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된장·비누에 만족”…지방 살리기 성과
입력 2025.02.08 (08:33)
수정 2025.02.08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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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북한 매체들은 지방의 공업공장 준공 소식을 전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지난해 김정은 위원장이 매년 20개씩, 10년 동안 시·군에 현대적인 공업공장을 건설하겠다고 공언했는데 그 성과를 집중보도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새로 건설된 공장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된장과 비누, 빵, 과자 등 생활필수품을 생산하는 곳이라는 점이 눈에 띕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지방 공업공장에서 생산되는 된장과 간장의 품질을 높이라고 지시한 바 있는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걸까요?
'클로즈업 북한'에서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붉은 태양이 떠오르며 동이 트자, 조선중앙TV 촬영 차량이 출발합니다.
이들이 향한 곳은 산골 마을로 유명한 자강도 우시군.
[조선중앙TV/1월 26일 : "시청자 여러분 보시는 것처럼 앞에도 산, 옆에도 산, 뒤에도 산. 정말 산이 많기로 소문난 자강도. 자강도에서도 제일 외진 산골에 위치한 우시군에 인민들의 물질문화 생활에 실질적으로 이바지할 수 있는 현대적인 지방 공업 공장이 일떠서 준공하게 된다는 소식을 듣고..."]
촬영팀은 우시군에 새로 들어선 공업공장을 집중 조명했는데요.
그런데 이런 공업공장 준공 소식, 비단 우시군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조선중앙TV/1월 31일 : "시청자 여러분, 우리 촬영조는 지금 평양북도 구성시를 찾아서 이렇게 가고 있는 길입니다."]
[조선중앙TV/2월 4일 : "지금 여기 금야군의 날씨는 예상치 않게 춥고 바람이 세게 불지만 준공의 경사를 맞이한 이곳 인민들의 기쁨과 감격으로 인해서 여기 준공식장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방송원의 이야기처럼 지방 주민들의 만족감도 매우 높아 보이는데요.
[평안남도 남포시 온천군 주민 : "나는 온천 땅에 태를 묻고(태어나) 50년 나마(정도) 살아오면서 옷을 생산하는 공장에서 30년 이상 일하여 왔습니다. 오늘 이렇게 멋있는 공장을 일떠세운 것을 보니 또다시 나와서 일하고 싶은 심정을 금할 수 없습니다."]
[평안남도 남포시 온천군 주민 : "저도 사실 같은 심정입니다. 막 달려 나와 일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제라도 그럼 종업원으로) 네, 기꺼이 이렇게 소개된 지역들은 모두 북한의 지방 발전 정책에 따라 선정된 곳이라고 합니다."]
지난해 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열악한 주민 경제 상황을 인정하고 경제 전반을 개선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 "10년 안에 전국의 모든 시, 군들 다시 말하여 전국 인민들의 초보적인 물질문화 생활 수준을 한 계단 비약 시키자고 합니다."]
그러면서 내놓은 것이 ‘이십승 십’정책.
해마다 20개의 시와 군에 현대적인 공업 공장을 지어 10년 안에 전국 주민 생활 수준을 한 단계 높이겠다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지난해 말 성천군을 시작으로 공업공장 준공 소식을 쏟아내고 있는데요.
성천군 지방공업공장 준공식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해 연설하기도 했습니다.
또 준공된 각 공장을 직접 둘러보며 생산된 제품들도 점검했는데, 김 위원장은 주민들을 위한 기초식품과 소비품 보장을 주문하면서도 지역별 특색을 강조했습니다.
[조선중앙TV/2024년 12월 : "현대적으로 꾸려놓은 생산 공정들을 최대한 활용하여 인기 제품, 자기 지방 고유의 특색이 살아나는 명상품들을 많이 생산하여야 하며..."]
그러나 김 위원장의 바람과는 달리 현재까지는 지역별 특성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외부의 평가입니다.
대부분 공장의 생산품이 된장과 빵, 과자, 비누, 옷 등 천편일률적이라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북한 지방 공업 공장의 열악한 실태를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분석합니다.
[김민규/우석대 국방학과 교수 : "현재 북한의 지방공장들에서는 칫솔이나 치약 같은 생필품은 물론 음료도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된장이나 간장도 만들지 못하는 지역이 많다 보니 지방 발전 20X10 정책에 따라 새로 준공된 공장들이 북한 주민들에겐 한마디로 기적과 혁신인 것입니다. 실제로 김정은도 지방 발전 20X10 정책을 발표하면서 거창한 제품 생산을 약속한 것이 아니라 된장과 비누 같은 기초 생필품 생산을 약속했습니다."]
1990년대, 북한은 최악의 경제난 속에 각종 지원을 평양에 집중시켰고 지방 시설에는 자력갱생을 강요했는데요.
