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북송’ 정의용 등 선고 유예…“유죄 인정되지만 제도 공백 고려”

입력 2025.02.19 (21:22) 수정 2025.02.19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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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19년 11월, 동해상에서 나포된 탈북 어민 두 명이 판문점을 통해 북으로 돌려보내졌습니다.

어민들은 귀순 의사를 밝혔지만, 당시 문재인 정부는 이들이 선장과 선원 열여섯 명을 살해하는 등 중대 범죄를 저질렀다며 북한으로 송환했습니다.

국정원과 시민단체 고발로 수사를 진행한 검찰은 북송이 위법했다는 결론을 내렸고요.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전 국정원장 등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 핵심 관계자 네 명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그리고 2년 넘는 재판 끝에 법원이 죄가 있다고 인정해 징역형을 결정했습니다.

다만, 선고를 유예했습니다.

신현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이른바 '강제북송' 사건으로 문재인 정부 당시 외교 안보 고위급 인사들은 줄줄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2년 만에 1심 재판부는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징역 10개월의 선고를 유예했습니다.

함께 기소된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에게도 각각 6개월의 선고를 유예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북한 주민이 대한민국 국민의 지위를 갖고 있어, 강제북송으로 이들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정 전 실장 등은 이들이 정부의 심사를 받지 않은 '잠재적 국민' 또는 '전쟁 포로'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헌법 3조를 근거로 "북한 지역도 대한민국의 영토이며 북한 주민 역시 대한민국 국민에 포함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정 전 실장 등이 "신속성만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이틀 만에 북송을 결정하고 닷새 만에 실제로 북송했다"며 "수사와 재판을 통해 책임을 지게 만드는 형사사법 절차가 모두 무용한 것이 돼 버렸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북한 어민들이 선원 16명을 잔인하게 살해한 점이 북송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참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분단 상태가 지속되면서 유사 사건을 처리할 지침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제도 개선 없이 관련자만 처벌하는 게 옳은지 의문이라고도 지적했습니다.

정 전 실장은 이번 판결에 대해 현명하고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밝혔고, 검찰은 피고인들이 범행을 일체 부인하고 있어 선고 유예 결정은 수긍하기 어렵다며 항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신현욱입니다.

촬영기자:유현우/영상편집:한효정/그래픽: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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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제북송’ 정의용 등 선고 유예…“유죄 인정되지만 제도 공백 고려”
    • 입력 2025-02-19 21:22:23
    • 수정2025-02-19 22:03:59
    뉴스 9
[앵커]

2019년 11월, 동해상에서 나포된 탈북 어민 두 명이 판문점을 통해 북으로 돌려보내졌습니다.

어민들은 귀순 의사를 밝혔지만, 당시 문재인 정부는 이들이 선장과 선원 열여섯 명을 살해하는 등 중대 범죄를 저질렀다며 북한으로 송환했습니다.

국정원과 시민단체 고발로 수사를 진행한 검찰은 북송이 위법했다는 결론을 내렸고요.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전 국정원장 등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 핵심 관계자 네 명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그리고 2년 넘는 재판 끝에 법원이 죄가 있다고 인정해 징역형을 결정했습니다.

다만, 선고를 유예했습니다.

신현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이른바 '강제북송' 사건으로 문재인 정부 당시 외교 안보 고위급 인사들은 줄줄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2년 만에 1심 재판부는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징역 10개월의 선고를 유예했습니다.

함께 기소된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에게도 각각 6개월의 선고를 유예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북한 주민이 대한민국 국민의 지위를 갖고 있어, 강제북송으로 이들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정 전 실장 등은 이들이 정부의 심사를 받지 않은 '잠재적 국민' 또는 '전쟁 포로'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헌법 3조를 근거로 "북한 지역도 대한민국의 영토이며 북한 주민 역시 대한민국 국민에 포함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정 전 실장 등이 "신속성만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이틀 만에 북송을 결정하고 닷새 만에 실제로 북송했다"며 "수사와 재판을 통해 책임을 지게 만드는 형사사법 절차가 모두 무용한 것이 돼 버렸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북한 어민들이 선원 16명을 잔인하게 살해한 점이 북송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참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분단 상태가 지속되면서 유사 사건을 처리할 지침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제도 개선 없이 관련자만 처벌하는 게 옳은지 의문이라고도 지적했습니다.

정 전 실장은 이번 판결에 대해 현명하고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밝혔고, 검찰은 피고인들이 범행을 일체 부인하고 있어 선고 유예 결정은 수긍하기 어렵다며 항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신현욱입니다.

촬영기자:유현우/영상편집:한효정/그래픽: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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