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잘 죽을 수 있도록 해주세요!”…‘금기된 죽음’ 조력사
입력 2025.03.05 (15:33)
수정 2025.03.05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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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최소한의 품위와 가치를 지키면서 죽을 수 있도록 하는 행위, 존엄사인데요.
최근 한 한국인이 스위스를 찾아 조력 사망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다시금 존엄사 찬반 논쟁이 뜨겁습니다.
월드 이슈, 이랑 기자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한국인이 스위스를 찾아서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니 어떤 사연이었는지 궁금합니다.
[기자]
네 말기 암 환자였던 고 조순복 씨가 조력 사망을 위해 스위스를 찾은 건 2023년 8월입니다.
의사가 건넨 '죽음의 약'을 마시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는데요.
[조순복/2023년 7월 생존 당시 모습 : "사람은 다 한번 나면 가게 돼 있단다. 너무 슬퍼하지 말고 조금만 울어라."]
조 씨는 생전에 유방암이 뼈까지 전이돼 칼로 쑤시는 듯한 극심한 통증에 시달려 왔다고 합니다.
이제 그만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조순복 씨의 간절함을 가족들은 더 이상 말릴 수 없었습니다.
결국 스위스 조력 사망 단체인 '디그니타스'를 찾았고요.
조 씨의 딸 남유하 씨는 어머니를 도와 신청서를 보내고, '그린라이트'라는 조력 사망 허가를 받았습니다.
이후 어머니를 모시고 스위스로 함께 가 임종을 지켰습니다.
조 씨는 그렇게, 조력 죽음을 선택한 8번째 한국인이 됐습니다.
[앵커]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찾아서 스위스까지 간 한국인이 8명이 되는 거군요.
그런데 왜 스위스죠?
[기자]
네 외국인도 조력 사망, 그러니까 도움을 받아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스위스는 오래전부터 관습적으로 조력 자살을 인정해 왔는데요.
'이기적인 동기'로 다른 사람의 자살을 돕거나 유도한 경우에만 처벌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밖에 다른 조력 사망을 규제하는 법 규정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1998년 디그니타스 같은 외국인의 조력 사망을 돕는 단체가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라이프서클, 페가소스 등 조력 단체가 4개 이상 있고요.
디그니타스의 경우 2022년 기준 만 2천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회원으로 가입한 상태입니다.
[앵커]
생각보다 조력 단체도 많고 가입자도 많군요.
특히 지난해는 스위스에서 조력 사망을 돕는 기구가 나와서 큰 논쟁거리가 되지 않았었나요?
[기자]
네 우주 영화에서나 나올 것처럼 보이는 보라색 캡슐이었죠.
바로 '사르코'라고 불리는 기계입니다.
버튼을 누르면 산소 대신 질소가 주입돼서 5분 안에, 죽음에 이르게 된다고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9월 스위스에서 공개됐었는데, 공개 직후 60대 미국인이 이 기계를 처음 사용해 죽음을 맞았습니다
[필립 니츠케/사르코 개발 의사 : "'이것(죽음)은 오직 당신과 신과의 일이다', 이런 믿음은 흥미로워요. 인정합니다. 전 그런 믿음을 개의치 않아요. 하지만 그건 제 믿음은 아닙니다. 그리고 그건 스스로 죽음을 통제하겠다고 결정한 사람들의 믿음도 아닙니다."]
하지만 조력 단체들, 이 캡슐 사용에 처음부터 반대해 왔습니다.
질소 가스를 주입하는 것이 고통을 주지 않는지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결국 스위스에서조차 여러 논란이 거세지면서 현지 당국이 사용을 중지시켰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럼 스위스 말고 다른 나라들도 조력 사망을 허용하고 있습니까?
[기자]
사실상 스위스가 유일하게 조력 사망을 허용하는 나라입니다.
대신 안락사, 그러니까 의사가 환자에게 약물을 주입해 생을 마감하도록 하는 것이 허용된 나라는 꽤 있습니다.
대표적인 나라가 네덜란드인데요.
딱 1년여 전입니다.
전직 네덜란드 총리와 부인이 자택에서 동반 안락사해 세계적인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네덜란드는 2001년 4월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법으로 허용했습니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하고 지속되는 고통'을 겪어야 한다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안락사가 허용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법제화 전에 무려 25년 동안이나 관련된 찬반 논쟁이 뜨거웠다는 사실입니다.
해외 여러 나라들이 이런 찬반 논쟁을 거쳐 안락사 허용 여부와 방법 등을 달리하고 있는데요.
