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이름은 막심 M.a.k.s.y.m, 성은 부케비치 B.u.t.k.e.v.y.c.h입니다. (전쟁 전에) 런던에서 BBC 월드에서 일했습니다. [당신은 반전운동가이자 평화운동가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왜 무기를 들으신 거죠?] 저는 폭력을 정말 싫어하고 전쟁에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2022년 2월 말 우리 나라와 도시가 공격을 받았을 때 스스로를 방어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폭력을 멈추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불행히도 폭력적인 수단을 사용해 저항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정치인도 아니고 전략가도 아니지만 제가 아는 한 개인적으로 이 전쟁을 원하는 사람은 없다고 믿습니다. 물론 저는 결코 이 전쟁을 원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저항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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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의 포로 생활 기간 받은 고문으로 몸 곳곳에 흉터가 남은 막심 부케비치.
이제 저널리즘과 평화운동에 매진했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합니다.
휴전이 된다 해도 조국과 자신이 감당해야 할 상처는 그대로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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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0일, 키이우에선 여느 때처럼 새벽에 공습경보가 울렸습니다.
우크라이군 대공시스템에 미사일이 요격되는 소리가 들리기를 서너 차례.
KBS 취재진은 숙소에서 미사일이 떨어지는 것을 직접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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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와 함께 불길이 치솟으며 새벽 하늘을 밝힙니다.
서둘러 촬영을 마친 뒤 취재진은 지하 방공호로 내려갔습니다.
호텔 지하 1층 방공호에는 벌써 많은 대피 인원이 모여 있었습니다.
미샤/우크라이나 폴타바 출신 : "(두렵나요?) 약간요. 폭발 때문에 두려웠어요." |
공습경보가 유지된 시간은 대략 1시간
공습경보 해제 직후 취재진이 찾은 현장은 여전히 불길과 메케한 화약 냄새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미사일이 땅속을 파고들면서 가스관까지 터뜨려 3시간 넘게 지하에서 불길이 치솟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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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역은 외국계 호텔과 은행, 아르헨티나와 포르투갈 등 6개 나라 대사관이 모여있는 곳입니다.
외국인 밀집 구역에 탄도미사일이 떨어진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러시아는 이 구역 안에 있는 우크라이나 정보기관 건물을 노렸습니다.
미사일은 비껴갔지만, 폭풍과 파편으로 반경 100미터 이내 모든 건물의 외벽과 유리창이 파괴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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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에 주차된 차들은 불에 타 뼈대만 앙상히 남았습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모두 6발의 탄도미사일이 날아왔다고 발표했습니다.
러시아제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북한제 KN-23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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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 /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초창기에는 러시아가 갖고 있는 재고로 많은 양을 사용했고 주도적으로 사용했으나 이제는 생산량이 수요량을 못 따라가는 것이죠. 그런 면에서 보면 유사한 체계를 갖고 있는 북한제를 쓸 수밖에 없는 것이고 거기에 편승해서 북한이 지원하면서 자국의 국방산업을 높이고 정확도도 높이고 상당히 이득을 보고 있는 상황인 것이죠. 미사일은 종합적인 것이기 때문에 북한의 종합적인 기술력도 높아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지난해 7월 이후 최대 규모의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정부는 공습 직후 최소 1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EU는 회원국 포르투갈 대사관이 피해를 입자 러시아를 강력히 비난했습니다.
공습이 끝나도 언제 또다시 공격받을지 몰라 건물 복구를 하지 못하는 상황.
공습 현장에서 두 구역 떨어진 성당처럼, 내부 벽과 유리창만 파손된 정도면 다행입니다.
그래도 기도는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쟁으로 폐허가 돼 아예 문이 닫혀버린 곳이 즐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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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이우 외곽 도시인 부차와 이르핀.
건물 곳곳에 치열한 전투의 흔적이 선명히 남아 있습니다.
잠시나마 쉴 공간을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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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핀 다리는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 군이 직접 파괴했습니다.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기 위해 섭니다.
그래도 피할 곳이 없어 주민들은 이 다리 밑에 숨어있어야 했습니다.
전쟁을 기억하기 위해 파괴된 다리는 그대로 보존되고 있습니다.
러시아군 점령 기간, 끔찍한 민간인 학살이 일어났던 부차.
참화 속에서도 공동체를 되살리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공습으로 파괴됐던 학교들은 다시 세워졌습니다.
하지만 끔찍한 전쟁의 기억은 여전히 뇌리에 각인돼 있습니다.
