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보다] 의정 갈등 1년, 무엇을 잃었나?

입력 2025.03.09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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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홍/보건복지부 장관(2024. 2. 6.)
2025학년도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증원하여 현재 3,058명에서 5,058명으로 확대합니다.


전공의 ·의대 교수 집단 사직서 제출

2025학년도 의대 1,509명 증원 확정

하반기 전공의 모집 ‘1.4% 지원’

정부, 전공의 수련 특례·입영 연기 발표

최상목 권한대행, 전공의·의대생에 사과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증원 이전 수준으로"

그 사이 국민들은....


병원 가기 위해 상경한 시민들
"검사하는 데 한 달 걸렸다니까요. 암이라는 게 뭐 아무도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시간을 다퉈서 하는 건데 얼마나 불안합니까?"

"병이 가만히 있나 계속 진행 중이지. 그러니까 환자들은 그 마음이 초조하지."


김윤하 / 전남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지금 배 아픈 것이 얼마에 한 번씩 아파요?”
“정확하게 모르겠어요.”
“지금 이제 자궁에 수축이 오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한 10분에 세 번 정도 그러니까 지금 아기 이거 심장 뛰는 것도 뭐 괜찮고....”


광주의 한 대학병원 산부인과 병동.

고혈압, 당뇨 같은 기저질환이 있거나 쌍둥이를 임신하는 등 이른바 ‘고위험 산모’들이 주로 찾는 병원인데요.

광주 전남지역에선 이들을 받아주는 사실상 유일한 곳입니다.

김윤하 / 전남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고혈압 약이 약 자체가 자궁 수축 억제 효과가 있긴 하거든요?
돌잔치 어디서 해요? 상무지구?
무리하지 말아야 합니다. 약을 줄여보고 퇴원했다가 다시 올 수도 있고...”

20여 개 병상인데, 비어 있는 날을 찾기 힘들 정도입니다.

“지금 환자들이 많아서 최근에 방이 부족해서..”

이 병원에선 지난달 쌍둥이를 임신하고 있던 29주 차 산모가 3시간 거리의 경남 양산으로 이송됐습니다.

응급수술은 할 수 있었지만, 주말엔 미숙아를 받아줄 의료진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김윤하 / 전남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못 받겠다 하니까 할 수 없이 조산 진통 억제제 약을 쓰면서 부산으로 보냈죠.”

병상 45개로 전국 최대 규모이던 이 신생아집중치료실은 전공의 이탈 후 병상을 33개로 줄였습니다.

김윤하 / 전남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작년 추석 때는 4명을 서울로 보냈고, 또 작년 11월쯤에는 아주대병원 쌍둥이 보냈고 그랬습니다.”

다른 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집니다.


뉴스9 (2025. 2. 16.)
“지난 설 연휴, 경남 진주에서 응급 환자가 수술할 의사를 찾지 못해 서울까지 헬기로 이송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대동맥 안쪽 벽이 찢어져 수술이 시급한 70대 여성 환자였는데, 처음 이송된 병원에선 수술할 수 없었던 겁니다.

이 병원에 있던 혈관 전문의가 지난해 떠난 뒤 빈자리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병원마다 응급상황에서 의사가 수술 도구 대신 전화기를 들어야 하는 상황이 늘고 있는 겁니다.

김윤하 / 전남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원광대, 전북대병원에 전화해 보거든요. 마찬가지인데요. 그 환자를 못 받는다고 하면 부산대도 보내고 그런 아주대도 보내고 삼성병원도 보내고 뭐 그런 실정입니다.”


서울의 주요 상급병원에 인접한 수서역.

영하의 날씨에도 이른 아침부터 전국 각지에서 이른바 ‘빅5’ 대형병원을 찾는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집니다.

김준민/부산
"집에서 5시 반 차 타려면 4시 50분, 40분 돼서 나와요."
김경숙/전북 정읍
(몇 시에 나오셨어요?) "집에서 6시. 저기 검사가 있어서."

