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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코스 마라톤에 처음 출전한 일본의 콘도 료타가 2시간 5분 35초의 기록을 세우며 전체 2위로 골인한 것이다. 2시간 5분 35초는 일본 남자 마라톤 역대 5위에 해당하는 엄청난 기록이다.
30km 지점에서 주최 측이 코스를 잘못 안내하는 운영 실수로 10초가량을 손해 보지 않았다면 기록을 더 단축할 수도 있었을 만큼, 콘도 료타가 세운 이번 기록은 일본 마라톤계를 흥분시키고 있다.
콘도 료타는 대회를 마친 후 "35km를 달리자, 다리에 쥐가 나기 시작해서 무리한 힘을 가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선두 그룹의 속도가 느려졌지만 속도를 늦추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다른 주자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지켜보기보다는 레이스를 나 자신과의 싸움으로 생각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콘도 료타를 포함해 이번 오사카 마라톤에선 일본 선수 6명이 세계 선수권 기준 기록(2시간 6분 30초)하며 9월 도쿄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나서게 됐다.

다소 쌀쌀한 날씨였지만 기록 단축 효과는 확실했다. 탄자니아의 제럴드 게이가 2시간 5분 20초로 대회 신기록을 세우며 16만 달러의 주인공이 됐다.
그렇다면 홈그라운드 이점을 제대로 살릴 수 있었던 한국 선수의 기록은 어땠을까?

이봉주가 2000년 세운 2시간 7분 20초의 한국 기록을 깰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선수로 평가받고 있는 박민호는 "2025년 봄에 9분대 기록을 내기 위해 준비했는데 이번 기록은 아쉬웠다. 가을에 다시 한번 준비해서 9분대에 도전하겠다"라며 짧은 소감을 밝혔다.
딱 하루 차이로 대구 마라톤과 오사카 마라톤이 개최됐지만, 한국과 일본의 분위기는 극과 극이다. 일본은 콘도 료타라는 기대주의 깜짝 등장에 환호성을 내뱉고 있지만, 한국은 낯선 탄자니아에서 온 제럴드 게이가 16만 달러의 상금을 탔다는 소식밖에 전하지 못하고 있다.
2019년 풀코스 마라톤에 입문한 박민호가 대구 마라톤에서 세운 기록과 2025년 오사카 마라톤에서 처음 풀코스 대회에 출전한 콘도 료타의 기록차는 무려 6분이 넘어간다.
한국 엘리트 마라톤은 사실상 국제 경쟁력을 잃은 지 오래됐다는 평가다.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가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지도 어느덧 33년이 지났지만, 황영조의 발끝을 따라가는 선수조차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과학적인 훈련에 더해 기술 도핑이라고 불리는 '카본화'까자 등장했지만, 한국 마라톤은 점점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진단이다.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 감독도 한국 마라톤의 현실에 한숨을 내쉬었다.

황 감독은 "기준 기록조차 통과하지 못해서 올림픽에 나가지 못하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선수들이 정말 절박하지가 않다. 엘리트 선수가 점점 줄고 있다. 힘이 드니까 선수들이 긴 거리를 안 뛰려고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쉽게 운동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세계적인 선수가 되나. 마라톤이라는 종목은 어렵고 힘들게 운동해야 하는 건데 어떻게 쉽게 갈 수 있나. 이 정도 수준의 선수들이 이런 고액의 연봉을 받고 운동하는 건 대한민국밖에 없다. 선수는 없고 팀은 많고, 불균형한 무언가 잘못된 구조다. 신발이 동이 나 없을 정도로 아마추어는 늘어나는데…."라며 답답한 심경을 표출했다.
한 가지 고무적인 것은 동호인 달리기 일명 러닝 인구가 점점 늘고 있다는 점. 생활 체육 분야에서 러닝이 점점 두터운 토대를 쌓고 있는 상황은 분명 엘리트 마라톤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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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 마라톤 격차가 이 정도야? 뒤로 가는 한국 마라톤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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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2-24 17:02:16

