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야당 대권 주자 체포…격화되는 튀르키예 시위

입력 2025.03.26 (15:21) 수정 2025.03.26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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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튀르키예의 야당 소속 차기 대권 주자가 지난주 갑작스럽게 체포, 구금되면서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고 있습니다.

10년 만에 최대 시위로 번지고 있는데요.

월드이슈 이랑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급속도로 규모가 확산하고 있다는데, 튀르키예 반정부 시위, 현재 상황 어떻습니까?

[기자]

네,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이스탄불을 비롯해 이즈미르, 앙카라 등 주요 도시마다 길거리에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경찰이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곳곳에서 충돌이 빚어지고 있는데요.

["에르도안은 사임하라! 에르도안은 사임하라!"]

튀르키예 최대 도시 이스탄불의 시청 앞에 수십만 명의 시민들이 모였습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규탄하기 위한 집회입니다.

튀르키예 곳곳에서는 반정부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고 있습니다.

경찰이 계속 물대포를 쏘아대지만, 시위대는 아랑곳하지 않고 버티고 있고요.

경찰은 물대포는 물론 최루액 스프레이, 고무 총탄까지 동원하고 나섰습니다.

튀르키예는 81개 주로 구성돼 있는데 최소 50개 주 이상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데요.

19일 시위가 시작된 뒤 일주일 동안 천4백 명 넘는 사람들이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앵커]

양측의 충돌이 격화하는 양상이군요.

우려스러운 상황인데요.

시민들이 이처럼 거리로 쏟아져 나온 배경,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시위는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이 전격 체포되면서, 이에 항의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그가 체포된 건 현지 시각 19일, 딱 일주일 전입니다.

튀르키예 검찰이 밝힌 혐의는 두 가지, 부패와 테러 연루 혐의입니다.

이마모을루 시장이 테러조직으로 지정된 '쿠르드 노동자당'과, 이 당의 정치조직을 지원하고 협력했다는 것인데요.

또 지난해 3월 지방선거 과정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도 제기됐습니다.

그는 현재 시장 직무를 정지당한 채 체포 닷새 만인 지난 23일, 속전속결로 이스탄불 교외 한 교도소로 이송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그는 "진행 중인 사법 절차는 공정과는 거리가 멀다", 이건 재판 없는 (정치적) 사형"이라며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앵커]

검찰 측과 이마모을루 시장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 같은데, 시민들이 이처럼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나서고 있는 정치적 배경이 있다고요?

[기자]

야권과 튀르키예 시민들, 이번 사태에 격렬히 항의하는 이유는 그가 에르도안 현 대통령에 맞설 유력한 정치인이기 때문입니다.

혐의가 있다는 검찰 주장을 믿지 않는 데다가, 배후에 대통령이 있다고 보고 있는 건데요.

[알리 이자르/이마모을루 시장 지지자 : "저는 (체포가) 강하게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우리가 투표를 통해 선출한 시장을 서둘러 구금했습니다. 저는 이것이 민주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이를 비난합니다."]

에르도안 현 대통령은, 무려 2003년 3월부터 지금까지 22년 넘게 장기 집권 중입니다.

그런데 2019년 3월 에르도안 대통령 입장에서는 매우 충격적인 일이 벌어집니다.

이스탄불 시장 선거에서 사업가 출신의 이마모을루 후보가 여당 후보를 꺾고 시장에 당선된 일입니다.

당시 선거는 무효가 됐고 석 달 뒤 재선거가 열렸는데, 이마모을루 시장이 또다시 당선됩니다.

그리고 그는 지난해 재선에도 성공했는데요.

그 사이 이마모을루 시장은 최대 야당인 공화인민당의 유력 대선 주자로 성장했습니다.

그런 그가 대선 후보 경선이 있기 닷새 전에 전격 체포된 겁니다.

또 체포 전날엔 그가 졸업한 이스탄불 대학교가 갑자기 그의 학위증을 취소한다고 밝혔습니다.

튀르키예는 법률상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만 대통령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학위가 취소되면 대통령 출마 자격이 아예 사라집니다.

여기다 대선 후보 경선 당일에는 법원이 그의 구금을 연장했습니다.

최대 정적을 겨냥한 '기획 수사'라는 합리적 의심이 커지는 데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장기 집권에 대한 반발까지 더해지면서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하는 중입니다.

[오즈구르 오젤/공화인민당 대표 : "에르도안, 첫날에는 (시위를) 하지만, 둘째 날에는 잦아들고, 셋째 날에는 잊어버릴 거라고 했죠? 일주일이 지났고 젊은이들이 말했듯이,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우리는 계속 싸울 것입니다."]

[앵커]

국제사회도 튀르키예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앞으로 상황 어떻게 예측해 볼 수 있을까요?

[기자]

네, 한 가지 확실한 건 에르도안 대통령이 역풍을 맞고 있다는 겁니다.

이번 일을 두고 야권이 똘똘 뭉치고 있는데요.

바로 이마모을루 시장이 2028년 대선 후보로 옥중 선출이 됐습니다.

이번 경선은 비당원도 표를 던질 수 있는 개방형 투표로 진행됐는데요.

1,500만 표를 득표했는데, 이 중 비당원의 표가 1,320만을 넘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경선에 관심을 가졌는지 짐작할 수 있는데요.

여기에 국제사회 여론도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는 모양새입니다.

EU 집행위원회, 유엔까지 이마모을루 시장의 구금과 시위대 체포에 대해 우려를 표한 상태이고요.

법치 훼손 논란으로 주가가 급락하는 등 경제마저 휘청이고 있습니다.

