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닮은 로봇 '휴머노이드'가 온다
얼굴, 신체 그리고 지능까지.

2035년 휴머노이드 시장 규모, 약 54조 6,000억 원.
휴머노이드 140만 대 출하 예상
미래 먹거리, 주인은?
압도적 자본 미국? 무서운 추격자 중국?

중국 항저우. 빌딩 숲속 평범한 건물.
얼마 전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 본사가 있는 곳입니다.

카메라와 취재진이 익숙하다는 듯 맞이하는 건물 관리인.
KBS 외에도 미국, 싱가포르, 독일 등 딥시크를 취재하러 온 외신들이 많았지만, 딥시크 측에서 모두 인터뷰를 거절했다고 말합니다.

결국 KBS 취재진도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은 물론, 그 어떤 딥시크 관계자도 만날 수 없었습니다.
챗GPT 개발비의 약 6%에 불과한 비용으로 유사한 성능을 보여준 딥시크는 전 세계를 큰 충격에 빠트렸고, '딥시크 쇼크'로 미국과 중국의 AI 패권 경쟁은 더욱 격화됐습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챗GPT 등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생성형 AI를 모니터 밖으로 끌어낼 방법까지 찾아 나섰습니다.

전문가들은 '물리적 AI' 경쟁이 심화할 경우, 인간형 로봇(이하 휴머노이드)이 새로운 격전지가 될 것이라고 예고합니다.

문형필 교수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부 “AI 경쟁이 결국은 어떻게 구체화 될 것이냐의 문제로 귀착이 될 텐데, 그중 하나가 휴머노이드 로봇이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습니다.” |
■ '압도적 자본력' 미국의 휴머노이드
막강한 자본력으로 20세기 이후 주요 산업에서 패권을 유지해 온 미국.
로봇 산업에서도 다르지 않습니다.
미국의 스타트업 피규어AI는 '알아서 일하는 휴머노이드' 피규어 02를 공개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정리해 봐'라는 말 한마디에, 처음 보는 물건들을 적합한 위치에 놓는 휴머노이드들.
지난해부터는 BMW 공장에 피규어 02가 실험적으로 투입되기도 했습니다.

피규어AI는 공장에 투입된 휴머노이드가 하루 1,000개의 자동차 부품을 조립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휴머노이드로 테슬라의 '옵티머스'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지난해 10월 열린 테슬라의 '위 로봇(We, Robot)' 행사.
춤을 추고, 사람들에게 술을 따르며 어울리는 휴머노이드 영상이 공개돼 화제가 됐습니다.

공개된 휴머노이드 중 가장 우수하다는 평을 받는데, 전기차를 만들며 축적한 자율주행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김범준 교수 /카이스트 김재철AI대학원 "SLAM(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이라는 기술이 있어요. 내가 어디 있는지 위치를 파악하면서 주변의 지도도 동시에 만든다. 이런 뜻이거든요. 그 알고리즘은 휴머노이드에도, 자율주행 자동차에도 똑같이 들어가는 알고리즘이거든요." |
테슬라는 올해 옵티머스 1만 대를 제작하고, 점차 대량 생산으로 가격을 낮출 계획입니다.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중장기적으로 목표하는 가격은 2만~3만 달러입니다.
■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 무서운 추격자 '중국'
이런 미국을 무섭게 추격하는 나라는 중국입니다.
올해 초, 중국 춘절 공연으로 화제가 된 로봇.

중국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H1입니다. 키 180cm, 성인 남성과 비슷한 크기로 다양한 동작을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로봇을 만든 회사, 유니트리를 KBS 취재진이 직접 방문했습니다.

다양한 로봇들을 체험하는 방문객들. 하루에 많게는 500명이 이 전시관을 찾는데, 단연 인기는 휴머노이드 G1 로봇입니다.
H1을 보완한 보급형 휴머노이드 G1은 움직임이 더 자연스러워졌습니다.

균형을 잡으며 잘 달리고, 걷는 자세도 사람에 가깝습니다.
가장 놀라운 건, 가격입니다. 한 대에 2천만 원대로, 유니트리는 핵심 부품을 직접 생산해 제조 원가를 낮췄습니다.
황자웨이/유니트리 마케팅 디렉터 “최종 조립과 출고는 모두 우리가 직접 합니다. 핵심 부품은 우리가 직접 생산하고, 일부는 외부에서 생산한 뒤에 우리가 직접 조립합니다.” (혹시 공장 볼 수 있어요?) “비밀입니다.” |
회사의 다음 목표는 인간의 조종 없이 로봇이 스스로 행동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찾는 겁니다. 로봇 개를 통해, 휴머노이드에도 적용할 AI 모델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의 로봇 스타트업. 지난해 공개된 휴머노이드 중 68.8%가 중국에서 생산한 로봇이었습니다.