그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의 소비품을 생산하는 공업공장들도 자연스럽게 낙후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영희/동국대 북한학연구소 객원연구원 : "북한의 지방 공장들 같은 경우는 수십 년 전, 전쟁 이후에 건설했고요. 그리고 신설하지 않고 리모델링도 안 하고 기계 설비도 바꾼 적이 없기 때문에 되게 노후화돼 있고 자동화돼 있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거의 수공업 쪽으로 생산한다. 사람들이 생산한다고 보면 되고요."]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에도 각종 현대화 공장들은 평양에 주로 건설됐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평양과 지방간 양극화도 갈수록 심화됐습니다.
2016년 한국개발연구원은 평양과 지방 주민 간 소득 격차가 최대 3배까지 벌어진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로 국경까지 봉쇄되면서 장마당을 통해 유입되던 외부 물자마저 부족해지자, 지방 주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진 것으로 전해집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바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지방발전 이십승 십 정책을 의욕적으로 추진한 것인데요.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큽니다.
대표적인 문제는 북한의 만성적인 전력난과 원료 부족입니다.
[김민규/우석대 국방학과 교수 : "새로 건설된 공장들에서 정상적인 생산이 이루어질지는 알 수 없습니다. 지방 자체로 원료와 설비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또 턱 없이 부족한 전력 문제도 해결해야 합니다. 지방과 중앙이 다 같이 노력하지 않는다면 겉모습만 번지르르한 아무것도 생산하지 못하는 빈껍데기의 공장들만 건설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에 건설된 공업공장이 기존과는 차별화된 특징을 갖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전력 사용을 줄이기 위해 생산공정을 자동화해 시간을 단축했고, 공장들을 한곳에 모아 단지화했다는 점도 특징으로 꼽힙니다.
[김영희/동국대 북한학연구소 객원연구원 : "옛날에 공장들은 어떻게 돼 있었냐면 시, 군 주민들이 살고 있는 주택 지구에 하나 두 개씩 뿔뿔이 흩어져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전력을 이 공장에서 가져다 쓰고 저 공장에서 가져다 쓰다 보니까 에너지가 비효율적이죠. 이번에 건설된 것을 보니까 예컨대 공장을 6개를 건설했다면 그 6개 공장이 외곽 지역에 밀집돼 있어요. 과거에 뿔뿔이 흩어져 있던 것보다 소모가 훨씬 적다는 거죠."]
또 생산되는 제품들이 기초 생필품 위주인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지역 특성을 최대한 살리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북한 매체들도 지역 특산품을 활용했다는 걸 강조하고 있는데요.
온천군에서는 조개젓을 생산하고 어랑군에서도 문어와 게, 가리비 등 다양한 해산물이 가공 원료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구성군은 지역 샘물을 활용했습니다.
["이 음료 제품들을 바로 청룡산 샘물로 생산하고 있다고 합니다."]
식품뿐만 아니라 의류 같은 생활용품도 지역 특성을 반영했다는 게 북한의 주장입니다.
["군내 주민들의 절대다수가 농장원인데 맞게 이렇게 농장원들이 입을 수 있는 계절들에 따른 작업복을 아주 잘 만들고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옷이 몸에 맞습니까? (네, 꼭 맞습니다.)"]
["우리 농장원들이 이런 옷을 입으면 얼마나 멋쟁이 같아 보이겠습니까."]
여기에 공장이 원활히 운영될 수 있도록 일찌감치 원료를 확보해 두었다고 북한 당국은 선전하고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여기 금야군에서는 식료공장을 정상 운영할 수 있게 밀만해도 천 톤 나마(정도) 준비해 놓고 또 콩과 해바라기씨, 피마자를 비롯해서 원료들을 많이 확보해 놓고 준공을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원료 창고에 원료가 가득 쌓인 걸 보니 신심이 납니다."]
물론 지금까지 공개된 공업공장만으로 북한 지방발전 정책의 성공 여부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등 북한이 처한 환경을 고려할 때 여전히 현실적인 한계를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민규/우석대 국방학과 교수 : "사회주의 계획경제라는 북한의 근본 경제 체제를 바꾸지 않는다면 지방 발전 정책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끝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지방 발전 20X10 정책의 성공 여부는 북한 당국의 시험대가 될 것입니다. 성공하면 지방 경제를 살리고 나아가 북한 경제 전반을 살려낼 수 있지만 지방들에 공장 몇 개를 세우고 끝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당국은 통치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방 경제 활성화 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영희/동국대 북한학연구소 객원연구원 : "(북한은) 지금 대북 제재 속에서 자력갱생할 수 있는 지역 주민들이 기초 생필품을 생산해서 보장할 수 있는 가장 최적의 방법이 이거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선택과 집중을 해서 공장을 잘 돌려서 기초 생필품만 공급해 주는 것도 지역 주민들의 삶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초 생필품을 생산함으로써 지방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북한.
