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온누리에 비춰라…전통 등 복원
입력 2025.03.08 (08:27)
수정 2025.03.08 (08:3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우리나라의 전통 ‘등’은 단순히 조명의 역할 뿐 아니라 희망과 평안을 기원하는 상징처럼 여겨져 왔는데요.
천 년 넘게 이어진 연등회는 2012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고, 2020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돼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습니다.
등불로 세상을 환하게 비추고자 했던 선조들의 마음을 보존하고 계승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는데요.
특히 북한 등 복원에 힘을 쏟고 있는 전통 등 공예가를 장예진 리포터가 만났습니다.
함께 보시죠.
[리포트]
과거 ‘한양’이라 불렸던 서울의 옛 모습은 어땠을까요.
옛 서울의 정취를 담아낸 전시장, 천장에 걸린 전통 등이 영롱한 빛으로 주위를 환하게 물들입니다.
[이슬찬/서울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 : "오히려 조선시대에는 이거보다 더 화려한 등들이 많이 만들어졌을 거라고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동식물을 비롯해 일상 속 사물을 표현한 연등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오랜 세월 한반도 전역에서 이어져 온 중요한 전통의 산물이었습니다.
오색빛깔 화려한 등의 모습은 관람객들의 감탄을 자아냈는데요.
[권아영/관람객 : "뭔가 생각보다 더 창의적이고 색채도 과감한 것 같고 다양한 모양이 있다는 게 놀라운 거 같아요."]
등은 남과 북의 여러 지역에서 종교적 의미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화합을 상징하는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합니다.
[이슬찬/서울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 : "북한을 포함해서 연등회는 한반도 전체에 아주 중요한 풍습이었던 거 같습니다. 한반도에 있는 다양한 공간들에서 절을 중심으로 연등회가 이뤄졌습니다."]
전통 등은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그 아름다움을 보존하고 널리 알리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기도 화성의 한 작업장.
전시장을 밝힌 등은 공예가 현재열 씨의 손끝에서 탄생했습니다.
다가오는 5월 열리는 연등회를 앞두고, 준비 작업이 한창인데요.
[현재열/전통 등 공예가 : "(현재 작업하고 계신 등이 몇 개 정도 되나요?) 대형 작업 등은 한 5점 정도 되고요. 소형은 100여 점 정도 작업하고 있습니다."]
연등회는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하는 불교 행사로 삼국시대부터 무려 1,200여 년간 전승돼 왔습니다.
마치 작은 연등회가 열린 듯 다채로운 전통 등이 가득한 작업장에서, 현 작가가 등에 불을 밝힙니다.
["(이건 어떤 등인가요?) 이건 주마등이라고 합니다. (그 ‘주마등처럼 지나간다’의 주마등.)"]
[현재열/전통 등 공예가 : "네 맞습니다. 그래서 이 등은 바람이 불면 바람개비가 돌아가게끔 돼 있는데 (등 안에) 말들이 돌아가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이걸 그림자 등, 영등이라고 합니다."]
자그마한 등부터, 최대 3미터 높이의 등까지.
작품을 완성하는 데에는 짧게는 10일에서 길게는 6개월의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현재열/전통 등 공예가 : "대나무를 먼저 깎아서 등골, 뼈대 작업을 한 뒤에 한지를 붙입니다. 한지를 붙이고 거기에 채색을 하고 하나의 완성품을 내는 겁니다."]
이제는 촛불 대신 전구를 사용하지만 모든 과정은 여전히 수작업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조명이 몇 개 정도 들어가요?) LED 전구가 약 200개."]
수작업에는 불교 문양 등 전통문화와 예술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합니다.
["범종의 종신에 그려져 있던 비천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등불을 마주할 때면, 번뇌와 시름도 잊게 된다는 현재열 작가.
["등을 만들면서 힘들던 모습들이 불을 켤 때 보면 힘들었던 것이 잊혀져요."]
2002년 처음 전통 등의 매력에 빠진 뒤 묵묵히 한 길을 걷고 있습니다.
