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장 필요하시면 말씀하세요." |
찰기가 있어 밥맛이 더 좋은 비빔밥 한 상.

민순덕 / 식당 손님 "정말 맛있고 저렴하고 좋아요. (자주 오세요?) 네, 만족해요." |
비좁은 주방이지만 일사불란하죠?
점심 장사만 하는 이 식당, 직원 6명 모두 환갑을 넘겼습니다.

김민주 / 64살, 식당 직원 "(바쁠 때는) 정신이 하나도 없지만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너무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
2024년 12월 23일. 우리나라가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습니다.
전체 인구 중 65살 이상 노인의 비중이 20퍼센트를 넘었다는 건데요.
우리나라 노인, 천 24만여 명은 무슨 일을 하고 살까요?
비빔밥 재료처럼 사회에서 잘 어우러지면서 활력 있게 생활할 수 있는 일자리, 지금 구하러 갑니다.

이른 아침 면사무소로 노인들이 줄지어 들어섭니다.
신분증과 통장까지 챙겨온 노인들. 공무원의 설명을 들어가며 서류의 빈칸을 채워 넣습니다.
거리 청소와 스쿨존 교통 지원 같은 ‘공공 근로’ 지원자들입니다.

한갑희 / 72살 구직 중 "(여기 왜 오신 거예요?) 시니어클럽 노인 일자리 신청하러 왔습니다." |
서민애 / 순창시니어클럽 과장 "어제 눈이 진짜 많이 왔는데 눈을 뚫고 오세요. 그 정도로 많이 오시는 것 같아요. (왜 많이 오세요?) 아무래도 자기 일자리, 일하시려고.." |
65살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공익형 일자리’인데요. 기초연금이나 직역연금 수급자 등 취업이 어려운 노인이면 지원할 수 있습니다.
하루 서너 시간만 일하면 한 달에 30만 원 정도 용돈도 벌 수 있습니다.

최기수 / 82살 구직 중 "아주 고령의 몸이 아프신 분들은 못 나오시고 이제 일을 할 수 있는 분(양반)들 이제 운동을 겸해서 나오시는 분들이 작년까지는 8분이었어요. 그런데 올해 세 분이 더 늘었어요." |
"설문 조사원입니다. 안에 계세요?" |
집집을 다니며 초인종을 누르는 노인 두 사람. 공공기관에서 발주한 설문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한 차례 분석 과정을 거쳐 공공기관으로 제출되는데 조사와 분석 모두 이들의 몫입니다.

박병백 / 67살 조사분석원 "(취합된 자료를 컴퓨터에 입력하셔서 정리를 좀 하신다고 들었는데 어려운 건 없으세요?) 평소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 컴퓨터를 했기 때문에 크게 어려운 건 없는 것 같아요." |
취업 경력 등을 활용한 일자리, ‘사회 서비스형’ 일자리인데요. 급여는 한 달에 70만 원 정도. 공익형 일자리보다 두 배 이상 많습니다.

박물관 한쪽에 차려진 카페.
능숙한 솜씨로 분쇄된 커피를 담아 에스프레소를 뽑고 우유 거품까지 올리면 카페라테가 완성됩니다.
66살의 바리스타 박종미 씨입니다.
박종미 / 66살 바리스타 "규칙적인 활동도 하고 그래서 대인관계도 좋아지고 여러 사람들을 여기 와서 좋은 사람들도 만나고 또 이렇게 고객이나 여기 또 동료들이나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돼서 그런 생활에 활력이 돼요." |

이 카페에선 종미 씨 같은 60대 후반의 직원 10명이 교대로 일을 하는데요. 수익을 남긴다는 점에서 '시장형 일자리'로 불리는 ‘민간형 일자리’입니다.
올해 계획된 노인 일자리는 전국적으로 109만 8천여 개. 지난해보다 6.6% 늘었습니다.
정부도 노인 일자리 사업을 중요한 과제의 하나로 챙기고 있다는 건데요. 참여하려는 노인도 계속 늘고 있습니다.