올해부터 휴머노이드를 대량 생산하고, 2027년엔 세계 시장 선두를 차지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육성 정책이 성과를 내기 시작한 겁니다.
황자웨이/유니트리 마케팅 디렉터 “스마트 제조와 생산력 강화를 위해 정부로부터 큰 지원을 받았습니다. 직원들은 ‘인재 전용 주택’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고, 생산과 업무에서도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최근엔 거리 한복판에서 교통 안내를 하는 로봇과 방송 기자를 대신해 인터뷰하는 휴머노이드가 공개되는 등 중국 ‘로봇 굴기’에 속도가 붙고 있습니다.

문형필 교수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부 “휴머노이드를 만들고 싶다 하면, 필요한 게 여러 가지가 있는데, 모터도 있어야 하고, 기어 감속기도 있어야 하고, 그걸 운영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도 있어야 하고. 그런데, 이것을 다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소위 말하는 산업 생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미 갖춰져 있고, 그 자체 생태계를 기반으로 기술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게 중국의 최근 모습인 것 같습니다.” |
■ 2005년 '한국 휴머노이드' 휴보와 마루를 기억하십니까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한국도 로봇 산업을 주도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 주도로 개발한 로봇, 휴보와 마루입니다.
사물을 인식하고 대화하던 로봇, 마루.

이제는 생기를 잃은 채 말없이 전시관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마루 아빠’ 유범재 교수. 당시엔 휴머노이드를 어디에 쓸 수 있냐는 물음에
누구도 답을 내놓지 못했고, 정부의 관심이 빠르게 식었다고 말합니다.
단기적인 성과를 중시하는 국내 연구개발 시스템의 한계였습니다.
유범재/한국과학기술연구원 휴머노이드연구단 교수 “우리나라가 연구 개발을 하더라도 굉장히 단기적이에요. 3년, 5년 이렇게 해서 그 안에 실적을 내야 하는. 그런데 AI도 그렇고 언제부턴가 그렇게 단기적으로 확 따라잡을 수 있는 그런 기술들이 아니게 된 거예요.” |
■ 미국과 중국 휴머노이드 산업 성장 … 한국 정부도 '이제야 관심'
정부가 휴머노이드에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텁니다. 미국과 중국의 성과가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텁니다.
한덕수/당시 대통령 권한 대행 (2024년 12월) “생산성을 한층 더 높여줄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 차세대 방위산업에 필수적인 첨단 항공엔진기술 등도 신규 지정할 계획입니다.” |
정부는 로봇 산업 연구개발 예산을 올해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린 데 이어, 국가 첨단 전략기술로 지정해 각종 보조금과 인재 양성까지 지원할 계획입니다.

로봇 연구자들은 이번 기회에 제조 기반과 인력 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장병탁/서울대학교 AI 연구원장 “보통 기계공학만 하던 사람은 AI나 소프트웨어가 아무래도 교육이 덜 돼 있고, AI만 교육하는 경우에는 전통적인 로봇이나 이런 하드웨어의 물리적인 AI에 대한 훈련이 안 되어 있고. 그래서 국가적으로 그런 인력이 먼저 양성이 돼야 하고.” 조규진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연구를 하는 사람들, 그리고 공간과 이런 여러 가지 생태계들을 한번 같이 보면서 키워가는 방향으로 가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
■ 한국 휴머노이드, 어디로 가야 하나
우리는 다시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국내 휴머노이드 제조회사, 에이로봇. 로봇 ‘앨리스4’에게 인간의 행동을 따라 하게 하는 ‘모방학습’이 한창입니다.

물통을 집어 옮겨 담는 일. 사람에겐 쉽지만, 로봇이 스스로 판단해 힘과 동작을 조절하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앨리스는 더 많은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매일 2시간씩 다양한 동작을 연습합니다.
로봇이 스스로 판단해 몸을 움직일 수 있게 하는 AI, 이른바 ‘신체화 지능’을 고민하는 겁니다.
한재권 /에이로봇 CTO 겸 한양대학교 교수 “리모컨으로, 프로그래밍으로 일하는 건 시대가 지났어요. 자율적으로 스스로 사람 말을 알아들으면 얼마나 잘 알아들을 수 있는지. 뭔가 일을 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보여주면 ‘우리도 되는구나’ 하면서 많은 분들이 같이할 수 있지 않을까.” |
연구자 2천여 명이 모인 국내 최대 규모의 로봇 학술 대회. 올해도 각 대학 연구실과 기업들이 가져온 로봇들로 가득합니다.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한 스타트업이 공개한 휴머노이드입니다.
아직 움직일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업체는 3개월 안에 보행까지 가능한 형태로 개발할 계획입니다.