전통 등은 오랜 세월 한반도 곳곳에서 이어지며 시대와 지역을 초월한 상징을 담고 있는데요.
모양새는 조금씩 다른 특징을 보인다고 합니다.
[현재열/전통 등 공예가 : "여기 있는 등들은 북한 등 복원한 등들이고요. 가장 큰 특징은 직선적이다. 그리고 담백하다."]
이처럼 단순하면서 단아한 모양에 섬세한 장식이 멋스러움을 더하기도 합니다.
["수술인데 술이라고 하죠. 비율로 따졌을 때 북한에서 지금 남아있는 자료에는 등들이 길이가 좀 더 술 길이가 길었지 않았을까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현재열 작가는 언제라도 전통 등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도록 박물관을 건립하는 것이 꿈이라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북한 전통 등을 연구하고 복원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합니다.
북한에서 1957년 발행한 ‘조선공예미술연구’입니다.
이 책은 현 작가에게 북한 등 복원의 토대가 되어 주는 귀한 자료입니다.
[현재열/전통 등 공예가 : "조선시대에 만들었던 등의 형태를 그림으로 그려 놓은 부분과 그 부분을 다시 실물로 해서 사진을 만들어 놓은 부분이 같이 실려 있습니다."]
책에 나온 그림과 사진을 연구해 북한 등 복원에 매진해 나갔다고 하는데요.
고증을 거치며, 자연스럽게 남북 전통 등을 비교할 수 있게 됐습니다.
[현재열/전통 등 공예가 : "북한 등 수박 등은 이 형태가 그림 자료에 남아있는 형태고요. 이 앞에 있는 수박 등은 나이 많은 스님께서 원을 6개 연결해서 이렇게 만들었다고 알려주신 고증된 자료입니다."]
현재 북한에서 공개한 자료를 찾아보기 어려운 만큼, 복원 작업은 지난한 과정이었다고 합니다.
[현재열/전통 등 공예가 : "크기에 대한 문제, 비율 같은 것이 너무 힘들더라고요. 이게 맞는지부터 단지 그림에 있는 걸 끄집어내서 해야 되다 보니 그런 부분이 힘들었습니다."]
현 작가는 2014년부터 연등회 보존위원회에 참여해, 북한 전통 등 복원사업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스님들과 함께, 북한 지역의 자료를 찾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2015년부터 북한 등 전시회를 개최했던 보존위원회에서는 다가오는 연등회에도 북한 등을 공개할 예정인데요.
[진용 스님/연등회보존위원회 사무국장 : "이번 전시 때 공예 박물관 하잖아요. 뭐 나와요? (북한 등 나올 수 있는 게 거북이, 학 그다음에 그다음에 마늘.)"]
전통 등 가치는 남과 북을 아우르는 유산이라고 강조합니다.
[진용 스님/연등회보존위원회 사무국장 : "우리가 그렇게 하듯이(등을 밝히듯이) 북한에서도 그렇게 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그들을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연구가 좀 필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현재, 전통 등 제작자는 전국에 걸쳐 10명 남짓.
부족한 인력과 자료 탓에 복원 작업은 더디지만 함께하는 이들이 조금씩 그 발걸음을 비추고 있습니다.
[진용 스님/연등회보존위원회 사무국장 : "북한도 등을 보니까, 많은 자료가 있지 않은데 오래전부터 등에 관련된 자료가 있더라고요. 오랜 역사 속에서 선조들 때부터 북한이나 남한이나 밝히려고 애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 작가는 한반도 전역에서 전해진 전통 등을 계승해 나가며 불빛을 비춰갈 계획인데요.
[현재열/전통 등 공예가 : "당장 북한에 가서 전통 등을 보고 복원할 수는 없지만 가능하다면 북한에 가서 전통 등을 직접 보고 복원사업을 같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과거에서 현재로, 그리고 남에서 북으로 이어지는 이 빛이 언젠가 하나로 모여, 우리의 미래를 밝혀주길 기대합니다.
