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종섭’에 화났다”…윤 대통령의 ‘상식’은?

입력 2025.02.16 (09:24) 수정 2025.02.16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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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호주대사 논란'과 '비상대권'

"제 기억에는 그날 아마 이종섭 전 국방장관을 호주의 호위함 수주를 위해 호주 대사로 보내고, 아그레망까지 받았는데 무슨 '런종섭'이니 하면서 아주 인격 모욕을 당하고, 사직까지 했고, 결국 고위직의 활동이 부족해서 호주 호위함 수주를 못 받았습니다"
- 윤석열 대통령 (조태용 국정원장 증인신문 중 발췌)

윤석열 대통령이 기억하는 지난해 3월경 '삼청동 안가' 회동 당시 상황입니다.

검찰이 윤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언급했다고 지목한 바로 그 회동으로, 참석자는 신원식 당시 국방부 장관, 김용현 당시 경호처장, 조태용 국정원장,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당시를 회상하며 "군인들이 국회에 불려 가서 그렇게 바보 같은 짓을 하면서도 왜 자기들 주장도 똑바로 못하느냐"라고 했다면서 "제가 좀 화가 많이 났던 것 같다"고도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기억들도 살펴보겠습니다.

아래는 검찰이 이날 회동 참석자들을 조사해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윤 대통령은 시국 상황이 걱정된다고 하면서 '비상대권을 통해 헤쳐 나가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군이 나서야 되지 않느냐, 군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였다"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검찰 공소장

신원식 당시 국방장관은 헌법재판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국회 탄핵소추단 측]
"이런 과정에서 피청구인(윤 대통령)은 정상적인 정치 상황으로 가기 굉장히 어려워졌다 언급하면서 비상한 조치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발언하였죠."

[신원식 당시 국방부 장관]
"네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런 취지의 말씀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신원식 당시 국방부 장관은 윤 대통령의 발언이 걱정돼, 김용현 당시 경호처장에게 "대통령께 다른 사람 앞에서는 이런 언급을 하지 않게끔 말씀을 올려달라"고 부탁까지 했다고 했습니다.

다만 또 다른 참석자인 조태용 국정원장은 이날 회동에 대해 정확한 기억이 나지 않으며, '비상'이라는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습니다.

기억이 희미하다는 조 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참석자들의 진술이 사실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윤 대통령은 '이종섭 대사 사퇴' 등 시국상황에 대해 화가 난 상태에서 여러 발언을 했고,
②'비상조치' 혹은 그와 유사한 취지의 언급을 했으며,
③신원식 당시 국방장관은 '비상조치'에 반대입장을 여러 경로로 밝혔으나,
④윤 대통령은 신원식 당시 국방장관을 김용현 전 국방장관으로 교체한 뒤,
⑤김용현 전 장관 주도로 12.3 계엄이 발동됐다

물론 이날 회동만으로 비상계엄이 이뤄진 것은 아닙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를 결심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로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탄핵을 들고 있습니다.

다만 윤 대통령의 진술로 미뤄볼 때 윤 대통령은 최소한 '이종섭 사퇴 논란' 시절부터 정치 지형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던 것으로 보입니다.

■여당 내부에서조차 "총선 패배 1등 공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채 상병 사건'의 피의자로 입건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를 받고 있었습니다.(아직도 결론은 나지 않았습니다.) 이 전 장관이 호주대사로 임명될 당시에는 공수처로부터 출국금지 조치까지 당한 상태였습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고, 이종섭 대사는 호주로 출국했습니다.

외교부는 이 전 대사가 '호주 호위함 사업 수주'를 위한 적임자라고 강조했지만 국민을 설득하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중 진술도 동일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후 국민의힘 서울 지역 정당 지지도는 급락합니다.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이종섭 대사를) 공수처가 즉각 소환하고, 이 대사는 즉각 귀국해야한다"며 수습에 나섰고, 이 대사는 결국 지난해 3월 29일 자진사퇴했습니다.
국민의힘은 보름여 뒤 총선에서 참패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이후 자체 발간한 총선 백서에 실린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이종섭 이슈'를 '황상무 이슈'와 함께 선거에 영향을 미친 사건 1위에 꼽히기도 했습니다.