앞서 보신 것처럼 스위스에선 '조력 사망'이, 네덜란드, 캐나다, 콜롬비아 등은 적극적인 안락사를 법제화했고요.
반면 호주, 타이완, 핀란드 등에선 연명 치료를 중단하는 식의 소극적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앵커]
결국 조력사, 안락사 이 모든 것은 존엄하게 죽고 싶다는 인간의 마음이 반영된 것 같은데요.
반대로 죽음에 이르도록 돕는 것이 인간의 존엄에 반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나요?
[기자]
맞습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수많은 나라들이 조력사나 안락사 문제를 놓고 찬성과 반대 논쟁을 하고 있는 이유겠지요.
앞서 보신 스위스만 해도 조력 죽음은 합법이지만, 조력 단체를 놓고는 아직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단체들이 비영리를 표방하면서도 후원 명목으로 가입비, 각종 비용을 받고 있기 때문인데요.
연간 가입비는 우리 돈으로 약 12만에서 15만 원 정도, 일회성 가입비는 32만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에 의사 상담 비용, 처방비 등도 있고요.
스위스로 가서 머무는 비용까지 하면 수천만 원이 들게 됩니다.
죽음을 상업화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입니다.
영상편집:구자람 김주은/자료조사:이장미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최소한의 품위와 가치를 지키면서 죽을 수 있도록 하는 행위, 존엄사인데요.
최근 한 한국인이 스위스를 찾아 조력 사망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다시금 존엄사 찬반 논쟁이 뜨겁습니다.
월드 이슈, 이랑 기자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한국인이 스위스를 찾아서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니 어떤 사연이었는지 궁금합니다.
[기자]
네 말기 암 환자였던 고 조순복 씨가 조력 사망을 위해 스위스를 찾은 건 2023년 8월입니다.
의사가 건넨 '죽음의 약'을 마시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는데요.
[조순복/2023년 7월 생존 당시 모습 : "사람은 다 한번 나면 가게 돼 있단다. 너무 슬퍼하지 말고 조금만 울어라."]
조 씨는 생전에 유방암이 뼈까지 전이돼 칼로 쑤시는 듯한 극심한 통증에 시달려 왔다고 합니다.
이제 그만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조순복 씨의 간절함을 가족들은 더 이상 말릴 수 없었습니다.
결국 스위스 조력 사망 단체인 '디그니타스'를 찾았고요.
조 씨의 딸 남유하 씨는 어머니를 도와 신청서를 보내고, '그린라이트'라는 조력 사망 허가를 받았습니다.
이후 어머니를 모시고 스위스로 함께 가 임종을 지켰습니다.
조 씨는 그렇게, 조력 죽음을 선택한 8번째 한국인이 됐습니다.
[앵커]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찾아서 스위스까지 간 한국인이 8명이 되는 거군요.
그런데 왜 스위스죠?
[기자]
네 외국인도 조력 사망, 그러니까 도움을 받아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스위스는 오래전부터 관습적으로 조력 자살을 인정해 왔는데요.
'이기적인 동기'로 다른 사람의 자살을 돕거나 유도한 경우에만 처벌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밖에 다른 조력 사망을 규제하는 법 규정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1998년 디그니타스 같은 외국인의 조력 사망을 돕는 단체가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라이프서클, 페가소스 등 조력 단체가 4개 이상 있고요.
디그니타스의 경우 2022년 기준 만 2천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회원으로 가입한 상태입니다.
[앵커]
생각보다 조력 단체도 많고 가입자도 많군요.
특히 지난해는 스위스에서 조력 사망을 돕는 기구가 나와서 큰 논쟁거리가 되지 않았었나요?
[기자]
네 우주 영화에서나 나올 것처럼 보이는 보라색 캡슐이었죠.
바로 '사르코'라고 불리는 기계입니다.
버튼을 누르면 산소 대신 질소가 주입돼서 5분 안에, 죽음에 이르게 된다고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9월 스위스에서 공개됐었는데, 공개 직후 60대 미국인이 이 기계를 처음 사용해 죽음을 맞았습니다
[필립 니츠케/사르코 개발 의사 : "'이것(죽음)은 오직 당신과 신과의 일이다', 이런 믿음은 흥미로워요. 인정합니다. 전 그런 믿음을 개의치 않아요. 하지만 그건 제 믿음은 아닙니다. 그리고 그건 스스로 죽음을 통제하겠다고 결정한 사람들의 믿음도 아닙니다."]
하지만 조력 단체들, 이 캡슐 사용에 처음부터 반대해 왔습니다.
