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 7명 깨우고 죽기 살기 뛰었다…“고마워요, 수기안토 씨”

입력 2025.04.01 (18:19) 수정 2025.04.01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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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주 최악의 산불이 휩쓸고 간 경북 영덕 경정리에선, 저녁 일찍 잠에 든 노인들을 깨우고, 업고, 대피시켰던 숨은 영웅들이 있습니다.

마을 이장과 어촌 계장, 인도네시아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 수기 안토 씨 였는데, 어떤 사연인지 이윤재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지난달 25일, 영덕군 축산면 경정3리.

60가구, 그것도 고령층이 대부분인 이 작은 마을에 거센 화마가 덮쳐왔습니다.

숨쉬기도 힘든 상황, 세 사람이 골목길로 뛰쳐나왔습니다.

마을 이장과 어촌계장, 그리고 8년 차 외국인 노동자 수기안토 씨입니다.

[김필정/57살/영덕군 축산면 경정3리 마을 이장 : "그때는 뭐 생사가 갈린 길이니까. 뭐 이러다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데요. 불이 넘어오는데 저 산에서 불덩어리 막 넘어오니까 숨을 못 쉰다니까요."]

이거저거 따질 겨를이 없었습니다.

[유명신/51살/영덕군 축산면 경정3리 마을어촌계장 : "문을 두드려도 이분들이 나오지를 않아요. 불났으니까 빨리 나오라고 소리 지르고. 문도 이렇게 손으로 때려서."]

특히 막내인 31살 수기안토 씨의 도움이 컸습니다.

[수기안토/31살/인도네시아 국적 선원 : "문을 두드려 봤는데, 할매들이 안 나와서요. 계속 두드려 봤는데요. 할머니가 나와서 업고 나오고 부축하고요. 그 할매들이 나이는 80세, 90세 정도 됐는데요. 그러니까 빨리 못 가요. (한 몇 분 정도를 그렇게 깨우셨어요?) 7명."]

경사가 심한 데다, 굽이굽이 골목길이어서 이들이 나서지 않았다면 큰 인명피해가 날 수도 있었습니다.

[유명신/51살/영덕군 축산면 경정3리 마을어촌계장 : "나중에 다 구하고 난 다음에 제가 (수기안토에게) 물어봤어요. 넌 왜 그렇게 했냐고. (그랬더니) 자기도 집에 어르신들이 있다. 할아버지도 계시고 엄마, 아버지도 계신다."]

필사적으로 노인들을 업고 뛴 3명의 구출 작전 덕분에 다친 사람들은 없지만, 타버린 마을 앞에 한숨만 나옵니다.

[유명신/51살/영덕군 축산면 경정3리 마을어촌계장 : "어구 같은 경우도 다 타버리니까. 이게 당장 먹고 살아야 되는데 솔직히 막막하고 캄캄하고 막 그래요. 좀."]

KBS 뉴스 이윤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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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매’ 7명 깨우고 죽기 살기 뛰었다…“고마워요, 수기안토 씨”
    • 입력 2025-04-01 18:19:28
    • 수정2025-04-01 18:2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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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최악의 산불이 휩쓸고 간 경북 영덕 경정리에선, 저녁 일찍 잠에 든 노인들을 깨우고, 업고, 대피시켰던 숨은 영웅들이 있습니다.

마을 이장과 어촌 계장, 인도네시아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 수기 안토 씨 였는데, 어떤 사연인지 이윤재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지난달 25일, 영덕군 축산면 경정3리.

60가구, 그것도 고령층이 대부분인 이 작은 마을에 거센 화마가 덮쳐왔습니다.

숨쉬기도 힘든 상황, 세 사람이 골목길로 뛰쳐나왔습니다.

마을 이장과 어촌계장, 그리고 8년 차 외국인 노동자 수기안토 씨입니다.

[김필정/57살/영덕군 축산면 경정3리 마을 이장 : "그때는 뭐 생사가 갈린 길이니까. 뭐 이러다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데요. 불이 넘어오는데 저 산에서 불덩어리 막 넘어오니까 숨을 못 쉰다니까요."]

이거저거 따질 겨를이 없었습니다.

[유명신/51살/영덕군 축산면 경정3리 마을어촌계장 : "문을 두드려도 이분들이 나오지를 않아요. 불났으니까 빨리 나오라고 소리 지르고. 문도 이렇게 손으로 때려서."]

특히 막내인 31살 수기안토 씨의 도움이 컸습니다.

[수기안토/31살/인도네시아 국적 선원 : "문을 두드려 봤는데, 할매들이 안 나와서요. 계속 두드려 봤는데요. 할머니가 나와서 업고 나오고 부축하고요. 그 할매들이 나이는 80세, 90세 정도 됐는데요. 그러니까 빨리 못 가요. (한 몇 분 정도를 그렇게 깨우셨어요?) 7명."]

경사가 심한 데다, 굽이굽이 골목길이어서 이들이 나서지 않았다면 큰 인명피해가 날 수도 있었습니다.

[유명신/51살/영덕군 축산면 경정3리 마을어촌계장 : "나중에 다 구하고 난 다음에 제가 (수기안토에게) 물어봤어요. 넌 왜 그렇게 했냐고. (그랬더니) 자기도 집에 어르신들이 있다. 할아버지도 계시고 엄마, 아버지도 계신다."]

필사적으로 노인들을 업고 뛴 3명의 구출 작전 덕분에 다친 사람들은 없지만, 타버린 마을 앞에 한숨만 나옵니다.

[유명신/51살/영덕군 축산면 경정3리 마을어촌계장 : "어구 같은 경우도 다 타버리니까. 이게 당장 먹고 살아야 되는데 솔직히 막막하고 캄캄하고 막 그래요. 좀."]

KBS 뉴스 이윤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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