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나는 폐기물 한가득”…청주 외곽 곳곳 몸살

입력 2025.03.18 (16:32) 수정 2025.03.18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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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충북 청주시 평동의 한 밭에 정체 불명의 흙더미를 쏟아붓기 전, 굴착기로 땅을 파내는 모습 (주민 촬영 영상).지난 1일, 충북 청주시 평동의 한 밭에 정체 불명의 흙더미를 쏟아붓기 전, 굴착기로 땅을 파내는 모습 (주민 촬영 영상).

최근 충북 청주시 외곽 지역 마을 곳곳이 각종 폐기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퇴비, 동물 뼈, 비닐, 생활 쓰레기 등이 뒤섞인 흙을 누군가 몰래 버리면서 주민들이 악취에 고통받고 있습니다. 개인 밭부터 종중 땅, 농지 조성 공사 현장 등 피해 지점도 다양한데요. 문제가 된 곳들은 인적이 드물거나 주민 수가 적은 외곽 농촌 마을이라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 #1. "땅 판 뒤 정체 불명 흙더미 쏟아 부어… 악취 진동"

먼저 충북 청주시 평동으로 가봅니다. 지난 1일, 한 마을 주민이 KBS에 제보했습니다. 어디서 왔는지 모를 화물차가 동네 밭에 음식물쓰레기를 버리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당시 마을 주민이 직접 촬영한 당시 영상과 사진을 확보해 살펴봤습니다. 밭 입구엔 큰 화물차가 주차돼 있었고, 안쪽에서 굴착기가 땅을 파내고 시커먼 흙을 쏟아붓는 성토 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굴착기 주변 땅에서는 뜨거운 김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지난 3일,  충북 청주시 평동의 한 밭 입구에  정체 불명 흙더미를 실은 화물차가 서 있는 모습 (주민 촬영 영상).지난 3일, 충북 청주시 평동의 한 밭 입구에 정체 불명 흙더미를 실은 화물차가 서 있는 모습 (주민 촬영 영상).

제보한 주민은 땅 주인은 아닙니다. "마을에 누군가 음식물 쓰레기처럼 심한 악취가 나는 흙을 대거 쏟아붓고 있어, 미심쩍은 생각에 일단 현장을 촬영했다"고 밝혔습니다. 피해 사실은 충북 청주시 흥덕구청에도 신고됐습니다.

마을 주민들의 목격담을 종합해 보면 지난 1일 새벽 6시쯤부터 정오까지 일대 땅을 7미터가량 파낸 뒤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흙더미 수십 톤을 쏟아붓는 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주민들은 "이날 이른 아침엔 가축 분뇨 냄새가 났고, 오후에 다시 왔을 땐 시큼한 냄새의 악취가 진동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주민 신고 9일 뒤 찾은 성토 현장. 작업을 하던 굴착기가 그대로 있는 모습.주민 신고 9일 뒤 찾은 성토 현장. 작업을 하던 굴착기가 그대로 있는 모습.

발생 9일 뒤인 지난 10일, 취재진이 현장을 찾았습니다. 땅을 파던 굴착기는 밭에 그대로 있었고, 7m 넘게 파인 땅 옆으로는 흙이 잔뜩 쌓여있었습니다. 울퉁불퉁한 땅 사이로 간간이 오물이 보이기도 했는데요. 깊게 파인 땅 아래로는 오염된 물이 가득했습니다.

주민들의 호소대로 현장엔 악취가 진동했습니다. 땅 주인이 업체에 맡겨 퇴비를 깐 것은 아닐지, 주민들에게 물었는데요. 민들은 "수십 년 농사를 지어봤는데, 퇴비에선 그런 냄새가 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7m 넘는 깊이로 파인 땅 아래로 오염된 물이 가득한 모습.7m 넘는 깊이로 파인 땅 아래로 오염된 물이 가득한 모습.

일대 농민들도 아우성입니다. 악취도 악취지만, 지하수가 오염될까 크게 걱정하고 있습니다.

폐기물이 버려진 밭 바로 앞에서 상추를 재배하는 한 주민은 "지금 땅이 7m 정도 파였는데, 침출수가 지하 2m 이상 뚫고 들어가는 건 일도 아닐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침출수가 밑으로, 밑으로 점점 더 배어들면 마을 들판 전체가 오염될 것"이라면서 "피해가 커지지 않게 우선 오염된 물이라도 끌어 올려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 #2. "종중 땅에도 폐기물 투기 의혹… 가까이 갈수록 냄새 더 심해"

약 3km 정도 떨어진 근처의 또 다른 마을에서도 비슷한 피해가 신고 됐습니다. 확인 결과, 농지가 아니고 한 종중 소유의 땅이었습니다.