과연 지방 공업공장이 북한 지방 경제에 실질적인 발전을 가져올 수 있을지,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요즘 북한 매체들은 지방의 공업공장 준공 소식을 전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지난해 김정은 위원장이 매년 20개씩, 10년 동안 시·군에 현대적인 공업공장을 건설하겠다고 공언했는데 그 성과를 집중보도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새로 건설된 공장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된장과 비누, 빵, 과자 등 생활필수품을 생산하는 곳이라는 점이 눈에 띕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지방 공업공장에서 생산되는 된장과 간장의 품질을 높이라고 지시한 바 있는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걸까요?
'클로즈업 북한'에서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붉은 태양이 떠오르며 동이 트자, 조선중앙TV 촬영 차량이 출발합니다.
이들이 향한 곳은 산골 마을로 유명한 자강도 우시군.
[조선중앙TV/1월 26일 : "시청자 여러분 보시는 것처럼 앞에도 산, 옆에도 산, 뒤에도 산. 정말 산이 많기로 소문난 자강도. 자강도에서도 제일 외진 산골에 위치한 우시군에 인민들의 물질문화 생활에 실질적으로 이바지할 수 있는 현대적인 지방 공업 공장이 일떠서 준공하게 된다는 소식을 듣고..."]
촬영팀은 우시군에 새로 들어선 공업공장을 집중 조명했는데요.
그런데 이런 공업공장 준공 소식, 비단 우시군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조선중앙TV/1월 31일 : "시청자 여러분, 우리 촬영조는 지금 평양북도 구성시를 찾아서 이렇게 가고 있는 길입니다."]
[조선중앙TV/2월 4일 : "지금 여기 금야군의 날씨는 예상치 않게 춥고 바람이 세게 불지만 준공의 경사를 맞이한 이곳 인민들의 기쁨과 감격으로 인해서 여기 준공식장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방송원의 이야기처럼 지방 주민들의 만족감도 매우 높아 보이는데요.
[평안남도 남포시 온천군 주민 : "나는 온천 땅에 태를 묻고(태어나) 50년 나마(정도) 살아오면서 옷을 생산하는 공장에서 30년 이상 일하여 왔습니다. 오늘 이렇게 멋있는 공장을 일떠세운 것을 보니 또다시 나와서 일하고 싶은 심정을 금할 수 없습니다."]
[평안남도 남포시 온천군 주민 : "저도 사실 같은 심정입니다. 막 달려 나와 일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제라도 그럼 종업원으로) 네, 기꺼이 이렇게 소개된 지역들은 모두 북한의 지방 발전 정책에 따라 선정된 곳이라고 합니다."]
지난해 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열악한 주민 경제 상황을 인정하고 경제 전반을 개선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 "10년 안에 전국의 모든 시, 군들 다시 말하여 전국 인민들의 초보적인 물질문화 생활 수준을 한 계단 비약 시키자고 합니다."]
그러면서 내놓은 것이 ‘이십승 십’정책.
해마다 20개의 시와 군에 현대적인 공업 공장을 지어 10년 안에 전국 주민 생활 수준을 한 단계 높이겠다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지난해 말 성천군을 시작으로 공업공장 준공 소식을 쏟아내고 있는데요.
성천군 지방공업공장 준공식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해 연설하기도 했습니다.
또 준공된 각 공장을 직접 둘러보며 생산된 제품들도 점검했는데, 김 위원장은 주민들을 위한 기초식품과 소비품 보장을 주문하면서도 지역별 특색을 강조했습니다.
[조선중앙TV/2024년 12월 : "현대적으로 꾸려놓은 생산 공정들을 최대한 활용하여 인기 제품, 자기 지방 고유의 특색이 살아나는 명상품들을 많이 생산하여야 하며..."]
그러나 김 위원장의 바람과는 달리 현재까지는 지역별 특성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외부의 평가입니다.
대부분 공장의 생산품이 된장과 빵, 과자, 비누, 옷 등 천편일률적이라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북한 지방 공업 공장의 열악한 실태를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분석합니다.
[김민규/우석대 국방학과 교수 : "현재 북한의 지방공장들에서는 칫솔이나 치약 같은 생필품은 물론 음료도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된장이나 간장도 만들지 못하는 지역이 많다 보니 지방 발전 20X10 정책에 따라 새로 준공된 공장들이 북한 주민들에겐 한마디로 기적과 혁신인 것입니다. 실제로 김정은도 지방 발전 20X10 정책을 발표하면서 거창한 제품 생산을 약속한 것이 아니라 된장과 비누 같은 기초 생필품 생산을 약속했습니다."]
1990년대, 북한은 최악의 경제난 속에 각종 지원을 평양에 집중시켰고 지방 시설에는 자력갱생을 강요했는데요.
