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학대’ 적발되고도 억대 보조금…요양병원 관리부실 적발

입력 2025.02.25 (14:00) 수정 2025.02.25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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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학대로 적발된 요양병원들도 정부로부터 억대 지원금을 받은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확인됐습니다.

감사원이 오늘(25일) 발표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정기감사’ 결과를 보면, 감사원이 지난 2021년부터 2022년 요양병원 평가 대상 2,750곳을 점검한 결과 노인학대가 발생한 92개 요양병원에 약 60억 원의 정부 지원금이 지급됐습니다.

이 가운데 20곳은 정부 병원 평가에서 1등급을 받았으며, 이들 의료기관에 정부 지원금 30억 원이 지급됐거나 지급될 예정으로 조사됐습니다.

■ 간병인이 환자 폭행해도 1등급 평가·2억 원 지급

사례를 살펴보면, 서울 구로구에 소재한 한 요양병원은 지난 2021년 8월, 간병인이 환자를 폭행해 늑골 골절 등의 피해를 입었고, 같은 해 10월 노인학대 사례 판정위원회에서 학대 사실을 인정받았습니다.

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그해 병원 평가에서 해당 병원에 대해 의료 질이 가장 우수한 1등급으로 평가했고, 이에 대한 인센티브로 지원금 약 2억 원을 지급했습니다.

경북 안동시와 전주시의 요양병원에서도 환자에게 정서적 학대하는 사례가 발견됐지만, 이들 모두 병원평가에서 1등급을 받았으며, 각각 약 4억 원과 2억 7천만 원의 지원금을 받았습니다.

감사원은 장기 요양기관이나 종합병원·전문병원과 달리, 요양병원의 경우 노인학대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제재하거나 병원 평가에 반영할 근거가 없기에 이같은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밖에도 △의료 인력 허위 신고 △의약품·약제비 부당 청구 등으로 업무정지나 과징금 등 행정처분을 받은 요양병원도 57곳 가운데 8곳이 병원 평가에서 1등급을 받았고 지원금 약 14억 원을 수령했습니다.

감사원은 요양병원에서 노인학대와 위법행위가 발생할 경우 이를 병원 평가 등에 반영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보건복지부에 통보했습니다.

■ 관할 병원에서 ‘10분당 10만 원’ 자문료 받고, 경마장 무단출입

감사원은 또한 심평원 모 지역 본부 심사직 과장(4급) A 씨가 관할지역 병원으로부터 ‘자문료’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A 씨의 파면을 심평원장에 요구했습니다.

감사원에 따르면 A 씨는 2017년 1월 27일부터 요양 급여비용 심사를 담당하면서 관할지역 B 의원에게 ‘업무 자문’을 제공하고 매달 100만 원에서 120만 원을 받는 등 약 6년간 8,100만 원을 본인 계좌로 받았습니다.

A 씨는 2022년 4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B 병원이 청구한 요양 급여비용 명세서 262건을 직접 심사했습니다.

감사원은 A 씨가 ‘10분당 10만 원’ 상당을 받았는데, 심평원이 의사 심사위원 자문료로 ‘시간당 10만 원’을 주는 관례에 비해서도 액수가 높고 별도 자문계약서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A 씨가 위법행위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또 다른 심평원 과장(4급) C 씨는 2019년 5월부터 2023년 8월까지 휴일·재택 근무 도중 경마장을 총 68차례 방문해 마권 3,651만 원어치를 구매했습니다.

감사원은 C 씨에 대해서는 정직 처분하라고 심평원에 요구했습니다.

■ ‘업무 과부하’ 심사 중단…청구대로 입원료 지급된 병원 95%

심평원이 입원료 심사제도를 부실하게 운영한 사례도 적발됐습니다.

감사원이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심평원이 실시한 입원료 심사와 관련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장기 입원이나 입원 치료 비율 등이 평균에서 벗어나는 요양기관을 ‘이상 기관’으로 선정하는 업무를 하지 않은 거로 나타났습니다.

감사원에 따르면, 심평원 심사운영부는 2022년 6월 28일부터 같은 해 8월 17일까지 5회에 걸쳐 ‘이상 기관’ 1,683곳을 선정해 각 지역본부 10곳에 통보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해 8월 26일부터 업무 과부하 등의 이유로 이상 기관 선정 업무를 지역본부로 이관하기로 하고, 해당 업무를 중단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 결과, 2022년 8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4,100여 곳이 ‘이상 기관’으로 선정될 수 있었지만 관련 조치가 없었고, 이 때문에 3,909곳(95.3%)이 전문 심사나 중재 없이 청구한 입원료를 그대로 지급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감사원은 심사 시 업무 소관이 불분명해 업무가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촉구하고, 지역본부의 입원료 심사가 합리적이고 일관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심평원에 통보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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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2-25 14:00:48
    • 수정2025-02-25 14: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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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학대로 적발된 요양병원들도 정부로부터 억대 지원금을 받은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확인됐습니다.