황남희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생고령화정책기획센터장 "노인 실태 조사에 의하면 어르신들의 39.1%가 현재 일을 하고 있고요. 이분들보다 더 많은 수치인 41.9%의 어르신들이 앞으로 일을 하고 싶다라고 대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일을 하고 있는 어르신보다 더 일을 하고 싶으신 분들이 많은 상황이죠." |
이처럼 정부가 만든 구인 시장에 노인들이 몰리는 이유는 뭘까요?
김숙희 / 70살 구직 중 "계속 제가 뭔가 배우고 또 습득하고 또 사람들과 교제하고 이런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단순히 금전적인 것도 있지만 그거는 이차적인 거고..." |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조사에선 '생계비 마련'이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건강 유지‘와 '용돈 마련”,
'여가·친교‘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노인 일자리의 시작은 신체 노동, 단순 업무 위주의 공익형 일자리였습니다.
2010년부터 경력과 전문성을 활용해 사회적 도움이 필요한 영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 서비스형 일자리’가 도입됐고, 2013년부터는 민간형 일자리가 생겨났습니다.

개인의 특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점차 진화한 겁니다.
서양열 / 전북사회서비스원장 "과거에 내가 해왔던 전문적인 일이 은퇴 이후의 삶에도 조금 더 역동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그래서 제가 주장하는 건 앞으로의 노년 시대는 역할 상실이 아니라 역할 변화를 주는 시대로 가야 된다." |
그런데 올해 노인 일자리 사업을 보면 공익형 일자리가 63%를 차지하는데요.
실제로 노인들이 희망하는 유형은 공익형 53.8%, 사회서비스형 28.7%, 그리고 민간형이 10.6%로 조사돼 차이를 보였습니다.
공익형 일자리 비중이 큰 농촌 지역일수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석면 / 전북특별자치도 고령친화정책과장 "지금까지는 일자리 사업이 거의 뭐 공익형 위주로 하다 보니까 많은 비판도 있었거든요. 노하우나 그 어떤 그 경력 같은 거 그런 걸 가지신 노인들이 많이 계셔요. 그분들을 위해서 어떤 사회 서비스형 일자리 그러니까 그전에는 말하자면 한 그 40만 원 받았다고 하면 60만 원 70만 원 받는 그런 일자리를 계속 확대해 나가고 있기는 합니다." |

올해 노인 일자리 사업 예산은 2조 천8백여억 원. 지난해보다 8% 정도 증가했습니다.
이 추세라면 2030년엔 3조 8천억 원, 2050년엔 25조 7천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고령화 속도를 반영하면 그 오름세는 더 가팔라집니다.
황남희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화정책기획센터장 "정부의 조세를 통해서 만들어지는 이 일자리가 무한정 계속 커지게 되는 건 아무래도 정부 재정적으로 ‘부담이 되지 않을까’라는 부분이 가장 큰 부분이 있고요. 또 이 일자리가 과거부터 그냥 양적으로만 팽창을 하면서 노인 일자리 참여하시는 어르신들은 많지만, 이거를 운영하는 수행 기관들은 그에 반해서 크게 늘어나지 못했어요." |
문제는 정부 재정에만 의존할 경우 머지않은 미래에는 노인 일자리를 충분히 제공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건데요.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 사회를 맞았던 일본은 어떻게 준비해 왔을까요?

일본 후쿠오카현의 한 가구공장. 37년 근속한 73살 우메자키 씨가 능숙한 솜씨로 재봉질을 합니다.
일을 그만둘까 생각한 적도 있지만 근무 시간 단축과 함께 병가 사용도 가능해지자 일터에 돌아오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우메자키 사치코 / 73살 봉제 숙련공 "올해는 제가 사고가 있어서 일을 쉬었었는데요. 집에만 있으면 심심하기도 하고 이대로 나이만 들어가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출근했습니다." |
여든이 넘은 오카무라 씨도 생산현장을 누비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얼마나 일하셨어요?" "20년 좀 넘었어요." |
어떻게 이런 일들이 가능한 걸까요? 이 업체는 고령 직원에겐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업무 선택권을 줍니다.
또 업무 설명서를 곳곳에 붙여 언제든 참고할 수 있도록 했고, 자동화 기계를 들여 신체 부담도 덜었습니다.
오카무라 유지로 / 84살 "처음에는 허리가 너무 아파서 1주일 다니고 그만두려고 했어요. 도저히 계속해 나갈 수 없을 것 같아서요. 그런데 회사 쪽에서 담당 업무를 바꿔서 허리에 부담이 없는 일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해주시면서 업무를 바꿨어요." |
이 업체의 경우 직원 55명 중 13명, 4분의 1 가까이가 65살 이상 노인인데요.
젊은 직원을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 지금과 같은 선택은 생존을 위한 돌파구였습니다.
나카시마 쿄코 / E 가구 제조 업체 대표이사 "고용 인원수를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고령 직원을 활용하는 방법이 하나의 선택지로써 중요한 일손이라고 생각합니다." |

