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하늘 양 아버지 “위치추적 어플에는 계속 학교라고 찍혀 있는 상황이었고. (위치추적 어플에서) 서랍을 여닫는 소리, 반복되는 거친 숨소리가 들렸습니다. 학교 선생님들이 1시간 동안 찾아다녔는데 하늘이를 못 찾았어요.” |
하늘이가 발견된 곳은 돌봄교실에서 20미터 떨어진 시청각실. 책을 주겠다는 한 교사를 따라갔다가 흉기에 찔린 뒤였습니다.
KBS 뉴스9 (지난달 13일) 가해 교사는 날카로운 도구가 있는지 물었고 용도를 묻는 점원에게 요리에 쓰려고 한다고 답했다는 진술을 경찰이 확보한 것으로... 이주호/교육부 장관 "교육 가족을 대표하여 전국의 학부모님께 사죄드립니다." |
가족들은 눈물로 생때같은 딸을 떠나보냈습니다.

1학년 하늘이가 다녔던 대전의 초등학교. 시간을 내서 딸의 학교를 찾은 이현섭 씨가 하늘이를 기립니다. 이 씨의 딸은 하늘이와 같은 반 친구였습니다. 이 씨는
그날 벌어진 일을 생각하면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이현섭/학부모 저희 아이가 (같은 교실에 있다가) 태권도 학원을 가려고 3시 50분에 나갔다고 하더라고요. ‘저희 아이도 (희생자가) 될 수 있었구나’ 생각이 들었을 때는 정말 저도 막 손이 떨리더라고요. (아이가 자다가) 저를 막 이렇게 깨우더라고요. ‘아빠 무서운데…’ 아이들도 뭔가 마음속에 트라우마가 생기지 않았나. |
학교 앞에 놓였던 추모 물품들은 다 치워졌지만, 여전히 매일 같이 사람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규연/중학교 3학년 (교가) 가사가 행복하고 슬기로운 어린이로 지내자 그런 내용이 있는데 뭔가 그걸 보니까 눈물이 좀 나더라고요. 좀 모순적이기도 하고. (하늘이가) 부모님 꿈에도 많이 찾아와서 부모님도 너무 아프시지 않게 그렇게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
그날 이후 일상으로 돌아가기란 학생과 학부모 모두에게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학부모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또 일어났던 일이니까 그냥 충격이 좀 컸고 많이 우울도 하고. (아이가) 심리검사에서 안 좋게 나와서 지금 검사받으러 다시 가는 거…. 주민(음성변조) 조카는 여기 학교 다니니까 충격 많이 받아서 무서워서 혼자 집에 있을 수 없대요. |

학교 뒤쪽엔 하얀 버스 한 대가 서 있습니다. 학생과 주민의 트라우마 치료를 위한 마음안심 버습니다. 하루 평균 20명이 찾아 심리검사와 스트레스 검사를 받고 있습니다.
백현주/충청권 트라우마센터 정신건강사회복지사 재난 경험자들이 직접적으로 겪은 것과 비슷한 반응들이 나타날 수 있거든요. 정상적으로 이런 반응을 거쳐 가는 과정이라는 걸 설명드리고. |

학교 인근의 한 꽃집 주인은 하늘이를 위해 흰 국화를 사러 온 어린 손님들에게 돈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일주일 동안 무료로 나눠준 국화가 3백 송이입니다.
신수연/꽃집 주인 네다섯 명씩 이렇게 모여서 사러 오더라고요. 오늘은 이모가 나눠주는 거야, 이렇게 하면서 그냥 나눠줬거든요. 하루 종일 잠도 안 들고 막 이렇게 마음이 아프고 그나마 제가 할 수 있는 거, 조그마한 거라도 뭔가 도움이 되고 싶었는데... |