국민의힘 총선백서 '마지막 기회' 발췌국민의힘 총선백서 '마지막 기회' 발췌

■호주 현지 언론조차 의문 제기…사업 탈락은 한화오션-현대중공업 분쟁 탓 시각도

이종섭 전 대사가 실제로 임명됐다면, 10조 규모의 호주 호위함 사업에서 성과가 있었을까.
가정적 상황인 만큼 쉽게 답을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상황이 녹록지 않아 보이던 것은 사실입니다.

호주 현지 언론들은 이 전 대사의 '스캔들(scandal-hit)' '부패 조사(corruption probe)'에 주목하던 상황이었습니다. 일부 언론은 호주 수주전에 되레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취지의 보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호주 매체 Financial review의 2024년 3월 15일자 기사제목호주 매체 Financial review의 2024년 3월 15일자 기사제목
호주 매체 ABC의 2024년 3월 12일자 기사제목호주 매체 ABC의 2024년 3월 12일자 기사제목

호주 호위함 수주 사업은 지난해 11월 일본과 독일의 2파전으로 좁혀졌습니다.

다만, 이에 대해 외신 등은 같은 국적의 한화오션과 현대중공업 등 두 개의 기업이 경쟁적으로 참여했고 이 두 기업이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을 호주 당국이 고려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 측이 강조하는 '상식' …'상식'의 기준은?

윤 대통령 측은 이번 탄핵심판 과정에서 유독 '상식'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A 상황에서는 B처럼 행동하는 것이 상식적이다'와 같은 주장을 상대방의 진술을 배척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이같이 '가정 - 상식'으로 논리를 구성하고 있는 윤 대통령 측의 주장 중 일부입니다.





상식이란 일반적인 보통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거나 공유하는 지식, 즉 사회에서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지식을 뜻합니다. 하지만 무엇이 상식이고, 무엇이 비상식인지를 칼같이 나누기는 어렵습니다.

가정적인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나' 또는 '우리'의 인식이 '너' 혹은 '너희들'과 인식과 다를 가능성이 항상 열려 있기 때문입니다.

윤 대통령은 아직도 '이종섭 대사 임명'은 정당했던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상식적으로 정당한 일'이라고 믿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윤 대통령의 '상식'이 '일반 보통 사람들의 지식'과 일치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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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런종섭’에 화났다”…윤 대통령의 ‘상식’은?
    • 입력 2025-02-16 09:24:58
    • 수정2025-02-16 09:2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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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호주대사 논란'과 '비상대권'

"제 기억에는 그날 아마 이종섭 전 국방장관을 호주의 호위함 수주를 위해 호주 대사로 보내고, 아그레망까지 받았는데 무슨 '런종섭'이니 하면서 아주 인격 모욕을 당하고, 사직까지 했고, 결국 고위직의 활동이 부족해서 호주 호위함 수주를 못 받았습니다"
- 윤석열 대통령 (조태용 국정원장 증인신문 중 발췌)

윤석열 대통령이 기억하는 지난해 3월경 '삼청동 안가' 회동 당시 상황입니다.

검찰이 윤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언급했다고 지목한 바로 그 회동으로, 참석자는 신원식 당시 국방부 장관, 김용현 당시 경호처장, 조태용 국정원장,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당시를 회상하며 "군인들이 국회에 불려 가서 그렇게 바보 같은 짓을 하면서도 왜 자기들 주장도 똑바로 못하느냐"라고 했다면서 "제가 좀 화가 많이 났던 것 같다"고도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기억들도 살펴보겠습니다.

아래는 검찰이 이날 회동 참석자들을 조사해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윤 대통령은 시국 상황이 걱정된다고 하면서 '비상대권을 통해 헤쳐 나가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군이 나서야 되지 않느냐, 군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였다"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검찰 공소장

신원식 당시 국방장관은 헌법재판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국회 탄핵소추단 측]
"이런 과정에서 피청구인(윤 대통령)은 정상적인 정치 상황으로 가기 굉장히 어려워졌다 언급하면서 비상한 조치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발언하였죠."

[신원식 당시 국방부 장관]
"네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런 취지의 말씀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신원식 당시 국방부 장관은 윤 대통령의 발언이 걱정돼, 김용현 당시 경호처장에게 "대통령께 다른 사람 앞에서는 이런 언급을 하지 않게끔 말씀을 올려달라"고 부탁까지 했다고 했습니다.