고령화율 29%의 일본.
일하고 싶은 노인들은 정부와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생애현역도전센터’나 ‘실버인재센터’에서 언제든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호시노 유지 / 66살 구직자 "단시간 근무로 하루에 4, 5시간, 1주일에 3, 4일 정도. 크게 부담이 되지 않은 범위로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용돈벌이 정도예요. 그리고 몸을 움직인다는 것 하고요." |
지자체는 기업과 노인 구직자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데 집중합니다.
야도 노부미츠 / 후쿠오카현청 취업지원과장 "현에서 하는 일은 (기업과 노인 구직자를) 연결하는 것입니다. 거기에 현 예산을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

앞서 일본은 2006년 희망자에 대해 65살까지 고용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정년 연장이나 계속 고용, 그리고 정년 폐지 등 ‘고용확보조치’를 도입한 곳은 종업원 수 21명 이상 일본 기업 23만 7천여 곳 중 99.9%에 이릅니다.
2021년부터는 70살까지 고용 유지를 노력하도록 하고 있는데, 30년 전부터 고령화에 따른 노인 일자리 문제를 고민하며 점진적으로 정년 연장을 추진한 결과입니다.
그럼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중소기업의 80% 정도는 여전히 60살 정년제를 도입하지 못했고, 고령화 저출생이 사회 문제가 된 뒤에야 정년 연장을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김문수 / 고용노동부 장관(일요진단 라이브, 2024.11.3.) "굉장히 어려운 점이 많지만, 그곳에서 노사 간에 합의를 통해서 해야지 이것이 그냥 양쪽이 주장만 한다고 해서 해결이 안 되기 때문에 좀 답답하지만 노사 당사자의 논의를 기다려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황남희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화정책기획센터장 "우리도 조금 더 이제 계속 꾸준히 고령화가 진전되면 기업에서도 더 직접적으로 인력 부족을 느끼고 그때 고령자들이 보다 늦은 나이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이런 부분들이 더 관심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
화물칸을 가득 채운 페트병. 노인들이 아침 일찍부터 담당 구역을 돌며 수거해 온 겁니다.
박채남 / 74살 자원순환원 "이번 5개월 동안 6개월 동안 활동을 하다 보니 이게 얼마나 이 사업이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고..." |
노인에게 일은 생계를 위한 것인 동시에 자신을 돌보는 일입니다.
김동호 / 70살 설문조사원 "(일을 안 하시고 그냥 생활하신다. 그러면 어떠실 것 같으세요?) 굉장히 무료할 것 같아요. 오늘은 뭐 하지 어떻게 지내지, 오늘 어떻게 시간 때우지..." |
퇴직 후 멈춘 것 같던 일상에 생기가 돌고 있습니다.
출근하는 그 자체가 행복하다는 노인들. 언제까지 일하고 싶을까요?

김민주 / 64살 식당 직원 "(어머니 언제까지 일하고 싶으세요?) 할 수 있는 데까지 건강이 허락하는 날 할 수 있는 데까지 하고 싶어요." |
#초고령사회 #노인일자리 #퇴직 #정년연장 #공익형일자리 #사회서비스형일자리 #민간형일자리 #인생2막
취재 : 조선우
촬영 : 신재복
편집 : 최정연
그래픽 : 장수현
리서처 : 한혜민
조연출 : 유화영 심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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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보다] 인생 2막, 다시 일하러 갑니다
-
- 입력 2025-02-09 23:10:21
"고추장 필요하시면 말씀하세요." |
찰기가 있어 밥맛이 더 좋은 비빔밥 한 상.