그날, 하늘이가 2층 돌봄교실에서 나온 건 오후 4시 반쯤. 10분이 지나도록 하늘이가 안 나온다는 학원 차량 기사의 연락에 학교 측은 하늘이를 찾기 시작합니다.
부모에게 연락이 간 건 다시 10분 뒤입니다. 하늘이 아빠는 위치추적 앱으로 하늘이가 아직 교내에 있는 것으로 파악했지만, 5시 15분쯤 실종 신고를 받은 경찰은 학교가 아닌 근처 아파트를 수색했습니다.
육종명/대전서부경찰서장(지난달 11일) "아파트 위치도 나오고요. 그다음에 어린이집도 나오고 병설 유치원도 나옵니다. 이제 그런 부분을 다 수색하려고 보니까…" |
실종 한 시간쯤 뒤, 하늘이를 발견한 사람은 할머니였습니다. 돌봄교실에서 20미터 거리의 시청각실에서였습니다. 하늘이는 학교 안에 있었지만 찾는 데 왜 한 시간이나 걸렸을까요?
곽대경/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 “(위치 추적 결과가 실제와) 상당히 먼 거리가 있는 그런 경우들도 있기 때문에, 범행이 발생했던 그 장소를 빨리 수색하지 못하는 그런 아쉬움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더욱이 돌봄교실 근처엔 CCTV조차 없었습니다. 학교 건물 안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동선조차 파악할 수 없었던 겁니다.
하늘이의 목숨을 앗아간 40대 교사는 지난해 12월, 우울증을 이유로 반년간 휴직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20일 만에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의사 진단서를 내고 돌연 학교로 돌아왔습니다.
곽대경/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 “(복직 전) 어떤 노력을 20일 동안에 했는지 그런 것들을 좀 살펴보고 따져봐야죠. 어떤 치료 프로그램을 자기가 받았는지 확인하는 그런 절차가 좀 필요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하지만 이 교사는 범행 닷새 전, 학교 컴퓨터를 부수는가 하면, 다음날엔 동료 교사에게 폭력을 휘둘렀습니다. 하늘이 사건의 전조로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런데도 교육 당국의 현장 조사는 폭력 사건 나흘 뒤에야 이뤄졌습니다.
강영미/참교육학부모회장 “교육청은 이것을 두고 작은 소동이라고 표현했고, 해당 교사와 면담도 하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전조 증상이 있었지만,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 것입니다.” |
분리 조치 권고로, 교감 옆자리에서 업무를 보게 된 그날. 그 교사는 학교를 빠져나와 흉기를 구입했고, 홀로 돌봄교실을 나온 하늘이를 범행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천경호/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 ”사건이 완전히 정리가 될 때까지 교육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즉 이 학교에 출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 정도는 제도적으로 있었다면 어땠을까.“ |
집 다음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왔던 학교에서, 부모만큼 아껴주리라 믿었던 교사에게 학생이 목숨을 잃은 사건에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
이주호/교육부 장관(지난달 17일) "정상적인 교직 수행이 곤란한 교원을 교육 현장에서 긴급하게 분리하고 일정한 절차를 거쳐 직권 휴직 등 필요한 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자 합니다." |
교육부는 정신 질환이 있는 교사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교육공무원법 개정안, 이른바 '하늘이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나섰습니다.

폭력성이나 공격성이 있는 교원 분리 조치와 직권 휴직, 복직 시 회복 여부 확인, 그리고 교사 채용 시 심층 면접, 교원 심리검사 등이 포함됐습니다. 교내 사각지대에 CCTV를 확대 설치하고, 초등학교 1, 2학년의 대면 인계를 위해 인력을 늘리고, 학교 전담 경찰관도 증원해 순찰도 강화할 방침입니다.
하지만 교육부가 내놓은 대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10년 차 한 초등학교 남자 교사에 대한 병원 진단섭니다. 이 교사는 3년 전 학생에게 폭행을 당한 뒤 불안과 우울감을 겪고 있습니다.
불안장애 치료 경험 교사 ‘너무 불안이 높다’라고 하면 좀 불안을 낮추는 약도 처방받기도 하고... 정신과 최근에 몇 년 동안 다녔던 것들도 사실 (직권 휴직 대상으로) 몰려고 하면은 몰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들더라고요. |
이처럼 과도한 업무와 학부모 민원, 학교폭력 때문에 우울증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초등학교 교직원은 2023년 기준 9천4백여 명, 3년 새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불안장애도 60% 이상 증가했습니다.
나해란/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과적 질병 하나로만 교사의 인성이나 적격성 여부를 판단하기는 무척 예민한 문제일 것 같아요. 이 특수한 사건 같은 경우를 걸러낼 수 있을까. 공격적인 행동을 보였다는 게 인격이든 병명이든 간에 학교 내에서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으면...“ |

