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적절” “여파 클 것”…‘서울청장 추천’ 자치경찰위원회 회의록 입수
입력 2025.02.13 (06:00)
수정 2025.02.13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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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치안감에서 치안정감으로 승진 내정된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가 지난 10일, 취임과 동시에 공식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박 직무대리 임명을 두고 경찰 안팎에서는 여전히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박 직무대리가 윤석열 정부 들어 총경에서 치안정감으로 세 계급 고속 승진한 점, 비상계엄 당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조지호 경찰청장, 임정주 경찰청 경비국장, 강상문 영등포경찰서장 등과 통화한 점 등이 논란입니다.
서울경찰청장 임명은 경찰청이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와 협의해서 추천한 사람 중, 행안부 장관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용하게 돼 있습니다.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는 박 직무대리에 대해 어떤 의견을 냈을까요? KBS가 자치경찰위 회의록을 단독 입수했습니다.
■ “전반적으로 이견 없다, 다만…”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 회의는 지난 6일 오후 4시 반부터 5시까지 30분간 원격 영상회의로 열렸습니다. 경찰청 요청으로 긴급히 소집된 겁니다.
회의에는 이용표 자치경찰위원장을 포함해 상임위원과 비상임위원 등 위원회에서 7명, 사무국에서 3명이 참석했습니다. 안건은 ‘서울특별시경찰청장 임용 추천 협의’ 한 가지였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경위는 박현수 당시 서울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해 “전반적으로 이견 없음”이라는 결론을 경찰청에 전달했습니다.
그런데 주목할 건, 바로 뒤에 붙은 두 문장입니다. “다만, 민생 치안 분야 근무 경험 부족을 이유로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었음”, “추후 시도 경찰청장 협의 시 복수 추천해 줄 것을 요망함”.
■ “단수 추천인데 꼭 협의해 줘야 되나…여파 클 것”
KBS가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이날 자경위 회의록을 보면 “전반적으로 이견 없음”이라고 넘기기에는 박 후보자 임명에 대해 비판이 다수 제기됐습니다. 그중 가장 문제 된 건 경찰청이 박 후보자를 ‘단수 추천’했다는 점입니다.
“복수로 추천된 것도 아니고 단수로 추천했는데 꼭 우리가 협의를 해 줘야 되는지, 협의를 해 줬을 경우에 굉장히 여파가 클 것 같기는 한데요.” “한 명을 가지고 결정을 요청한다는 자체가 이 절차를 무용지물화 시킨다는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 |
회의를 시작하면서 자경위 사무국 측은 “경찰청에서 후보로 박현수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을 추천했다”면서, “통상 복수 추천을 하나 공석인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원 포인트 인사로 단수 추천됐다”고 말했습니다. 단수 추천이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언급한 겁니다.
이에 한 위원은 “복수로 추천된 것도 아니고 단수로 추천했는데 꼭 우리가 협의를 해줘야 되는지” 의문을 제기하며, “협의를 해 줬을 경우에 굉장히 여파가 클 것 같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규정 위반은 아니더라도 통상적으로 복수 추천을 하는 것이 관례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공석이라는 이유가 꼭 단수 추천을 해야 될 사유가 될 만한지 사실 좀 의문이 든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박 후보자에 대한 추천에 동의하지 않은 한 위원은 “결국 (자경위가)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의미”라며, “의견을 만장일치로 줘야 되느냐에 대해 의문이 들어 저는 부동의하겠다”고 했습니다.
동의한 위원들도 선뜻 동의한 건 아닙니다.
한 위원은 “치안 공백을 메꾸기 위한 조치라면 (박 직무대리 추천에) 동의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소 조금 무리가 있는 추천 협의임은 분명”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이 부분에 있어서 다시 한번 자치경찰위원회의 역할이나 권한에 대해 상당한 회의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차후에는 후보자를 복수로 추천하라는 것도 명기해 달라”는 요청도 나왔습니다.
위원장 등이 단수 추천도 위반이 아니라는 설명을 하기는 했으나, 단수 추천이 적절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위원은 없었습니다.
이에 위원장은 “앞으로 경찰청에 복수 추천을 해 달라, 단수 추천을 놓고 하는 것은 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명시해 회신하겠다”고 결론을 냈습니다.
