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못 믿는다’…유럽서 자체 핵우산 확대 방안 논의 시동

입력 2025.02.22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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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방의 적대국인 러시아 편을 노골적으로 들자 유럽 내에서 자체 핵 억지력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21일(현지시간)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독일 연방의회 총선에서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중도보수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의 총리 후보인 프리드리히 메르츠 CDU 대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통한 미국의 핵 보호 없이도 유럽이 스스로 방어할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독일 ZDF방송과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더 이상 나토의 상호 방위 약속을 무조건 지지하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유럽인들은 유럽 대륙을 스스로 방어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프랑스의 한 군 정책 담당 관리는 “미래의 (독일) 총리이자, CDU 수장이 그런 말을 했다는 건 엄청난 일”이라고 평가하며 “수십년간 우리는 대서양 횡단주의라는 미명하에 국방에 대한 관심을 잃고 미국이 결정하도록 내버려 두었는데 이제 유럽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기회”라고 말했습니다.

엘리제궁 관계자도 “프랑스가 2020년 제안한 유럽 핵 방위 논의에 대한 응답”이라며 긍정 평가했습니다.

또 영국 집권 노동당 소속으로 영국 의회 국방위원회 위원장인 탠 데시 의원은 “미국의 존재가 사라지거나 현저히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유럽 대륙의 방위를 위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영국 입장에서는 새로운 유럽 핵 방어 체계를 구축한다는 건 매우 민감한 주제라고 폴리티코는 지적했습니다.

프랑스는 나토 회원국이면서도 영국과는 달리 나토 측에 핵무기 접근권을 허용하지 않고 독자적인 핵 방위 체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이런 한계들을 극복하고 독일과 영국, 프랑스가 본격적으로 유럽 핵 방위 체계를 논의할 경우 2차 세계 대전 이후 가장 큰 유럽 방위 전략 변화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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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못 믿는다’…유럽서 자체 핵우산 확대 방안 논의 시동
    • 입력 2025-02-22 22:37:22
    국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방의 적대국인 러시아 편을 노골적으로 들자 유럽 내에서 자체 핵 억지력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21일(현지시간)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독일 연방의회 총선에서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중도보수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의 총리 후보인 프리드리히 메르츠 CDU 대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통한 미국의 핵 보호 없이도 유럽이 스스로 방어할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독일 ZDF방송과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더 이상 나토의 상호 방위 약속을 무조건 지지하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유럽인들은 유럽 대륙을 스스로 방어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프랑스의 한 군 정책 담당 관리는 “미래의 (독일) 총리이자, CDU 수장이 그런 말을 했다는 건 엄청난 일”이라고 평가하며 “수십년간 우리는 대서양 횡단주의라는 미명하에 국방에 대한 관심을 잃고 미국이 결정하도록 내버려 두었는데 이제 유럽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기회”라고 말했습니다.

엘리제궁 관계자도 “프랑스가 2020년 제안한 유럽 핵 방위 논의에 대한 응답”이라며 긍정 평가했습니다.

또 영국 집권 노동당 소속으로 영국 의회 국방위원회 위원장인 탠 데시 의원은 “미국의 존재가 사라지거나 현저히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유럽 대륙의 방위를 위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영국 입장에서는 새로운 유럽 핵 방어 체계를 구축한다는 건 매우 민감한 주제라고 폴리티코는 지적했습니다.

프랑스는 나토 회원국이면서도 영국과는 달리 나토 측에 핵무기 접근권을 허용하지 않고 독자적인 핵 방위 체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이런 한계들을 극복하고 독일과 영국, 프랑스가 본격적으로 유럽 핵 방위 체계를 논의할 경우 2차 세계 대전 이후 가장 큰 유럽 방위 전략 변화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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