하늘이법 내용처럼 폭력성이나 이상 행동을 보이는 교원을 긴급히 분리하려면, 구체적인 기준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교사들은 지적합니다.
천경호/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 “사례들을 분류해서 구체적인 구성 요건들에 합당하면, 그들을 즉시 교육 활동으로부터 배제할 수 있도록 행위 중심의 매뉴얼을 만드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대책 방안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하늘이 사건에 대한 조사도 끝나지 않았는데 대책부터 내놓는 건 성급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철저한 조사가 먼저고,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도 반영돼야 한다는 겁니다.
강영미/참교육학부모회장 “졸속으로 추진하는 법안에 대해서 굉장히 우려스러운 마음이고요. 교육 관계자들이랑 학부모들이랑 다 같이 모여서 좀 심도 있게 깊이 있는 토론을 통해서 법안을 마련했으면 좋겠습니다.” |
정신질환 등으로 직무가 불가능한 교사를 관리하겠다는 정부 대책은 20년 전에도 나왔습니다.
KBS 뉴스 9(2005년 6월 24일) "교단에서 학생을 가르쳐서는 안 되는 부적격 교사에 대한 퇴출 작업이 이르면 오는 9월부터 시작됩니다." |
당시 시도 교육청별로 질환교원심의위원회가 설치됐는데, 얼마나 실효성이 있었을까요? 하늘이 사건이 일어난 대전 지역의 경우, 이 위원회가 도입된 2015년 이후 딱 한 번 열렸습니다. 이에 정부는 하늘이법 제정을 통해 ‘교원직무수행 적합성 심의위원회’를 법제화하고, 휴직과 복직 절차를 강화한다는 계획입니다.
한 소녀의 희생이 있고서야 학교 안전 강화를 위해 추진되는 하늘이법. 이번에도 실질적인 대책을 만들지 못한다면 우리 아이들의 안전은 요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 강서구의 신정초등학교는 방학에도 1학년 학생들이 오후 늦게까지 돌봄과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늘봄학교를 운영합니다. 수업이 끝나자 아이들이 나란히 줄을 서고, 선생님과 함께 교실을 나섭니다.
박소미/초등학생 학부모 “그런 사건이 일어났을 때 더 이상 아이들이 안전한 곳이 어디인가라는 생각을 좀 많이 해서 안타깝기도 하고. 아이가 웃으면서 나오면, 저는 오늘도 아이가 안전하고 행복하게 즐겁게 학교생활을 했구나...” |

학교 보안관들도 하늘이 사건 이후 하교 시간 아이들의 동선을 더욱 철저히 확인합니다.
학교 보안관 중앙 로비에 아이들이 이제 모이면 돌봄 교실이 양쪽으로 있어요. 돌봄 교실로 가는 아이들 돌봄 선생님께 인계시키고, 나머지 아이들을 데리고 이렇게 이제 중앙 현관으로 나오게 됩니다. |
이곳 늘봄학교 학생들의 하굣길에는 60대 두 여성이 동행합니다. 교내 이동과 하교, 수업 보조 역할까지 맡은 늘봄학교 지원단으로, 노인 일자리 사업의 하나로 도입된 '늘봄학교 지원단'입니다.

김경이/서울 강서 늘봄학교 지원단 계단을 내려올 때나 학교 안에서 나갈 때도 초록색 길로 안전하게 나갈 수 있도록 항상 늘 붙어서 같이 가고 있습니다. |
아이들은 가족과 귀가하기도 하고, 학원에 가거나, 돌봄교실에 머무는 등 일정이 다 달라서 잠시라도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손기서/서울 강서양천교육지원청 교육장 “학교에서 업무가 과중하고 그중에 가장 큰 문제인 아이들 안전 문제 해결을 위해서 저희가 지역사회 업무협약을 해서 작년에 지원하게 됐습니다.” |

고 김하늘 양 아버지 “제가 원하는 건 절대 다음부터는 우리 딸과 같은 상황이 이뤄지지 않는 것 하납니다. 다시는 우리 아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박소미/ 학부모 “아이들이 가장 오랜 시간 걸쳐서 있는 곳이 학교잖아요. 이 시간이 아이한테, 지금 현실이 즐거웠으면 좋겠어요.” |
새 학년, 새 학기를 맞는 아이들은 학교 갈 준비를 마쳤습니다. 이 아이들을 지키는 일은 이제 어른들에게 주어진 숙제입니다.
#하늘이 #하늘이법 #학교안전 #교사 #긴급분리 #돌봄교실 #늘봄학교
취재: 김영은
촬영감독: 조선기 강우용
촬영기자: 김성현
편집: 김기곤
그래픽: 장수현
리서처: 권현서
조연출: 유화영 심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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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보다] “하늘아 미안해”…학교는 안전하리라 믿었는데
-
- 입력 2025-03-02 23:11:28
고 김하늘 양 아버지 “위치추적 어플에는 계속 학교라고 찍혀 있는 상황이었고. (위치추적 어플에서) 서랍을 여닫는 소리, 반복되는 거친 숨소리가 들렸습니다. 학교 선생님들이 1시간 동안 찾아다녔는데 하늘이를 못 찾았어요.” |
하늘이가 발견된 곳은 돌봄교실에서 20미터 떨어진 시청각실. 책을 주겠다는 한 교사를 따라갔다가 흉기에 찔린 뒤였습니다.
KBS 뉴스9 (지난달 13일) 가해 교사는 날카로운 도구가 있는지 물었고 용도를 묻는 점원에게 요리에 쓰려고 한다고 답했다는 진술을 경찰이 확보한 것으로... 이주호/교육부 장관 "교육 가족을 대표하여 전국의 학부모님께 사죄드립니다." |
가족들은 눈물로 생때같은 딸을 떠나보냈습니다.