‘뉴 페이스’의 등장, 로봇 연구자들은 긍정적인 신호라며 반깁니다.
조규진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새로운 사용 용도를 발굴해서 거기에 맞춰서 또 로봇을 만들고, 그런 걸 하려면 가벼운 스타트업이 여러 가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연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창업이 일어나는 이런 흐름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인간을 닮은 로봇을 꿈꾸는 연구자들.
노상준/광주과학기술원 AI융합학과 “사과를 던졌다 받기도 하고, 그런 복잡한 작업을 AI 기반으로 데이터도 모으고.” 조익현/ 계명대학교 기계공학과 “사회 도움이 되는 로봇을 만들되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하고 싶습니다.” 문성준/ 경북대학교 로봇공학과 “함께 달리면서 놀 수 있는 휴머노이드를 개발하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
미국, 중국에 비해서 결코 뒤쳐지지 않는 우리 연구진. 로봇 연구자들은 꾸준한 관심과 충분한 지원만 있다면 우리도 휴머노이드 경쟁 속에서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고 자신합니다.
김범준 교수/카이스트 김재철AI 대학원 “학생들이 과연 미국이나 중국에 있는 학생들에 비해서 뭐 더 알아야 할 걸 모르느냐 하면, 그것도 아닌 것 같아서. 더 관심을 갖고 이쪽에 좀 더 지원을 많이 해주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AI 패권경쟁 #휴머노이드 #미·중 기술전쟁 #로봇산업 #자율 AI #미래 기술 #휴머노이드
취재: 최은진
촬영감독: 강우용, 조선기
편집:이기승
그래픽: 장수현
리서처: 권현서 채희주
조연출: 심은별 이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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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보다] 로봇이 깨어났다…휴머노이드 ‘패권 경쟁’
-
- 입력 2025-03-09 23:13:12
인간을 닮은 로봇 '휴머노이드'가 온다
얼굴, 신체 그리고 지능까지.

2035년 휴머노이드 시장 규모, 약 54조 6,000억 원.
휴머노이드 140만 대 출하 예상
미래 먹거리, 주인은?
압도적 자본 미국? 무서운 추격자 중국?

중국 항저우. 빌딩 숲속 평범한 건물.
얼마 전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 본사가 있는 곳입니다.

카메라와 취재진이 익숙하다는 듯 맞이하는 건물 관리인.
KBS 외에도 미국, 싱가포르, 독일 등 딥시크를 취재하러 온 외신들이 많았지만, 딥시크 측에서 모두 인터뷰를 거절했다고 말합니다.

결국 KBS 취재진도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은 물론, 그 어떤 딥시크 관계자도 만날 수 없었습니다.
챗GPT 개발비의 약 6%에 불과한 비용으로 유사한 성능을 보여준 딥시크는 전 세계를 큰 충격에 빠트렸고, '딥시크 쇼크'로 미국과 중국의 AI 패권 경쟁은 더욱 격화됐습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챗GPT 등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생성형 AI를 모니터 밖으로 끌어낼 방법까지 찾아 나섰습니다.

전문가들은 '물리적 AI' 경쟁이 심화할 경우, 인간형 로봇(이하 휴머노이드)이 새로운 격전지가 될 것이라고 예고합니다.

문형필 교수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부 “AI 경쟁이 결국은 어떻게 구체화 될 것이냐의 문제로 귀착이 될 텐데, 그중 하나가 휴머노이드 로봇이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습니다.” |
■ '압도적 자본력' 미국의 휴머노이드
막강한 자본력으로 20세기 이후 주요 산업에서 패권을 유지해 온 미국.
로봇 산업에서도 다르지 않습니다.
미국의 스타트업 피규어AI는 '알아서 일하는 휴머노이드' 피규어 02를 공개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정리해 봐'라는 말 한마디에, 처음 보는 물건들을 적합한 위치에 놓는 휴머노이드들.
지난해부터는 BMW 공장에 피규어 02가 실험적으로 투입되기도 했습니다.