율리야/부차 제3고등학교 학생 "저희는 점령 초기 14일 동안 부차에 있었습니다. 많은 폭발이 있었고,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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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학생들의 수업 풍경도 바꿔놨습니다.
여전히 출석하지 못하는 많은 학생들을 위해 온라인 수업이 동시에 이뤄집니다.
공습이 있어도 수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방공호를 건설하고 지하 교실도 마련했습니다.
올레나 마카르키나/부차 제3고등학교 교사 공습경보가 울릴 때 아이들은 빛이 밝은 이곳에서 따뜻하고 편안한 방에 머물 수 있습니다. |
지하 방공호에는 화장실과 침실도 있습니다.
이 지하 방공호 대피시설은 유사시 천 명까지 수용할 수 있습니다.
이 아이들이 두려움에서 벗어나 마음껏 학교에서 공부하고 뛰어놀 수 있는 날은 언제쯤 올 수 있을까요.
전쟁터에 있는 아빠들은 언제쯤 다시 돌아와 이 자녀들을 만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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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이우 시내에서 자동차 경적 소리가 요란합니다.
러시아에 포로로 붙잡혀간 군인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집회입니다.
3년의 세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피폐해졌습니다.
류보브 티보넨코/군인 포로 가족 "저는 전쟁 포로인 티보넨코 바딤 미콜라이오비치의 엄마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하루라도 빨리 돌아오기를 바랍니다." |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 군인 사망자가 4만 3천 명, 부상자는 37만 명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군 사망자는 19만 8천 명, 부상자는 55만 명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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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끌려간 민간인 가운데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키이우의 상징 가운데 하나인 성 소피아 대성당.
영하 10도의 추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모였습니다.
끌려간 아버지와 남편, 아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집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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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나/민간인 포로 아내 "현재 남편은 (러시아군이) 조작한 스파이 혐의로 13년 형을 선고받았고, 지금은 랴잔주 스코핀 시에 있는 교정 시설에 수감돼 있습니다." |
러시아에 강제로 끌려간 민간인 숫자에 대한 공식 통계는 없는 상황.
그러나 우크라이나 의회는 최대 2만 5천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치유되기 힘든 전쟁의 상처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취재진은 북부 전선 최전방 지역인 체르노빌로 향했습니다.
체르노빌엔 높이 130미터, 폭 1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통신감청탑이 있습니다.
구 소련 시절에 건설된 이 통신감청탑은 유럽 각국의 통신 내용을 몰래 듣기 위해 설치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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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은 키이우에서 140킬로 미터 떨어져 있습니다.
전쟁 초기 러시아군은 벨라루스 국경을 넘어 이 길을 따라 내려와 수도를 위협했습니다.
지금은 곳곳에 벙커 등 군사시설이 들어섰지만, 촬영은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이 지역을 벗어날 때는 카메라 검열도 받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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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겹이 들어선 군사시설을 지나 취재진은 38년 전 폭발한 원전 4호기 앞에 도착했습니다.
사고 원전은 거대한 돔 형태의 강철 구조물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러시아군의 점령 이후 방사능 수치는 더 불안정해졌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 IAEA가 설정한 기준치는 0.3 마이크로시버트.
사고 원전 오른쪽은 정상, 왼쪽은 기준치의 5배가 넘는 불균형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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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의 주둔지 일부가 있던 ‘붉은 숲’ 지역에선 기준치의 30배를 초과하는 방사능이 측정됐습니다.
러시아군이 이곳을 점령했던 한 달여 동안 상당수 군인들이 방사능에 피폭됐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러시아군은 이곳 환경센터의 연구자료들을 가져가고 장비들을 파괴했습니다.
세르게이 키리예프/체르노빌 환경센터 소장 "이곳 (체르노빌 환경센터) 중앙분석연구소의 자료가 완전히 약탈당했습니다. 러시아군은 컴퓨터에서 하드디스크나 메인보드를 빼가는 방식으로 연구소를 무력화시켰습니다. 이 때문에 당연하게도 모든 데이터가 사라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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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최근에도 사고 원전을 덮고 있는 대형 돔을 공격했습니다.
남부 자포리자 원전도 러시아의 공격으로 전력 생산이 완전히 중단된 상태.
현재 우크라니아의 전력 생산은 전쟁 전의 절반 이하 수준입니다
심각한 전력난에 수도 키이우 식당가에서도 전기가 끊기는 일은 일상이 됐습니다.