1학년 하늘이가 다녔던 대전의 초등학교. 시간을 내서 딸의 학교를 찾은 이현섭 씨가 하늘이를 기립니다. 이 씨의 딸은 하늘이와 같은 반 친구였습니다. 이 씨는
그날 벌어진 일을 생각하면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이현섭/학부모 저희 아이가 (같은 교실에 있다가) 태권도 학원을 가려고 3시 50분에 나갔다고 하더라고요. ‘저희 아이도 (희생자가) 될 수 있었구나’ 생각이 들었을 때는 정말 저도 막 손이 떨리더라고요. (아이가 자다가) 저를 막 이렇게 깨우더라고요. ‘아빠 무서운데…’ 아이들도 뭔가 마음속에 트라우마가 생기지 않았나. |
학교 앞에 놓였던 추모 물품들은 다 치워졌지만, 여전히 매일 같이 사람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규연/중학교 3학년 (교가) 가사가 행복하고 슬기로운 어린이로 지내자 그런 내용이 있는데 뭔가 그걸 보니까 눈물이 좀 나더라고요. 좀 모순적이기도 하고. (하늘이가) 부모님 꿈에도 많이 찾아와서 부모님도 너무 아프시지 않게 그렇게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
그날 이후 일상으로 돌아가기란 학생과 학부모 모두에게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학부모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또 일어났던 일이니까 그냥 충격이 좀 컸고 많이 우울도 하고. (아이가) 심리검사에서 안 좋게 나와서 지금 검사받으러 다시 가는 거…. 주민(음성변조) 조카는 여기 학교 다니니까 충격 많이 받아서 무서워서 혼자 집에 있을 수 없대요. |

학교 뒤쪽엔 하얀 버스 한 대가 서 있습니다. 학생과 주민의 트라우마 치료를 위한 마음안심 버습니다. 하루 평균 20명이 찾아 심리검사와 스트레스 검사를 받고 있습니다.
백현주/충청권 트라우마센터 정신건강사회복지사 재난 경험자들이 직접적으로 겪은 것과 비슷한 반응들이 나타날 수 있거든요. 정상적으로 이런 반응을 거쳐 가는 과정이라는 걸 설명드리고. |

학교 인근의 한 꽃집 주인은 하늘이를 위해 흰 국화를 사러 온 어린 손님들에게 돈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일주일 동안 무료로 나눠준 국화가 3백 송이입니다.
신수연/꽃집 주인 네다섯 명씩 이렇게 모여서 사러 오더라고요. 오늘은 이모가 나눠주는 거야, 이렇게 하면서 그냥 나눠줬거든요. 하루 종일 잠도 안 들고 막 이렇게 마음이 아프고 그나마 제가 할 수 있는 거, 조그마한 거라도 뭔가 도움이 되고 싶었는데... |

