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분 맞아요?” MC가 눈치챈 위장간첩…정수일 별세 [박대기의 핫클립]

박대기의 핫클립입니다.

콧수염을 한 이국적 외모 어딘가 본듯한 느낌 드시나요.

90년대 초반 한국말 잘하는 아랍인 교수로 알려졌던 , 무함마드 깐수. 그 시절 영상 잠시 보시겠습니다.

["이름하고 성을 말하자면, 무함마드 깐수죠."]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만 외국 분이라는 생각이 안드네요. 한국말 잘하세요. (잘 못하죠. 허허허.)"]

아랍인 치고 너무나 유창한 한국어 실력에 사회자 노영심 씨 국적을 의심합니다.

[노영심 : "저쪽 분이 더 아랍분 같으세요."]

이 예감 맞아 떨어졌습니다.

["무함마드 깐수 씨가 실제로는 북한 남파간첩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깐수의 정체는 북한 학자 정수일 씨였습니다.

필리핀계 레바논인으로 신분 세탁을 하고 국내로 잠입했던 정 씨, 간첩 활동 혐의로 12년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콧수염을 기르는 등 철저하게 필리핀 사람처럼 위장한 뒤에 국내에서 결혼한 가족은 물론 주위 사람들을 교묘하게 속여왔다고…."]

아내까지 속였지만, 아내는 옥바라지에 정성을 다했고 결국 정 씨는 전향했습니다.

체포와 동시에 구속된 정 씨는 지난 2000년 광복절 특사로 출소합니다.

간첩 활동으로 북한에 기여한 성과가 미미한데 반해 역사학자로 우리 학계에 기여를 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처용가"의 주인공인 처용의 정체가 아랍인일 가능성.

고대 실크로드의 동쪽 끝이 신라의 경주라는 사실도 밝혀냈습니다.

["많은 아랍 사람들이 신라에 와서 내왕했고, 또 신라에 살았고.."]

베이징대를 졸업한 중국 외교관이었던 정 씨는 어쩌다 간첩이 됐을까?

당시 중국의 저우언라이 총리가 눈여겨볼 정도로 엘리트였지만 민족주의에 빠져 북으로 갑니다.

평양외대 교수가 됐지만 이국적인 외모 탓에 간첩으로 발탁되는 운명을 맞습니다.

비운의 천재 정수일 씨가 향년 90세를 일기로 지난 24일 별세했습니다.

사면 복권된 뒤 저술에 매진해 '실크로드 문명 기행' 등 20여 권을 펴냈습니다.

숨지기 직전 까지 아랍어 서적 번역에 매달린 것으로 전해집니다.

분단된 민족사가 아니었다면, 학계에만 있었다면 더 큰 업적을 냈을 거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박대기의 핫클립이었습니다.

영상편집:이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