지금까지 3800억 달러에 이르는 서방의 지원이 없었다면 전쟁 수행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나 강대국과 싸우는 약소국으로서 우크라이나의 비장의 무기도 있습니다. 바로 드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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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러시아 전차를 저지하려고 50달러짜리 드론에 폭탄을 달면서부터였습니다.
막심 셰레멧/드로나르냐 대표 "자폭 드론입니다. 보시다시피 이 드론은 더 잘 조립돼 있고, 아마도 100% 중국산 부품으로 이뤄져 있을 것입니다." |
마치 드론을 탄 채 적진을 바라보듯 1인칭 시점의 카메라도 설치했습니다.
FPV로 불리는 이 드론들은 전장에서 가장 많이 활용됩니다.
막심 셰레멧/드로나르냐 대표 "이 드론에는 정찰용 카메라가 탑재돼 있습니다. 간단한 고해상도 카메라인데 충분합니다. 열화상 카메라도 만들었고, 1인칭 카메라도 장착돼 있습니다." |
광케이블을 달아 최대 10km까지 러시아군의 전파 방해를 받지 않도록 했습니다.
전쟁 발발 뒤 양성된 최정예 드론 기술자는 3백 명.
드론 연구와 교육 기관은 2백 개가 넘습니다.
하지만, 이런 필사적인 노력에도 러시아는 여전히 우크라이나의 영토 20퍼센트를 점령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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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논의는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국제정치는 냉혹합니다.
피트 헤그세스/미국 국방장관 "우크라이나가 2014년 이전 국경으로의 복귀하겠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목표라고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
미국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종전협상을 시작했습니다.
나토가입도 좌절돼 안전보장은 멀고도 험한 길이 됐습니다.
강대국들의 논리가 더 강화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는 자신을 지켜보는 모든 이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 당신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KBS #더보다 #전쟁 #우크라이나 #공습 #미사일 #상흔 # 종전협상 #안전보장 #러시아 #체르노빌
취재: 금철영 이승철
촬영기자: 신봉승 고형석
편집: 김기곤
그래픽: 장수현
리서처: 권현서
조연출: 유화영 심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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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보다] 전쟁 3년, 무엇을 남겼나
-
- 입력 2025-02-23 23:12:38
저의 이름은 막심 M.a.k.s.y.m, 성은 부케비치 B.u.t.k.e.v.y.c.h입니다. (전쟁 전에) 런던에서 BBC 월드에서 일했습니다. [당신은 반전운동가이자 평화운동가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왜 무기를 들으신 거죠?] 저는 폭력을 정말 싫어하고 전쟁에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2022년 2월 말 우리 나라와 도시가 공격을 받았을 때 스스로를 방어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폭력을 멈추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불행히도 폭력적인 수단을 사용해 저항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정치인도 아니고 전략가도 아니지만 제가 아는 한 개인적으로 이 전쟁을 원하는 사람은 없다고 믿습니다. 물론 저는 결코 이 전쟁을 원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저항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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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의 포로 생활 기간 받은 고문으로 몸 곳곳에 흉터가 남은 막심 부케비치.
이제 저널리즘과 평화운동에 매진했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합니다.
휴전이 된다 해도 조국과 자신이 감당해야 할 상처는 그대로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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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0일, 키이우에선 여느 때처럼 새벽에 공습경보가 울렸습니다.
우크라이군 대공시스템에 미사일이 요격되는 소리가 들리기를 서너 차례.
KBS 취재진은 숙소에서 미사일이 떨어지는 것을 직접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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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와 함께 불길이 치솟으며 새벽 하늘을 밝힙니다.
서둘러 촬영을 마친 뒤 취재진은 지하 방공호로 내려갔습니다.
호텔 지하 1층 방공호에는 벌써 많은 대피 인원이 모여 있었습니다.
미샤/우크라이나 폴타바 출신 : "(두렵나요?) 약간요. 폭발 때문에 두려웠어요." |
공습경보가 유지된 시간은 대략 1시간
공습경보 해제 직후 취재진이 찾은 현장은 여전히 불길과 메케한 화약 냄새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미사일이 땅속을 파고들면서 가스관까지 터뜨려 3시간 넘게 지하에서 불길이 치솟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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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역은 외국계 호텔과 은행, 아르헨티나와 포르투갈 등 6개 나라 대사관이 모여있는 곳입니다.