풀코스 마라톤에 처음 출전한 일본의 콘도 료타가 2시간 5분 35초의 기록을 세우며 전체 2위로 골인한 것이다. 2시간 5분 35초는 일본 남자 마라톤 역대 5위에 해당하는 엄청난 기록이다.
30km 지점에서 주최 측이 코스를 잘못 안내하는 운영 실수로 10초가량을 손해 보지 않았다면 기록을 더 단축할 수도 있었을 만큼, 콘도 료타가 세운 이번 기록은 일본 마라톤계를 흥분시키고 있다.
콘도 료타는 대회를 마친 후 "35km를 달리자, 다리에 쥐가 나기 시작해서 무리한 힘을 가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선두 그룹의 속도가 느려졌지만 속도를 늦추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다른 주자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지켜보기보다는 레이스를 나 자신과의 싸움으로 생각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콘도 료타를 포함해 이번 오사카 마라톤에선 일본 선수 6명이 세계 선수권 기준 기록(2시간 6분 30초)하며 9월 도쿄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나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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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쌀쌀한 날씨였지만 기록 단축 효과는 확실했다. 탄자니아의 제럴드 게이가 2시간 5분 20초로 대회 신기록을 세우며 16만 달러의 주인공이 됐다.
그렇다면 홈그라운드 이점을 제대로 살릴 수 있었던 한국 선수의 기록은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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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주가 2000년 세운 2시간 7분 20초의 한국 기록을 깰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선수로 평가받고 있는 박민호는 "2025년 봄에 9분대 기록을 내기 위해 준비했는데 이번 기록은 아쉬웠다. 가을에 다시 한번 준비해서 9분대에 도전하겠다"라며 짧은 소감을 밝혔다.
딱 하루 차이로 대구 마라톤과 오사카 마라톤이 개최됐지만, 한국과 일본의 분위기는 극과 극이다. 일본은 콘도 료타라는 기대주의 깜짝 등장에 환호성을 내뱉고 있지만, 한국은 낯선 탄자니아에서 온 제럴드 게이가 16만 달러의 상금을 탔다는 소식밖에 전하지 못하고 있다.
2019년 풀코스 마라톤에 입문한 박민호가 대구 마라톤에서 세운 기록과 2025년 오사카 마라톤에서 처음 풀코스 대회에 출전한 콘도 료타의 기록차는 무려 6분이 넘어간다.
한국 엘리트 마라톤은 사실상 국제 경쟁력을 잃은 지 오래됐다는 평가다.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가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지도 어느덧 33년이 지났지만, 황영조의 발끝을 따라가는 선수조차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과학적인 훈련에 더해 기술 도핑이라고 불리는 '카본화'까자 등장했지만, 한국 마라톤은 점점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진단이다.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 감독도 한국 마라톤의 현실에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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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감독은 "기준 기록조차 통과하지 못해서 올림픽에 나가지 못하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선수들이 정말 절박하지가 않다. 엘리트 선수가 점점 줄고 있다. 힘이 드니까 선수들이 긴 거리를 안 뛰려고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쉽게 운동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세계적인 선수가 되나. 마라톤이라는 종목은 어렵고 힘들게 운동해야 하는 건데 어떻게 쉽게 갈 수 있나. 이 정도 수준의 선수들이 이런 고액의 연봉을 받고 운동하는 건 대한민국밖에 없다. 선수는 없고 팀은 많고, 불균형한 무언가 잘못된 구조다. 신발이 동이 나 없을 정도로 아마추어는 늘어나는데…."라며 답답한 심경을 표출했다.
한 가지 고무적인 것은 동호인 달리기 일명 러닝 인구가 점점 늘고 있다는 점. 생활 체육 분야에서 러닝이 점점 두터운 토대를 쌓고 있는 상황은 분명 엘리트 마라톤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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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 기자 fcjun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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