우리나라의 전통 ‘등’은 단순히 조명의 역할 뿐 아니라 희망과 평안을 기원하는 상징처럼 여겨져 왔는데요.
천 년 넘게 이어진 연등회는 2012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고, 2020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돼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습니다.
등불로 세상을 환하게 비추고자 했던 선조들의 마음을 보존하고 계승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는데요.
특히 북한 등 복원에 힘을 쏟고 있는 전통 등 공예가를 장예진 리포터가 만났습니다.
함께 보시죠.
[리포트]
과거 ‘한양’이라 불렸던 서울의 옛 모습은 어땠을까요.
옛 서울의 정취를 담아낸 전시장, 천장에 걸린 전통 등이 영롱한 빛으로 주위를 환하게 물들입니다.
[이슬찬/서울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 : "오히려 조선시대에는 이거보다 더 화려한 등들이 많이 만들어졌을 거라고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동식물을 비롯해 일상 속 사물을 표현한 연등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오랜 세월 한반도 전역에서 이어져 온 중요한 전통의 산물이었습니다.
오색빛깔 화려한 등의 모습은 관람객들의 감탄을 자아냈는데요.
[권아영/관람객 : "뭔가 생각보다 더 창의적이고 색채도 과감한 것 같고 다양한 모양이 있다는 게 놀라운 거 같아요."]
등은 남과 북의 여러 지역에서 종교적 의미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화합을 상징하는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합니다.
[이슬찬/서울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 : "북한을 포함해서 연등회는 한반도 전체에 아주 중요한 풍습이었던 거 같습니다. 한반도에 있는 다양한 공간들에서 절을 중심으로 연등회가 이뤄졌습니다."]
전통 등은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그 아름다움을 보존하고 널리 알리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기도 화성의 한 작업장.
전시장을 밝힌 등은 공예가 현재열 씨의 손끝에서 탄생했습니다.
다가오는 5월 열리는 연등회를 앞두고, 준비 작업이 한창인데요.
[현재열/전통 등 공예가 : "(현재 작업하고 계신 등이 몇 개 정도 되나요?) 대형 작업 등은 한 5점 정도 되고요. 소형은 100여 점 정도 작업하고 있습니다."]
연등회는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하는 불교 행사로 삼국시대부터 무려 1,200여 년간 전승돼 왔습니다.
마치 작은 연등회가 열린 듯 다채로운 전통 등이 가득한 작업장에서, 현 작가가 등에 불을 밝힙니다.
["(이건 어떤 등인가요?) 이건 주마등이라고 합니다. (그 ‘주마등처럼 지나간다’의 주마등.)"]
[현재열/전통 등 공예가 : "네 맞습니다. 그래서 이 등은 바람이 불면 바람개비가 돌아가게끔 돼 있는데 (등 안에) 말들이 돌아가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이걸 그림자 등, 영등이라고 합니다."]
자그마한 등부터, 최대 3미터 높이의 등까지.
작품을 완성하는 데에는 짧게는 10일에서 길게는 6개월의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현재열/전통 등 공예가 : "대나무를 먼저 깎아서 등골, 뼈대 작업을 한 뒤에 한지를 붙입니다. 한지를 붙이고 거기에 채색을 하고 하나의 완성품을 내는 겁니다."]
이제는 촛불 대신 전구를 사용하지만 모든 과정은 여전히 수작업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조명이 몇 개 정도 들어가요?) LED 전구가 약 200개."]
수작업에는 불교 문양 등 전통문화와 예술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합니다.
["범종의 종신에 그려져 있던 비천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등불을 마주할 때면, 번뇌와 시름도 잊게 된다는 현재열 작가.
["등을 만들면서 힘들던 모습들이 불을 켤 때 보면 힘들었던 것이 잊혀져요."]
2002년 처음 전통 등의 매력에 빠진 뒤 묵묵히 한 길을 걷고 있습니다.
