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율 26%’ 도출한 의문의 공식…챗GPT에 물어보니

입력 2025.04.03 (17:31) 수정 2025.04.03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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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대한 관세율 26%" (25%로 발표해다가 26%로 수정)

오늘(3일) 아침부터 많은 이를 놀라게 한 발표입니다. 더 놀라운 건 이게 그나마 깎아준 거라는 설명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꺼내든 도표에는 50% 라는 숫자가 선명했습니다. 한국이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환율 조작과 무역 장벽을 포함해 50%의 관세를 매기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상호적으로' 하려면 50%를 매겨야 하는데, 26%로 '디스카운트(할인)'해 줬다는 겁니다.

■ "50% 근거? 모르겠다"

한국이 미국 수입품에 50% 관세를 매긴다? 대체 어떻게 계산한 걸까.

오전부터 곳곳에 문의했습니다. 대외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부터 두드렸습니다. 한결같이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기재부의 입장은 일관됩니다. 한국과 미국이 맺은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지난해 기준 대미 수입품에 대한 실효 관세율은 0.79%라는 겁니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관세는 미국의 4배"라고 발언했을 때도, 기재부는 같은 설명을 내놨습니다.

백번 양보해서 '4배 발언'의 근거로 추정되는 최혜국대우(MFN) 실행세율을 받아들여도 50%는 차이가 너무 큽니다. 한국이 미국에 매길 만한 최혜국대우 세율은 13.4%입니다. 그나마 한미 FTA 때문에 이 세율은 사문화됐습니다.

■ 백악관의 '수식', GPT에 물었더니…

백악관은 각국에 부과한 관세율을 어떻게 산정했는지 홈페이지에 공개했습니다.

[참고 페이지] 미국 백악관의 상호 관세 계산

이걸 토대로 해서, 어떻게 관세율이 산정됐는지 '국민 비서', 챗GPT에 계산을 시켜봤습니다. 데이터는 지난해 무역액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먼저, 미국의 수출액에서 미국의 수입액을 뺍니다. 즉, 미국의 무역 적자입니다.이게 분자입니다.

분모는 약간 더 복잡합니다. ①수입 수요의 가격 탄력성, ②가격의 가격 전가율, ③수입액. 이 셋을 모두 곱한 값이 분모입니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①가격 탄력성=4, ②가격 전가율=0.25입니다. 곱하면 1입니다. 결국 ③ 수입액만 남습니다.

복잡한 공식처럼 보이지만, 결국 미국의 무역 적자(분자)를 미국의 수입액(분모)으로 나눈 단순한 계산법입니다. 무역 불균형 정도에 비례해 관세를 부과하겠단 발상입니다.


그랬더니…짜잔~ -50.2%라는 숫자가 나왔습니다.


GPT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이 결과는 음수인데, 이건 '관세를 추가로 부과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실제 필요한 관세율은 50.2%가 되어야 수입 감소로 인해 무역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뜻이죠."

'50%를 부과해야 하는데, 할인해 줘서 26%를 부과한다'는 미국 정부의 설명은 이런 의미였던 겁니다.

■ "무역 적자 0으로 만드는 데 필요한 관세"

백악관은 이 공식과 숫자에 대해 아래처럼 설명했습니다.

"각 국가의 수만 가지 관세, 규제, 세금 및 기타 정책들이 무역 적자에 미치는 영향을 개별적으로 계산하는 것은 복잡하거나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종합적인 효과는 양자 간 무역 적자를 0으로 만드는 데 필요한 관세 수준을 계산함으로써 대략적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만약 무역 적자가 관세 및 비관세 정책과 기본 요인들 때문에 지속된다면, 이러한 정책과 요인들을 상쇄하는 데 필요한 관세율이 바로 상호적이고 공정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 미국 백악관 '상호 관세 계산' 페이지 중

짧게 줄이면, -50%라는 숫자가 나왔으니, 한국이 50% 관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미국은 간주하겠다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들었던 도표에서 우리나라 옆에 적혀 있는 '50%'라는 숫자의 출처는 이거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우려합니다. 좋게 말하면 '종합적인'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단순한' 계산으로 양자 간의, 그리고 여러 국가를 아우르는 전 세계의 무역 상황을 반영할 수 있냐는 거죠. 전 세계 곳곳에서 원하는 숫자를 만들기 위해 짜맞춘 수식이 아니냔 비판이 제기되는 배경입니다.

