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180여 개국 정부는 '인권위원회'를 두고, 인권 증진을 위한 독립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인권위원회를 설립만 해두고 실제로는 제대로 운영하지 않는 경우 ' 알리바이 기관'이라고 부릅니다.
제대로 운영되지 않으면서 '우리는 인권을 수호한다'는 알리바이로만 쓰인다는 의미인데, 최근 한국의 인권위원회가 이런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생겼습니다.
바로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 간리가 한국 인권위원회에 특별심사를 개시하겠다고 알렸기 때문입니다.
간리는 왜 특별심사를 개시하게 됐는지, 어떤 부분을 들여다볼지 결정문을 통해 상세하게 설명했습니다.
■ 간리 "인권위의 설명은 존중, 그러나..."
간리의 특별심사는 지난해 10월 시민사회단체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세우기 공동행동'과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개시 요청 서한을 보낸 것이 계기였습니다.
당시 시민사회단체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상임위원들이 정치적으로 편향적인 결정을 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전원위원회와 상임위원회 등 인권위 회의가 오랜 기간 열리지 않는 점 등을 지적했습니다.
일부 상임위원들이 취약계층에 차별적인 발언을 하고, 진정인과 직원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단 점도 문제삼았습니다.
이어 지난달 14일에는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측에서 "인권위가 계엄령 선포에 대해 독립적인 방식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탄핵 심판에 대한 입장으로 기관의 신뢰와 독립성이 훼손됐다"는 추가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인권위는 간리에 지난해 10월과 지난 1월 두 차례 답변서를 보내 "시민사회단체와 긴밀히 협력해왔으며 취약계층에 대한 차별적 발언 등은 부정확한 정보에 근거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시민사회단체와 인권위의 서한을 모두 검토한 간리는 " 국가인권위원회의 답변을 존중한다"면서도 "제3자가 제출한 특별심사 개시 요청이 독립적인 업무 수행 능력,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입장 제시, 시민사회와의 협력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다고 봤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인권위의 답변에도 독립성 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국가인권위가 파리 원칙을 지속적으로 준수하고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특별심사를 개시한다"고 설명했습니다.
■ 간리가 보낸 자료 요청 목록보니..."계엄 선포 관련 인권침해" 포함
간리는 특별심사를 진행하기 위해 인권위에 10가지 문제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합니다.
▲2023년 10월 진정인과 직원을 상대로 제기된 소송에 관한 정보와, 소송이 시민사회단체와 업무 관계에 미친 영향 ▲장기간 회의 부재로 인한 진정 사건 처리 지연 ▲상임위원 정족수 미달로 인한 전원위원회 미개최 ▲인권 문제에 대한 위원들 간 공개적 입장차이가 미친 영향 ▲직원에 대한 불이익 ▲이런 문제들이 국가인권위 운영과 역할 수행 능력에 미친 영향 ▲인권위의 독립성에 관한 인식 또는 실제 독립성의 문제 ▲계엄령 선포와 관련한 인권 침해에 대한 인권위 대응 ▲성적 지향, 성평등 및 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에 대한 인권위 대응 ▲이주민, 난민, 이주노동자에 대한 조직적인 인권 침해에 대한 인권위 대응 |
10가지 항목 중 눈에 띄는 건 ' 계엄령 선포와 관련한 인권침해'입니다.
안창호 국가위원장은 특별심사 개시 전 간리에 보낸 답변서에 '헌법재판소의 신뢰 회복과 공정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주장을 담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방어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권고를 담은 인권위 전원위원회의 결정에 대해서도, 찬성 측인 다수 의견만 번역해 전달하며 '편향성' 논란에 더욱 불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간리는 이런 점을 따로 짚어 인권위가 실제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들여다보겠다고 요청한 겁니다.
■ "사실대로 응할 것"...오는 10월 특별심사
안창호 위원장은 간리의 특별심사 개시에 대해 "열심히 사실대로 응할 것"이라며 "작년에 영국과 캐나다도 심사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시민단체에서 문제를 제기하면 심사를 받고 그대로 등급이 유지됐다는 게 안 위원장의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영국과 캐나다가 문제가 많이 있어서 (특별심사를) 했겠냐"며, 인권위 등급 하락 우려에 대해선 "저는 떳떳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윤 대통령 방어권 보장 결정문을 다수 의견만 보낸 이유도 "숨기려고 하는 것은 전혀 없다"며 "간리에서 다수 의견에 관한 요청이 들어와 답변한 것이고, 소수의견도 번역해서 보낼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인권위는 6월 1일까지 간리가 요청한 자료를 준비해 제출하고, 간리는 4개월간 답변을 검토해 오는 10월 특별 심사를 진행합니다.