■ “현장 경험 적어 서울 상황 관리에 부족하지 않을까”
박현수 당시 후보자의 경력을 문제 삼은 위원들도 있었습니다. 회의 시작과 함께 박 후보자의 승진 속도, 업무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고 한 위원은 “지금 시국이 이렇다 보니 조금 오해를 살 만한 승진 인사이지 않았나”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박 후보자를 포함해) 이번 인사 발표된 네 분이 전부 용산 쪽에 관련된 사람들”이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후보자의 경력을 보면 민생 분야 보다는 파견 등 외부에 치중되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후보자가 현장 경험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적어서 서울의 큰 상황을 관리하는데 부족한 점이 있지 않느냐…” |
위원들이 우려한 건 박 후보자가 현장 경험이 부족하고 파견 위주의 ‘데스크 업무’에 치중했다는 부분입니다.
한 위원은 “후보자가 폭넓은 경험을 가진 후보자 중에서 뽑혔는지에 대해 의문이 있다”고 말하며 부동의 의사를 밝혔습니다.
“지금 혼란을 수습하는 데 적합할 수 있는 균형성 있는 사람이어야 하지 않았나 싶은데 후보자 경력을 보면 민생분야보다는 파견 등 외부에 치중되었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한 위원은 “기존 경찰청장 임명 과정과 비교해 볼 때 군대에서 야전 사령관이 올라가는 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든다”고 비유하며, “적절한 인사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위원장도 “후보자가 현장 경험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적어서 서울의 큰 상황을 관리하는데 부족한 점이 있지 않느냐 이런 생각이 든다”고 거들었고, “민생 치안 분야 근무 경험이 부족해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었다는 점을 명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박 직무대리는 윤석열 정부 들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에 파견됐고, 경찰청 치안정보국장을 거쳐 행안부 경찰국장에 임명됐습니다. 총경에서 치안정감으로 세 계급 초고속 승진하는 동안 주로 타 기관 ‘파견’ 근무를 했던 겁니다.
■ 박현수 서울청장 직무대리, 국회에서 입장 밝힐까?
박 직무대리는 안팎에서 불거지는 논란에 대해 별도의 해명 없이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대신 취임 첫날 출입기자들을 만나 “(오는)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말씀드리겠다”는 짤막한 입장만 냈습니다.
국회 행안위는 18일 박 직무대리를 포함해 경찰 고위직 인사 관련 현안 질의를 진행 합니다. 박 직무대리의 ‘비상계엄 연관’ 의혹은 물론, 경찰청의 단수 추천 등 임명 적절성 등이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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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2-13 06:00:26
- 수정2025-02-13 06: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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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치안감에서 치안정감으로 승진 내정된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가 지난 10일, 취임과 동시에 공식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박 직무대리 임명을 두고 경찰 안팎에서는 여전히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박 직무대리가 윤석열 정부 들어 총경에서 치안정감으로 세 계급 고속 승진한 점, 비상계엄 당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조지호 경찰청장, 임정주 경찰청 경비국장, 강상문 영등포경찰서장 등과 통화한 점 등이 논란입니다.
서울경찰청장 임명은 경찰청이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와 협의해서 추천한 사람 중, 행안부 장관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용하게 돼 있습니다.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는 박 직무대리에 대해 어떤 의견을 냈을까요? KBS가 자치경찰위 회의록을 단독 입수했습니다.
■ “전반적으로 이견 없다, 다만…”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 회의는 지난 6일 오후 4시 반부터 5시까지 30분간 원격 영상회의로 열렸습니다. 경찰청 요청으로 긴급히 소집된 겁니다.
회의에는 이용표 자치경찰위원장을 포함해 상임위원과 비상임위원 등 위원회에서 7명, 사무국에서 3명이 참석했습니다. 안건은 ‘서울특별시경찰청장 임용 추천 협의’ 한 가지였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경위는 박현수 당시 서울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해 “전반적으로 이견 없음”이라는 결론을 경찰청에 전달했습니다.
그런데 주목할 건, 바로 뒤에 붙은 두 문장입니다. “다만, 민생 치안 분야 근무 경험 부족을 이유로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었음”, “추후 시도 경찰청장 협의 시 복수 추천해 줄 것을 요망함”.
■ “단수 추천인데 꼭 협의해 줘야 되나…여파 클 것”
KBS가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이날 자경위 회의록을 보면 “전반적으로 이견 없음”이라고 넘기기에는 박 후보자 임명에 대해 비판이 다수 제기됐습니다. 그중 가장 문제 된 건 경찰청이 박 후보자를 ‘단수 추천’했다는 점입니다.