감사원이 오늘(25일) 발표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정기감사’ 결과를 보면, 감사원이 지난 2021년부터 2022년 요양병원 평가 대상 2,750곳을 점검한 결과 노인학대가 발생한 92개 요양병원에 약 60억 원의 정부 지원금이 지급됐습니다.

이 가운데 20곳은 정부 병원 평가에서 1등급을 받았으며, 이들 의료기관에 정부 지원금 30억 원이 지급됐거나 지급될 예정으로 조사됐습니다.

■ 간병인이 환자 폭행해도 1등급 평가·2억 원 지급

사례를 살펴보면, 서울 구로구에 소재한 한 요양병원은 지난 2021년 8월, 간병인이 환자를 폭행해 늑골 골절 등의 피해를 입었고, 같은 해 10월 노인학대 사례 판정위원회에서 학대 사실을 인정받았습니다.

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그해 병원 평가에서 해당 병원에 대해 의료 질이 가장 우수한 1등급으로 평가했고, 이에 대한 인센티브로 지원금 약 2억 원을 지급했습니다.

경북 안동시와 전주시의 요양병원에서도 환자에게 정서적 학대하는 사례가 발견됐지만, 이들 모두 병원평가에서 1등급을 받았으며, 각각 약 4억 원과 2억 7천만 원의 지원금을 받았습니다.

감사원은 장기 요양기관이나 종합병원·전문병원과 달리, 요양병원의 경우 노인학대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제재하거나 병원 평가에 반영할 근거가 없기에 이같은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밖에도 △의료 인력 허위 신고 △의약품·약제비 부당 청구 등으로 업무정지나 과징금 등 행정처분을 받은 요양병원도 57곳 가운데 8곳이 병원 평가에서 1등급을 받았고 지원금 약 14억 원을 수령했습니다.

감사원은 요양병원에서 노인학대와 위법행위가 발생할 경우 이를 병원 평가 등에 반영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보건복지부에 통보했습니다.

■ 관할 병원에서 ‘10분당 10만 원’ 자문료 받고, 경마장 무단출입

감사원은 또한 심평원 모 지역 본부 심사직 과장(4급) A 씨가 관할지역 병원으로부터 ‘자문료’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A 씨의 파면을 심평원장에 요구했습니다.

감사원에 따르면 A 씨는 2017년 1월 27일부터 요양 급여비용 심사를 담당하면서 관할지역 B 의원에게 ‘업무 자문’을 제공하고 매달 100만 원에서 120만 원을 받는 등 약 6년간 8,100만 원을 본인 계좌로 받았습니다.

A 씨는 2022년 4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B 병원이 청구한 요양 급여비용 명세서 262건을 직접 심사했습니다.

감사원은 A 씨가 ‘10분당 10만 원’ 상당을 받았는데, 심평원이 의사 심사위원 자문료로 ‘시간당 10만 원’을 주는 관례에 비해서도 액수가 높고 별도 자문계약서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A 씨가 위법행위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또 다른 심평원 과장(4급) C 씨는 2019년 5월부터 2023년 8월까지 휴일·재택 근무 도중 경마장을 총 68차례 방문해 마권 3,651만 원어치를 구매했습니다.

감사원은 C 씨에 대해서는 정직 처분하라고 심평원에 요구했습니다.

■ ‘업무 과부하’ 심사 중단…청구대로 입원료 지급된 병원 95%

심평원이 입원료 심사제도를 부실하게 운영한 사례도 적발됐습니다.

감사원이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심평원이 실시한 입원료 심사와 관련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장기 입원이나 입원 치료 비율 등이 평균에서 벗어나는 요양기관을 ‘이상 기관’으로 선정하는 업무를 하지 않은 거로 나타났습니다.

감사원에 따르면, 심평원 심사운영부는 2022년 6월 28일부터 같은 해 8월 17일까지 5회에 걸쳐 ‘이상 기관’ 1,683곳을 선정해 각 지역본부 10곳에 통보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해 8월 26일부터 업무 과부하 등의 이유로 이상 기관 선정 업무를 지역본부로 이관하기로 하고, 해당 업무를 중단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 결과, 2022년 8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4,100여 곳이 ‘이상 기관’으로 선정될 수 있었지만 관련 조치가 없었고, 이 때문에 3,909곳(95.3%)이 전문 심사나 중재 없이 청구한 입원료를 그대로 지급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감사원은 심사 시 업무 소관이 불분명해 업무가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촉구하고, 지역본부의 입원료 심사가 합리적이고 일관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심평원에 통보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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