그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의 소비품을 생산하는 공업공장들도 자연스럽게 낙후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영희/동국대 북한학연구소 객원연구원 : "북한의 지방 공장들 같은 경우는 수십 년 전, 전쟁 이후에 건설했고요. 그리고 신설하지 않고 리모델링도 안 하고 기계 설비도 바꾼 적이 없기 때문에 되게 노후화돼 있고 자동화돼 있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거의 수공업 쪽으로 생산한다. 사람들이 생산한다고 보면 되고요."]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에도 각종 현대화 공장들은 평양에 주로 건설됐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평양과 지방간 양극화도 갈수록 심화됐습니다.
2016년 한국개발연구원은 평양과 지방 주민 간 소득 격차가 최대 3배까지 벌어진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로 국경까지 봉쇄되면서 장마당을 통해 유입되던 외부 물자마저 부족해지자, 지방 주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진 것으로 전해집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바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지방발전 이십승 십 정책을 의욕적으로 추진한 것인데요.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큽니다.
대표적인 문제는 북한의 만성적인 전력난과 원료 부족입니다.
[김민규/우석대 국방학과 교수 : "새로 건설된 공장들에서 정상적인 생산이 이루어질지는 알 수 없습니다. 지방 자체로 원료와 설비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또 턱 없이 부족한 전력 문제도 해결해야 합니다. 지방과 중앙이 다 같이 노력하지 않는다면 겉모습만 번지르르한 아무것도 생산하지 못하는 빈껍데기의 공장들만 건설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에 건설된 공업공장이 기존과는 차별화된 특징을 갖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전력 사용을 줄이기 위해 생산공정을 자동화해 시간을 단축했고, 공장들을 한곳에 모아 단지화했다는 점도 특징으로 꼽힙니다.
[김영희/동국대 북한학연구소 객원연구원 : "옛날에 공장들은 어떻게 돼 있었냐면 시, 군 주민들이 살고 있는 주택 지구에 하나 두 개씩 뿔뿔이 흩어져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전력을 이 공장에서 가져다 쓰고 저 공장에서 가져다 쓰다 보니까 에너지가 비효율적이죠. 이번에 건설된 것을 보니까 예컨대 공장을 6개를 건설했다면 그 6개 공장이 외곽 지역에 밀집돼 있어요. 과거에 뿔뿔이 흩어져 있던 것보다 소모가 훨씬 적다는 거죠."]
또 생산되는 제품들이 기초 생필품 위주인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지역 특성을 최대한 살리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북한 매체들도 지역 특산품을 활용했다는 걸 강조하고 있는데요.
온천군에서는 조개젓을 생산하고 어랑군에서도 문어와 게, 가리비 등 다양한 해산물이 가공 원료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구성군은 지역 샘물을 활용했습니다.
["이 음료 제품들을 바로 청룡산 샘물로 생산하고 있다고 합니다."]
식품뿐만 아니라 의류 같은 생활용품도 지역 특성을 반영했다는 게 북한의 주장입니다.
["군내 주민들의 절대다수가 농장원인데 맞게 이렇게 농장원들이 입을 수 있는 계절들에 따른 작업복을 아주 잘 만들고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옷이 몸에 맞습니까? (네, 꼭 맞습니다.)"]
["우리 농장원들이 이런 옷을 입으면 얼마나 멋쟁이 같아 보이겠습니까."]
여기에 공장이 원활히 운영될 수 있도록 일찌감치 원료를 확보해 두었다고 북한 당국은 선전하고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여기 금야군에서는 식료공장을 정상 운영할 수 있게 밀만해도 천 톤 나마(정도) 준비해 놓고 또 콩과 해바라기씨, 피마자를 비롯해서 원료들을 많이 확보해 놓고 준공을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원료 창고에 원료가 가득 쌓인 걸 보니 신심이 납니다."]
물론 지금까지 공개된 공업공장만으로 북한 지방발전 정책의 성공 여부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등 북한이 처한 환경을 고려할 때 여전히 현실적인 한계를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민규/우석대 국방학과 교수 : "사회주의 계획경제라는 북한의 근본 경제 체제를 바꾸지 않는다면 지방 발전 정책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끝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지방 발전 20X10 정책의 성공 여부는 북한 당국의 시험대가 될 것입니다. 성공하면 지방 경제를 살리고 나아가 북한 경제 전반을 살려낼 수 있지만 지방들에 공장 몇 개를 세우고 끝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당국은 통치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방 경제 활성화 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영희/동국대 북한학연구소 객원연구원 : "(북한은) 지금 대북 제재 속에서 자력갱생할 수 있는 지역 주민들이 기초 생필품을 생산해서 보장할 수 있는 가장 최적의 방법이 이거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선택과 집중을 해서 공장을 잘 돌려서 기초 생필품만 공급해 주는 것도 지역 주민들의 삶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초 생필품을 생산함으로써 지방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북한.