다만 또 다른 참석자인 조태용 국정원장은 이날 회동에 대해 정확한 기억이 나지 않으며, '비상'이라는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습니다.

기억이 희미하다는 조 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참석자들의 진술이 사실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윤 대통령은 '이종섭 대사 사퇴' 등 시국상황에 대해 화가 난 상태에서 여러 발언을 했고,
②'비상조치' 혹은 그와 유사한 취지의 언급을 했으며,
③신원식 당시 국방장관은 '비상조치'에 반대입장을 여러 경로로 밝혔으나,
④윤 대통령은 신원식 당시 국방장관을 김용현 전 국방장관으로 교체한 뒤,
⑤김용현 전 장관 주도로 12.3 계엄이 발동됐다

물론 이날 회동만으로 비상계엄이 이뤄진 것은 아닙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를 결심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로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탄핵을 들고 있습니다.

다만 윤 대통령의 진술로 미뤄볼 때 윤 대통령은 최소한 '이종섭 사퇴 논란' 시절부터 정치 지형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던 것으로 보입니다.

■여당 내부에서조차 "총선 패배 1등 공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채 상병 사건'의 피의자로 입건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를 받고 있었습니다.(아직도 결론은 나지 않았습니다.) 이 전 장관이 호주대사로 임명될 당시에는 공수처로부터 출국금지 조치까지 당한 상태였습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고, 이종섭 대사는 호주로 출국했습니다.

외교부는 이 전 대사가 '호주 호위함 사업 수주'를 위한 적임자라고 강조했지만 국민을 설득하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중 진술도 동일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후 국민의힘 서울 지역 정당 지지도는 급락합니다.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이종섭 대사를) 공수처가 즉각 소환하고, 이 대사는 즉각 귀국해야한다"며 수습에 나섰고, 이 대사는 결국 지난해 3월 29일 자진사퇴했습니다.
국민의힘은 보름여 뒤 총선에서 참패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이후 자체 발간한 총선 백서에 실린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이종섭 이슈'를 '황상무 이슈'와 함께 선거에 영향을 미친 사건 1위에 꼽히기도 했습니다.

국민의힘 총선백서 '마지막 기회' 발췌
■호주 현지 언론조차 의문 제기…사업 탈락은 한화오션-현대중공업 분쟁 탓 시각도

이종섭 전 대사가 실제로 임명됐다면, 10조 규모의 호주 호위함 사업에서 성과가 있었을까.
가정적 상황인 만큼 쉽게 답을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상황이 녹록지 않아 보이던 것은 사실입니다.

호주 현지 언론들은 이 전 대사의 '스캔들(scandal-hit)' '부패 조사(corruption probe)'에 주목하던 상황이었습니다. 일부 언론은 호주 수주전에 되레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취지의 보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호주 매체 Financial review의 2024년 3월 15일자 기사제목 호주 매체 ABC의 2024년 3월 12일자 기사제목
호주 호위함 수주 사업은 지난해 11월 일본과 독일의 2파전으로 좁혀졌습니다.

다만, 이에 대해 외신 등은 같은 국적의 한화오션과 현대중공업 등 두 개의 기업이 경쟁적으로 참여했고 이 두 기업이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을 호주 당국이 고려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 측이 강조하는 '상식' …'상식'의 기준은?

윤 대통령 측은 이번 탄핵심판 과정에서 유독 '상식'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A 상황에서는 B처럼 행동하는 것이 상식적이다'와 같은 주장을 상대방의 진술을 배척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이같이 '가정 - 상식'으로 논리를 구성하고 있는 윤 대통령 측의 주장 중 일부입니다.





상식이란 일반적인 보통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거나 공유하는 지식, 즉 사회에서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지식을 뜻합니다. 하지만 무엇이 상식이고, 무엇이 비상식인지를 칼같이 나누기는 어렵습니다.

가정적인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나' 또는 '우리'의 인식이 '너' 혹은 '너희들'과 인식과 다를 가능성이 항상 열려 있기 때문입니다.

윤 대통령은 아직도 '이종섭 대사 임명'은 정당했던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상식적으로 정당한 일'이라고 믿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윤 대통령의 '상식'이 '일반 보통 사람들의 지식'과 일치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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