민순덕 / 식당 손님 "정말 맛있고 저렴하고 좋아요. (자주 오세요?) 네, 만족해요." |
비좁은 주방이지만 일사불란하죠?
점심 장사만 하는 이 식당, 직원 6명 모두 환갑을 넘겼습니다.

김민주 / 64살, 식당 직원 "(바쁠 때는) 정신이 하나도 없지만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너무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
2024년 12월 23일. 우리나라가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습니다.
전체 인구 중 65살 이상 노인의 비중이 20퍼센트를 넘었다는 건데요.
우리나라 노인, 천 24만여 명은 무슨 일을 하고 살까요?
비빔밥 재료처럼 사회에서 잘 어우러지면서 활력 있게 생활할 수 있는 일자리, 지금 구하러 갑니다.

이른 아침 면사무소로 노인들이 줄지어 들어섭니다.
신분증과 통장까지 챙겨온 노인들. 공무원의 설명을 들어가며 서류의 빈칸을 채워 넣습니다.
거리 청소와 스쿨존 교통 지원 같은 ‘공공 근로’ 지원자들입니다.

한갑희 / 72살 구직 중 "(여기 왜 오신 거예요?) 시니어클럽 노인 일자리 신청하러 왔습니다." |
서민애 / 순창시니어클럽 과장 "어제 눈이 진짜 많이 왔는데 눈을 뚫고 오세요. 그 정도로 많이 오시는 것 같아요. (왜 많이 오세요?) 아무래도 자기 일자리, 일하시려고.." |
65살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공익형 일자리’인데요. 기초연금이나 직역연금 수급자 등 취업이 어려운 노인이면 지원할 수 있습니다.
하루 서너 시간만 일하면 한 달에 30만 원 정도 용돈도 벌 수 있습니다.

최기수 / 82살 구직 중 "아주 고령의 몸이 아프신 분들은 못 나오시고 이제 일을 할 수 있는 분(양반)들 이제 운동을 겸해서 나오시는 분들이 작년까지는 8분이었어요. 그런데 올해 세 분이 더 늘었어요." |
"설문 조사원입니다. 안에 계세요?" |
집집을 다니며 초인종을 누르는 노인 두 사람. 공공기관에서 발주한 설문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한 차례 분석 과정을 거쳐 공공기관으로 제출되는데 조사와 분석 모두 이들의 몫입니다.

박병백 / 67살 조사분석원 "(취합된 자료를 컴퓨터에 입력하셔서 정리를 좀 하신다고 들었는데 어려운 건 없으세요?) 평소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 컴퓨터를 했기 때문에 크게 어려운 건 없는 것 같아요." |
취업 경력 등을 활용한 일자리, ‘사회 서비스형’ 일자리인데요. 급여는 한 달에 70만 원 정도. 공익형 일자리보다 두 배 이상 많습니다.

박물관 한쪽에 차려진 카페.
능숙한 솜씨로 분쇄된 커피를 담아 에스프레소를 뽑고 우유 거품까지 올리면 카페라테가 완성됩니다.
66살의 바리스타 박종미 씨입니다.
박종미 / 66살 바리스타 "규칙적인 활동도 하고 그래서 대인관계도 좋아지고 여러 사람들을 여기 와서 좋은 사람들도 만나고 또 이렇게 고객이나 여기 또 동료들이나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돼서 그런 생활에 활력이 돼요." |

이 카페에선 종미 씨 같은 60대 후반의 직원 10명이 교대로 일을 하는데요. 수익을 남긴다는 점에서 '시장형 일자리'로 불리는 ‘민간형 일자리’입니다.
올해 계획된 노인 일자리는 전국적으로 109만 8천여 개. 지난해보다 6.6% 늘었습니다.
정부도 노인 일자리 사업을 중요한 과제의 하나로 챙기고 있다는 건데요. 참여하려는 노인도 계속 늘고 있습니다.