음식물쓰레기 불법 투기 신고가 잇따른 충북 청주시 상신동의 한 종중 땅.음식물쓰레기 불법 투기 신고가 잇따른 충북 청주시 상신동의 한 종중 땅.

공터 경사면엔 어른 키만 한 높이의 흙이 잔뜩 쌓여있었는데요. 겉으로 보기엔 그저 흙이 언덕처럼 군데군데 높게 쌓여있는 멀쩡한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악취가 풍겼습니다.

주민들은 "바람 방향에 따라 온 마을에 냄새가 진동하는 날도 있다"면서 "악취 때문에 머리가 아파 주변을 지날 수 없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또 "지금은 냄새만 참으면 되지만, 여름에 비라도 많이 내리면 흙이 흘러내려 근처 도로까지 오염될까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3. 주민들, 진정서까지 냈지만… 경찰 조사 중지

비단 이번 뿐만이 아닙니다. 지난달 초, 충북 청주시 주중동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요. 한 농지 조성 공사 현장에서 음식물쓰레기로 추정되는 폐기물이 동물 뼈, 비닐 등과 뒤섞인 채 발견된 겁니다.

일대 주민들은 "지난해 10월쯤부터 악취가 심하게 나 일대를 살펴보다 폐기물이 무단으로 버려진 걸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주민 신고가 잇따르자, 청주시 청원구는 업체에 시료 분석을 의뢰했습니다. 검사 결과, 채취한 흙더미 시료에서 아연과 납, 석유계총탄화수소 등이 검출돼 땅에 묻힌 물질이 음식물류 폐기물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충북  청주시 주중동의 한 농지 조성 공사 현장. 온갖 쓰레기들이 흙에 섞여 있다.충북 청주시 주중동의 한 농지 조성 공사 현장. 온갖 쓰레기들이 흙에 섞여 있다.

당시 이 일대 주민 125명은 폐기물을 누가 매립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경찰에 진정서를 내기도 했는데요. 경찰 조사는 중지돼 오리무중인 상태입니다. 토지주와 개발 업체 모두 "누가 폐기물을 매립했는지 모른다"고 진술하고 있고, CCTV 영상 등 구체적인 자료 확보가 어려워 범인을 특정하지 못한 겁니다.

■ "누구 소행인지 확인 안 돼"… 원상 복구 언제쯤?

피해 지역 곳곳에서 주민들의 신고가 쇄도하자 청주시는 조사에 들어갔지만,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일단 인적이 드문 시간, 도심에서 떨어진 외곽 마을에서 벌어진 일이다 보니 현장을 바로 적발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증거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입장입니다. 도심에 비해 CCTV가 부족한 농촌 마을이고, 주변을 출입하는 이들을 일일이 다 확인해 볼 수도 없다는 겁니다.

설사 운 좋게 현장을 잡더라도 당사자들이 '모르쇠'로 잡아떼면 별수 없습니다. 평동과 상신동 사례를 조사하던 청주시는 어렵게 토지주와 당시 성토 작업을 한 업체를 찾아내긴 했는데요.

땅 주인과 업체에 어디서 흙을 가져왔는지, 퇴비로 적합한 흙을 가져온 건지 등을 물었지만 모두 "잘 모르겠다"며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고 말합니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이들이 "퇴비를 성토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는 겁니다. 토양은 시일이 지나면 자연분해 과정을 거쳐 퇴비화가 진행됩니다. 퇴비 공정은 정확히 얼마만큼의 시간, 어느 정도를 발효해야 한다는 규정이 따로 없는데요. 그렇다 보니 악취를 풍기는 음식물쓰레기를 매립해도 퇴비라고 우기면 반박하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누가 봐도 폐기물인 흙을 누군가는 퇴비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겁니다.

청주시는 우선 주변 오염이 우려되는 만큼, 업체와 토지주 양측에 이달 말까지 땅을 원상 복구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개인 소유의 토지에 대해 일단 쓰레기 문제로는 강제적인 절차를 밟기 어려우니, 농지법으로 문제를 제기한다는 방침인데요.

청주시는 이달 안에 토지를 원래 상태로 되돌리지 않으면, 토지주에 대해 '농지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올해 초 법이 바뀌어 농지를 50cm 이상 성토하면 기관에 미리 신고해야 하는데요. 신고하지 않고 흙을 성토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는 게 청주시의 설명입니다.