피규어AI는 공장에 투입된 휴머노이드가 하루 1,000개의 자동차 부품을 조립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휴머노이드로 테슬라의 '옵티머스'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지난해 10월 열린 테슬라의 '위 로봇(We, Robot)' 행사.
춤을 추고, 사람들에게 술을 따르며 어울리는 휴머노이드 영상이 공개돼 화제가 됐습니다.

공개된 휴머노이드 중 가장 우수하다는 평을 받는데, 전기차를 만들며 축적한 자율주행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김범준 교수 /카이스트 김재철AI대학원 "SLAM(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이라는 기술이 있어요. 내가 어디 있는지 위치를 파악하면서 주변의 지도도 동시에 만든다. 이런 뜻이거든요. 그 알고리즘은 휴머노이드에도, 자율주행 자동차에도 똑같이 들어가는 알고리즘이거든요." |
테슬라는 올해 옵티머스 1만 대를 제작하고, 점차 대량 생산으로 가격을 낮출 계획입니다.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중장기적으로 목표하는 가격은 2만~3만 달러입니다.
■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 무서운 추격자 '중국'
이런 미국을 무섭게 추격하는 나라는 중국입니다.
올해 초, 중국 춘절 공연으로 화제가 된 로봇.

중국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H1입니다. 키 180cm, 성인 남성과 비슷한 크기로 다양한 동작을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로봇을 만든 회사, 유니트리를 KBS 취재진이 직접 방문했습니다.

다양한 로봇들을 체험하는 방문객들. 하루에 많게는 500명이 이 전시관을 찾는데, 단연 인기는 휴머노이드 G1 로봇입니다.
H1을 보완한 보급형 휴머노이드 G1은 움직임이 더 자연스러워졌습니다.

균형을 잡으며 잘 달리고, 걷는 자세도 사람에 가깝습니다.
가장 놀라운 건, 가격입니다. 한 대에 2천만 원대로, 유니트리는 핵심 부품을 직접 생산해 제조 원가를 낮췄습니다.
황자웨이/유니트리 마케팅 디렉터 “최종 조립과 출고는 모두 우리가 직접 합니다. 핵심 부품은 우리가 직접 생산하고, 일부는 외부에서 생산한 뒤에 우리가 직접 조립합니다.” (혹시 공장 볼 수 있어요?) “비밀입니다.” |
회사의 다음 목표는 인간의 조종 없이 로봇이 스스로 행동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찾는 겁니다. 로봇 개를 통해, 휴머노이드에도 적용할 AI 모델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의 로봇 스타트업. 지난해 공개된 휴머노이드 중 68.8%가 중국에서 생산한 로봇이었습니다.

올해부터 휴머노이드를 대량 생산하고, 2027년엔 세계 시장 선두를 차지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육성 정책이 성과를 내기 시작한 겁니다.
황자웨이/유니트리 마케팅 디렉터 “스마트 제조와 생산력 강화를 위해 정부로부터 큰 지원을 받았습니다. 직원들은 ‘인재 전용 주택’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고, 생산과 업무에서도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최근엔 거리 한복판에서 교통 안내를 하는 로봇과 방송 기자를 대신해 인터뷰하는 휴머노이드가 공개되는 등 중국 ‘로봇 굴기’에 속도가 붙고 있습니다.

문형필 교수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부 “휴머노이드를 만들고 싶다 하면, 필요한 게 여러 가지가 있는데, 모터도 있어야 하고, 기어 감속기도 있어야 하고, 그걸 운영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도 있어야 하고. 그런데, 이것을 다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소위 말하는 산업 생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미 갖춰져 있고, 그 자체 생태계를 기반으로 기술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게 중국의 최근 모습인 것 같습니다.” |
■ 2005년 '한국 휴머노이드' 휴보와 마루를 기억하십니까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한국도 로봇 산업을 주도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 주도로 개발한 로봇, 휴보와 마루입니다.
사물을 인식하고 대화하던 로봇, 마루.