현재 튀르키예가 역사의 변곡점에 서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영상편집:김주은 이은빈/자료조사:이장미/그래픽 제작:김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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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3-26 15:21:34
    • 수정2025-03-26 15:2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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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의 야당 소속 차기 대권 주자가 지난주 갑작스럽게 체포, 구금되면서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고 있습니다.

10년 만에 최대 시위로 번지고 있는데요.

월드이슈 이랑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급속도로 규모가 확산하고 있다는데, 튀르키예 반정부 시위, 현재 상황 어떻습니까?

[기자]

네,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이스탄불을 비롯해 이즈미르, 앙카라 등 주요 도시마다 길거리에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경찰이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곳곳에서 충돌이 빚어지고 있는데요.

["에르도안은 사임하라! 에르도안은 사임하라!"]

튀르키예 최대 도시 이스탄불의 시청 앞에 수십만 명의 시민들이 모였습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규탄하기 위한 집회입니다.

튀르키예 곳곳에서는 반정부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고 있습니다.

경찰이 계속 물대포를 쏘아대지만, 시위대는 아랑곳하지 않고 버티고 있고요.

경찰은 물대포는 물론 최루액 스프레이, 고무 총탄까지 동원하고 나섰습니다.

튀르키예는 81개 주로 구성돼 있는데 최소 50개 주 이상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데요.

19일 시위가 시작된 뒤 일주일 동안 천4백 명 넘는 사람들이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앵커]

양측의 충돌이 격화하는 양상이군요.

우려스러운 상황인데요.

시민들이 이처럼 거리로 쏟아져 나온 배경,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시위는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이 전격 체포되면서, 이에 항의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그가 체포된 건 현지 시각 19일, 딱 일주일 전입니다.

튀르키예 검찰이 밝힌 혐의는 두 가지, 부패와 테러 연루 혐의입니다.

이마모을루 시장이 테러조직으로 지정된 '쿠르드 노동자당'과, 이 당의 정치조직을 지원하고 협력했다는 것인데요.

또 지난해 3월 지방선거 과정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도 제기됐습니다.

그는 현재 시장 직무를 정지당한 채 체포 닷새 만인 지난 23일, 속전속결로 이스탄불 교외 한 교도소로 이송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그는 "진행 중인 사법 절차는 공정과는 거리가 멀다", 이건 재판 없는 (정치적) 사형"이라며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앵커]

검찰 측과 이마모을루 시장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 같은데, 시민들이 이처럼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나서고 있는 정치적 배경이 있다고요?

[기자]

야권과 튀르키예 시민들, 이번 사태에 격렬히 항의하는 이유는 그가 에르도안 현 대통령에 맞설 유력한 정치인이기 때문입니다.

혐의가 있다는 검찰 주장을 믿지 않는 데다가, 배후에 대통령이 있다고 보고 있는 건데요.

[알리 이자르/이마모을루 시장 지지자 : "저는 (체포가) 강하게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우리가 투표를 통해 선출한 시장을 서둘러 구금했습니다. 저는 이것이 민주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이를 비난합니다."]

에르도안 현 대통령은, 무려 2003년 3월부터 지금까지 22년 넘게 장기 집권 중입니다.

그런데 2019년 3월 에르도안 대통령 입장에서는 매우 충격적인 일이 벌어집니다.

이스탄불 시장 선거에서 사업가 출신의 이마모을루 후보가 여당 후보를 꺾고 시장에 당선된 일입니다.

당시 선거는 무효가 됐고 석 달 뒤 재선거가 열렸는데, 이마모을루 시장이 또다시 당선됩니다.

그리고 그는 지난해 재선에도 성공했는데요.

그 사이 이마모을루 시장은 최대 야당인 공화인민당의 유력 대선 주자로 성장했습니다.

그런 그가 대선 후보 경선이 있기 닷새 전에 전격 체포된 겁니다.

또 체포 전날엔 그가 졸업한 이스탄불 대학교가 갑자기 그의 학위증을 취소한다고 밝혔습니다.

튀르키예는 법률상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만 대통령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학위가 취소되면 대통령 출마 자격이 아예 사라집니다.

여기다 대선 후보 경선 당일에는 법원이 그의 구금을 연장했습니다.

최대 정적을 겨냥한 '기획 수사'라는 합리적 의심이 커지는 데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장기 집권에 대한 반발까지 더해지면서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하는 중입니다.

[오즈구르 오젤/공화인민당 대표 : "에르도안, 첫날에는 (시위를) 하지만, 둘째 날에는 잦아들고, 셋째 날에는 잊어버릴 거라고 했죠? 일주일이 지났고 젊은이들이 말했듯이,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우리는 계속 싸울 것입니다."]

[앵커]

국제사회도 튀르키예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앞으로 상황 어떻게 예측해 볼 수 있을까요?

[기자]

네, 한 가지 확실한 건 에르도안 대통령이 역풍을 맞고 있다는 겁니다.

이번 일을 두고 야권이 똘똘 뭉치고 있는데요.

바로 이마모을루 시장이 2028년 대선 후보로 옥중 선출이 됐습니다.

이번 경선은 비당원도 표를 던질 수 있는 개방형 투표로 진행됐는데요.

1,500만 표를 득표했는데, 이 중 비당원의 표가 1,320만을 넘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경선에 관심을 가졌는지 짐작할 수 있는데요.

여기에 국제사회 여론도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는 모양새입니다.

EU 집행위원회, 유엔까지 이마모을루 시장의 구금과 시위대 체포에 대해 우려를 표한 상태이고요.

법치 훼손 논란으로 주가가 급락하는 등 경제마저 휘청이고 있습니다.

현재 튀르키예가 역사의 변곡점에 서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영상편집:김주은 이은빈/자료조사:이장미/그래픽 제작:김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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