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고상돈 키드”…조좌진 대한산악연맹 신임 회장의 山 사랑
입력 2025.03.12 (11:19)
수정 2025.03.1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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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제22대 대한산악연맹 회장으로 취임한 조좌진 회장(65). 회장 선거 당시 단독 출마했는데 사실상 산악계에서 추대한 기업가(DYPNF 회장)다. 조 회장은 서울 경복고등학교를 다닐 때 산악부 생활을 했다. 시골(전남 담양) 출신이어서 산을 원래부터 좋아했다. 산에 그야말로 진심이었다.
조 회장은 "어느 정도 산을 좋아했냐면 고등학교 다닐 때 도봉산 선인봉 아래에 텐트를 쳐놓고 한 달 동안 거기서 학교에 다닌 적 있다. 혼자 하면 심심하니까 친구를 한 명씩 바꿔가면서 산에서 학교에 다녔다. 부모님이 공부하라고 서울로 올려보냈는데 공부 안 하고 산에만 갔으니 얼마나 답답하셨겠어요?"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그나마 제가 성장해서 사업이라도 좀 하고 성공해서 다행인 거죠."라고 했다.
스스로를 '고상돈 키드'라고도 말했다. "저도 고상돈 키드입니다. 1977년 고상돈 대원이 에베레스트(해발 8,848m)를 올라갔어요(한국 최초 기록). 고등학생 때인데 원정대의 귀국 축하 카퍼레이드를 봤다. 등반 전시회도 구경 다녔다."
대한산악연맹 회장으로 취임한 지 2주. 조 회장은 국내 산악계에 잘 알려진 인물이 아니었지만 동·하계 올림픽 종목을 보유한 국내 유일한 종목 단체 수장으로서 신뢰감이 묻어났다. 다음은 KBS와 조 회장의 일문일답이다.

◆ 취임 후 2주 동안 바쁘게 지냈는데, 느낌은?
-지역 연맹 회장 취임 행사에 참여하고 여기저기 선후배들 인사도 다녔다.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산에 대해 잊혔던 것들을 다시 생각하게 되고 하여튼 무지 행복하고 좋다. 산과 관련된 쪽에서 일하게 돼 큰 영광이다. 굉장히 어깨가 무겁기도 하다. 4년 동안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 연맹의 사업과 행정이 '고산 등반'에서 '스포츠클라이밍' 쪽으로 많이 이동했다. 어느 정도 실감?
-요즘 젊은 세대들이 좋아하는 스포츠클라이밍은 쉽게 접할 수 있는 스포츠가 됐다. 이렇게 바뀐 산행 문화를 어떻게 잘 발전시켜 가느냐가 중요하다.
◆ 두 번의 올림픽에서 스포츠클라이밍 메달을 따는 데 실패했다. 국제경쟁력을 어떻게 키워갈 것인가?
-서채현 선수의 올림픽 경기를 본 적 있다. 주먹을 불끈 쥐고 응원했다. (메달 획득 실패 때) 되게 안타까웠다. 제가 연맹 회장이 될 줄도 모르고 그걸 봤다. 취임한 지 얼마 안 돼 섣불리 뭘 어떻게 하겠다고 말하는 것보다 앞으로 체계적인 준비를 해가도록 하겠다. K-클라이밍을 어디까지 발전시킬지 짜임새 있는 계획서를 만들어보겠다.
◆ 9월 스포츠클라이밍 세계선수권이 열린다. 준비를 잘해야 할 텐데요.
-참가 인원이 800여 명이나 되는 아주 큰 대회다. 두 개 업체에서 후원해 주고 있는데, 국가 예산을 받는 데 집중할 생각이다. 아직 준비가 덜 돼 있는데 이 대회를 위해 뛰어다니고 있다. 다음 주에도 이와 관련해 사람들을 만난다.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위해서도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는 잘 치러져야 한다.
◆ 산악스키까지, 연맹은 동·하계 올림픽 종목을 보유한 유일한 종목 단체다.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데 와일드카드라도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어야 하는데요.
-지난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우리 산악스키 선수 한 명이 다쳤다. 장미란 차관과 유승민 대한체육회장도 병문안을 왔다. 산악스키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다. 훈련장을 제대로 구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선수 기반도 약하고 사람들도 종목을 잘 모르는데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 이번 주말에 용평에서 아시안컵 겸 강원도지사배 전국 산악스키대회가 열린다. 이런 것들도 잘 홍보해야 한다.