과연 지방 공업공장이 북한 지방 경제에 실질적인 발전을 가져올 수 있을지,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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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로즈업 북한] “된장·비누에 만족”…지방 살리기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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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2-08 08:33:42
- 수정2025-02-08 08:48:02
[앵커]
요즘 북한 매체들은 지방의 공업공장 준공 소식을 전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지난해 김정은 위원장이 매년 20개씩, 10년 동안 시·군에 현대적인 공업공장을 건설하겠다고 공언했는데 그 성과를 집중보도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새로 건설된 공장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된장과 비누, 빵, 과자 등 생활필수품을 생산하는 곳이라는 점이 눈에 띕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지방 공업공장에서 생산되는 된장과 간장의 품질을 높이라고 지시한 바 있는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걸까요?
'클로즈업 북한'에서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붉은 태양이 떠오르며 동이 트자, 조선중앙TV 촬영 차량이 출발합니다.
이들이 향한 곳은 산골 마을로 유명한 자강도 우시군.
[조선중앙TV/1월 26일 : "시청자 여러분 보시는 것처럼 앞에도 산, 옆에도 산, 뒤에도 산. 정말 산이 많기로 소문난 자강도. 자강도에서도 제일 외진 산골에 위치한 우시군에 인민들의 물질문화 생활에 실질적으로 이바지할 수 있는 현대적인 지방 공업 공장이 일떠서 준공하게 된다는 소식을 듣고..."]
촬영팀은 우시군에 새로 들어선 공업공장을 집중 조명했는데요.
그런데 이런 공업공장 준공 소식, 비단 우시군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조선중앙TV/1월 31일 : "시청자 여러분, 우리 촬영조는 지금 평양북도 구성시를 찾아서 이렇게 가고 있는 길입니다."]
[조선중앙TV/2월 4일 : "지금 여기 금야군의 날씨는 예상치 않게 춥고 바람이 세게 불지만 준공의 경사를 맞이한 이곳 인민들의 기쁨과 감격으로 인해서 여기 준공식장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방송원의 이야기처럼 지방 주민들의 만족감도 매우 높아 보이는데요.
[평안남도 남포시 온천군 주민 : "나는 온천 땅에 태를 묻고(태어나) 50년 나마(정도) 살아오면서 옷을 생산하는 공장에서 30년 이상 일하여 왔습니다. 오늘 이렇게 멋있는 공장을 일떠세운 것을 보니 또다시 나와서 일하고 싶은 심정을 금할 수 없습니다."]
[평안남도 남포시 온천군 주민 : "저도 사실 같은 심정입니다. 막 달려 나와 일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제라도 그럼 종업원으로) 네, 기꺼이 이렇게 소개된 지역들은 모두 북한의 지방 발전 정책에 따라 선정된 곳이라고 합니다."]
지난해 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열악한 주민 경제 상황을 인정하고 경제 전반을 개선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 "10년 안에 전국의 모든 시, 군들 다시 말하여 전국 인민들의 초보적인 물질문화 생활 수준을 한 계단 비약 시키자고 합니다."]
그러면서 내놓은 것이 ‘이십승 십’정책.
해마다 20개의 시와 군에 현대적인 공업 공장을 지어 10년 안에 전국 주민 생활 수준을 한 단계 높이겠다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지난해 말 성천군을 시작으로 공업공장 준공 소식을 쏟아내고 있는데요.
성천군 지방공업공장 준공식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해 연설하기도 했습니다.
또 준공된 각 공장을 직접 둘러보며 생산된 제품들도 점검했는데, 김 위원장은 주민들을 위한 기초식품과 소비품 보장을 주문하면서도 지역별 특색을 강조했습니다.
[조선중앙TV/2024년 12월 : "현대적으로 꾸려놓은 생산 공정들을 최대한 활용하여 인기 제품, 자기 지방 고유의 특색이 살아나는 명상품들을 많이 생산하여야 하며..."]
그러나 김 위원장의 바람과는 달리 현재까지는 지역별 특성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외부의 평가입니다.
대부분 공장의 생산품이 된장과 빵, 과자, 비누, 옷 등 천편일률적이라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북한 지방 공업 공장의 열악한 실태를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분석합니다.
[김민규/우석대 국방학과 교수 : "현재 북한의 지방공장들에서는 칫솔이나 치약 같은 생필품은 물론 음료도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된장이나 간장도 만들지 못하는 지역이 많다 보니 지방 발전 20X10 정책에 따라 새로 준공된 공장들이 북한 주민들에겐 한마디로 기적과 혁신인 것입니다. 실제로 김정은도 지방 발전 20X10 정책을 발표하면서 거창한 제품 생산을 약속한 것이 아니라 된장과 비누 같은 기초 생필품 생산을 약속했습니다."]
1990년대, 북한은 최악의 경제난 속에 각종 지원을 평양에 집중시켰고 지방 시설에는 자력갱생을 강요했는데요.
