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7] 의정 갈등 1년…강원도 의료 공백 확대

입력 2025.02.19 (19:24) 수정 2025.02.19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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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의대 정원 확대로 시작된 의정갈등이 1년 넘게 길어지고 있습니다.

의료계와 정부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가뜩이나 열악한 강원도 의료환경, 곳곳에서 공백이 드러납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더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조휴연 기자, 먼저 의정갈등이 언제, 왜 시작됐는지부터 짚어주시죠.

[기자]

벌써 1년 전입니다.

지난해 2월 1일, 정부는 의대정원 확대를 발표합니다.

2025년 입시부터 의대 입학생을 2,000명 가량 늘리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의료계는 즉각 반발했습니다.

반대 의사 표현의 하나로 전공의들이 일제히 병원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벌써 1년째 그 빈 자리가 이어져 오고 있는 겁니다.

전공의는 의사 면허를 딴 뒤, 전문의 자격을 따기 위해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에서 수련하는 의사를 말하는데요.

강원도에는 강원대학교병원과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등 4곳에 전공의가 일해 왔습니다.

이 4곳에 정해진 전공의 규모는 모두 360여 명입니다.

하지만 지금 남아있는 전공의는 40명 정도에 그칩니다.

그러니까, 10명 중 1명만 병원에 남아있는 겁니다.

[앵커]

의사가 없으니 환자들 불편을 너머,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겠네요.

[기자]

네, 가뜩이나 열악한 강원도 의료 여건이 더 나빠지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대형병원 대기실을 돌아봤는데요.

많은 환자들이 불안하고, 힘들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일단, 진료 예약에 전보다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고요.

예약을 못 한 환자와 보호자들은 대기실에서 아픈 몸을 이끌고 몇시간씩 기다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응급상황입니다.

갑작스럽게 사고를 당하거나 큰 병으로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죠.

이럴 땐 대형병원의 응급실로 가야 하는데 여기서 치료 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라고 불리는 상황이 생기는 겁니다.

실제로 취재진은 최근, 서울춘천고속도로에서 차 사고로 크게 다친 70대 노인의 가족을 만났는데요.

받아주는 응급실이 없어 2시간 동안 춘천지역의 응급실 3곳을 돌았다고 합니다.

외상이 심했는데도 아무 데도 받아주는 데가 없으니까 당황스럽고 안타까웠다 이렇게 토로했습니다.

이게 드문 일이 아닙니다.

지난해 강원도 내 환자 재이송은 430여 건 정도였는데요.

한 해 전보다 1.7 배 가량 늘어난 수칩니다.

환자 이송에 2시간 이상 소요된 구급 출동 건수 역시, 한 해 전보다 36% 증가했습니다.

앞서 소방당국은 '응급실 뺑뺑이'를 막겠다며 119구급스마트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이마저 현장에선 가동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병원 수 자체가 적은데다 의료 인력도 부족해서 협조를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앵커]

올해는 의정갈등이 풀릴 기미가 있나요?

[기자]

쉽지는 않아보입니다.

의대정원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특히, 길어진 갈등 속에서 의사 사회에선 전공의 자리에 지원한 일부 의사를 배신자 라고 낙인찍는 일까지 있었는데요.

이런 분위기 때문에 올해도 전공의들이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옵니다.

강원도의 수련병원 4곳도 올해 전공의 선발은 시작했지만, 아직 지원자는 거의 없는 수준이라고 알려왔습니다.

전국적으로도 상황은 비슷한데요.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전국 종합병원에 지원한 2년에서 4년차 레지던트가 200명 정도라고 밝혔습니다.

전체 선발 규모가 9,200여 명이니까, 비율로 보면 2%밖에 안 되는 겁니다.

가뜩이나 강원도에는 큰 병원 자체가 적고 가는 길도 멉니다.

강원도를 떠나는 의사들도 많고요.