물론 상당수는 서울에 있는 병원이 더 낫지 않을까 싶어 찾아왔습니다.


서용선/세종
그래도 여기 와서 얘기를 들으면 좀 뭔가 좀 속이 시원한 얘기를 들을 수가 있어서 왔어요.

지방 병원의 진료 대기가 너무 길어 여기까지 왔다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권대녕/부산
부산대도 그렇고 인제대 병원도 그렇고 알아보니까 다 한 달 이상 걸리더라고 딱 상담받기 위해서 그런데 여기 전화하니까 여기가 제일 빨랐어요.

도OO / 부산
(요즘에 예약하기가 힘들어요?) 장난 아니죠. 전쟁이에요, 전쟁. (거기선 얼마나 기다려야 돼요?) 검사만 지금 일주일에 끝내야 할 거를 지금 한 달 거의 다 됐거든요. 검사만 한 달 했어요. 몇 개 되지도 않지만. 너무 심각해요.

지난해 2월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 의료 공백은 지방과 필수과목 중심으로 더 심해졌습니다.

지방의 주요 국립대 병원 9곳 중 7곳은 1년 새 전문의 숫자가 두 자릿수 이상 줄었습니다.

환자를 24시간 돌보며 처방을 내리고, 처치를 하는 ‘담당의’,
수련 중인 전공의의 몫이었는데, 이제는 교수와 전임의가 그 자리를 메우고 있습니다.


최창민 /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실제로 저만 해도 호흡기내과인데 숫자가 적으니까 한 달에 제가 한 7번 정도 당직을 하거든요. 그래서 다음 날도 일을 해야 하고 그런 식으로 이제 계속 근무하다 보니까 지쳐 나가는 거고요.”

겉으론 병원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듯 보였지만, 정작 의료 현장의 교수와 전임의는 피로를 느껴 현장을 떠나고 있습니다.

서울과 수도권 대형병원의 빈자리는 지방 병원의 의사가 채우고 지역의 인력난은 더 심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겁니다.


최창민 /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의료의 미래가 지금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옮길 수 있을 때 옮겨야겠다는 생각이 많아진 겁니다. 그러면 서울에 이제 대형 병원들로 옮기게 되는데요.”

김윤하 / 전남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신생아 집중치료실도 서울에 있는 빅5 특히 아산이나 삼성 같은 데는 꽤 많이 구했다 합니다. 상대적으로 지방에는 오는 사람 없어요.”


의대 증원 발표 후 면허정지, 형사처벌 등 정부의 압박에도 전국의 전공의 1만 5백여 명 중 9천 2백여 명이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났습니다.


그 결과 서울의 빅5 상급병원에서만 전체 의사 숫자가 35% 넘게 줄었습니다.


정상적인 수술실 운영이 어려워졌고 간암, 위암, 폐암, 대장암 등 주요 암 수술 건수가 눈에 띄게 감소했습니다.


수도권 대형병원의 흉부외과 전공의였던 이 남성.

병원을 떠난 지 1년이 넘었습니다.


사직 전공의
"제일 안타까웠던 거는 그래도 ‘환자를 치료하고 싶었는데’라는 마음이 제일 컸거든요. 그래서 안타까웠던 건데."

의정 갈등 이전부터 이른바 ‘기피 과’의 상황은 심각했습니다.


필수 의료 과목인데도 외면받는 과의 경우, 낮은 건강보험 수가와 높은 업무 강도, 의료사고 위험 때문인데, 단순히 의사 수를 늘려서는 해결할 수 없다고 그는 지적합니다.

사직 전공의
"정부가 굉장히 잘못 생각한 게 ‘필수과 사람들이 왜 안 가는 것 같아?’ 이렇게 하니까 ‘힘들어서 그렇죠’. ‘그래 그러면 의사 수가 많으면 괜찮아지겠네’라고 하면서 아마 그런 식으로 해결을 하려고 하셨던 것 같아요."