그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의 소비품을 생산하는 공업공장들도 자연스럽게 낙후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영희/동국대 북한학연구소 객원연구원 : "북한의 지방 공장들 같은 경우는 수십 년 전, 전쟁 이후에 건설했고요. 그리고 신설하지 않고 리모델링도 안 하고 기계 설비도 바꾼 적이 없기 때문에 되게 노후화돼 있고 자동화돼 있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거의 수공업 쪽으로 생산한다. 사람들이 생산한다고 보면 되고요."]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에도 각종 현대화 공장들은 평양에 주로 건설됐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평양과 지방간 양극화도 갈수록 심화됐습니다.
2016년 한국개발연구원은 평양과 지방 주민 간 소득 격차가 최대 3배까지 벌어진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로 국경까지 봉쇄되면서 장마당을 통해 유입되던 외부 물자마저 부족해지자, 지방 주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진 것으로 전해집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바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지방발전 이십승 십 정책을 의욕적으로 추진한 것인데요.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큽니다.
대표적인 문제는 북한의 만성적인 전력난과 원료 부족입니다.
[김민규/우석대 국방학과 교수 : "새로 건설된 공장들에서 정상적인 생산이 이루어질지는 알 수 없습니다. 지방 자체로 원료와 설비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또 턱 없이 부족한 전력 문제도 해결해야 합니다. 지방과 중앙이 다 같이 노력하지 않는다면 겉모습만 번지르르한 아무것도 생산하지 못하는 빈껍데기의 공장들만 건설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에 건설된 공업공장이 기존과는 차별화된 특징을 갖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전력 사용을 줄이기 위해 생산공정을 자동화해 시간을 단축했고, 공장들을 한곳에 모아 단지화했다는 점도 특징으로 꼽힙니다.
[김영희/동국대 북한학연구소 객원연구원 : "옛날에 공장들은 어떻게 돼 있었냐면 시, 군 주민들이 살고 있는 주택 지구에 하나 두 개씩 뿔뿔이 흩어져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전력을 이 공장에서 가져다 쓰고 저 공장에서 가져다 쓰다 보니까 에너지가 비효율적이죠. 이번에 건설된 것을 보니까 예컨대 공장을 6개를 건설했다면 그 6개 공장이 외곽 지역에 밀집돼 있어요. 과거에 뿔뿔이 흩어져 있던 것보다 소모가 훨씬 적다는 거죠."]
또 생산되는 제품들이 기초 생필품 위주인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지역 특성을 최대한 살리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북한 매체들도 지역 특산품을 활용했다는 걸 강조하고 있는데요.
온천군에서는 조개젓을 생산하고 어랑군에서도 문어와 게, 가리비 등 다양한 해산물이 가공 원료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구성군은 지역 샘물을 활용했습니다.
["이 음료 제품들을 바로 청룡산 샘물로 생산하고 있다고 합니다."]
식품뿐만 아니라 의류 같은 생활용품도 지역 특성을 반영했다는 게 북한의 주장입니다.
["군내 주민들의 절대다수가 농장원인데 맞게 이렇게 농장원들이 입을 수 있는 계절들에 따른 작업복을 아주 잘 만들고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옷이 몸에 맞습니까? (네, 꼭 맞습니다.)"]
["우리 농장원들이 이런 옷을 입으면 얼마나 멋쟁이 같아 보이겠습니까."]
여기에 공장이 원활히 운영될 수 있도록 일찌감치 원료를 확보해 두었다고 북한 당국은 선전하고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여기 금야군에서는 식료공장을 정상 운영할 수 있게 밀만해도 천 톤 나마(정도) 준비해 놓고 또 콩과 해바라기씨, 피마자를 비롯해서 원료들을 많이 확보해 놓고 준공을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원료 창고에 원료가 가득 쌓인 걸 보니 신심이 납니다."]
물론 지금까지 공개된 공업공장만으로 북한 지방발전 정책의 성공 여부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등 북한이 처한 환경을 고려할 때 여전히 현실적인 한계를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민규/우석대 국방학과 교수 : "사회주의 계획경제라는 북한의 근본 경제 체제를 바꾸지 않는다면 지방 발전 정책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끝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지방 발전 20X10 정책의 성공 여부는 북한 당국의 시험대가 될 것입니다. 성공하면 지방 경제를 살리고 나아가 북한 경제 전반을 살려낼 수 있지만 지방들에 공장 몇 개를 세우고 끝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당국은 통치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방 경제 활성화 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영희/동국대 북한학연구소 객원연구원 : "(북한은) 지금 대북 제재 속에서 자력갱생할 수 있는 지역 주민들이 기초 생필품을 생산해서 보장할 수 있는 가장 최적의 방법이 이거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선택과 집중을 해서 공장을 잘 돌려서 기초 생필품만 공급해 주는 것도 지역 주민들의 삶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초 생필품을 생산함으로써 지방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북한.