질소 가스를 주입하는 것이 고통을 주지 않는지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결국 스위스에서조차 여러 논란이 거세지면서 현지 당국이 사용을 중지시켰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럼 스위스 말고 다른 나라들도 조력 사망을 허용하고 있습니까?
[기자]
사실상 스위스가 유일하게 조력 사망을 허용하는 나라입니다.
대신 안락사, 그러니까 의사가 환자에게 약물을 주입해 생을 마감하도록 하는 것이 허용된 나라는 꽤 있습니다.
대표적인 나라가 네덜란드인데요.
딱 1년여 전입니다.
전직 네덜란드 총리와 부인이 자택에서 동반 안락사해 세계적인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네덜란드는 2001년 4월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법으로 허용했습니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하고 지속되는 고통'을 겪어야 한다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안락사가 허용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법제화 전에 무려 25년 동안이나 관련된 찬반 논쟁이 뜨거웠다는 사실입니다.
해외 여러 나라들이 이런 찬반 논쟁을 거쳐 안락사 허용 여부와 방법 등을 달리하고 있는데요.
앞서 보신 것처럼 스위스에선 '조력 사망'이, 네덜란드, 캐나다, 콜롬비아 등은 적극적인 안락사를 법제화했고요.
반면 호주, 타이완, 핀란드 등에선 연명 치료를 중단하는 식의 소극적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앵커]
결국 조력사, 안락사 이 모든 것은 존엄하게 죽고 싶다는 인간의 마음이 반영된 것 같은데요.
반대로 죽음에 이르도록 돕는 것이 인간의 존엄에 반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나요?
[기자]
맞습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수많은 나라들이 조력사나 안락사 문제를 놓고 찬성과 반대 논쟁을 하고 있는 이유겠지요.
앞서 보신 스위스만 해도 조력 죽음은 합법이지만, 조력 단체를 놓고는 아직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단체들이 비영리를 표방하면서도 후원 명목으로 가입비, 각종 비용을 받고 있기 때문인데요.
연간 가입비는 우리 돈으로 약 12만에서 15만 원 정도, 일회성 가입비는 32만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에 의사 상담 비용, 처방비 등도 있고요.
스위스로 가서 머무는 비용까지 하면 수천만 원이 들게 됩니다.
죽음을 상업화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입니다.
영상편집:구자람 김주은/자료조사:이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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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 이슈] “잘 죽을 수 있도록 해주세요!”…‘금기된 죽음’ 조력사
-
- 입력 2025-03-05 15:33:21
- 수정2025-03-05 15:40:50

[앵커]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최소한의 품위와 가치를 지키면서 죽을 수 있도록 하는 행위, 존엄사인데요.
최근 한 한국인이 스위스를 찾아 조력 사망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다시금 존엄사 찬반 논쟁이 뜨겁습니다.
월드 이슈, 이랑 기자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한국인이 스위스를 찾아서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니 어떤 사연이었는지 궁금합니다.
[기자]
네 말기 암 환자였던 고 조순복 씨가 조력 사망을 위해 스위스를 찾은 건 2023년 8월입니다.
의사가 건넨 '죽음의 약'을 마시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는데요.
[조순복/2023년 7월 생존 당시 모습 : "사람은 다 한번 나면 가게 돼 있단다. 너무 슬퍼하지 말고 조금만 울어라."]
조 씨는 생전에 유방암이 뼈까지 전이돼 칼로 쑤시는 듯한 극심한 통증에 시달려 왔다고 합니다.
이제 그만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조순복 씨의 간절함을 가족들은 더 이상 말릴 수 없었습니다.
결국 스위스 조력 사망 단체인 '디그니타스'를 찾았고요.
조 씨의 딸 남유하 씨는 어머니를 도와 신청서를 보내고, '그린라이트'라는 조력 사망 허가를 받았습니다.
이후 어머니를 모시고 스위스로 함께 가 임종을 지켰습니다.
조 씨는 그렇게, 조력 죽음을 선택한 8번째 한국인이 됐습니다.
[앵커]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찾아서 스위스까지 간 한국인이 8명이 되는 거군요.
그런데 왜 스위스죠?
[기자]
네 외국인도 조력 사망, 그러니까 도움을 받아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스위스는 오래전부터 관습적으로 조력 자살을 인정해 왔는데요.
'이기적인 동기'로 다른 사람의 자살을 돕거나 유도한 경우에만 처벌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밖에 다른 조력 사망을 규제하는 법 규정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1998년 디그니타스 같은 외국인의 조력 사망을 돕는 단체가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라이프서클, 페가소스 등 조력 단체가 4개 이상 있고요.
