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조 ‘불법촬영’ 집행유예…피해자 측 “흉측한 판결”

입력 2025.02.15 (08:38) 수정 2025.02.15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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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문제의 영상이 한 SNS 계정에 올라왔습니다. 게시자는 자신이 축구선수 황의조 씨의 전 연인이라고 주장하며, 모자이크도 없는 성관계 영상을 게시했습니다.

'2천 원에 판매한다', '공유해줄 테니 연락 달라'는 글이 줄줄이 이어졌고, 해당 영상은 실시간으로 퍼 날라졌습니다.

황 씨는 곧바로 영상 유포자를 찾아달라며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수사 결과 유포자는 황 씨의 형수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황 씨가 해당 영상을 상대방의 동의 없이 '불법 촬영'했단 의혹이 불거졌고, 황 씨는 결국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황 씨에 대한 1심 선고기일이 어제(14일) 열렸습니다.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200시간의 사회봉사와 400시간의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검은 정장을 입고 법정에 들어선 황 씨는 재판 내내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선고 결과를 들었습니다.

■법원 "죄질 좋지 않아…유포로 인한 책임까진 못 물어"

이 사건 피해자는 모두 2명입니다. 황 씨는 A 씨와의 성관계 장면을 몰래 촬영한 혐의, 영상 통화 도중 나체 상태인 B 씨의 모습을 동의 없이 녹화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재판부는 A 씨 관련 혐의에 대해 "불법 촬영 범죄로 인한 사회적 폐해의 심각성을 볼 때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며 "4차례에 걸쳐 휴대전화를 이용해 성관계 장면을 피해자 의사에 반해 촬영하고, 범행 횟수와 촬영물의 구체적 내용에 비춰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영상이 유출됨으로써 A 씨가 입게 된 피해에 대해선 선을 그었습니다.

재판부는 "촬영물 중 일부가 제3자의 다른 범행으로 SNS에 유포됐고 피해자가 큰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나, 피고인이 이 범행에 가담하거나 기여한 바가 없어 불법 촬영의 형사 책임에 대한 비난을 넘어 다른 범행으로 초래된 피해까지 책임을 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제3자가 유포한 영상이나 사진만으로는 피해자의 신상 특정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황 씨가) 공소제기 이후 피해자를 위해 공탁했고, 현재까지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이라는 점을 고려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B 씨와의 영상통화를 동의 없이 녹화한 행위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례를 들어 "피해자가 스스로 촬영한 영상을 (황 씨가) 촬영 내지 녹화한 것이라 사람의 신체 자체를 촬영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무죄로 봤습니다.

선고 이후 황 씨는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법정을 빠져나갔습니다.

■피해자 측 "흉측한 판결…항소심서 다툴 것"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 이은의 변호사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 이은의 변호사

피해자 중 한 명인 A 씨를 대리하고 있는 이은의 변호사는 집행유예 선고에 대해 "흉측한 판결"이라며 "예견된 참사가 일어나 더욱 씁쓸하다"고 밝혔습니다.

이 변호사는 "법원에서 연락이 왔을 때 공탁금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히고 의견서로도 제출했음에도, 황 씨 측의 기습 공탁이 유리한 양정으로 참작됐다"고 지적했습니다.

황 씨는 지난해 11월 선고를 앞두고 법원에 2억 원의 공탁금을 납부해 '감형을 위한 기습공탁'이란 비판을 받았습니다.

당시 검찰은 "피해자가 공탁금 수령 및 합의 의사가 없다고 명확히 밝혔다"며 "공탁을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참작하지 말아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바 있습니다.

이 변호사는 "영상이 유출돼 2차 피해를 입은 부분에 대해 황 씨의 기여도가 없다는 판단에 참담하다"며 "항소심에서 이 부분에 대해 다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변호사는 1심 선고 이틀 전, 재판부에 마지막 의견서를 제출하며 A 씨가 불법 촬영을 넘어 수사 단계에서 선고까지 겪은 피해를 강조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의견서에서 " 통상의 지능이 있다면 (황 씨가) 피해자에게 동의를 받지 않는 한 영상을 찍는 것이 의사에 반하는 것임을 모를 리 없었다"며 "범죄행위가 세상에 그 낯을 드러낸 후로는 피해자의 삶이 멈춰 극단의 고통에 놓여졌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황 씨가) 자신은 물론 형수의 남편으로 하여금 피해자가 원치 않는 연락을 여러 번 하면서 형수에 대한 처벌불원 의사를 종용했고, 피해자가 이를 듣지 않자 피해자의 직업과 혼인상태 등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아 언론에 대대적으로 유포하기까지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황 씨는 범죄 행위가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거리낌 없이 일상을 영위하고 영화를 누렸다"며 "피해자가 만난 사법 시스템은 무용했고 법적 정의란 허울뿐인 말에 불과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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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5-02-15 15:3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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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문제의 영상이 한 SNS 계정에 올라왔습니다. 게시자는 자신이 축구선수 황의조 씨의 전 연인이라고 주장하며, 모자이크도 없는 성관계 영상을 게시했습니다.