◆ 과거로 다시 돌아가 2022년 경복고 개교 100주년 기념 네팔 푸캉 원정대 단장을 맡았죠?
-내가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늘 히말라야에 대한 어떤 동경, 가보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버킷 리스트 1위였다. 마침, 모교 100주년 기념이 있어 산에 가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처음에는 에베레스트에 가려고 했지만, 상업화되어 있어 네팔 정부에 부탁해 미답봉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추천받은 곳이 푸캉(해발 6,694m)이었다. 이전에 프랑스와 스페인 원정대가 등정에 도전했지만 실패한 곳이었다. 김미곤 대장이 등반을 이끌고, 내가 원정대 단장을 맡았다. 나는 베이스캠프에 있었지만, 다른 동료들이 정상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푸캉 원정대는 이듬해인 2023년 대한민국 산악상 시상식에서 '개척상'을 받았다.
◆ 마지막으로 산에 대한 어떤 철학을 갖고 있나요?
-이 질문을 받으면 머리가 하얘진다. 왜냐하면 그냥 좋은 건데 그것을 정의해야 하니까. 내 마음의 고향 같은 곳, 그냥 가고 싶은 곳이다. 과거 췌장암 말기를 선고받았지만 이겨냈다. 암과 싸워가는 10년 동안 관악산을 수없이 올라갔다. 처음엔 500m 올라가는 것도 힘들었지만 조금씩 거리를 늘려가며 정상을 바라봤다. 산이 있어서 좋고, 산이 있어서 항상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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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고상돈 키드”…조좌진 대한산악연맹 신임 회장의 山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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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3-12 11:19:32
- 수정2025-03-12 11:35:23

지난달 26일 제22대 대한산악연맹 회장으로 취임한 조좌진 회장(65). 회장 선거 당시 단독 출마했는데 사실상 산악계에서 추대한 기업가(DYPNF 회장)다. 조 회장은 서울 경복고등학교를 다닐 때 산악부 생활을 했다. 시골(전남 담양) 출신이어서 산을 원래부터 좋아했다. 산에 그야말로 진심이었다.
조 회장은 "어느 정도 산을 좋아했냐면 고등학교 다닐 때 도봉산 선인봉 아래에 텐트를 쳐놓고 한 달 동안 거기서 학교에 다닌 적 있다. 혼자 하면 심심하니까 친구를 한 명씩 바꿔가면서 산에서 학교에 다녔다. 부모님이 공부하라고 서울로 올려보냈는데 공부 안 하고 산에만 갔으니 얼마나 답답하셨겠어요?"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그나마 제가 성장해서 사업이라도 좀 하고 성공해서 다행인 거죠."라고 했다.
스스로를 '고상돈 키드'라고도 말했다. "저도 고상돈 키드입니다. 1977년 고상돈 대원이 에베레스트(해발 8,848m)를 올라갔어요(한국 최초 기록). 고등학생 때인데 원정대의 귀국 축하 카퍼레이드를 봤다. 등반 전시회도 구경 다녔다."
대한산악연맹 회장으로 취임한 지 2주. 조 회장은 국내 산악계에 잘 알려진 인물이 아니었지만 동·하계 올림픽 종목을 보유한 국내 유일한 종목 단체 수장으로서 신뢰감이 묻어났다. 다음은 KBS와 조 회장의 일문일답이다.

