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세영의 우승으로 마무리된 전영오픈은 한 편의 드라마와 같았다. 일본의 야마구치와 맞붙은 준결승에서 허벅지 부상 여파로, 중국 왕즈이와의 결승은 그야말로 대혈투였다. 파견 형식으로 배드민턴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정훈민 삼성생명 감독조차 안세영의 우승에 대해 "말 그대로 역사를 쓴 경기"였다고 표현했다.
■ 피로 누적에 체력적 부담 심했던 안세영, 이 점을 노렸던 상대 왕즈이
안세영은 전영오픈 결승에 완벽한 몸 상태로 나서지 못했다. 일단 전영오픈을 포함해 올 시즌 출전한 4개 대회 모두 결승에 오르면서, 대회당 5번의 경기를 치른 것이 결국 극심한 피로 누적으로 이어졌다. 반대로 말하면 안세영은 항상 본인보다 경기를 덜 치르고,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상대해야 했다.
결승에서 맞붙은 왕즈이도 마찬가지였다. 안세영이 우승한 직전 대회 오를레앙 마스터스에서, 왕즈이는 8강전에서 천위페이에 지며 탈락했다. 어찌 보면 그만큼 체력을 비축할 수 있었다.
그 점을 노린 것인지 왕즈이는 원래 공격적이었던 플레이 스타일을 안세영과의 결승에서 '버티기'로 바꿔 나섰다. 정훈민 감독은 "안세영의 체력적인 상태를 왕즈이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올 시즌 초 말레이시아오픈 대회에서는 안세영을 상대로 공격적인 성향을 많이 보이다가 안세영의 수비에 막혀서 스스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번 결승에서는 완전히 다른 전략으로 나섰더라. 같이 많이 뛰고, 체력전으로 가자는 전술인 것 같았다. 그걸 먼저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그렇게 좋은 경기력이 나올 줄은 몰랐는데 왕즈이도 대단하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 바람도 도와주지 않았던 결승전, 믿을 건 안세영의 정신력뿐
왕즈이의 전술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 안세영은 1세트를 내줬고, 2세트도 쉽지 않았다. 거기에는 바람의 영향도 있었다. 정 감독은 "코트에 바람의 영향이 많았다. 1세트를 시작했는데 안세영 쪽에서 왕즈이 쪽으로 바람이 센 듯 느껴졌다. 왕즈이가 세게 밀어도, 좀처럼 아웃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코트가 바뀌는 2세트에 우리도 그걸 이용하자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또 왕즈이가 잘 버텼다. 거기에다 세영이가 다리에 쥐가 나기도 했다. 정말 이기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그런 안세영에게, 무기는 오로지 정신력뿐이었다. 1시간 30분이 넘는 경기에서 정훈민 감독은 안세영에게 "우리 정신 차려야 된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했고, 안세영은 집중했다. 안세영은 경기 후 BWF와의 인터뷰에서도 "결승전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말도 못 하겠다"고 털어놨을 정도다. 정 감독은 "전술보다도 정신력을 믿었다. 여러 상황을 놓고 볼 때 왕즈이가 이겨야 하는 경기였는데, 안세영은 끝까지 버티며 승리를 가져왔다. 정말 대단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안세영이 왜 최고인지 제대로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 스스로 열고, 이어가고 있는 '안세영의 시대'…한국 배드민턴의 과제도 던져
올 시즌 출전한 4개 대회에서 20연승 무패로 4연속 우승. 안세영의 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안세영이 새 역사를 거듭할수록, 아쉬운 부분이 있다. 배드민턴협회가 여전히 어지럽고, 대표팀의 체계적 운영도 여전히 힘들다는 점이다.
중국의 예를 든다면, 어느 한 대회에서 중국의 A 선수가 안세영을 만나 탈락했다고 치면, 다음 라운드에서 중국의 B 선수는 안세영에 대해 더 세밀한 분석 결과를 적용해 전략을 바꾼다. 상대에 대한 분석이 실시간으로 계속 이뤄지고, 대표팀 차원에서 공유되는 것이다. 따라서 갈수록 중국 선수들을 상대하는 것이 까다로워지고 있다. 안세영이 스스로 열었고, 또 이어가고 있는 '안세영의 시대'를 유지하기 위해, 또 한국 배드민턴의 영광을 잇기 위해서 전영오픈이 던져준 과제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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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력도, 바람도 힘들었지만…” 안세영 전영오픈 탈환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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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3-17 17:53:36

안세영의 우승으로 마무리된 전영오픈은 한 편의 드라마와 같았다. 일본의 야마구치와 맞붙은 준결승에서 허벅지 부상 여파로, 중국 왕즈이와의 결승은 그야말로 대혈투였다. 파견 형식으로 배드민턴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정훈민 삼성생명 감독조차 안세영의 우승에 대해 "말 그대로 역사를 쓴 경기"였다고 표현했다.