'2천 원에 판매한다', '공유해줄 테니 연락 달라'는 글이 줄줄이 이어졌고, 해당 영상은 실시간으로 퍼 날라졌습니다.

황 씨는 곧바로 영상 유포자를 찾아달라며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수사 결과 유포자는 황 씨의 형수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황 씨가 해당 영상을 상대방의 동의 없이 '불법 촬영'했단 의혹이 불거졌고, 황 씨는 결국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황 씨에 대한 1심 선고기일이 어제(14일) 열렸습니다.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200시간의 사회봉사와 400시간의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검은 정장을 입고 법정에 들어선 황 씨는 재판 내내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선고 결과를 들었습니다.

■법원 "죄질 좋지 않아…유포로 인한 책임까진 못 물어"

이 사건 피해자는 모두 2명입니다. 황 씨는 A 씨와의 성관계 장면을 몰래 촬영한 혐의, 영상 통화 도중 나체 상태인 B 씨의 모습을 동의 없이 녹화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재판부는 A 씨 관련 혐의에 대해 "불법 촬영 범죄로 인한 사회적 폐해의 심각성을 볼 때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며 "4차례에 걸쳐 휴대전화를 이용해 성관계 장면을 피해자 의사에 반해 촬영하고, 범행 횟수와 촬영물의 구체적 내용에 비춰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영상이 유출됨으로써 A 씨가 입게 된 피해에 대해선 선을 그었습니다.

재판부는 "촬영물 중 일부가 제3자의 다른 범행으로 SNS에 유포됐고 피해자가 큰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나, 피고인이 이 범행에 가담하거나 기여한 바가 없어 불법 촬영의 형사 책임에 대한 비난을 넘어 다른 범행으로 초래된 피해까지 책임을 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제3자가 유포한 영상이나 사진만으로는 피해자의 신상 특정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황 씨가) 공소제기 이후 피해자를 위해 공탁했고, 현재까지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이라는 점을 고려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B 씨와의 영상통화를 동의 없이 녹화한 행위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례를 들어 "피해자가 스스로 촬영한 영상을 (황 씨가) 촬영 내지 녹화한 것이라 사람의 신체 자체를 촬영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무죄로 봤습니다.

선고 이후 황 씨는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법정을 빠져나갔습니다.

■피해자 측 "흉측한 판결…항소심서 다툴 것"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 이은의 변호사
피해자 중 한 명인 A 씨를 대리하고 있는 이은의 변호사는 집행유예 선고에 대해 "흉측한 판결"이라며 "예견된 참사가 일어나 더욱 씁쓸하다"고 밝혔습니다.

이 변호사는 "법원에서 연락이 왔을 때 공탁금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히고 의견서로도 제출했음에도, 황 씨 측의 기습 공탁이 유리한 양정으로 참작됐다"고 지적했습니다.

황 씨는 지난해 11월 선고를 앞두고 법원에 2억 원의 공탁금을 납부해 '감형을 위한 기습공탁'이란 비판을 받았습니다.

당시 검찰은 "피해자가 공탁금 수령 및 합의 의사가 없다고 명확히 밝혔다"며 "공탁을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참작하지 말아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바 있습니다.

이 변호사는 "영상이 유출돼 2차 피해를 입은 부분에 대해 황 씨의 기여도가 없다는 판단에 참담하다"며 "항소심에서 이 부분에 대해 다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변호사는 1심 선고 이틀 전, 재판부에 마지막 의견서를 제출하며 A 씨가 불법 촬영을 넘어 수사 단계에서 선고까지 겪은 피해를 강조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의견서에서 " 통상의 지능이 있다면 (황 씨가) 피해자에게 동의를 받지 않는 한 영상을 찍는 것이 의사에 반하는 것임을 모를 리 없었다"며 "범죄행위가 세상에 그 낯을 드러낸 후로는 피해자의 삶이 멈춰 극단의 고통에 놓여졌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황 씨가) 자신은 물론 형수의 남편으로 하여금 피해자가 원치 않는 연락을 여러 번 하면서 형수에 대한 처벌불원 의사를 종용했고, 피해자가 이를 듣지 않자 피해자의 직업과 혼인상태 등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아 언론에 대대적으로 유포하기까지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황 씨는 범죄 행위가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거리낌 없이 일상을 영위하고 영화를 누렸다"며 "피해자가 만난 사법 시스템은 무용했고 법적 정의란 허울뿐인 말에 불과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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