디그니타스의 경우 2022년 기준 만 2천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회원으로 가입한 상태입니다.
[앵커]
생각보다 조력 단체도 많고 가입자도 많군요.
특히 지난해는 스위스에서 조력 사망을 돕는 기구가 나와서 큰 논쟁거리가 되지 않았었나요?
[기자]
네 우주 영화에서나 나올 것처럼 보이는 보라색 캡슐이었죠.
바로 '사르코'라고 불리는 기계입니다.
버튼을 누르면 산소 대신 질소가 주입돼서 5분 안에, 죽음에 이르게 된다고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9월 스위스에서 공개됐었는데, 공개 직후 60대 미국인이 이 기계를 처음 사용해 죽음을 맞았습니다
[필립 니츠케/사르코 개발 의사 : "'이것(죽음)은 오직 당신과 신과의 일이다', 이런 믿음은 흥미로워요. 인정합니다. 전 그런 믿음을 개의치 않아요. 하지만 그건 제 믿음은 아닙니다. 그리고 그건 스스로 죽음을 통제하겠다고 결정한 사람들의 믿음도 아닙니다."]
하지만 조력 단체들, 이 캡슐 사용에 처음부터 반대해 왔습니다.
질소 가스를 주입하는 것이 고통을 주지 않는지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결국 스위스에서조차 여러 논란이 거세지면서 현지 당국이 사용을 중지시켰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럼 스위스 말고 다른 나라들도 조력 사망을 허용하고 있습니까?
[기자]
사실상 스위스가 유일하게 조력 사망을 허용하는 나라입니다.
대신 안락사, 그러니까 의사가 환자에게 약물을 주입해 생을 마감하도록 하는 것이 허용된 나라는 꽤 있습니다.
대표적인 나라가 네덜란드인데요.
딱 1년여 전입니다.
전직 네덜란드 총리와 부인이 자택에서 동반 안락사해 세계적인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네덜란드는 2001년 4월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법으로 허용했습니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하고 지속되는 고통'을 겪어야 한다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안락사가 허용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법제화 전에 무려 25년 동안이나 관련된 찬반 논쟁이 뜨거웠다는 사실입니다.
해외 여러 나라들이 이런 찬반 논쟁을 거쳐 안락사 허용 여부와 방법 등을 달리하고 있는데요.
앞서 보신 것처럼 스위스에선 '조력 사망'이, 네덜란드, 캐나다, 콜롬비아 등은 적극적인 안락사를 법제화했고요.
반면 호주, 타이완, 핀란드 등에선 연명 치료를 중단하는 식의 소극적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앵커]
결국 조력사, 안락사 이 모든 것은 존엄하게 죽고 싶다는 인간의 마음이 반영된 것 같은데요.
반대로 죽음에 이르도록 돕는 것이 인간의 존엄에 반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나요?
[기자]
맞습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수많은 나라들이 조력사나 안락사 문제를 놓고 찬성과 반대 논쟁을 하고 있는 이유겠지요.
앞서 보신 스위스만 해도 조력 죽음은 합법이지만, 조력 단체를 놓고는 아직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단체들이 비영리를 표방하면서도 후원 명목으로 가입비, 각종 비용을 받고 있기 때문인데요.
연간 가입비는 우리 돈으로 약 12만에서 15만 원 정도, 일회성 가입비는 32만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에 의사 상담 비용, 처방비 등도 있고요.
스위스로 가서 머무는 비용까지 하면 수천만 원이 들게 됩니다.
죽음을 상업화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입니다.
영상편집:구자람 김주은/자료조사:이장미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최소한의 품위와 가치를 지키면서 죽을 수 있도록 하는 행위, 존엄사인데요.
최근 한 한국인이 스위스를 찾아 조력 사망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다시금 존엄사 찬반 논쟁이 뜨겁습니다.
월드 이슈, 이랑 기자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한국인이 스위스를 찾아서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니 어떤 사연이었는지 궁금합니다.
[기자]
네 말기 암 환자였던 고 조순복 씨가 조력 사망을 위해 스위스를 찾은 건 2023년 8월입니다.
의사가 건넨 '죽음의 약'을 마시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는데요.
[조순복/2023년 7월 생존 당시 모습 : "사람은 다 한번 나면 가게 돼 있단다. 너무 슬퍼하지 말고 조금만 울어라."]
조 씨는 생전에 유방암이 뼈까지 전이돼 칼로 쑤시는 듯한 극심한 통증에 시달려 왔다고 합니다.
이제 그만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조순복 씨의 간절함을 가족들은 더 이상 말릴 수 없었습니다.