외국인 밀집 구역에 탄도미사일이 떨어진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러시아는 이 구역 안에 있는 우크라이나 정보기관 건물을 노렸습니다.
미사일은 비껴갔지만, 폭풍과 파편으로 반경 100미터 이내 모든 건물의 외벽과 유리창이 파괴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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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에 주차된 차들은 불에 타 뼈대만 앙상히 남았습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모두 6발의 탄도미사일이 날아왔다고 발표했습니다.
러시아제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북한제 KN-23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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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 /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초창기에는 러시아가 갖고 있는 재고로 많은 양을 사용했고 주도적으로 사용했으나 이제는 생산량이 수요량을 못 따라가는 것이죠. 그런 면에서 보면 유사한 체계를 갖고 있는 북한제를 쓸 수밖에 없는 것이고 거기에 편승해서 북한이 지원하면서 자국의 국방산업을 높이고 정확도도 높이고 상당히 이득을 보고 있는 상황인 것이죠. 미사일은 종합적인 것이기 때문에 북한의 종합적인 기술력도 높아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지난해 7월 이후 최대 규모의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정부는 공습 직후 최소 1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EU는 회원국 포르투갈 대사관이 피해를 입자 러시아를 강력히 비난했습니다.
공습이 끝나도 언제 또다시 공격받을지 몰라 건물 복구를 하지 못하는 상황.
공습 현장에서 두 구역 떨어진 성당처럼, 내부 벽과 유리창만 파손된 정도면 다행입니다.
그래도 기도는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쟁으로 폐허가 돼 아예 문이 닫혀버린 곳이 즐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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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이우 외곽 도시인 부차와 이르핀.
건물 곳곳에 치열한 전투의 흔적이 선명히 남아 있습니다.
잠시나마 쉴 공간을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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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핀 다리는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 군이 직접 파괴했습니다.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기 위해 섭니다.
그래도 피할 곳이 없어 주민들은 이 다리 밑에 숨어있어야 했습니다.
전쟁을 기억하기 위해 파괴된 다리는 그대로 보존되고 있습니다.
러시아군 점령 기간, 끔찍한 민간인 학살이 일어났던 부차.
참화 속에서도 공동체를 되살리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공습으로 파괴됐던 학교들은 다시 세워졌습니다.
하지만 끔찍한 전쟁의 기억은 여전히 뇌리에 각인돼 있습니다.
율리야/부차 제3고등학교 학생 "저희는 점령 초기 14일 동안 부차에 있었습니다. 많은 폭발이 있었고,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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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학생들의 수업 풍경도 바꿔놨습니다.
여전히 출석하지 못하는 많은 학생들을 위해 온라인 수업이 동시에 이뤄집니다.
공습이 있어도 수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방공호를 건설하고 지하 교실도 마련했습니다.
올레나 마카르키나/부차 제3고등학교 교사 공습경보가 울릴 때 아이들은 빛이 밝은 이곳에서 따뜻하고 편안한 방에 머물 수 있습니다. |
지하 방공호에는 화장실과 침실도 있습니다.
이 지하 방공호 대피시설은 유사시 천 명까지 수용할 수 있습니다.
이 아이들이 두려움에서 벗어나 마음껏 학교에서 공부하고 뛰어놀 수 있는 날은 언제쯤 올 수 있을까요.
전쟁터에 있는 아빠들은 언제쯤 다시 돌아와 이 자녀들을 만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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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이우 시내에서 자동차 경적 소리가 요란합니다.
러시아에 포로로 붙잡혀간 군인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집회입니다.
3년의 세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피폐해졌습니다.
류보브 티보넨코/군인 포로 가족 "저는 전쟁 포로인 티보넨코 바딤 미콜라이오비치의 엄마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하루라도 빨리 돌아오기를 바랍니다." |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 군인 사망자가 4만 3천 명, 부상자는 37만 명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군 사망자는 19만 8천 명, 부상자는 55만 명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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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끌려간 민간인 가운데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키이우의 상징 가운데 하나인 성 소피아 대성당.
영하 10도의 추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모였습니다.
끌려간 아버지와 남편, 아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집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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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나/민간인 포로 아내 "현재 남편은 (러시아군이) 조작한 스파이 혐의로 13년 형을 선고받았고, 지금은 랴잔주 스코핀 시에 있는 교정 시설에 수감돼 있습니다." |
러시아에 강제로 끌려간 민간인 숫자에 대한 공식 통계는 없는 상황.
