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예술인가? 도둑질인가?’…논란 휩싸인 AI 미술 경매

입력 2025.03.06 (15:30) 수정 2025.03.06 (15:3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우리 시각으로 오늘까지 미국 뉴욕에서 있었던 예술품 경매가 큰 화제입니다.

작품들을 놓고 화가 수천 명이 경매를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냈기 때문인데요.

월드 이슈, 이랑 기자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대체 경매에 어떤 작품들이 나왔길래 떠들썩한 거죠?

[기자]

백번 말하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게 낫다는 말이 있잖아요.

바로 작품부터 만나보시겠습니다.

덩그러니 놓인 마이크 뒤로 초 단위로 변하는 인물과 배경.

사진을 연속해서 영상으로 만든 듯한 작품입니다.

또 다른 디지털 작품은 바로 옆 조각상이 직접 말을 하는 것처럼 스크린 안에서 쉴 새 없이 입을 움직이고 있는데요.

얼핏 애니메이션처럼 보이는 작품도 보입니다.

땅까지 내려오는 오렌지색 땋은 머리가 연둣빛 옷과 강렬한 대비를 이루고 있는 여전사 이미지입니다.

그런가 하면 유럽의 어느 귀족의 초상화 같은 작품도 미술관 한켠에 걸렸습니다.

[앵커]

별로 특별한 것이 없어 보이는데, 다른 작품들과 뭐가 다른 거죠?

[기자]

네, 경매작들은 모두 AI, 그러니까 인공지능을 이용해 제작됐습니다.

기본적으로 작가가 있고, 그 작가가 AI 모델을 아예 개발하거나 기존 모델을 학습시키는 식으로 작품을 탄생시킨 건데요.

이런 작품 34개를 모아 경매에 부친 곳은 바로 세계 유명 경매사, 크리스티입니다.

대형 경매사가 주최한 최초의 AI 예술 전용 경매입니다.

이 경매는 현지 시각 지난달 20일부터 5일까지 미국 뉴욕에서 진행됐는데요.

레픽 아나돌, 홀리 헌든 같은 널리 알려진 예술가들의 작품이 경매에 나왔고요.

크리스티 측은 경매가 시작되기 전에 60만 달러 이상, 우리 돈 8억 7천만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니콜 세일즈 자일스/크리스티 디지털 아트 전문가 : "현재 AI 예술은 정말 흥미로운 주제이자 흥미로운 분야입니다. 정말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요. 블록체인과 암호 화폐 커뮤니티에서부터 관심이 생긴 고객들이 있습니다."]

[앵커]

인공 지능을 활용한 그림이 경매까지 붙여진다니 신기한데요.

화가들은 대체 왜 반대를 한 거죠?

[기자]

네 정확히는 작품을 경매에 내놓은 화가를 제외한 다른 화가들이 반대에 나섰는데요.

경매 소식이 알려진 직후부터 인터넷상에 반대 연명 서한이 돌더니, 경매 시작 전까지 6천여 명의 사람들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들이 경매에 반대하는 이유, 한마디로 저작권 침해와 관련이 있습니다.

경매에 나온 작품 일부가 원작자의 승인도 없이 저작권이 있는 작품을 학습한 AI 모델을 통해 만들어진 졌다는 건데요.

그렇다면 이렇게 저작권을 침해해서 만들어진 작품을 경매에 부치는 건, 결국 인간 예술가들이 만든 작품을 도둑질해 가는 것 아니냐, 또 이런 도용을 지지하고 보상해 주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레일라 아민돌레/지식재산권 변호사 : "예술가들은 AI가 생성한 예술의 장기적인 영향과 이 창작물들이 저작권 침해를 조장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매우 우려하고 있습니다."]

[앵커]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군요.

경매를 반대한 화가들 입장이 한편으론 이해가 가는데, 그렇다고 어떤 이미지를 가져다 썼는지 하나하나 따질 수도 없는 것 아닌가요?

[기자]

네 실제 경매사인 크리스티 측, 그리고 AI 예술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예술은 원래 다 그랬어' 이렇게 반박하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항상 예술은 다른 출처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것이죠.