이제는 생기를 잃은 채 말없이 전시관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마루 아빠’ 유범재 교수. 당시엔 휴머노이드를 어디에 쓸 수 있냐는 물음에
누구도 답을 내놓지 못했고, 정부의 관심이 빠르게 식었다고 말합니다.
단기적인 성과를 중시하는 국내 연구개발 시스템의 한계였습니다.
유범재/한국과학기술연구원 휴머노이드연구단 교수 “우리나라가 연구 개발을 하더라도 굉장히 단기적이에요. 3년, 5년 이렇게 해서 그 안에 실적을 내야 하는. 그런데 AI도 그렇고 언제부턴가 그렇게 단기적으로 확 따라잡을 수 있는 그런 기술들이 아니게 된 거예요.” |
■ 미국과 중국 휴머노이드 산업 성장 … 한국 정부도 '이제야 관심'
정부가 휴머노이드에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텁니다. 미국과 중국의 성과가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텁니다.
한덕수/당시 대통령 권한 대행 (2024년 12월) “생산성을 한층 더 높여줄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 차세대 방위산업에 필수적인 첨단 항공엔진기술 등도 신규 지정할 계획입니다.” |
정부는 로봇 산업 연구개발 예산을 올해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린 데 이어, 국가 첨단 전략기술로 지정해 각종 보조금과 인재 양성까지 지원할 계획입니다.

로봇 연구자들은 이번 기회에 제조 기반과 인력 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장병탁/서울대학교 AI 연구원장 “보통 기계공학만 하던 사람은 AI나 소프트웨어가 아무래도 교육이 덜 돼 있고, AI만 교육하는 경우에는 전통적인 로봇이나 이런 하드웨어의 물리적인 AI에 대한 훈련이 안 되어 있고. 그래서 국가적으로 그런 인력이 먼저 양성이 돼야 하고.” 조규진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연구를 하는 사람들, 그리고 공간과 이런 여러 가지 생태계들을 한번 같이 보면서 키워가는 방향으로 가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
■ 한국 휴머노이드, 어디로 가야 하나
우리는 다시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국내 휴머노이드 제조회사, 에이로봇. 로봇 ‘앨리스4’에게 인간의 행동을 따라 하게 하는 ‘모방학습’이 한창입니다.

물통을 집어 옮겨 담는 일. 사람에겐 쉽지만, 로봇이 스스로 판단해 힘과 동작을 조절하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앨리스는 더 많은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매일 2시간씩 다양한 동작을 연습합니다.
로봇이 스스로 판단해 몸을 움직일 수 있게 하는 AI, 이른바 ‘신체화 지능’을 고민하는 겁니다.
한재권 /에이로봇 CTO 겸 한양대학교 교수 “리모컨으로, 프로그래밍으로 일하는 건 시대가 지났어요. 자율적으로 스스로 사람 말을 알아들으면 얼마나 잘 알아들을 수 있는지. 뭔가 일을 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보여주면 ‘우리도 되는구나’ 하면서 많은 분들이 같이할 수 있지 않을까.” |
연구자 2천여 명이 모인 국내 최대 규모의 로봇 학술 대회. 올해도 각 대학 연구실과 기업들이 가져온 로봇들로 가득합니다.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한 스타트업이 공개한 휴머노이드입니다.
아직 움직일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업체는 3개월 안에 보행까지 가능한 형태로 개발할 계획입니다.

‘뉴 페이스’의 등장, 로봇 연구자들은 긍정적인 신호라며 반깁니다.
조규진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새로운 사용 용도를 발굴해서 거기에 맞춰서 또 로봇을 만들고, 그런 걸 하려면 가벼운 스타트업이 여러 가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연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창업이 일어나는 이런 흐름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인간을 닮은 로봇을 꿈꾸는 연구자들.
노상준/광주과학기술원 AI융합학과 “사과를 던졌다 받기도 하고, 그런 복잡한 작업을 AI 기반으로 데이터도 모으고.” 조익현/ 계명대학교 기계공학과 “사회 도움이 되는 로봇을 만들되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하고 싶습니다.” 문성준/ 경북대학교 로봇공학과 “함께 달리면서 놀 수 있는 휴머노이드를 개발하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
미국, 중국에 비해서 결코 뒤쳐지지 않는 우리 연구진. 로봇 연구자들은 꾸준한 관심과 충분한 지원만 있다면 우리도 휴머노이드 경쟁 속에서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고 자신합니다.
김범준 교수/카이스트 김재철AI 대학원 “학생들이 과연 미국이나 중국에 있는 학생들에 비해서 뭐 더 알아야 할 걸 모르느냐 하면, 그것도 아닌 것 같아서. 더 관심을 갖고 이쪽에 좀 더 지원을 많이 해주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AI 패권경쟁 #휴머노이드 #미·중 기술전쟁 #로봇산업 #자율 AI #미래 기술 #휴머노이드
취재: 최은진
촬영감독: 강우용, 조선기
편집:이기승
그래픽: 장수현
리서처: 권현서 채희주
조연출: 심은별 이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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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 기자 ejch@kbs.co.kr
최은진 기자의 기사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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