황남희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생고령화정책기획센터장 "노인 실태 조사에 의하면 어르신들의 39.1%가 현재 일을 하고 있고요. 이분들보다 더 많은 수치인 41.9%의 어르신들이 앞으로 일을 하고 싶다라고 대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일을 하고 있는 어르신보다 더 일을 하고 싶으신 분들이 많은 상황이죠." |
이처럼 정부가 만든 구인 시장에 노인들이 몰리는 이유는 뭘까요?
김숙희 / 70살 구직 중 "계속 제가 뭔가 배우고 또 습득하고 또 사람들과 교제하고 이런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단순히 금전적인 것도 있지만 그거는 이차적인 거고..." |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조사에선 '생계비 마련'이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건강 유지‘와 '용돈 마련”,
'여가·친교‘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노인 일자리의 시작은 신체 노동, 단순 업무 위주의 공익형 일자리였습니다.
2010년부터 경력과 전문성을 활용해 사회적 도움이 필요한 영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 서비스형 일자리’가 도입됐고, 2013년부터는 민간형 일자리가 생겨났습니다.

개인의 특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점차 진화한 겁니다.
서양열 / 전북사회서비스원장 "과거에 내가 해왔던 전문적인 일이 은퇴 이후의 삶에도 조금 더 역동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그래서 제가 주장하는 건 앞으로의 노년 시대는 역할 상실이 아니라 역할 변화를 주는 시대로 가야 된다." |
그런데 올해 노인 일자리 사업을 보면 공익형 일자리가 63%를 차지하는데요.
실제로 노인들이 희망하는 유형은 공익형 53.8%, 사회서비스형 28.7%, 그리고 민간형이 10.6%로 조사돼 차이를 보였습니다.
공익형 일자리 비중이 큰 농촌 지역일수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석면 / 전북특별자치도 고령친화정책과장 "지금까지는 일자리 사업이 거의 뭐 공익형 위주로 하다 보니까 많은 비판도 있었거든요. 노하우나 그 어떤 그 경력 같은 거 그런 걸 가지신 노인들이 많이 계셔요. 그분들을 위해서 어떤 사회 서비스형 일자리 그러니까 그전에는 말하자면 한 그 40만 원 받았다고 하면 60만 원 70만 원 받는 그런 일자리를 계속 확대해 나가고 있기는 합니다." |

올해 노인 일자리 사업 예산은 2조 천8백여억 원. 지난해보다 8% 정도 증가했습니다.
이 추세라면 2030년엔 3조 8천억 원, 2050년엔 25조 7천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고령화 속도를 반영하면 그 오름세는 더 가팔라집니다.
황남희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화정책기획센터장 "정부의 조세를 통해서 만들어지는 이 일자리가 무한정 계속 커지게 되는 건 아무래도 정부 재정적으로 ‘부담이 되지 않을까’라는 부분이 가장 큰 부분이 있고요. 또 이 일자리가 과거부터 그냥 양적으로만 팽창을 하면서 노인 일자리 참여하시는 어르신들은 많지만, 이거를 운영하는 수행 기관들은 그에 반해서 크게 늘어나지 못했어요." |
문제는 정부 재정에만 의존할 경우 머지않은 미래에는 노인 일자리를 충분히 제공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건데요.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 사회를 맞았던 일본은 어떻게 준비해 왔을까요?

일본 후쿠오카현의 한 가구공장. 37년 근속한 73살 우메자키 씨가 능숙한 솜씨로 재봉질을 합니다.
일을 그만둘까 생각한 적도 있지만 근무 시간 단축과 함께 병가 사용도 가능해지자 일터에 돌아오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우메자키 사치코 / 73살 봉제 숙련공 "올해는 제가 사고가 있어서 일을 쉬었었는데요. 집에만 있으면 심심하기도 하고 이대로 나이만 들어가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출근했습니다." |
여든이 넘은 오카무라 씨도 생산현장을 누비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얼마나 일하셨어요?" "20년 좀 넘었어요." |
어떻게 이런 일들이 가능한 걸까요? 이 업체는 고령 직원에겐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업무 선택권을 줍니다.
또 업무 설명서를 곳곳에 붙여 언제든 참고할 수 있도록 했고, 자동화 기계를 들여 신체 부담도 덜었습니다.
오카무라 유지로 / 84살 "처음에는 허리가 너무 아파서 1주일 다니고 그만두려고 했어요. 도저히 계속해 나갈 수 없을 것 같아서요. 그런데 회사 쪽에서 담당 업무를 바꿔서 허리에 부담이 없는 일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해주시면서 업무를 바꿨어요." |
이 업체의 경우 직원 55명 중 13명, 4분의 1 가까이가 65살 이상 노인인데요.
젊은 직원을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 지금과 같은 선택은 생존을 위한 돌파구였습니다.
나카시마 쿄코 / E 가구 제조 업체 대표이사 "고용 인원수를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고령 직원을 활용하는 방법이 하나의 선택지로써 중요한 일손이라고 생각합니다." |