전통 등은 오랜 세월 한반도 곳곳에서 이어지며 시대와 지역을 초월한 상징을 담고 있는데요.
모양새는 조금씩 다른 특징을 보인다고 합니다.
[현재열/전통 등 공예가 : "여기 있는 등들은 북한 등 복원한 등들이고요. 가장 큰 특징은 직선적이다. 그리고 담백하다."]
이처럼 단순하면서 단아한 모양에 섬세한 장식이 멋스러움을 더하기도 합니다.
["수술인데 술이라고 하죠. 비율로 따졌을 때 북한에서 지금 남아있는 자료에는 등들이 길이가 좀 더 술 길이가 길었지 않았을까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현재열 작가는 언제라도 전통 등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도록 박물관을 건립하는 것이 꿈이라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북한 전통 등을 연구하고 복원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합니다.
북한에서 1957년 발행한 ‘조선공예미술연구’입니다.
이 책은 현 작가에게 북한 등 복원의 토대가 되어 주는 귀한 자료입니다.
[현재열/전통 등 공예가 : "조선시대에 만들었던 등의 형태를 그림으로 그려 놓은 부분과 그 부분을 다시 실물로 해서 사진을 만들어 놓은 부분이 같이 실려 있습니다."]
책에 나온 그림과 사진을 연구해 북한 등 복원에 매진해 나갔다고 하는데요.
고증을 거치며, 자연스럽게 남북 전통 등을 비교할 수 있게 됐습니다.
[현재열/전통 등 공예가 : "북한 등 수박 등은 이 형태가 그림 자료에 남아있는 형태고요. 이 앞에 있는 수박 등은 나이 많은 스님께서 원을 6개 연결해서 이렇게 만들었다고 알려주신 고증된 자료입니다."]
현재 북한에서 공개한 자료를 찾아보기 어려운 만큼, 복원 작업은 지난한 과정이었다고 합니다.
[현재열/전통 등 공예가 : "크기에 대한 문제, 비율 같은 것이 너무 힘들더라고요. 이게 맞는지부터 단지 그림에 있는 걸 끄집어내서 해야 되다 보니 그런 부분이 힘들었습니다."]
현 작가는 2014년부터 연등회 보존위원회에 참여해, 북한 전통 등 복원사업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스님들과 함께, 북한 지역의 자료를 찾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2015년부터 북한 등 전시회를 개최했던 보존위원회에서는 다가오는 연등회에도 북한 등을 공개할 예정인데요.
[진용 스님/연등회보존위원회 사무국장 : "이번 전시 때 공예 박물관 하잖아요. 뭐 나와요? (북한 등 나올 수 있는 게 거북이, 학 그다음에 그다음에 마늘.)"]
전통 등 가치는 남과 북을 아우르는 유산이라고 강조합니다.
[진용 스님/연등회보존위원회 사무국장 : "우리가 그렇게 하듯이(등을 밝히듯이) 북한에서도 그렇게 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그들을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연구가 좀 필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현재, 전통 등 제작자는 전국에 걸쳐 10명 남짓.
부족한 인력과 자료 탓에 복원 작업은 더디지만 함께하는 이들이 조금씩 그 발걸음을 비추고 있습니다.
[진용 스님/연등회보존위원회 사무국장 : "북한도 등을 보니까, 많은 자료가 있지 않은데 오래전부터 등에 관련된 자료가 있더라고요. 오랜 역사 속에서 선조들 때부터 북한이나 남한이나 밝히려고 애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 작가는 한반도 전역에서 전해진 전통 등을 계승해 나가며 불빛을 비춰갈 계획인데요.
[현재열/전통 등 공예가 : "당장 북한에 가서 전통 등을 보고 복원할 수는 없지만 가능하다면 북한에 가서 전통 등을 직접 보고 복원사업을 같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과거에서 현재로, 그리고 남에서 북으로 이어지는 이 빛이 언젠가 하나로 모여, 우리의 미래를 밝혀주길 기대합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통일로 미래로] 온누리에 비춰라…전통 등 복원
-
- 입력 2025-03-08 08:27:19
- 수정2025-03-08 08:34:51

[앵커]
우리나라의 전통 ‘등’은 단순히 조명의 역할 뿐 아니라 희망과 평안을 기원하는 상징처럼 여겨져 왔는데요.
