디는 이런 생활들을 계속해 왔었고요."]

위니아전자매뉴팩쳐링 근로자들의 체불 임금만 440억여 원, 3개 계열사 직원 2천여 명을 포함하면 1200억 원에 육박합니다.

남아 있는 직원들은 보험도 해약하고, 일용직을 전전하며 실낱같은 희망으로 하루 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박진숙/위니아전자매뉴팩처링 근로자 : "'회사가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그런 희망도 있어서 이렇게 남아있었는데, 그것도 이제와서는 어떻게 보면 회장님 말을 믿고 ‘아 좋아지겠지, 좋아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결론은 그게 아니고 이제는 끝까지 온 것 같아서…."]

3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 대유위니아 임금체불 문제, 결국 해결 주체는 박영우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일겁니다.

박 회장은 이미 2023년, 자산매각을 통해 밀린 임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 약속은 지켜지고 있을까요?

임금체불 해결 압박을 받던 박영우 대유위니아그룹 회장이 2023년 12월 국회에 제출한 체불임금 변제 계획안입니다.

골프장과 21층짜리 빌딩을 팔고, 개인 재산도 밀린 임금 지급에 사용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박영우/대유위니아그룹 회장/2023년 10월 국정감사 : "골프장을 매각을 하고요. 골프장 매각이 이번 주 아니면 다음 주에 매각이 될 것 같습니다."]

실제로 경기도 포천의 골프장은 2023년 11월, 체불임금 규모의 3배에 이르는 3천억 원에 팔렸습니다.

그러나, 골프장 매각대금 중 임금 변제에 쓰인 건 1%인 30억 원에 불과했습니다.

오히려 매각 대금 110억 원이 박 회장 개인에게 송금됐고, 박 회장은 개인 채무를 갚는 데 사용했습니다.

[우재준/국민의힘 국회의원 : "이 중에서 110억 원을 박영우 회장한테 송금을 했다라고 나오는데 맞습니까?"]

[김동현/대유위니아그룹 비서실장 : "네 그렇습니다."]

[우재준/국민의힘 국회의원 : "회장님은 그 돈을 가지고 어디에 쓰신지를 알고 계십니까?"]

[김동현/대유위니아그룹 비서실장 : "그거는 제가 모르겠습니다."]

서울 대유타워도 지난해 7월 670억 원에 매각됐지만, 가전 계열사의 빚을 대신 갚는 데에만 사용됐습니다.

[박은진/차녀/대유에이텍 부사장 : "가전 계열사 지원하시면서 대위변제해 주신 부분이 300억 원가량 있는 것으로…."]

변제 계획서에 적힌 '사재 출연'은 이뤄졌을까.

박 회장 측은 사재를 출연해 체불임금 80억여 원을 갚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박 회장은 임금 체불 이후에도 그룹 계열사들로부터 500억 원에 이르는 퇴직금을 받아갔고 여전히 강남의 고가 아파트를 갖고 있습니다.

[박정/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 "변제할 수 없어서 내가 죄를 감옥 가서라도 하겠다 이것보다는 그냥 황제노동 비슷한, 옛날에 있었으니까 그냥 감옥 몇 년 살고 이것 이익을, 재산을 챙기자 이 생각 아니에요?"]

계열사 경영진조차 그룹의 자금 흐름을 알기 어렵다며 회장의 결자해지를 촉구합니다.

[위대성/위니아전자매뉴팩처링 대표이사 겸 법정관리인 : "(저희들은) 대부분의 전자나 이 매뉴팩처링도 그래도 변제를 해 주실 거라고 강하게 믿고 있었죠. 강하게 믿고 있었고 근데 실상은 그 자금이 이 체불임금에 쓰여진 게 극히 미미하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습니다. 오너인 회장님과 그 일가가 어느 정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되지 않을까 뭐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파산을 피하기 위해 매각처를 찾는 시도 역시, 체불임금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정부가 신속히 체불임금 피해를 구제해 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김위상/국민의힘 국회의원 : "현행 민사절차에 의한 대지급금 회수 방법을 국세체납처분 절차에 따라 환수하도록 하여 변제 강행성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대유위니아 법정관리가 끝날 때까지 남은 시간은 두 달.

오랫동안 이어지는 수천 명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방안이 하루 빨리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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