결국 스위스 조력 사망 단체인 '디그니타스'를 찾았고요.
조 씨의 딸 남유하 씨는 어머니를 도와 신청서를 보내고, '그린라이트'라는 조력 사망 허가를 받았습니다.
이후 어머니를 모시고 스위스로 함께 가 임종을 지켰습니다.
조 씨는 그렇게, 조력 죽음을 선택한 8번째 한국인이 됐습니다.
[앵커]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찾아서 스위스까지 간 한국인이 8명이 되는 거군요.
그런데 왜 스위스죠?
[기자]
네 외국인도 조력 사망, 그러니까 도움을 받아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스위스는 오래전부터 관습적으로 조력 자살을 인정해 왔는데요.
'이기적인 동기'로 다른 사람의 자살을 돕거나 유도한 경우에만 처벌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밖에 다른 조력 사망을 규제하는 법 규정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1998년 디그니타스 같은 외국인의 조력 사망을 돕는 단체가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라이프서클, 페가소스 등 조력 단체가 4개 이상 있고요.
디그니타스의 경우 2022년 기준 만 2천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회원으로 가입한 상태입니다.
[앵커]
생각보다 조력 단체도 많고 가입자도 많군요.
특히 지난해는 스위스에서 조력 사망을 돕는 기구가 나와서 큰 논쟁거리가 되지 않았었나요?
[기자]
네 우주 영화에서나 나올 것처럼 보이는 보라색 캡슐이었죠.
바로 '사르코'라고 불리는 기계입니다.
버튼을 누르면 산소 대신 질소가 주입돼서 5분 안에, 죽음에 이르게 된다고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9월 스위스에서 공개됐었는데, 공개 직후 60대 미국인이 이 기계를 처음 사용해 죽음을 맞았습니다
[필립 니츠케/사르코 개발 의사 : "'이것(죽음)은 오직 당신과 신과의 일이다', 이런 믿음은 흥미로워요. 인정합니다. 전 그런 믿음을 개의치 않아요. 하지만 그건 제 믿음은 아닙니다. 그리고 그건 스스로 죽음을 통제하겠다고 결정한 사람들의 믿음도 아닙니다."]
하지만 조력 단체들, 이 캡슐 사용에 처음부터 반대해 왔습니다.
질소 가스를 주입하는 것이 고통을 주지 않는지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결국 스위스에서조차 여러 논란이 거세지면서 현지 당국이 사용을 중지시켰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럼 스위스 말고 다른 나라들도 조력 사망을 허용하고 있습니까?
[기자]
사실상 스위스가 유일하게 조력 사망을 허용하는 나라입니다.
대신 안락사, 그러니까 의사가 환자에게 약물을 주입해 생을 마감하도록 하는 것이 허용된 나라는 꽤 있습니다.
대표적인 나라가 네덜란드인데요.
딱 1년여 전입니다.
전직 네덜란드 총리와 부인이 자택에서 동반 안락사해 세계적인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네덜란드는 2001년 4월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법으로 허용했습니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하고 지속되는 고통'을 겪어야 한다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안락사가 허용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법제화 전에 무려 25년 동안이나 관련된 찬반 논쟁이 뜨거웠다는 사실입니다.
해외 여러 나라들이 이런 찬반 논쟁을 거쳐 안락사 허용 여부와 방법 등을 달리하고 있는데요.
앞서 보신 것처럼 스위스에선 '조력 사망'이, 네덜란드, 캐나다, 콜롬비아 등은 적극적인 안락사를 법제화했고요.
반면 호주, 타이완, 핀란드 등에선 연명 치료를 중단하는 식의 소극적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앵커]
결국 조력사, 안락사 이 모든 것은 존엄하게 죽고 싶다는 인간의 마음이 반영된 것 같은데요.
반대로 죽음에 이르도록 돕는 것이 인간의 존엄에 반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나요?
[기자]
맞습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수많은 나라들이 조력사나 안락사 문제를 놓고 찬성과 반대 논쟁을 하고 있는 이유겠지요.
앞서 보신 스위스만 해도 조력 죽음은 합법이지만, 조력 단체를 놓고는 아직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단체들이 비영리를 표방하면서도 후원 명목으로 가입비, 각종 비용을 받고 있기 때문인데요.
연간 가입비는 우리 돈으로 약 12만에서 15만 원 정도, 일회성 가입비는 32만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에 의사 상담 비용, 처방비 등도 있고요.
스위스로 가서 머무는 비용까지 하면 수천만 원이 들게 됩니다.
죽음을 상업화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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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랑 기자 herb@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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