천 년 넘게 이어진 연등회는 2012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고, 2020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돼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습니다.
등불로 세상을 환하게 비추고자 했던 선조들의 마음을 보존하고 계승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는데요.
특히 북한 등 복원에 힘을 쏟고 있는 전통 등 공예가를 장예진 리포터가 만났습니다.
함께 보시죠.
[리포트]
과거 ‘한양’이라 불렸던 서울의 옛 모습은 어땠을까요.
옛 서울의 정취를 담아낸 전시장, 천장에 걸린 전통 등이 영롱한 빛으로 주위를 환하게 물들입니다.
[이슬찬/서울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 : "오히려 조선시대에는 이거보다 더 화려한 등들이 많이 만들어졌을 거라고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동식물을 비롯해 일상 속 사물을 표현한 연등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오랜 세월 한반도 전역에서 이어져 온 중요한 전통의 산물이었습니다.
오색빛깔 화려한 등의 모습은 관람객들의 감탄을 자아냈는데요.
[권아영/관람객 : "뭔가 생각보다 더 창의적이고 색채도 과감한 것 같고 다양한 모양이 있다는 게 놀라운 거 같아요."]
등은 남과 북의 여러 지역에서 종교적 의미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화합을 상징하는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합니다.
[이슬찬/서울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 : "북한을 포함해서 연등회는 한반도 전체에 아주 중요한 풍습이었던 거 같습니다. 한반도에 있는 다양한 공간들에서 절을 중심으로 연등회가 이뤄졌습니다."]
전통 등은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그 아름다움을 보존하고 널리 알리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기도 화성의 한 작업장.
전시장을 밝힌 등은 공예가 현재열 씨의 손끝에서 탄생했습니다.
다가오는 5월 열리는 연등회를 앞두고, 준비 작업이 한창인데요.
[현재열/전통 등 공예가 : "(현재 작업하고 계신 등이 몇 개 정도 되나요?) 대형 작업 등은 한 5점 정도 되고요. 소형은 100여 점 정도 작업하고 있습니다."]
연등회는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하는 불교 행사로 삼국시대부터 무려 1,200여 년간 전승돼 왔습니다.
마치 작은 연등회가 열린 듯 다채로운 전통 등이 가득한 작업장에서, 현 작가가 등에 불을 밝힙니다.
["(이건 어떤 등인가요?) 이건 주마등이라고 합니다. (그 ‘주마등처럼 지나간다’의 주마등.)"]
[현재열/전통 등 공예가 : "네 맞습니다. 그래서 이 등은 바람이 불면 바람개비가 돌아가게끔 돼 있는데 (등 안에) 말들이 돌아가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이걸 그림자 등, 영등이라고 합니다."]
자그마한 등부터, 최대 3미터 높이의 등까지.
작품을 완성하는 데에는 짧게는 10일에서 길게는 6개월의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현재열/전통 등 공예가 : "대나무를 먼저 깎아서 등골, 뼈대 작업을 한 뒤에 한지를 붙입니다. 한지를 붙이고 거기에 채색을 하고 하나의 완성품을 내는 겁니다."]
이제는 촛불 대신 전구를 사용하지만 모든 과정은 여전히 수작업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조명이 몇 개 정도 들어가요?) LED 전구가 약 200개."]
수작업에는 불교 문양 등 전통문화와 예술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합니다.
["범종의 종신에 그려져 있던 비천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등불을 마주할 때면, 번뇌와 시름도 잊게 된다는 현재열 작가.
["등을 만들면서 힘들던 모습들이 불을 켤 때 보면 힘들었던 것이 잊혀져요."]