이번 사태가 있기 전, 주요 대학병원에서 전공의는 전체 의사의 30~40%를 차지했습니다.

주 80시간 근무에 월급 400만 원 수준, 상대적으로 값싼 인력이 빠져나간 겁니다.


정재훈 / 고려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
"낮은 인건비를 구성할 수 있었던 큰 이유는 전공의와 전임의라고 하는 의사 인력이 낮은 임금으로 높은 수준의 노동 강도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거든요. 지금의 의정 갈등이라고 하는 것이 전공의와 전임의의 사직으로 이어졌고, 그렇기 때문에 그런 낮은 인건비로 의료를 공급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 됐기 때문에"

의료기관에서 제때 진료조차 못 받는 상황,

정부는 지난해 상급병원 지원 등 의료 공백에 대응하기 위해 3조 3천여억 원을 투입했습니다.


이 가운데 2조 8천여억 원은 국민건강보험 재정이었습니다.


인천항에서 배로 1시간 거리의 옹진군 자월도.


주민 700여 명에 병원은커녕 약국 하나 없습니다.

유일한 의료기관은 이 보건지소입니다.


이곳에 배치된 공중보건의 4명 가운데 치과와 한의사를 빼면 일반의사는 2명뿐입니다.


김재현 / 자월도 공중보건의
"보건지소 이외에는 의료기관이 없기 때문에 공중보건의사 2명이서 365일 동안 쉬는 날 없이 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한 주민이 손가락을 크게 다쳐 찾아왔지만, 육지로 나가 봉합하기로 했습니다.

김재현 / 자월도 공중보건의
"오전 중에 이제 이동하셔야지 그날 당일에 진료를 볼 수 있으시고요. 또 당일에 돌아오지 못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보통 1박 2일이나 2박 3일 일정으로..."

응급상황에서는 헬기나 해경정을 이용하는데 밤이나 강풍이 불 때는 그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정수민/ 자월도 보건지소 간호사
"응급환자의 대처가 힘들기 때문에 의사 선생님의 공백이 생기면 지소 운영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공중보건의마저 이제는 정원을 채우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올해 병무청이 모집한 공중보건의는 250명,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의정 갈등으로 올해 의사면허를 딴 사람이 크게 줄고, 군의관 수급난까지 겹쳐진 결과입니다.

여기에 집단 휴학 중인 의대생 상당수가 군 입대를 선택하면서, 여파는 10년 뒤까지 이어질 거란 분석도 나옵니다.


10개월 가까이 이어진 강대강 대치에 계엄 포고령에는 의사들의 현장 복귀를 강제하는 내용까지 포함됐습니다.


해가 바뀌자, 정부는 의정 갈등을 사과하며 한발 물러서는 모양샙니다.


최상목/대통령 권한대행(1월10일)
"26년 의과대학 정원 확대 규모도 제로베이스에서 유연하게 협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전공의 추가 모집에도 사직 전공의 대부분은 아직 복귀하지 않고 있습니다.

뉴스7 (1월 20일)
올해 3월부터 수련을 이어갈 전공의들을 모집했지만, 지원율이 2.2%에 머물렀습니다. 정부가 입영 연기와 수련 특례 조치를 제안하며 전공의 복귀를 설득했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2026학년도 대입 전형 확정까지 50일 남겨둔 상황.

정부는 일단 내년도 모집 인원은 증원 전 수준으로 되돌리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의대생들이 이달 안에 강의실로 돌아오는 조건이 붙었습니다.

의대 정원 문제를 독립된 추계위원회에서 논의하자는 관련 법 개정안도 국회 첫 문턱을 넘었습니다.

홍윤철 / 서울대 예방의학과 교수
"추계와 조정에 관한 문제를 다룰 위원회를 서로가 합의해서 만들고 위원회에서 결정한 어떤 사안을 충분히 정책 반영을 하는 이런 게 가장 기본적이겠죠. 그다음에 이제 학생들도 정상적으로 수업을 받고 또 그러면서 전공의들도 병원으로 돌아오고 이러한 과정이 필요할 것 같고"

새 학기가 시작됐습니다.