예를 들면 피카소가 엘 그레코 작품에서 큰 영향을 받은 것처럼요.

[니콜 세일즈 자일스/크리스티 디지털 아트 전문가 : "예술가들이 많이들 자기 작품을 설명하면서, 자신들은 AI와 협업하는 것이고 AI가 자신들이 평소에는 할 수 없었던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합니다. AI가 창의력까지 향상시키는 겁니다."]

AI는 인간 예술가들이 창작하는데 도움을 주는 하나의 기술일 뿐이라는 주장인데요.

특히 지금껏 예술이 다른 출처에서 영감을 받았던 것처럼, AI도 디지털 세계에 널린 수만 개 데이터를 학습해서 결과물을 내놓는 것이다, 특정 이미지를 그대로 도용하는 건 아니다, 이렇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앵커]

찬반 의견이 그야말로 팽팽한데요.

그래도 앞으로 AI는 더 발전할 거고, 작품에 활용하는 작가들도 늘어날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기자]

네 AI를 활용한 예술 작품들은 다방면에 걸쳐서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특히 이걸 인간이 만들었다고 해야 할지, 인공지능이 창작했다고 해야 할지 구분이 힘든 작품들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작가가 붓을 잡고 그림을 그리는 동시에 인공지능 로봇팔도 화지를 같이 메꾸고 있는데요.

이번 경매에도 참여한 쑤권 청은 자신을 예술가이자 동시에 예술과 기술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합니다.

[쑤권 청/AI 활용 예술가 : "우리는 AI 시스템 물결의 시작에 있고, 우리가 지금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예술적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제 작업은 인간의 손(의 가치)을 높이 치켜세우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로봇팔은 작가의 20년 동안의 창작물을 학습했고, 생체리듬과도 연동돼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개입이 언제 시작되는지, 인간의 창의성은 어디까지 작용하는 건지, AI 예술은 우리에게 수많은 물음표를 던지고 있습니다.

영상편집:구자람 김주은/자료조사:이장미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월드 이슈] ‘예술인가? 도둑질인가?’…논란 휩싸인 AI 미술 경매
    • 입력 2025-03-06 15:30:39
    • 수정2025-03-06 15:38:38
    월드24
[앵커]

우리 시각으로 오늘까지 미국 뉴욕에서 있었던 예술품 경매가 큰 화제입니다.

작품들을 놓고 화가 수천 명이 경매를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냈기 때문인데요.

월드 이슈, 이랑 기자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대체 경매에 어떤 작품들이 나왔길래 떠들썩한 거죠?

[기자]

백번 말하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게 낫다는 말이 있잖아요.

바로 작품부터 만나보시겠습니다.

덩그러니 놓인 마이크 뒤로 초 단위로 변하는 인물과 배경.

사진을 연속해서 영상으로 만든 듯한 작품입니다.

또 다른 디지털 작품은 바로 옆 조각상이 직접 말을 하는 것처럼 스크린 안에서 쉴 새 없이 입을 움직이고 있는데요.

얼핏 애니메이션처럼 보이는 작품도 보입니다.

땅까지 내려오는 오렌지색 땋은 머리가 연둣빛 옷과 강렬한 대비를 이루고 있는 여전사 이미지입니다.

그런가 하면 유럽의 어느 귀족의 초상화 같은 작품도 미술관 한켠에 걸렸습니다.

[앵커]

별로 특별한 것이 없어 보이는데, 다른 작품들과 뭐가 다른 거죠?

[기자]

네, 경매작들은 모두 AI, 그러니까 인공지능을 이용해 제작됐습니다.

기본적으로 작가가 있고, 그 작가가 AI 모델을 아예 개발하거나 기존 모델을 학습시키는 식으로 작품을 탄생시킨 건데요.

이런 작품 34개를 모아 경매에 부친 곳은 바로 세계 유명 경매사, 크리스티입니다.

대형 경매사가 주최한 최초의 AI 예술 전용 경매입니다.

이 경매는 현지 시각 지난달 20일부터 5일까지 미국 뉴욕에서 진행됐는데요.