적법한 매립인지, 불법 투기인지, 쏟아부은 흙은 어떤 성분이며 출처가 어딘지 알 수 없는 상황.

제대로 된 실태 파악과 원상 복구가 차일피일 미뤄지는 사이, 오염된 땅과 물로 주민들의 고통만 커지고 있습니다. 끊이지 않는 폐기물 무단 투기와 불법 매립 피해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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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충북 청주시 평동의 한 밭에 정체 불명의 흙더미를 쏟아붓기 전, 굴착기로 땅을 파내는 모습 (주민 촬영 영상).
최근 충북 청주시 외곽 지역 마을 곳곳이 각종 폐기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퇴비, 동물 뼈, 비닐, 생활 쓰레기 등이 뒤섞인 흙을 누군가 몰래 버리면서 주민들이 악취에 고통받고 있습니다. 개인 밭부터 종중 땅, 농지 조성 공사 현장 등 피해 지점도 다양한데요. 문제가 된 곳들은 인적이 드물거나 주민 수가 적은 외곽 농촌 마을이라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 #1. "땅 판 뒤 정체 불명 흙더미 쏟아 부어… 악취 진동"

먼저 충북 청주시 평동으로 가봅니다. 지난 1일, 한 마을 주민이 KBS에 제보했습니다. 어디서 왔는지 모를 화물차가 동네 밭에 음식물쓰레기를 버리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당시 마을 주민이 직접 촬영한 당시 영상과 사진을 확보해 살펴봤습니다. 밭 입구엔 큰 화물차가 주차돼 있었고, 안쪽에서 굴착기가 땅을 파내고 시커먼 흙을 쏟아붓는 성토 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굴착기 주변 땅에서는 뜨거운 김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지난 3일,  충북 청주시 평동의 한 밭 입구에  정체 불명 흙더미를 실은 화물차가 서 있는 모습 (주민 촬영 영상).
제보한 주민은 땅 주인은 아닙니다. "마을에 누군가 음식물 쓰레기처럼 심한 악취가 나는 흙을 대거 쏟아붓고 있어, 미심쩍은 생각에 일단 현장을 촬영했다"고 밝혔습니다. 피해 사실은 충북 청주시 흥덕구청에도 신고됐습니다.

마을 주민들의 목격담을 종합해 보면 지난 1일 새벽 6시쯤부터 정오까지 일대 땅을 7미터가량 파낸 뒤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흙더미 수십 톤을 쏟아붓는 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주민들은 "이날 이른 아침엔 가축 분뇨 냄새가 났고, 오후에 다시 왔을 땐 시큼한 냄새의 악취가 진동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주민 신고 9일 뒤 찾은 성토 현장. 작업을 하던 굴착기가 그대로 있는 모습.
발생 9일 뒤인 지난 10일, 취재진이 현장을 찾았습니다. 땅을 파던 굴착기는 밭에 그대로 있었고, 7m 넘게 파인 땅 옆으로는 흙이 잔뜩 쌓여있었습니다. 울퉁불퉁한 땅 사이로 간간이 오물이 보이기도 했는데요. 깊게 파인 땅 아래로는 오염된 물이 가득했습니다.

주민들의 호소대로 현장엔 악취가 진동했습니다. 땅 주인이 업체에 맡겨 퇴비를 깐 것은 아닐지, 주민들에게 물었는데요. 민들은 "수십 년 농사를 지어봤는데, 퇴비에선 그런 냄새가 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7m 넘는 깊이로 파인 땅 아래로 오염된 물이 가득한 모습.
일대 농민들도 아우성입니다. 악취도 악취지만, 지하수가 오염될까 크게 걱정하고 있습니다.

폐기물이 버려진 밭 바로 앞에서 상추를 재배하는 한 주민은 "지금 땅이 7m 정도 파였는데, 침출수가 지하 2m 이상 뚫고 들어가는 건 일도 아닐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침출수가 밑으로, 밑으로 점점 더 배어들면 마을 들판 전체가 오염될 것"이라면서 "피해가 커지지 않게 우선 오염된 물이라도 끌어 올려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 #2. "종중 땅에도 폐기물 투기 의혹… 가까이 갈수록 냄새 더 심해"

약 3km 정도 떨어진 근처의 또 다른 마을에서도 비슷한 피해가 신고 됐습니다. 확인 결과, 농지가 아니고 한 종중 소유의 땅이었습니다.