증원의 수혜를 본 신입생조차 수업을 거부한 상황에서 내년도 모집인원을 되돌리겠다는 방침이 의대 교육 정상화로 이어질지 관심입니다.

지역 병원과 필수 과의 인력난은 이 순간에도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홍윤철 / 서울대 예방의학과 교수
"의사를 그냥 늘려버리면 지역에서 의학 교육을 받았다 하더라도 아마 수도권으로 대부분 다시 올라올 겁니다. 그렇게 되면 지역 불균형 문제는 더 커지는 것입니다."


환자들은 받아줄 병원이 없을 수 있다는 불안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하인숙 /부산
"두 달 걸렸어요. 그리고 이제 병원 이리저리 알아보고 한다고 거의 한 3개월 걸렸죠."

당장의 혼란보다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게 더 힘들 거란 목소리도 있습니다.


사직 전공의
"의사 3억 원 벌면서 왜 사직을 하냐, 너희 그보다 돈 더 벌려고 밥그릇 지키려고 하냐 이러면서 실제로 그때 응급실에서 치료 조금 지연되니까 돈 많이 받는 것들이 왜 이런 거 안 하냐 이러면서 컴플레인 건 사람도 있었고요."

지역 불균형과 필수 의료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시작한 의대 정원 증원.

그리고 이어진 의정 갈등 1년, 갈등의 청구서는 국민에게 날아들고 있습니다.

#의정 갈등 #전공의 #의료공백 #암수술 #대학병원 #응급실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의대생 #의대

취재: 석민수
촬영감독: 조선기 설태훈
촬영기자: 김성현 오광택
편집: 최정연
그래픽: 장수현
리서처: 한혜민
조연출: 심은별 이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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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보다] 의정 갈등 1년, 무엇을 잃었나?
    • 입력 2025-03-09 23:12:59
    사회

조규홍/보건복지부 장관(2024. 2. 6.)
2025학년도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증원하여 현재 3,058명에서 5,058명으로 확대합니다.


전공의 ·의대 교수 집단 사직서 제출

2025학년도 의대 1,509명 증원 확정

하반기 전공의 모집 ‘1.4% 지원’

정부, 전공의 수련 특례·입영 연기 발표

최상목 권한대행, 전공의·의대생에 사과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증원 이전 수준으로"

그 사이 국민들은....


병원 가기 위해 상경한 시민들
"검사하는 데 한 달 걸렸다니까요. 암이라는 게 뭐 아무도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시간을 다퉈서 하는 건데 얼마나 불안합니까?"

"병이 가만히 있나 계속 진행 중이지. 그러니까 환자들은 그 마음이 초조하지."


김윤하 / 전남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지금 배 아픈 것이 얼마에 한 번씩 아파요?”
“정확하게 모르겠어요.”
“지금 이제 자궁에 수축이 오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한 10분에 세 번 정도 그러니까 지금 아기 이거 심장 뛰는 것도 뭐 괜찮고....”


광주의 한 대학병원 산부인과 병동.

고혈압, 당뇨 같은 기저질환이 있거나 쌍둥이를 임신하는 등 이른바 ‘고위험 산모’들이 주로 찾는 병원인데요.

광주 전남지역에선 이들을 받아주는 사실상 유일한 곳입니다.

김윤하 / 전남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고혈압 약이 약 자체가 자궁 수축 억제 효과가 있긴 하거든요?
돌잔치 어디서 해요? 상무지구?
무리하지 말아야 합니다. 약을 줄여보고 퇴원했다가 다시 올 수도 있고...”

20여 개 병상인데, 비어 있는 날을 찾기 힘들 정도입니다.

“지금 환자들이 많아서 최근에 방이 부족해서..”