과연 지방 공업공장이 북한 지방 경제에 실질적인 발전을 가져올 수 있을지,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요즘 북한 매체들은 지방의 공업공장 준공 소식을 전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지난해 김정은 위원장이 매년 20개씩, 10년 동안 시·군에 현대적인 공업공장을 건설하겠다고 공언했는데 그 성과를 집중보도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새로 건설된 공장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된장과 비누, 빵, 과자 등 생활필수품을 생산하는 곳이라는 점이 눈에 띕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지방 공업공장에서 생산되는 된장과 간장의 품질을 높이라고 지시한 바 있는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걸까요?
'클로즈업 북한'에서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붉은 태양이 떠오르며 동이 트자, 조선중앙TV 촬영 차량이 출발합니다.
이들이 향한 곳은 산골 마을로 유명한 자강도 우시군.
[조선중앙TV/1월 26일 : "시청자 여러분 보시는 것처럼 앞에도 산, 옆에도 산, 뒤에도 산. 정말 산이 많기로 소문난 자강도. 자강도에서도 제일 외진 산골에 위치한 우시군에 인민들의 물질문화 생활에 실질적으로 이바지할 수 있는 현대적인 지방 공업 공장이 일떠서 준공하게 된다는 소식을 듣고..."]
촬영팀은 우시군에 새로 들어선 공업공장을 집중 조명했는데요.
그런데 이런 공업공장 준공 소식, 비단 우시군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조선중앙TV/1월 31일 : "시청자 여러분, 우리 촬영조는 지금 평양북도 구성시를 찾아서 이렇게 가고 있는 길입니다."]
[조선중앙TV/2월 4일 : "지금 여기 금야군의 날씨는 예상치 않게 춥고 바람이 세게 불지만 준공의 경사를 맞이한 이곳 인민들의 기쁨과 감격으로 인해서 여기 준공식장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방송원의 이야기처럼 지방 주민들의 만족감도 매우 높아 보이는데요.
[평안남도 남포시 온천군 주민 : "나는 온천 땅에 태를 묻고(태어나) 50년 나마(정도) 살아오면서 옷을 생산하는 공장에서 30년 이상 일하여 왔습니다. 오늘 이렇게 멋있는 공장을 일떠세운 것을 보니 또다시 나와서 일하고 싶은 심정을 금할 수 없습니다."]
[평안남도 남포시 온천군 주민 : "저도 사실 같은 심정입니다. 막 달려 나와 일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제라도 그럼 종업원으로) 네, 기꺼이 이렇게 소개된 지역들은 모두 북한의 지방 발전 정책에 따라 선정된 곳이라고 합니다."]
지난해 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열악한 주민 경제 상황을 인정하고 경제 전반을 개선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 "10년 안에 전국의 모든 시, 군들 다시 말하여 전국 인민들의 초보적인 물질문화 생활 수준을 한 계단 비약 시키자고 합니다."]
그러면서 내놓은 것이 ‘이십승 십’정책.
해마다 20개의 시와 군에 현대적인 공업 공장을 지어 10년 안에 전국 주민 생활 수준을 한 단계 높이겠다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지난해 말 성천군을 시작으로 공업공장 준공 소식을 쏟아내고 있는데요.
성천군 지방공업공장 준공식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해 연설하기도 했습니다.
또 준공된 각 공장을 직접 둘러보며 생산된 제품들도 점검했는데, 김 위원장은 주민들을 위한 기초식품과 소비품 보장을 주문하면서도 지역별 특색을 강조했습니다.
[조선중앙TV/2024년 12월 : "현대적으로 꾸려놓은 생산 공정들을 최대한 활용하여 인기 제품, 자기 지방 고유의 특색이 살아나는 명상품들을 많이 생산하여야 하며..."]
그러나 김 위원장의 바람과는 달리 현재까지는 지역별 특성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외부의 평가입니다.
대부분 공장의 생산품이 된장과 빵, 과자, 비누, 옷 등 천편일률적이라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북한 지방 공업 공장의 열악한 실태를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분석합니다.
[김민규/우석대 국방학과 교수 : "현재 북한의 지방공장들에서는 칫솔이나 치약 같은 생필품은 물론 음료도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된장이나 간장도 만들지 못하는 지역이 많다 보니 지방 발전 20X10 정책에 따라 새로 준공된 공장들이 북한 주민들에겐 한마디로 기적과 혁신인 것입니다. 실제로 김정은도 지방 발전 20X10 정책을 발표하면서 거창한 제품 생산을 약속한 것이 아니라 된장과 비누 같은 기초 생필품 생산을 약속했습니다."]
1990년대, 북한은 최악의 경제난 속에 각종 지원을 평양에 집중시켰고 지방 시설에는 자력갱생을 강요했는데요.