그러나 우크라이나 의회는 최대 2만 5천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치유되기 힘든 전쟁의 상처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취재진은 북부 전선 최전방 지역인 체르노빌로 향했습니다.
체르노빌엔 높이 130미터, 폭 1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통신감청탑이 있습니다.
구 소련 시절에 건설된 이 통신감청탑은 유럽 각국의 통신 내용을 몰래 듣기 위해 설치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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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은 키이우에서 140킬로 미터 떨어져 있습니다.
전쟁 초기 러시아군은 벨라루스 국경을 넘어 이 길을 따라 내려와 수도를 위협했습니다.
지금은 곳곳에 벙커 등 군사시설이 들어섰지만, 촬영은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이 지역을 벗어날 때는 카메라 검열도 받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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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겹이 들어선 군사시설을 지나 취재진은 38년 전 폭발한 원전 4호기 앞에 도착했습니다.
사고 원전은 거대한 돔 형태의 강철 구조물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러시아군의 점령 이후 방사능 수치는 더 불안정해졌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 IAEA가 설정한 기준치는 0.3 마이크로시버트.
사고 원전 오른쪽은 정상, 왼쪽은 기준치의 5배가 넘는 불균형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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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의 주둔지 일부가 있던 ‘붉은 숲’ 지역에선 기준치의 30배를 초과하는 방사능이 측정됐습니다.
러시아군이 이곳을 점령했던 한 달여 동안 상당수 군인들이 방사능에 피폭됐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러시아군은 이곳 환경센터의 연구자료들을 가져가고 장비들을 파괴했습니다.
세르게이 키리예프/체르노빌 환경센터 소장 "이곳 (체르노빌 환경센터) 중앙분석연구소의 자료가 완전히 약탈당했습니다. 러시아군은 컴퓨터에서 하드디스크나 메인보드를 빼가는 방식으로 연구소를 무력화시켰습니다. 이 때문에 당연하게도 모든 데이터가 사라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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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최근에도 사고 원전을 덮고 있는 대형 돔을 공격했습니다.
남부 자포리자 원전도 러시아의 공격으로 전력 생산이 완전히 중단된 상태.
현재 우크라니아의 전력 생산은 전쟁 전의 절반 이하 수준입니다
심각한 전력난에 수도 키이우 식당가에서도 전기가 끊기는 일은 일상이 됐습니다.
지금까지 3800억 달러에 이르는 서방의 지원이 없었다면 전쟁 수행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나 강대국과 싸우는 약소국으로서 우크라이나의 비장의 무기도 있습니다. 바로 드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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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러시아 전차를 저지하려고 50달러짜리 드론에 폭탄을 달면서부터였습니다.
막심 셰레멧/드로나르냐 대표 "자폭 드론입니다. 보시다시피 이 드론은 더 잘 조립돼 있고, 아마도 100% 중국산 부품으로 이뤄져 있을 것입니다." |
마치 드론을 탄 채 적진을 바라보듯 1인칭 시점의 카메라도 설치했습니다.
FPV로 불리는 이 드론들은 전장에서 가장 많이 활용됩니다.
막심 셰레멧/드로나르냐 대표 "이 드론에는 정찰용 카메라가 탑재돼 있습니다. 간단한 고해상도 카메라인데 충분합니다. 열화상 카메라도 만들었고, 1인칭 카메라도 장착돼 있습니다." |
광케이블을 달아 최대 10km까지 러시아군의 전파 방해를 받지 않도록 했습니다.
전쟁 발발 뒤 양성된 최정예 드론 기술자는 3백 명.
드론 연구와 교육 기관은 2백 개가 넘습니다.
하지만, 이런 필사적인 노력에도 러시아는 여전히 우크라이나의 영토 20퍼센트를 점령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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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논의는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국제정치는 냉혹합니다.
피트 헤그세스/미국 국방장관 "우크라이나가 2014년 이전 국경으로의 복귀하겠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목표라고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
미국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종전협상을 시작했습니다.
나토가입도 좌절돼 안전보장은 멀고도 험한 길이 됐습니다.
강대국들의 논리가 더 강화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는 자신을 지켜보는 모든 이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 당신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KBS #더보다 #전쟁 #우크라이나 #공습 #미사일 #상흔 # 종전협상 #안전보장 #러시아 #체르노빌
취재: 금철영 이승철
촬영기자: 신봉승 고형석
편집: 김기곤
그래픽: 장수현
리서처: 권현서
조연출: 유화영 심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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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철영 기자 cyku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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