고령화율 29%의 일본.
일하고 싶은 노인들은 정부와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생애현역도전센터’나 ‘실버인재센터’에서 언제든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호시노 유지 / 66살 구직자 "단시간 근무로 하루에 4, 5시간, 1주일에 3, 4일 정도. 크게 부담이 되지 않은 범위로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용돈벌이 정도예요. 그리고 몸을 움직인다는 것 하고요." |
지자체는 기업과 노인 구직자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데 집중합니다.
야도 노부미츠 / 후쿠오카현청 취업지원과장 "현에서 하는 일은 (기업과 노인 구직자를) 연결하는 것입니다. 거기에 현 예산을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

앞서 일본은 2006년 희망자에 대해 65살까지 고용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정년 연장이나 계속 고용, 그리고 정년 폐지 등 ‘고용확보조치’를 도입한 곳은 종업원 수 21명 이상 일본 기업 23만 7천여 곳 중 99.9%에 이릅니다.
2021년부터는 70살까지 고용 유지를 노력하도록 하고 있는데, 30년 전부터 고령화에 따른 노인 일자리 문제를 고민하며 점진적으로 정년 연장을 추진한 결과입니다.
그럼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중소기업의 80% 정도는 여전히 60살 정년제를 도입하지 못했고, 고령화 저출생이 사회 문제가 된 뒤에야 정년 연장을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김문수 / 고용노동부 장관(일요진단 라이브, 2024.11.3.) "굉장히 어려운 점이 많지만, 그곳에서 노사 간에 합의를 통해서 해야지 이것이 그냥 양쪽이 주장만 한다고 해서 해결이 안 되기 때문에 좀 답답하지만 노사 당사자의 논의를 기다려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황남희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화정책기획센터장 "우리도 조금 더 이제 계속 꾸준히 고령화가 진전되면 기업에서도 더 직접적으로 인력 부족을 느끼고 그때 고령자들이 보다 늦은 나이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이런 부분들이 더 관심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
화물칸을 가득 채운 페트병. 노인들이 아침 일찍부터 담당 구역을 돌며 수거해 온 겁니다.
박채남 / 74살 자원순환원 "이번 5개월 동안 6개월 동안 활동을 하다 보니 이게 얼마나 이 사업이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고..." |
노인에게 일은 생계를 위한 것인 동시에 자신을 돌보는 일입니다.
김동호 / 70살 설문조사원 "(일을 안 하시고 그냥 생활하신다. 그러면 어떠실 것 같으세요?) 굉장히 무료할 것 같아요. 오늘은 뭐 하지 어떻게 지내지, 오늘 어떻게 시간 때우지..." |
퇴직 후 멈춘 것 같던 일상에 생기가 돌고 있습니다.
출근하는 그 자체가 행복하다는 노인들. 언제까지 일하고 싶을까요?

김민주 / 64살 식당 직원 "(어머니 언제까지 일하고 싶으세요?) 할 수 있는 데까지 건강이 허락하는 날 할 수 있는 데까지 하고 싶어요." |
#초고령사회 #노인일자리 #퇴직 #정년연장 #공익형일자리 #사회서비스형일자리 #민간형일자리 #인생2막
취재 : 조선우
촬영 : 신재복
편집 : 최정연
그래픽 : 장수현
리서처 : 한혜민
조연출 : 유화영 심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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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우 기자 ssun@kbs.co.kr
조선우 기자의 기사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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