그날, 하늘이가 2층 돌봄교실에서 나온 건 오후 4시 반쯤. 10분이 지나도록 하늘이가 안 나온다는 학원 차량 기사의 연락에 학교 측은 하늘이를 찾기 시작합니다.
부모에게 연락이 간 건 다시 10분 뒤입니다. 하늘이 아빠는 위치추적 앱으로 하늘이가 아직 교내에 있는 것으로 파악했지만, 5시 15분쯤 실종 신고를 받은 경찰은 학교가 아닌 근처 아파트를 수색했습니다.
육종명/대전서부경찰서장(지난달 11일) "아파트 위치도 나오고요. 그다음에 어린이집도 나오고 병설 유치원도 나옵니다. 이제 그런 부분을 다 수색하려고 보니까…" |
실종 한 시간쯤 뒤, 하늘이를 발견한 사람은 할머니였습니다. 돌봄교실에서 20미터 거리의 시청각실에서였습니다. 하늘이는 학교 안에 있었지만 찾는 데 왜 한 시간이나 걸렸을까요?
곽대경/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 “(위치 추적 결과가 실제와) 상당히 먼 거리가 있는 그런 경우들도 있기 때문에, 범행이 발생했던 그 장소를 빨리 수색하지 못하는 그런 아쉬움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더욱이 돌봄교실 근처엔 CCTV조차 없었습니다. 학교 건물 안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동선조차 파악할 수 없었던 겁니다.
하늘이의 목숨을 앗아간 40대 교사는 지난해 12월, 우울증을 이유로 반년간 휴직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20일 만에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의사 진단서를 내고 돌연 학교로 돌아왔습니다.
곽대경/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 “(복직 전) 어떤 노력을 20일 동안에 했는지 그런 것들을 좀 살펴보고 따져봐야죠. 어떤 치료 프로그램을 자기가 받았는지 확인하는 그런 절차가 좀 필요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하지만 이 교사는 범행 닷새 전, 학교 컴퓨터를 부수는가 하면, 다음날엔 동료 교사에게 폭력을 휘둘렀습니다. 하늘이 사건의 전조로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런데도 교육 당국의 현장 조사는 폭력 사건 나흘 뒤에야 이뤄졌습니다.
강영미/참교육학부모회장 “교육청은 이것을 두고 작은 소동이라고 표현했고, 해당 교사와 면담도 하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전조 증상이 있었지만,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 것입니다.” |
분리 조치 권고로, 교감 옆자리에서 업무를 보게 된 그날. 그 교사는 학교를 빠져나와 흉기를 구입했고, 홀로 돌봄교실을 나온 하늘이를 범행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천경호/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 ”사건이 완전히 정리가 될 때까지 교육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즉 이 학교에 출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 정도는 제도적으로 있었다면 어땠을까.“ |
집 다음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왔던 학교에서, 부모만큼 아껴주리라 믿었던 교사에게 학생이 목숨을 잃은 사건에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
이주호/교육부 장관(지난달 17일) "정상적인 교직 수행이 곤란한 교원을 교육 현장에서 긴급하게 분리하고 일정한 절차를 거쳐 직권 휴직 등 필요한 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자 합니다." |
교육부는 정신 질환이 있는 교사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교육공무원법 개정안, 이른바 '하늘이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나섰습니다.

폭력성이나 공격성이 있는 교원 분리 조치와 직권 휴직, 복직 시 회복 여부 확인, 그리고 교사 채용 시 심층 면접, 교원 심리검사 등이 포함됐습니다. 교내 사각지대에 CCTV를 확대 설치하고, 초등학교 1, 2학년의 대면 인계를 위해 인력을 늘리고, 학교 전담 경찰관도 증원해 순찰도 강화할 방침입니다.
하지만 교육부가 내놓은 대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10년 차 한 초등학교 남자 교사에 대한 병원 진단섭니다. 이 교사는 3년 전 학생에게 폭행을 당한 뒤 불안과 우울감을 겪고 있습니다.
불안장애 치료 경험 교사 ‘너무 불안이 높다’라고 하면 좀 불안을 낮추는 약도 처방받기도 하고... 정신과 최근에 몇 년 동안 다녔던 것들도 사실 (직권 휴직 대상으로) 몰려고 하면은 몰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들더라고요. |
이처럼 과도한 업무와 학부모 민원, 학교폭력 때문에 우울증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초등학교 교직원은 2023년 기준 9천4백여 명, 3년 새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불안장애도 60% 이상 증가했습니다.
나해란/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과적 질병 하나로만 교사의 인성이나 적격성 여부를 판단하기는 무척 예민한 문제일 것 같아요. 이 특수한 사건 같은 경우를 걸러낼 수 있을까. 공격적인 행동을 보였다는 게 인격이든 병명이든 간에 학교 내에서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으면...“ |