◆ 취임 후 2주 동안 바쁘게 지냈는데, 느낌은?
-지역 연맹 회장 취임 행사에 참여하고 여기저기 선후배들 인사도 다녔다.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산에 대해 잊혔던 것들을 다시 생각하게 되고 하여튼 무지 행복하고 좋다. 산과 관련된 쪽에서 일하게 돼 큰 영광이다. 굉장히 어깨가 무겁기도 하다. 4년 동안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 연맹의 사업과 행정이 '고산 등반'에서 '스포츠클라이밍' 쪽으로 많이 이동했다. 어느 정도 실감?
-요즘 젊은 세대들이 좋아하는 스포츠클라이밍은 쉽게 접할 수 있는 스포츠가 됐다. 이렇게 바뀐 산행 문화를 어떻게 잘 발전시켜 가느냐가 중요하다.
◆ 두 번의 올림픽에서 스포츠클라이밍 메달을 따는 데 실패했다. 국제경쟁력을 어떻게 키워갈 것인가?
-서채현 선수의 올림픽 경기를 본 적 있다. 주먹을 불끈 쥐고 응원했다. (메달 획득 실패 때) 되게 안타까웠다. 제가 연맹 회장이 될 줄도 모르고 그걸 봤다. 취임한 지 얼마 안 돼 섣불리 뭘 어떻게 하겠다고 말하는 것보다 앞으로 체계적인 준비를 해가도록 하겠다. K-클라이밍을 어디까지 발전시킬지 짜임새 있는 계획서를 만들어보겠다.
◆ 9월 스포츠클라이밍 세계선수권이 열린다. 준비를 잘해야 할 텐데요.
-참가 인원이 800여 명이나 되는 아주 큰 대회다. 두 개 업체에서 후원해 주고 있는데, 국가 예산을 받는 데 집중할 생각이다. 아직 준비가 덜 돼 있는데 이 대회를 위해 뛰어다니고 있다. 다음 주에도 이와 관련해 사람들을 만난다.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위해서도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는 잘 치러져야 한다.
◆ 산악스키까지, 연맹은 동·하계 올림픽 종목을 보유한 유일한 종목 단체다.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데 와일드카드라도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어야 하는데요.
-지난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우리 산악스키 선수 한 명이 다쳤다. 장미란 차관과 유승민 대한체육회장도 병문안을 왔다. 산악스키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다. 훈련장을 제대로 구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선수 기반도 약하고 사람들도 종목을 잘 모르는데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 이번 주말에 용평에서 아시안컵 겸 강원도지사배 전국 산악스키대회가 열린다. 이런 것들도 잘 홍보해야 한다.

◆ 과거로 다시 돌아가 2022년 경복고 개교 100주년 기념 네팔 푸캉 원정대 단장을 맡았죠?
-내가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늘 히말라야에 대한 어떤 동경, 가보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버킷 리스트 1위였다. 마침, 모교 100주년 기념이 있어 산에 가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처음에는 에베레스트에 가려고 했지만, 상업화되어 있어 네팔 정부에 부탁해 미답봉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추천받은 곳이 푸캉(해발 6,694m)이었다. 이전에 프랑스와 스페인 원정대가 등정에 도전했지만 실패한 곳이었다. 김미곤 대장이 등반을 이끌고, 내가 원정대 단장을 맡았다. 나는 베이스캠프에 있었지만, 다른 동료들이 정상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푸캉 원정대는 이듬해인 2023년 대한민국 산악상 시상식에서 '개척상'을 받았다.
◆ 마지막으로 산에 대한 어떤 철학을 갖고 있나요?
-이 질문을 받으면 머리가 하얘진다. 왜냐하면 그냥 좋은 건데 그것을 정의해야 하니까. 내 마음의 고향 같은 곳, 그냥 가고 싶은 곳이다. 과거 췌장암 말기를 선고받았지만 이겨냈다. 암과 싸워가는 10년 동안 관악산을 수없이 올라갔다. 처음엔 500m 올라가는 것도 힘들었지만 조금씩 거리를 늘려가며 정상을 바라봤다. 산이 있어서 좋고, 산이 있어서 항상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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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병일 기자 sbi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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