이 병원에선 지난달 쌍둥이를 임신하고 있던 29주 차 산모가 3시간 거리의 경남 양산으로 이송됐습니다.

응급수술은 할 수 있었지만, 주말엔 미숙아를 받아줄 의료진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김윤하 / 전남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못 받겠다 하니까 할 수 없이 조산 진통 억제제 약을 쓰면서 부산으로 보냈죠.”

병상 45개로 전국 최대 규모이던 이 신생아집중치료실은 전공의 이탈 후 병상을 33개로 줄였습니다.

김윤하 / 전남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작년 추석 때는 4명을 서울로 보냈고, 또 작년 11월쯤에는 아주대병원 쌍둥이 보냈고 그랬습니다.”

다른 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집니다.


뉴스9 (2025. 2. 16.)
“지난 설 연휴, 경남 진주에서 응급 환자가 수술할 의사를 찾지 못해 서울까지 헬기로 이송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대동맥 안쪽 벽이 찢어져 수술이 시급한 70대 여성 환자였는데, 처음 이송된 병원에선 수술할 수 없었던 겁니다.

이 병원에 있던 혈관 전문의가 지난해 떠난 뒤 빈자리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병원마다 응급상황에서 의사가 수술 도구 대신 전화기를 들어야 하는 상황이 늘고 있는 겁니다.

김윤하 / 전남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원광대, 전북대병원에 전화해 보거든요. 마찬가지인데요. 그 환자를 못 받는다고 하면 부산대도 보내고 그런 아주대도 보내고 삼성병원도 보내고 뭐 그런 실정입니다.”


서울의 주요 상급병원에 인접한 수서역.

영하의 날씨에도 이른 아침부터 전국 각지에서 이른바 ‘빅5’ 대형병원을 찾는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집니다.

김준민/부산
"집에서 5시 반 차 타려면 4시 50분, 40분 돼서 나와요."
김경숙/전북 정읍
(몇 시에 나오셨어요?) "집에서 6시. 저기 검사가 있어서."

물론 상당수는 서울에 있는 병원이 더 낫지 않을까 싶어 찾아왔습니다.


서용선/세종
그래도 여기 와서 얘기를 들으면 좀 뭔가 좀 속이 시원한 얘기를 들을 수가 있어서 왔어요.

지방 병원의 진료 대기가 너무 길어 여기까지 왔다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권대녕/부산
부산대도 그렇고 인제대 병원도 그렇고 알아보니까 다 한 달 이상 걸리더라고 딱 상담받기 위해서 그런데 여기 전화하니까 여기가 제일 빨랐어요.

도OO / 부산
(요즘에 예약하기가 힘들어요?) 장난 아니죠. 전쟁이에요, 전쟁. (거기선 얼마나 기다려야 돼요?) 검사만 지금 일주일에 끝내야 할 거를 지금 한 달 거의 다 됐거든요. 검사만 한 달 했어요. 몇 개 되지도 않지만. 너무 심각해요.

지난해 2월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 의료 공백은 지방과 필수과목 중심으로 더 심해졌습니다.

지방의 주요 국립대 병원 9곳 중 7곳은 1년 새 전문의 숫자가 두 자릿수 이상 줄었습니다.

환자를 24시간 돌보며 처방을 내리고, 처치를 하는 ‘담당의’,
수련 중인 전공의의 몫이었는데, 이제는 교수와 전임의가 그 자리를 메우고 있습니다.


최창민 /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실제로 저만 해도 호흡기내과인데 숫자가 적으니까 한 달에 제가 한 7번 정도 당직을 하거든요. 그래서 다음 날도 일을 해야 하고 그런 식으로 이제 계속 근무하다 보니까 지쳐 나가는 거고요.”

겉으론 병원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듯 보였지만, 정작 의료 현장의 교수와 전임의는 피로를 느껴 현장을 떠나고 있습니다.