■ 피로 누적에 체력적 부담 심했던 안세영, 이 점을 노렸던 상대 왕즈이
안세영은 전영오픈 결승에 완벽한 몸 상태로 나서지 못했다. 일단 전영오픈을 포함해 올 시즌 출전한 4개 대회 모두 결승에 오르면서, 대회당 5번의 경기를 치른 것이 결국 극심한 피로 누적으로 이어졌다. 반대로 말하면 안세영은 항상 본인보다 경기를 덜 치르고,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상대해야 했다.
결승에서 맞붙은 왕즈이도 마찬가지였다. 안세영이 우승한 직전 대회 오를레앙 마스터스에서, 왕즈이는 8강전에서 천위페이에 지며 탈락했다. 어찌 보면 그만큼 체력을 비축할 수 있었다.
그 점을 노린 것인지 왕즈이는 원래 공격적이었던 플레이 스타일을 안세영과의 결승에서 '버티기'로 바꿔 나섰다. 정훈민 감독은 "안세영의 체력적인 상태를 왕즈이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올 시즌 초 말레이시아오픈 대회에서는 안세영을 상대로 공격적인 성향을 많이 보이다가 안세영의 수비에 막혀서 스스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번 결승에서는 완전히 다른 전략으로 나섰더라. 같이 많이 뛰고, 체력전으로 가자는 전술인 것 같았다. 그걸 먼저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그렇게 좋은 경기력이 나올 줄은 몰랐는데 왕즈이도 대단하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 바람도 도와주지 않았던 결승전, 믿을 건 안세영의 정신력뿐
왕즈이의 전술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 안세영은 1세트를 내줬고, 2세트도 쉽지 않았다. 거기에는 바람의 영향도 있었다. 정 감독은 "코트에 바람의 영향이 많았다. 1세트를 시작했는데 안세영 쪽에서 왕즈이 쪽으로 바람이 센 듯 느껴졌다. 왕즈이가 세게 밀어도, 좀처럼 아웃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코트가 바뀌는 2세트에 우리도 그걸 이용하자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또 왕즈이가 잘 버텼다. 거기에다 세영이가 다리에 쥐가 나기도 했다. 정말 이기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그런 안세영에게, 무기는 오로지 정신력뿐이었다. 1시간 30분이 넘는 경기에서 정훈민 감독은 안세영에게 "우리 정신 차려야 된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했고, 안세영은 집중했다. 안세영은 경기 후 BWF와의 인터뷰에서도 "결승전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말도 못 하겠다"고 털어놨을 정도다. 정 감독은 "전술보다도 정신력을 믿었다. 여러 상황을 놓고 볼 때 왕즈이가 이겨야 하는 경기였는데, 안세영은 끝까지 버티며 승리를 가져왔다. 정말 대단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안세영이 왜 최고인지 제대로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 스스로 열고, 이어가고 있는 '안세영의 시대'…한국 배드민턴의 과제도 던져
올 시즌 출전한 4개 대회에서 20연승 무패로 4연속 우승. 안세영의 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안세영이 새 역사를 거듭할수록, 아쉬운 부분이 있다. 배드민턴협회가 여전히 어지럽고, 대표팀의 체계적 운영도 여전히 힘들다는 점이다.
중국의 예를 든다면, 어느 한 대회에서 중국의 A 선수가 안세영을 만나 탈락했다고 치면, 다음 라운드에서 중국의 B 선수는 안세영에 대해 더 세밀한 분석 결과를 적용해 전략을 바꾼다. 상대에 대한 분석이 실시간으로 계속 이뤄지고, 대표팀 차원에서 공유되는 것이다. 따라서 갈수록 중국 선수들을 상대하는 것이 까다로워지고 있다. 안세영이 스스로 열었고, 또 이어가고 있는 '안세영의 시대'를 유지하기 위해, 또 한국 배드민턴의 영광을 잇기 위해서 전영오픈이 던져준 과제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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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솔지 기자 solji26@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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