음식물쓰레기 불법 투기 신고가 잇따른 충북 청주시 상신동의 한 종중 땅.
공터 경사면엔 어른 키만 한 높이의 흙이 잔뜩 쌓여있었는데요. 겉으로 보기엔 그저 흙이 언덕처럼 군데군데 높게 쌓여있는 멀쩡한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악취가 풍겼습니다.

주민들은 "바람 방향에 따라 온 마을에 냄새가 진동하는 날도 있다"면서 "악취 때문에 머리가 아파 주변을 지날 수 없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또 "지금은 냄새만 참으면 되지만, 여름에 비라도 많이 내리면 흙이 흘러내려 근처 도로까지 오염될까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3. 주민들, 진정서까지 냈지만… 경찰 조사 중지

비단 이번 뿐만이 아닙니다. 지난달 초, 충북 청주시 주중동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요. 한 농지 조성 공사 현장에서 음식물쓰레기로 추정되는 폐기물이 동물 뼈, 비닐 등과 뒤섞인 채 발견된 겁니다.

일대 주민들은 "지난해 10월쯤부터 악취가 심하게 나 일대를 살펴보다 폐기물이 무단으로 버려진 걸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주민 신고가 잇따르자, 청주시 청원구는 업체에 시료 분석을 의뢰했습니다. 검사 결과, 채취한 흙더미 시료에서 아연과 납, 석유계총탄화수소 등이 검출돼 땅에 묻힌 물질이 음식물류 폐기물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충북  청주시 주중동의 한 농지 조성 공사 현장. 온갖 쓰레기들이 흙에 섞여 있다.
당시 이 일대 주민 125명은 폐기물을 누가 매립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경찰에 진정서를 내기도 했는데요. 경찰 조사는 중지돼 오리무중인 상태입니다. 토지주와 개발 업체 모두 "누가 폐기물을 매립했는지 모른다"고 진술하고 있고, CCTV 영상 등 구체적인 자료 확보가 어려워 범인을 특정하지 못한 겁니다.

■ "누구 소행인지 확인 안 돼"… 원상 복구 언제쯤?

피해 지역 곳곳에서 주민들의 신고가 쇄도하자 청주시는 조사에 들어갔지만,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일단 인적이 드문 시간, 도심에서 떨어진 외곽 마을에서 벌어진 일이다 보니 현장을 바로 적발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증거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입장입니다. 도심에 비해 CCTV가 부족한 농촌 마을이고, 주변을 출입하는 이들을 일일이 다 확인해 볼 수도 없다는 겁니다.

설사 운 좋게 현장을 잡더라도 당사자들이 '모르쇠'로 잡아떼면 별수 없습니다. 평동과 상신동 사례를 조사하던 청주시는 어렵게 토지주와 당시 성토 작업을 한 업체를 찾아내긴 했는데요.

땅 주인과 업체에 어디서 흙을 가져왔는지, 퇴비로 적합한 흙을 가져온 건지 등을 물었지만 모두 "잘 모르겠다"며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고 말합니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이들이 "퇴비를 성토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는 겁니다. 토양은 시일이 지나면 자연분해 과정을 거쳐 퇴비화가 진행됩니다. 퇴비 공정은 정확히 얼마만큼의 시간, 어느 정도를 발효해야 한다는 규정이 따로 없는데요. 그렇다 보니 악취를 풍기는 음식물쓰레기를 매립해도 퇴비라고 우기면 반박하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누가 봐도 폐기물인 흙을 누군가는 퇴비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겁니다.

청주시는 우선 주변 오염이 우려되는 만큼, 업체와 토지주 양측에 이달 말까지 땅을 원상 복구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개인 소유의 토지에 대해 일단 쓰레기 문제로는 강제적인 절차를 밟기 어려우니, 농지법으로 문제를 제기한다는 방침인데요.

청주시는 이달 안에 토지를 원래 상태로 되돌리지 않으면, 토지주에 대해 '농지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올해 초 법이 바뀌어 농지를 50cm 이상 성토하면 기관에 미리 신고해야 하는데요. 신고하지 않고 흙을 성토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는 게 청주시의 설명입니다.

적법한 매립인지, 불법 투기인지, 쏟아부은 흙은 어떤 성분이며 출처가 어딘지 알 수 없는 상황.

제대로 된 실태 파악과 원상 복구가 차일피일 미뤄지는 사이, 오염된 땅과 물로 주민들의 고통만 커지고 있습니다. 끊이지 않는 폐기물 무단 투기와 불법 매립 피해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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