그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의 소비품을 생산하는 공업공장들도 자연스럽게 낙후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영희/동국대 북한학연구소 객원연구원 : "북한의 지방 공장들 같은 경우는 수십 년 전, 전쟁 이후에 건설했고요. 그리고 신설하지 않고 리모델링도 안 하고 기계 설비도 바꾼 적이 없기 때문에 되게 노후화돼 있고 자동화돼 있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거의 수공업 쪽으로 생산한다. 사람들이 생산한다고 보면 되고요."]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에도 각종 현대화 공장들은 평양에 주로 건설됐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평양과 지방간 양극화도 갈수록 심화됐습니다.
2016년 한국개발연구원은 평양과 지방 주민 간 소득 격차가 최대 3배까지 벌어진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로 국경까지 봉쇄되면서 장마당을 통해 유입되던 외부 물자마저 부족해지자, 지방 주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진 것으로 전해집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바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지방발전 이십승 십 정책을 의욕적으로 추진한 것인데요.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큽니다.
대표적인 문제는 북한의 만성적인 전력난과 원료 부족입니다.
[김민규/우석대 국방학과 교수 : "새로 건설된 공장들에서 정상적인 생산이 이루어질지는 알 수 없습니다. 지방 자체로 원료와 설비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또 턱 없이 부족한 전력 문제도 해결해야 합니다. 지방과 중앙이 다 같이 노력하지 않는다면 겉모습만 번지르르한 아무것도 생산하지 못하는 빈껍데기의 공장들만 건설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에 건설된 공업공장이 기존과는 차별화된 특징을 갖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전력 사용을 줄이기 위해 생산공정을 자동화해 시간을 단축했고, 공장들을 한곳에 모아 단지화했다는 점도 특징으로 꼽힙니다.
[김영희/동국대 북한학연구소 객원연구원 : "옛날에 공장들은 어떻게 돼 있었냐면 시, 군 주민들이 살고 있는 주택 지구에 하나 두 개씩 뿔뿔이 흩어져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전력을 이 공장에서 가져다 쓰고 저 공장에서 가져다 쓰다 보니까 에너지가 비효율적이죠. 이번에 건설된 것을 보니까 예컨대 공장을 6개를 건설했다면 그 6개 공장이 외곽 지역에 밀집돼 있어요. 과거에 뿔뿔이 흩어져 있던 것보다 소모가 훨씬 적다는 거죠."]
또 생산되는 제품들이 기초 생필품 위주인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지역 특성을 최대한 살리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북한 매체들도 지역 특산품을 활용했다는 걸 강조하고 있는데요.
온천군에서는 조개젓을 생산하고 어랑군에서도 문어와 게, 가리비 등 다양한 해산물이 가공 원료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구성군은 지역 샘물을 활용했습니다.
["이 음료 제품들을 바로 청룡산 샘물로 생산하고 있다고 합니다."]
식품뿐만 아니라 의류 같은 생활용품도 지역 특성을 반영했다는 게 북한의 주장입니다.
["군내 주민들의 절대다수가 농장원인데 맞게 이렇게 농장원들이 입을 수 있는 계절들에 따른 작업복을 아주 잘 만들고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옷이 몸에 맞습니까? (네, 꼭 맞습니다.)"]
["우리 농장원들이 이런 옷을 입으면 얼마나 멋쟁이 같아 보이겠습니까."]
여기에 공장이 원활히 운영될 수 있도록 일찌감치 원료를 확보해 두었다고 북한 당국은 선전하고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여기 금야군에서는 식료공장을 정상 운영할 수 있게 밀만해도 천 톤 나마(정도) 준비해 놓고 또 콩과 해바라기씨, 피마자를 비롯해서 원료들을 많이 확보해 놓고 준공을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원료 창고에 원료가 가득 쌓인 걸 보니 신심이 납니다."]
물론 지금까지 공개된 공업공장만으로 북한 지방발전 정책의 성공 여부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등 북한이 처한 환경을 고려할 때 여전히 현실적인 한계를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민규/우석대 국방학과 교수 : "사회주의 계획경제라는 북한의 근본 경제 체제를 바꾸지 않는다면 지방 발전 정책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끝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지방 발전 20X10 정책의 성공 여부는 북한 당국의 시험대가 될 것입니다. 성공하면 지방 경제를 살리고 나아가 북한 경제 전반을 살려낼 수 있지만 지방들에 공장 몇 개를 세우고 끝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당국은 통치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방 경제 활성화 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영희/동국대 북한학연구소 객원연구원 : "(북한은) 지금 대북 제재 속에서 자력갱생할 수 있는 지역 주민들이 기초 생필품을 생산해서 보장할 수 있는 가장 최적의 방법이 이거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선택과 집중을 해서 공장을 잘 돌려서 기초 생필품만 공급해 주는 것도 지역 주민들의 삶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초 생필품을 생산함으로써 지방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북한.
과연 지방 공업공장이 북한 지방 경제에 실질적인 발전을 가져올 수 있을지,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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