제대로 된 대응으로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는 검증을 받을 수 있을지, '알리바이 기관'으로 전락하게 될지는 오롯이 인권위에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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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리바이 기관’ 위기 인권위…국제사회가 주목한 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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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3-28 07:56:39

전 세계 180여 개국 정부는 '인권위원회'를 두고, 인권 증진을 위한 독립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인권위원회를 설립만 해두고 실제로는 제대로 운영하지 않는 경우 ' 알리바이 기관'이라고 부릅니다.
제대로 운영되지 않으면서 '우리는 인권을 수호한다'는 알리바이로만 쓰인다는 의미인데, 최근 한국의 인권위원회가 이런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생겼습니다.
바로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 간리가 한국 인권위원회에 특별심사를 개시하겠다고 알렸기 때문입니다.
간리는 왜 특별심사를 개시하게 됐는지, 어떤 부분을 들여다볼지 결정문을 통해 상세하게 설명했습니다.
■ 간리 "인권위의 설명은 존중, 그러나..."
간리의 특별심사는 지난해 10월 시민사회단체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세우기 공동행동'과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개시 요청 서한을 보낸 것이 계기였습니다.
당시 시민사회단체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상임위원들이 정치적으로 편향적인 결정을 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전원위원회와 상임위원회 등 인권위 회의가 오랜 기간 열리지 않는 점 등을 지적했습니다.
일부 상임위원들이 취약계층에 차별적인 발언을 하고, 진정인과 직원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단 점도 문제삼았습니다.
이어 지난달 14일에는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측에서 "인권위가 계엄령 선포에 대해 독립적인 방식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탄핵 심판에 대한 입장으로 기관의 신뢰와 독립성이 훼손됐다"는 추가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인권위는 간리에 지난해 10월과 지난 1월 두 차례 답변서를 보내 "시민사회단체와 긴밀히 협력해왔으며 취약계층에 대한 차별적 발언 등은 부정확한 정보에 근거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시민사회단체와 인권위의 서한을 모두 검토한 간리는 " 국가인권위원회의 답변을 존중한다"면서도 "제3자가 제출한 특별심사 개시 요청이 독립적인 업무 수행 능력,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입장 제시, 시민사회와의 협력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다고 봤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인권위의 답변에도 독립성 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국가인권위가 파리 원칙을 지속적으로 준수하고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특별심사를 개시한다"고 설명했습니다.
■ 간리가 보낸 자료 요청 목록보니..."계엄 선포 관련 인권침해" 포함
간리는 특별심사를 진행하기 위해 인권위에 10가지 문제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합니다.
▲2023년 10월 진정인과 직원을 상대로 제기된 소송에 관한 정보와, 소송이 시민사회단체와 업무 관계에 미친 영향 ▲장기간 회의 부재로 인한 진정 사건 처리 지연 ▲상임위원 정족수 미달로 인한 전원위원회 미개최 ▲인권 문제에 대한 위원들 간 공개적 입장차이가 미친 영향 ▲직원에 대한 불이익 ▲이런 문제들이 국가인권위 운영과 역할 수행 능력에 미친 영향 ▲인권위의 독립성에 관한 인식 또는 실제 독립성의 문제 ▲계엄령 선포와 관련한 인권 침해에 대한 인권위 대응 ▲성적 지향, 성평등 및 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에 대한 인권위 대응 ▲이주민, 난민, 이주노동자에 대한 조직적인 인권 침해에 대한 인권위 대응 |
10가지 항목 중 눈에 띄는 건 ' 계엄령 선포와 관련한 인권침해'입니다.
안창호 국가위원장은 특별심사 개시 전 간리에 보낸 답변서에 '헌법재판소의 신뢰 회복과 공정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주장을 담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방어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권고를 담은 인권위 전원위원회의 결정에 대해서도, 찬성 측인 다수 의견만 번역해 전달하며 '편향성' 논란에 더욱 불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간리는 이런 점을 따로 짚어 인권위가 실제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들여다보겠다고 요청한 겁니다.
■ "사실대로 응할 것"...오는 10월 특별심사
안창호 위원장은 간리의 특별심사 개시에 대해 "열심히 사실대로 응할 것"이라며 "작년에 영국과 캐나다도 심사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시민단체에서 문제를 제기하면 심사를 받고 그대로 등급이 유지됐다는 게 안 위원장의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영국과 캐나다가 문제가 많이 있어서 (특별심사를) 했겠냐"며, 인권위 등급 하락 우려에 대해선 "저는 떳떳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윤 대통령 방어권 보장 결정문을 다수 의견만 보낸 이유도 "숨기려고 하는 것은 전혀 없다"며 "간리에서 다수 의견에 관한 요청이 들어와 답변한 것이고, 소수의견도 번역해서 보낼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인권위는 6월 1일까지 간리가 요청한 자료를 준비해 제출하고, 간리는 4개월간 답변을 검토해 오는 10월 특별 심사를 진행합니다.
제대로 된 대응으로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는 검증을 받을 수 있을지, '알리바이 기관'으로 전락하게 될지는 오롯이 인권위에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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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림 기자 gaegu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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