레픽 아나돌, 홀리 헌든 같은 널리 알려진 예술가들의 작품이 경매에 나왔고요.

크리스티 측은 경매가 시작되기 전에 60만 달러 이상, 우리 돈 8억 7천만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니콜 세일즈 자일스/크리스티 디지털 아트 전문가 : "현재 AI 예술은 정말 흥미로운 주제이자 흥미로운 분야입니다. 정말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요. 블록체인과 암호 화폐 커뮤니티에서부터 관심이 생긴 고객들이 있습니다."]

[앵커]

인공 지능을 활용한 그림이 경매까지 붙여진다니 신기한데요.

화가들은 대체 왜 반대를 한 거죠?

[기자]

네 정확히는 작품을 경매에 내놓은 화가를 제외한 다른 화가들이 반대에 나섰는데요.

경매 소식이 알려진 직후부터 인터넷상에 반대 연명 서한이 돌더니, 경매 시작 전까지 6천여 명의 사람들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들이 경매에 반대하는 이유, 한마디로 저작권 침해와 관련이 있습니다.

경매에 나온 작품 일부가 원작자의 승인도 없이 저작권이 있는 작품을 학습한 AI 모델을 통해 만들어진 졌다는 건데요.

그렇다면 이렇게 저작권을 침해해서 만들어진 작품을 경매에 부치는 건, 결국 인간 예술가들이 만든 작품을 도둑질해 가는 것 아니냐, 또 이런 도용을 지지하고 보상해 주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레일라 아민돌레/지식재산권 변호사 : "예술가들은 AI가 생성한 예술의 장기적인 영향과 이 창작물들이 저작권 침해를 조장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매우 우려하고 있습니다."]

[앵커]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군요.

경매를 반대한 화가들 입장이 한편으론 이해가 가는데, 그렇다고 어떤 이미지를 가져다 썼는지 하나하나 따질 수도 없는 것 아닌가요?

[기자]

네 실제 경매사인 크리스티 측, 그리고 AI 예술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예술은 원래 다 그랬어' 이렇게 반박하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항상 예술은 다른 출처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것이죠.

예를 들면 피카소가 엘 그레코 작품에서 큰 영향을 받은 것처럼요.

[니콜 세일즈 자일스/크리스티 디지털 아트 전문가 : "예술가들이 많이들 자기 작품을 설명하면서, 자신들은 AI와 협업하는 것이고 AI가 자신들이 평소에는 할 수 없었던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합니다. AI가 창의력까지 향상시키는 겁니다."]

AI는 인간 예술가들이 창작하는데 도움을 주는 하나의 기술일 뿐이라는 주장인데요.

특히 지금껏 예술이 다른 출처에서 영감을 받았던 것처럼, AI도 디지털 세계에 널린 수만 개 데이터를 학습해서 결과물을 내놓는 것이다, 특정 이미지를 그대로 도용하는 건 아니다, 이렇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앵커]

찬반 의견이 그야말로 팽팽한데요.

그래도 앞으로 AI는 더 발전할 거고, 작품에 활용하는 작가들도 늘어날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기자]

네 AI를 활용한 예술 작품들은 다방면에 걸쳐서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특히 이걸 인간이 만들었다고 해야 할지, 인공지능이 창작했다고 해야 할지 구분이 힘든 작품들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작가가 붓을 잡고 그림을 그리는 동시에 인공지능 로봇팔도 화지를 같이 메꾸고 있는데요.

이번 경매에도 참여한 쑤권 청은 자신을 예술가이자 동시에 예술과 기술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합니다.

[쑤권 청/AI 활용 예술가 : "우리는 AI 시스템 물결의 시작에 있고, 우리가 지금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예술적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제 작업은 인간의 손(의 가치)을 높이 치켜세우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로봇팔은 작가의 20년 동안의 창작물을 학습했고, 생체리듬과도 연동돼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개입이 언제 시작되는지, 인간의 창의성은 어디까지 작용하는 건지, AI 예술은 우리에게 수많은 물음표를 던지고 있습니다.

영상편집:구자람 김주은/자료조사:이장미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