2002년 처음 전통 등의 매력에 빠진 뒤 묵묵히 한 길을 걷고 있습니다.
전통 등은 오랜 세월 한반도 곳곳에서 이어지며 시대와 지역을 초월한 상징을 담고 있는데요.
모양새는 조금씩 다른 특징을 보인다고 합니다.
[현재열/전통 등 공예가 : "여기 있는 등들은 북한 등 복원한 등들이고요. 가장 큰 특징은 직선적이다. 그리고 담백하다."]
이처럼 단순하면서 단아한 모양에 섬세한 장식이 멋스러움을 더하기도 합니다.
["수술인데 술이라고 하죠. 비율로 따졌을 때 북한에서 지금 남아있는 자료에는 등들이 길이가 좀 더 술 길이가 길었지 않았을까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현재열 작가는 언제라도 전통 등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도록 박물관을 건립하는 것이 꿈이라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북한 전통 등을 연구하고 복원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합니다.
북한에서 1957년 발행한 ‘조선공예미술연구’입니다.
이 책은 현 작가에게 북한 등 복원의 토대가 되어 주는 귀한 자료입니다.
[현재열/전통 등 공예가 : "조선시대에 만들었던 등의 형태를 그림으로 그려 놓은 부분과 그 부분을 다시 실물로 해서 사진을 만들어 놓은 부분이 같이 실려 있습니다."]
책에 나온 그림과 사진을 연구해 북한 등 복원에 매진해 나갔다고 하는데요.
고증을 거치며, 자연스럽게 남북 전통 등을 비교할 수 있게 됐습니다.
[현재열/전통 등 공예가 : "북한 등 수박 등은 이 형태가 그림 자료에 남아있는 형태고요. 이 앞에 있는 수박 등은 나이 많은 스님께서 원을 6개 연결해서 이렇게 만들었다고 알려주신 고증된 자료입니다."]
현재 북한에서 공개한 자료를 찾아보기 어려운 만큼, 복원 작업은 지난한 과정이었다고 합니다.
[현재열/전통 등 공예가 : "크기에 대한 문제, 비율 같은 것이 너무 힘들더라고요. 이게 맞는지부터 단지 그림에 있는 걸 끄집어내서 해야 되다 보니 그런 부분이 힘들었습니다."]
현 작가는 2014년부터 연등회 보존위원회에 참여해, 북한 전통 등 복원사업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스님들과 함께, 북한 지역의 자료를 찾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2015년부터 북한 등 전시회를 개최했던 보존위원회에서는 다가오는 연등회에도 북한 등을 공개할 예정인데요.
[진용 스님/연등회보존위원회 사무국장 : "이번 전시 때 공예 박물관 하잖아요. 뭐 나와요? (북한 등 나올 수 있는 게 거북이, 학 그다음에 그다음에 마늘.)"]
전통 등 가치는 남과 북을 아우르는 유산이라고 강조합니다.
[진용 스님/연등회보존위원회 사무국장 : "우리가 그렇게 하듯이(등을 밝히듯이) 북한에서도 그렇게 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그들을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연구가 좀 필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현재, 전통 등 제작자는 전국에 걸쳐 10명 남짓.
부족한 인력과 자료 탓에 복원 작업은 더디지만 함께하는 이들이 조금씩 그 발걸음을 비추고 있습니다.
[진용 스님/연등회보존위원회 사무국장 : "북한도 등을 보니까, 많은 자료가 있지 않은데 오래전부터 등에 관련된 자료가 있더라고요. 오랜 역사 속에서 선조들 때부터 북한이나 남한이나 밝히려고 애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 작가는 한반도 전역에서 전해진 전통 등을 계승해 나가며 불빛을 비춰갈 계획인데요.
[현재열/전통 등 공예가 : "당장 북한에 가서 전통 등을 보고 복원할 수는 없지만 가능하다면 북한에 가서 전통 등을 직접 보고 복원사업을 같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과거에서 현재로, 그리고 남에서 북으로 이어지는 이 빛이 언젠가 하나로 모여, 우리의 미래를 밝혀주길 기대합니다.