서울과 수도권 대형병원의 빈자리는 지방 병원의 의사가 채우고 지역의 인력난은 더 심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겁니다.


최창민 /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의료의 미래가 지금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옮길 수 있을 때 옮겨야겠다는 생각이 많아진 겁니다. 그러면 서울에 이제 대형 병원들로 옮기게 되는데요.”

김윤하 / 전남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신생아 집중치료실도 서울에 있는 빅5 특히 아산이나 삼성 같은 데는 꽤 많이 구했다 합니다. 상대적으로 지방에는 오는 사람 없어요.”


의대 증원 발표 후 면허정지, 형사처벌 등 정부의 압박에도 전국의 전공의 1만 5백여 명 중 9천 2백여 명이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났습니다.


그 결과 서울의 빅5 상급병원에서만 전체 의사 숫자가 35% 넘게 줄었습니다.


정상적인 수술실 운영이 어려워졌고 간암, 위암, 폐암, 대장암 등 주요 암 수술 건수가 눈에 띄게 감소했습니다.


수도권 대형병원의 흉부외과 전공의였던 이 남성.

병원을 떠난 지 1년이 넘었습니다.


사직 전공의
"제일 안타까웠던 거는 그래도 ‘환자를 치료하고 싶었는데’라는 마음이 제일 컸거든요. 그래서 안타까웠던 건데."

의정 갈등 이전부터 이른바 ‘기피 과’의 상황은 심각했습니다.


필수 의료 과목인데도 외면받는 과의 경우, 낮은 건강보험 수가와 높은 업무 강도, 의료사고 위험 때문인데, 단순히 의사 수를 늘려서는 해결할 수 없다고 그는 지적합니다.

사직 전공의
"정부가 굉장히 잘못 생각한 게 ‘필수과 사람들이 왜 안 가는 것 같아?’ 이렇게 하니까 ‘힘들어서 그렇죠’. ‘그래 그러면 의사 수가 많으면 괜찮아지겠네’라고 하면서 아마 그런 식으로 해결을 하려고 하셨던 것 같아요."

이번 사태가 있기 전, 주요 대학병원에서 전공의는 전체 의사의 30~40%를 차지했습니다.

주 80시간 근무에 월급 400만 원 수준, 상대적으로 값싼 인력이 빠져나간 겁니다.


정재훈 / 고려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
"낮은 인건비를 구성할 수 있었던 큰 이유는 전공의와 전임의라고 하는 의사 인력이 낮은 임금으로 높은 수준의 노동 강도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거든요. 지금의 의정 갈등이라고 하는 것이 전공의와 전임의의 사직으로 이어졌고, 그렇기 때문에 그런 낮은 인건비로 의료를 공급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 됐기 때문에"

의료기관에서 제때 진료조차 못 받는 상황,

정부는 지난해 상급병원 지원 등 의료 공백에 대응하기 위해 3조 3천여억 원을 투입했습니다.


이 가운데 2조 8천여억 원은 국민건강보험 재정이었습니다.


인천항에서 배로 1시간 거리의 옹진군 자월도.


주민 700여 명에 병원은커녕 약국 하나 없습니다.

유일한 의료기관은 이 보건지소입니다.


이곳에 배치된 공중보건의 4명 가운데 치과와 한의사를 빼면 일반의사는 2명뿐입니다.


김재현 / 자월도 공중보건의
"보건지소 이외에는 의료기관이 없기 때문에 공중보건의사 2명이서 365일 동안 쉬는 날 없이 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한 주민이 손가락을 크게 다쳐 찾아왔지만, 육지로 나가 봉합하기로 했습니다.

김재현 / 자월도 공중보건의
"오전 중에 이제 이동하셔야지 그날 당일에 진료를 볼 수 있으시고요. 또 당일에 돌아오지 못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보통 1박 2일이나 2박 3일 일정으로..."

