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픽] 명태의 슬픈 특수…‘운(運)테리어’ 각광

입력 2025.02.17 (18:15) 수정 2025.02.17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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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어, 동태, 황태, 코다리, 노가리….

이름은 달라도 모두 한 생선, 명태를 가리킵니다.

그만큼 우리가 다양하게 즐겨먹는단 의미겠죠.

[KBS ‘한국인의 밥상’/2018년 1월 25일 : "명태의 내장은 하나도 버릴 게 없습니다. 명란젓, 창난젓에 아가미젓까지. 젓갈은 기본이죠."]

머리부터 꼬리까지, 어느 하나 버릴 게 없습니다.

추운 날엔 생태탕 해장엔 북엇국 소주 한 잔을 부르는 먹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달콤 쫀득한 코다리 강정엔 급식의 추억이 담겨있습니다.

그런데 이 명태를 집 안에 신줏단지 모시듯 들이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KBS 드라마 ‘사람의 집’/1999년 4월 12일 : "형님, 이거요. 이렇게 해야지만 액땜이 되고 좋은 거라고 하대요, 형님."]

새로 이사 간 집 개업한 가게의 문에 명주실에 걸려 매달린 마른 명태 보신 적 있을 겁니다.

명태의 부릅뜬 눈과 큰 입이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명주실에 담긴 힘이 길한 기운을 불러온다는 액막이 전통이었죠.

최근 계엄 정국을 거치면서도, 주목을 받은 '말린 명태'.

계엄 사태를 사전 기획한 혐의로 구속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운영하던 점집, 빨간 '만'자가 붙은 현관문 앞에 북어가 수북이 쌓여있었습니다.

이처럼 이제는 점집에서나 볼 법한 액막이 전통이 최근 유행의 한 가운데로 걸어 들어왔습니다.

[유튜브 ‘BANGTAN TV’ : "명태 인형인데… (명태 인형이요?) 나쁜 기운 쫓아내고 좋은 기운만 있으시라고."]

요즘의 액막이 명태는 예전처럼 실제 말린 명태를 사용하진 않습니다.

인형에서부터 나무, 도자기까지 소재도 모양도 가지각색. 심지어는 직접 만들기도 합니다.

모양은 달라졌지만, 그 안에 담긴, ‘액을 막아주고 행운을 가져다 달라’는 의미는 같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한 인테리어 플랫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액막이 명태' 거래액은 두 달 전에 비해 40% 가까이 늘었습니다.

뒤숭숭한 사회 분위기에 불안을 느끼고 일상의 행복과 행운을 바라는 마음이 그만큼 늘었다는 게 업계의 분석입니다.

‘액막이 명태’의 때 아닌 유행에 더해 풍수지리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해 가구를 배치하고, 깨진 거울이나 멈춘 시계 등을 내다버리는 식의 인테리어도 ‘운테리어’라는 이름으로 주목 받고 있는 상황.

모두의 안녕이 절실한 시대의 슬픈 풍경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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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픽] 명태의 슬픈 특수…‘운(運)테리어’ 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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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5-02-17 18:2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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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어, 동태, 황태, 코다리, 노가리….

이름은 달라도 모두 한 생선, 명태를 가리킵니다.

그만큼 우리가 다양하게 즐겨먹는단 의미겠죠.

[KBS ‘한국인의 밥상’/2018년 1월 25일 : "명태의 내장은 하나도 버릴 게 없습니다. 명란젓, 창난젓에 아가미젓까지. 젓갈은 기본이죠."]

머리부터 꼬리까지, 어느 하나 버릴 게 없습니다.

추운 날엔 생태탕 해장엔 북엇국 소주 한 잔을 부르는 먹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달콤 쫀득한 코다리 강정엔 급식의 추억이 담겨있습니다.

그런데 이 명태를 집 안에 신줏단지 모시듯 들이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KBS 드라마 ‘사람의 집’/1999년 4월 12일 : "형님, 이거요. 이렇게 해야지만 액땜이 되고 좋은 거라고 하대요, 형님."]

새로 이사 간 집 개업한 가게의 문에 명주실에 걸려 매달린 마른 명태 보신 적 있을 겁니다.

명태의 부릅뜬 눈과 큰 입이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명주실에 담긴 힘이 길한 기운을 불러온다는 액막이 전통이었죠.

최근 계엄 정국을 거치면서도, 주목을 받은 '말린 명태'.

계엄 사태를 사전 기획한 혐의로 구속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운영하던 점집, 빨간 '만'자가 붙은 현관문 앞에 북어가 수북이 쌓여있었습니다.

이처럼 이제는 점집에서나 볼 법한 액막이 전통이 최근 유행의 한 가운데로 걸어 들어왔습니다.

[유튜브 ‘BANGTAN TV’ : "명태 인형인데… (명태 인형이요?) 나쁜 기운 쫓아내고 좋은 기운만 있으시라고."]

요즘의 액막이 명태는 예전처럼 실제 말린 명태를 사용하진 않습니다.

인형에서부터 나무, 도자기까지 소재도 모양도 가지각색. 심지어는 직접 만들기도 합니다.

모양은 달라졌지만, 그 안에 담긴, ‘액을 막아주고 행운을 가져다 달라’는 의미는 같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한 인테리어 플랫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액막이 명태' 거래액은 두 달 전에 비해 40% 가까이 늘었습니다.

뒤숭숭한 사회 분위기에 불안을 느끼고 일상의 행복과 행운을 바라는 마음이 그만큼 늘었다는 게 업계의 분석입니다.

‘액막이 명태’의 때 아닌 유행에 더해 풍수지리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해 가구를 배치하고, 깨진 거울이나 멈춘 시계 등을 내다버리는 식의 인테리어도 ‘운테리어’라는 이름으로 주목 받고 있는 상황.

모두의 안녕이 절실한 시대의 슬픈 풍경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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