우리나라의 전통 ‘등’은 단순히 조명의 역할 뿐 아니라 희망과 평안을 기원하는 상징처럼 여겨져 왔는데요.
천 년 넘게 이어진 연등회는 2012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고, 2020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돼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습니다.
등불로 세상을 환하게 비추고자 했던 선조들의 마음을 보존하고 계승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는데요.
특히 북한 등 복원에 힘을 쏟고 있는 전통 등 공예가를 장예진 리포터가 만났습니다.
함께 보시죠.
[리포트]
과거 ‘한양’이라 불렸던 서울의 옛 모습은 어땠을까요.
옛 서울의 정취를 담아낸 전시장, 천장에 걸린 전통 등이 영롱한 빛으로 주위를 환하게 물들입니다.
[이슬찬/서울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 : "오히려 조선시대에는 이거보다 더 화려한 등들이 많이 만들어졌을 거라고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동식물을 비롯해 일상 속 사물을 표현한 연등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오랜 세월 한반도 전역에서 이어져 온 중요한 전통의 산물이었습니다.
오색빛깔 화려한 등의 모습은 관람객들의 감탄을 자아냈는데요.
[권아영/관람객 : "뭔가 생각보다 더 창의적이고 색채도 과감한 것 같고 다양한 모양이 있다는 게 놀라운 거 같아요."]
등은 남과 북의 여러 지역에서 종교적 의미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화합을 상징하는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합니다.
[이슬찬/서울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 : "북한을 포함해서 연등회는 한반도 전체에 아주 중요한 풍습이었던 거 같습니다. 한반도에 있는 다양한 공간들에서 절을 중심으로 연등회가 이뤄졌습니다."]
전통 등은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그 아름다움을 보존하고 널리 알리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기도 화성의 한 작업장.
전시장을 밝힌 등은 공예가 현재열 씨의 손끝에서 탄생했습니다.
다가오는 5월 열리는 연등회를 앞두고, 준비 작업이 한창인데요.
[현재열/전통 등 공예가 : "(현재 작업하고 계신 등이 몇 개 정도 되나요?) 대형 작업 등은 한 5점 정도 되고요. 소형은 100여 점 정도 작업하고 있습니다."]
연등회는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하는 불교 행사로 삼국시대부터 무려 1,200여 년간 전승돼 왔습니다.
마치 작은 연등회가 열린 듯 다채로운 전통 등이 가득한 작업장에서, 현 작가가 등에 불을 밝힙니다.
["(이건 어떤 등인가요?) 이건 주마등이라고 합니다. (그 ‘주마등처럼 지나간다’의 주마등.)"]
[현재열/전통 등 공예가 : "네 맞습니다. 그래서 이 등은 바람이 불면 바람개비가 돌아가게끔 돼 있는데 (등 안에) 말들이 돌아가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이걸 그림자 등, 영등이라고 합니다."]
자그마한 등부터, 최대 3미터 높이의 등까지.
작품을 완성하는 데에는 짧게는 10일에서 길게는 6개월의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현재열/전통 등 공예가 : "대나무를 먼저 깎아서 등골, 뼈대 작업을 한 뒤에 한지를 붙입니다. 한지를 붙이고 거기에 채색을 하고 하나의 완성품을 내는 겁니다."]
이제는 촛불 대신 전구를 사용하지만 모든 과정은 여전히 수작업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조명이 몇 개 정도 들어가요?) LED 전구가 약 200개."]
수작업에는 불교 문양 등 전통문화와 예술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합니다.
["범종의 종신에 그려져 있던 비천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등불을 마주할 때면, 번뇌와 시름도 잊게 된다는 현재열 작가.
["등을 만들면서 힘들던 모습들이 불을 켤 때 보면 힘들었던 것이 잊혀져요."]
2002년 처음 전통 등의 매력에 빠진 뒤 묵묵히 한 길을 걷고 있습니다.