응급상황에서는 헬기나 해경정을 이용하는데 밤이나 강풍이 불 때는 그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정수민/ 자월도 보건지소 간호사
"응급환자의 대처가 힘들기 때문에 의사 선생님의 공백이 생기면 지소 운영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공중보건의마저 이제는 정원을 채우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올해 병무청이 모집한 공중보건의는 250명,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의정 갈등으로 올해 의사면허를 딴 사람이 크게 줄고, 군의관 수급난까지 겹쳐진 결과입니다.

여기에 집단 휴학 중인 의대생 상당수가 군 입대를 선택하면서, 여파는 10년 뒤까지 이어질 거란 분석도 나옵니다.


10개월 가까이 이어진 강대강 대치에 계엄 포고령에는 의사들의 현장 복귀를 강제하는 내용까지 포함됐습니다.


해가 바뀌자, 정부는 의정 갈등을 사과하며 한발 물러서는 모양샙니다.


최상목/대통령 권한대행(1월10일)
"26년 의과대학 정원 확대 규모도 제로베이스에서 유연하게 협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전공의 추가 모집에도 사직 전공의 대부분은 아직 복귀하지 않고 있습니다.

뉴스7 (1월 20일)
올해 3월부터 수련을 이어갈 전공의들을 모집했지만, 지원율이 2.2%에 머물렀습니다. 정부가 입영 연기와 수련 특례 조치를 제안하며 전공의 복귀를 설득했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2026학년도 대입 전형 확정까지 50일 남겨둔 상황.

정부는 일단 내년도 모집 인원은 증원 전 수준으로 되돌리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의대생들이 이달 안에 강의실로 돌아오는 조건이 붙었습니다.

의대 정원 문제를 독립된 추계위원회에서 논의하자는 관련 법 개정안도 국회 첫 문턱을 넘었습니다.

홍윤철 / 서울대 예방의학과 교수
"추계와 조정에 관한 문제를 다룰 위원회를 서로가 합의해서 만들고 위원회에서 결정한 어떤 사안을 충분히 정책 반영을 하는 이런 게 가장 기본적이겠죠. 그다음에 이제 학생들도 정상적으로 수업을 받고 또 그러면서 전공의들도 병원으로 돌아오고 이러한 과정이 필요할 것 같고"

새 학기가 시작됐습니다.


증원의 수혜를 본 신입생조차 수업을 거부한 상황에서 내년도 모집인원을 되돌리겠다는 방침이 의대 교육 정상화로 이어질지 관심입니다.

지역 병원과 필수 과의 인력난은 이 순간에도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홍윤철 / 서울대 예방의학과 교수
"의사를 그냥 늘려버리면 지역에서 의학 교육을 받았다 하더라도 아마 수도권으로 대부분 다시 올라올 겁니다. 그렇게 되면 지역 불균형 문제는 더 커지는 것입니다."


환자들은 받아줄 병원이 없을 수 있다는 불안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하인숙 /부산
"두 달 걸렸어요. 그리고 이제 병원 이리저리 알아보고 한다고 거의 한 3개월 걸렸죠."

당장의 혼란보다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게 더 힘들 거란 목소리도 있습니다.


사직 전공의
"의사 3억 원 벌면서 왜 사직을 하냐, 너희 그보다 돈 더 벌려고 밥그릇 지키려고 하냐 이러면서 실제로 그때 응급실에서 치료 조금 지연되니까 돈 많이 받는 것들이 왜 이런 거 안 하냐 이러면서 컴플레인 건 사람도 있었고요."

지역 불균형과 필수 의료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시작한 의대 정원 증원.

그리고 이어진 의정 갈등 1년, 갈등의 청구서는 국민에게 날아들고 있습니다.

#의정 갈등 #전공의 #의료공백 #암수술 #대학병원 #응급실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의대생 #의대

취재: 석민수
촬영감독: 조선기 설태훈
촬영기자: 김성현 오광택
편집: 최정연
그래픽: 장수현
리서처: 한혜민
조연출: 심은별 이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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