하늘이법 내용처럼 폭력성이나 이상 행동을 보이는 교원을 긴급히 분리하려면, 구체적인 기준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교사들은 지적합니다.
천경호/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 “사례들을 분류해서 구체적인 구성 요건들에 합당하면, 그들을 즉시 교육 활동으로부터 배제할 수 있도록 행위 중심의 매뉴얼을 만드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대책 방안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하늘이 사건에 대한 조사도 끝나지 않았는데 대책부터 내놓는 건 성급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철저한 조사가 먼저고,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도 반영돼야 한다는 겁니다.
강영미/참교육학부모회장 “졸속으로 추진하는 법안에 대해서 굉장히 우려스러운 마음이고요. 교육 관계자들이랑 학부모들이랑 다 같이 모여서 좀 심도 있게 깊이 있는 토론을 통해서 법안을 마련했으면 좋겠습니다.” |
정신질환 등으로 직무가 불가능한 교사를 관리하겠다는 정부 대책은 20년 전에도 나왔습니다.
KBS 뉴스 9(2005년 6월 24일) "교단에서 학생을 가르쳐서는 안 되는 부적격 교사에 대한 퇴출 작업이 이르면 오는 9월부터 시작됩니다." |
당시 시도 교육청별로 질환교원심의위원회가 설치됐는데, 얼마나 실효성이 있었을까요? 하늘이 사건이 일어난 대전 지역의 경우, 이 위원회가 도입된 2015년 이후 딱 한 번 열렸습니다. 이에 정부는 하늘이법 제정을 통해 ‘교원직무수행 적합성 심의위원회’를 법제화하고, 휴직과 복직 절차를 강화한다는 계획입니다.
한 소녀의 희생이 있고서야 학교 안전 강화를 위해 추진되는 하늘이법. 이번에도 실질적인 대책을 만들지 못한다면 우리 아이들의 안전은 요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 강서구의 신정초등학교는 방학에도 1학년 학생들이 오후 늦게까지 돌봄과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늘봄학교를 운영합니다. 수업이 끝나자 아이들이 나란히 줄을 서고, 선생님과 함께 교실을 나섭니다.
박소미/초등학생 학부모 “그런 사건이 일어났을 때 더 이상 아이들이 안전한 곳이 어디인가라는 생각을 좀 많이 해서 안타깝기도 하고. 아이가 웃으면서 나오면, 저는 오늘도 아이가 안전하고 행복하게 즐겁게 학교생활을 했구나...” |

학교 보안관들도 하늘이 사건 이후 하교 시간 아이들의 동선을 더욱 철저히 확인합니다.
학교 보안관 중앙 로비에 아이들이 이제 모이면 돌봄 교실이 양쪽으로 있어요. 돌봄 교실로 가는 아이들 돌봄 선생님께 인계시키고, 나머지 아이들을 데리고 이렇게 이제 중앙 현관으로 나오게 됩니다. |
이곳 늘봄학교 학생들의 하굣길에는 60대 두 여성이 동행합니다. 교내 이동과 하교, 수업 보조 역할까지 맡은 늘봄학교 지원단으로, 노인 일자리 사업의 하나로 도입된 '늘봄학교 지원단'입니다.

김경이/서울 강서 늘봄학교 지원단 계단을 내려올 때나 학교 안에서 나갈 때도 초록색 길로 안전하게 나갈 수 있도록 항상 늘 붙어서 같이 가고 있습니다. |
아이들은 가족과 귀가하기도 하고, 학원에 가거나, 돌봄교실에 머무는 등 일정이 다 달라서 잠시라도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손기서/서울 강서양천교육지원청 교육장 “학교에서 업무가 과중하고 그중에 가장 큰 문제인 아이들 안전 문제 해결을 위해서 저희가 지역사회 업무협약을 해서 작년에 지원하게 됐습니다.” |

고 김하늘 양 아버지 “제가 원하는 건 절대 다음부터는 우리 딸과 같은 상황이 이뤄지지 않는 것 하납니다. 다시는 우리 아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박소미/ 학부모 “아이들이 가장 오랜 시간 걸쳐서 있는 곳이 학교잖아요. 이 시간이 아이한테, 지금 현실이 즐거웠으면 좋겠어요.” |
새 학년, 새 학기를 맞는 아이들은 학교 갈 준비를 마쳤습니다. 이 아이들을 지키는 일은 이제 어른들에게 주어진 숙제입니다.
#하늘이 #하늘이법 #학교안전 #교사 #긴급분리 #돌봄교실 #늘봄학교
취재: 김영은
촬영감독: 조선기 강우용
촬영기자: 김성현
편집: 김기곤
그래픽: 장수현
리서처: 권현서
조연출: 유화영 심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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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은 기자 paz@kbs.co.kr
김영은 기자의 기사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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