이런 상황에서 의정갈등이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한다면 강원도 의료 공백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큽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생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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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파일7] 의정 갈등 1년…강원도 의료 공백 확대
    • 입력 2025-02-19 19:24:40
    • 수정2025-02-19 20:05:06
    뉴스7(춘천)
[앵커]

의대 정원 확대로 시작된 의정갈등이 1년 넘게 길어지고 있습니다.

의료계와 정부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가뜩이나 열악한 강원도 의료환경, 곳곳에서 공백이 드러납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더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조휴연 기자, 먼저 의정갈등이 언제, 왜 시작됐는지부터 짚어주시죠.

[기자]

벌써 1년 전입니다.

지난해 2월 1일, 정부는 의대정원 확대를 발표합니다.

2025년 입시부터 의대 입학생을 2,000명 가량 늘리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의료계는 즉각 반발했습니다.

반대 의사 표현의 하나로 전공의들이 일제히 병원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벌써 1년째 그 빈 자리가 이어져 오고 있는 겁니다.

전공의는 의사 면허를 딴 뒤, 전문의 자격을 따기 위해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에서 수련하는 의사를 말하는데요.

강원도에는 강원대학교병원과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등 4곳에 전공의가 일해 왔습니다.

이 4곳에 정해진 전공의 규모는 모두 360여 명입니다.

하지만 지금 남아있는 전공의는 40명 정도에 그칩니다.

그러니까, 10명 중 1명만 병원에 남아있는 겁니다.

[앵커]

의사가 없으니 환자들 불편을 너머,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겠네요.

[기자]

네, 가뜩이나 열악한 강원도 의료 여건이 더 나빠지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대형병원 대기실을 돌아봤는데요.

많은 환자들이 불안하고, 힘들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일단, 진료 예약에 전보다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고요.

예약을 못 한 환자와 보호자들은 대기실에서 아픈 몸을 이끌고 몇시간씩 기다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응급상황입니다.

갑작스럽게 사고를 당하거나 큰 병으로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죠.

이럴 땐 대형병원의 응급실로 가야 하는데 여기서 치료 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라고 불리는 상황이 생기는 겁니다.

실제로 취재진은 최근, 서울춘천고속도로에서 차 사고로 크게 다친 70대 노인의 가족을 만났는데요.

받아주는 응급실이 없어 2시간 동안 춘천지역의 응급실 3곳을 돌았다고 합니다.

외상이 심했는데도 아무 데도 받아주는 데가 없으니까 당황스럽고 안타까웠다 이렇게 토로했습니다.

이게 드문 일이 아닙니다.

지난해 강원도 내 환자 재이송은 430여 건 정도였는데요.

한 해 전보다 1.7 배 가량 늘어난 수칩니다.

환자 이송에 2시간 이상 소요된 구급 출동 건수 역시, 한 해 전보다 36% 증가했습니다.

앞서 소방당국은 '응급실 뺑뺑이'를 막겠다며 119구급스마트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이마저 현장에선 가동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병원 수 자체가 적은데다 의료 인력도 부족해서 협조를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앵커]

올해는 의정갈등이 풀릴 기미가 있나요?

[기자]

쉽지는 않아보입니다.

의대정원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특히, 길어진 갈등 속에서 의사 사회에선 전공의 자리에 지원한 일부 의사를 배신자 라고 낙인찍는 일까지 있었는데요.

이런 분위기 때문에 올해도 전공의들이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옵니다.

강원도의 수련병원 4곳도 올해 전공의 선발은 시작했지만, 아직 지원자는 거의 없는 수준이라고 알려왔습니다.

전국적으로도 상황은 비슷한데요.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전국 종합병원에 지원한 2년에서 4년차 레지던트가 200명 정도라고 밝혔습니다.

전체 선발 규모가 9,200여 명이니까, 비율로 보면 2%밖에 안 되는 겁니다.

가뜩이나 강원도에는 큰 병원 자체가 적고 가는 길도 멉니다.

강원도를 떠나는 의사들도 많고요.

이런 상황에서 의정갈등이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한다면 강원도 의료 공백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큽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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