전통 등은 오랜 세월 한반도 곳곳에서 이어지며 시대와 지역을 초월한 상징을 담고 있는데요.
모양새는 조금씩 다른 특징을 보인다고 합니다.
[현재열/전통 등 공예가 : "여기 있는 등들은 북한 등 복원한 등들이고요. 가장 큰 특징은 직선적이다. 그리고 담백하다."]
이처럼 단순하면서 단아한 모양에 섬세한 장식이 멋스러움을 더하기도 합니다.
["수술인데 술이라고 하죠. 비율로 따졌을 때 북한에서 지금 남아있는 자료에는 등들이 길이가 좀 더 술 길이가 길었지 않았을까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현재열 작가는 언제라도 전통 등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도록 박물관을 건립하는 것이 꿈이라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북한 전통 등을 연구하고 복원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합니다.
북한에서 1957년 발행한 ‘조선공예미술연구’입니다.
이 책은 현 작가에게 북한 등 복원의 토대가 되어 주는 귀한 자료입니다.
[현재열/전통 등 공예가 : "조선시대에 만들었던 등의 형태를 그림으로 그려 놓은 부분과 그 부분을 다시 실물로 해서 사진을 만들어 놓은 부분이 같이 실려 있습니다."]
책에 나온 그림과 사진을 연구해 북한 등 복원에 매진해 나갔다고 하는데요.
고증을 거치며, 자연스럽게 남북 전통 등을 비교할 수 있게 됐습니다.
[현재열/전통 등 공예가 : "북한 등 수박 등은 이 형태가 그림 자료에 남아있는 형태고요. 이 앞에 있는 수박 등은 나이 많은 스님께서 원을 6개 연결해서 이렇게 만들었다고 알려주신 고증된 자료입니다."]
현재 북한에서 공개한 자료를 찾아보기 어려운 만큼, 복원 작업은 지난한 과정이었다고 합니다.
[현재열/전통 등 공예가 : "크기에 대한 문제, 비율 같은 것이 너무 힘들더라고요. 이게 맞는지부터 단지 그림에 있는 걸 끄집어내서 해야 되다 보니 그런 부분이 힘들었습니다."]
현 작가는 2014년부터 연등회 보존위원회에 참여해, 북한 전통 등 복원사업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스님들과 함께, 북한 지역의 자료를 찾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2015년부터 북한 등 전시회를 개최했던 보존위원회에서는 다가오는 연등회에도 북한 등을 공개할 예정인데요.
[진용 스님/연등회보존위원회 사무국장 : "이번 전시 때 공예 박물관 하잖아요. 뭐 나와요? (북한 등 나올 수 있는 게 거북이, 학 그다음에 그다음에 마늘.)"]
전통 등 가치는 남과 북을 아우르는 유산이라고 강조합니다.
[진용 스님/연등회보존위원회 사무국장 : "우리가 그렇게 하듯이(등을 밝히듯이) 북한에서도 그렇게 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그들을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연구가 좀 필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현재, 전통 등 제작자는 전국에 걸쳐 10명 남짓.
부족한 인력과 자료 탓에 복원 작업은 더디지만 함께하는 이들이 조금씩 그 발걸음을 비추고 있습니다.
[진용 스님/연등회보존위원회 사무국장 : "북한도 등을 보니까, 많은 자료가 있지 않은데 오래전부터 등에 관련된 자료가 있더라고요. 오랜 역사 속에서 선조들 때부터 북한이나 남한이나 밝히려고 애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 작가는 한반도 전역에서 전해진 전통 등을 계승해 나가며 불빛을 비춰갈 계획인데요.
[현재열/전통 등 공예가 : "당장 북한에 가서 전통 등을 보고 복원할 수는 없지만 가능하다면 북한에 가서 전통 등을 직접 보고 복원사업을 같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과거에서 현재로, 그리고 남에서 북으로 이어지는 이 빛이 언젠가 하나로 모여, 우리의 미래를 밝혀주길 기대합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