“복수로 추천된 것도 아니고 단수로 추천했는데 꼭 우리가 협의를 해 줘야 되는지, 협의를 해 줬을 경우에 굉장히 여파가 클 것 같기는 한데요.” “한 명을 가지고 결정을 요청한다는 자체가 이 절차를 무용지물화 시킨다는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 |
회의를 시작하면서 자경위 사무국 측은 “경찰청에서 후보로 박현수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을 추천했다”면서, “통상 복수 추천을 하나 공석인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원 포인트 인사로 단수 추천됐다”고 말했습니다. 단수 추천이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언급한 겁니다.
이에 한 위원은 “복수로 추천된 것도 아니고 단수로 추천했는데 꼭 우리가 협의를 해줘야 되는지” 의문을 제기하며, “협의를 해 줬을 경우에 굉장히 여파가 클 것 같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규정 위반은 아니더라도 통상적으로 복수 추천을 하는 것이 관례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공석이라는 이유가 꼭 단수 추천을 해야 될 사유가 될 만한지 사실 좀 의문이 든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박 후보자에 대한 추천에 동의하지 않은 한 위원은 “결국 (자경위가)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의미”라며, “의견을 만장일치로 줘야 되느냐에 대해 의문이 들어 저는 부동의하겠다”고 했습니다.
동의한 위원들도 선뜻 동의한 건 아닙니다.
한 위원은 “치안 공백을 메꾸기 위한 조치라면 (박 직무대리 추천에) 동의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소 조금 무리가 있는 추천 협의임은 분명”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이 부분에 있어서 다시 한번 자치경찰위원회의 역할이나 권한에 대해 상당한 회의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차후에는 후보자를 복수로 추천하라는 것도 명기해 달라”는 요청도 나왔습니다.
위원장 등이 단수 추천도 위반이 아니라는 설명을 하기는 했으나, 단수 추천이 적절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위원은 없었습니다.
이에 위원장은 “앞으로 경찰청에 복수 추천을 해 달라, 단수 추천을 놓고 하는 것은 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명시해 회신하겠다”고 결론을 냈습니다.
■ “현장 경험 적어 서울 상황 관리에 부족하지 않을까”
박현수 당시 후보자의 경력을 문제 삼은 위원들도 있었습니다. 회의 시작과 함께 박 후보자의 승진 속도, 업무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고 한 위원은 “지금 시국이 이렇다 보니 조금 오해를 살 만한 승진 인사이지 않았나”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박 후보자를 포함해) 이번 인사 발표된 네 분이 전부 용산 쪽에 관련된 사람들”이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후보자의 경력을 보면 민생 분야 보다는 파견 등 외부에 치중되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후보자가 현장 경험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적어서 서울의 큰 상황을 관리하는데 부족한 점이 있지 않느냐…” |
위원들이 우려한 건 박 후보자가 현장 경험이 부족하고 파견 위주의 ‘데스크 업무’에 치중했다는 부분입니다.
한 위원은 “후보자가 폭넓은 경험을 가진 후보자 중에서 뽑혔는지에 대해 의문이 있다”고 말하며 부동의 의사를 밝혔습니다.
“지금 혼란을 수습하는 데 적합할 수 있는 균형성 있는 사람이어야 하지 않았나 싶은데 후보자 경력을 보면 민생분야보다는 파견 등 외부에 치중되었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한 위원은 “기존 경찰청장 임명 과정과 비교해 볼 때 군대에서 야전 사령관이 올라가는 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든다”고 비유하며, “적절한 인사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위원장도 “후보자가 현장 경험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적어서 서울의 큰 상황을 관리하는데 부족한 점이 있지 않느냐 이런 생각이 든다”고 거들었고, “민생 치안 분야 근무 경험이 부족해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었다는 점을 명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박 직무대리는 윤석열 정부 들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에 파견됐고, 경찰청 치안정보국장을 거쳐 행안부 경찰국장에 임명됐습니다. 총경에서 치안정감으로 세 계급 초고속 승진하는 동안 주로 타 기관 ‘파견’ 근무를 했던 겁니다.
■ 박현수 서울청장 직무대리, 국회에서 입장 밝힐까?
박 직무대리는 안팎에서 불거지는 논란에 대해 별도의 해명 없이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대신 취임 첫날 출입기자들을 만나 “(오는)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말씀드리겠다”는 짤막한 입장만 냈습니다.
국회 행안위는 18일 박 직무대리를 포함해 경찰 고위직 인사 관련 현안 질의를 진행 합니다. 박 직무대리의 ‘비상계엄 연관’ 의혹은 물론, 경찰청의 단수 추천 등 임명 적절성 등이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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