김대욱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누구도 그 숫자에 대해서 동의할 수 없을 것"이라며 "원하는 수치로 만들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한 숫자"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FTA는 서로 잘할 수 있는 걸 특화해서 '파이'를 키워 나눠 먹자는 개념인데, 그와 상관없이 무역 수지 개선만을 위해서 관세를 부과하는 건 너무 독단적"이라며 "단기적으론 문제가 개선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문제가 많을 것"이라고도 비판했습니다.

국가별 상호 관세는 오는 9일부터 부과됩니다. 정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오늘 오전 열린 '트럼프 상호관세,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세미나에서 "미국 내에서도 이 숫자가 말이 되느냐, 이런 비판적인 얘기도 있다"며 "우리 입장에선 여기에서부터 협상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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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4-03 17:3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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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대한 관세율 26%" (25%로 발표해다가 26%로 수정)

오늘(3일) 아침부터 많은 이를 놀라게 한 발표입니다. 더 놀라운 건 이게 그나마 깎아준 거라는 설명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꺼내든 도표에는 50% 라는 숫자가 선명했습니다. 한국이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환율 조작과 무역 장벽을 포함해 50%의 관세를 매기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상호적으로' 하려면 50%를 매겨야 하는데, 26%로 '디스카운트(할인)'해 줬다는 겁니다.

■ "50% 근거? 모르겠다"

한국이 미국 수입품에 50% 관세를 매긴다? 대체 어떻게 계산한 걸까.

오전부터 곳곳에 문의했습니다. 대외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부터 두드렸습니다. 한결같이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기재부의 입장은 일관됩니다. 한국과 미국이 맺은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지난해 기준 대미 수입품에 대한 실효 관세율은 0.79%라는 겁니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관세는 미국의 4배"라고 발언했을 때도, 기재부는 같은 설명을 내놨습니다.

백번 양보해서 '4배 발언'의 근거로 추정되는 최혜국대우(MFN) 실행세율을 받아들여도 50%는 차이가 너무 큽니다. 한국이 미국에 매길 만한 최혜국대우 세율은 13.4%입니다. 그나마 한미 FTA 때문에 이 세율은 사문화됐습니다.

■ 백악관의 '수식', GPT에 물었더니…

백악관은 각국에 부과한 관세율을 어떻게 산정했는지 홈페이지에 공개했습니다.

[참고 페이지] 미국 백악관의 상호 관세 계산

이걸 토대로 해서, 어떻게 관세율이 산정됐는지 '국민 비서', 챗GPT에 계산을 시켜봤습니다. 데이터는 지난해 무역액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먼저, 미국의 수출액에서 미국의 수입액을 뺍니다. 즉, 미국의 무역 적자입니다.이게 분자입니다.

분모는 약간 더 복잡합니다. ①수입 수요의 가격 탄력성, ②가격의 가격 전가율, ③수입액. 이 셋을 모두 곱한 값이 분모입니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①가격 탄력성=4, ②가격 전가율=0.25입니다. 곱하면 1입니다. 결국 ③ 수입액만 남습니다.

복잡한 공식처럼 보이지만, 결국 미국의 무역 적자(분자)를 미국의 수입액(분모)으로 나눈 단순한 계산법입니다. 무역 불균형 정도에 비례해 관세를 부과하겠단 발상입니다.


그랬더니…짜잔~ -50.2%라는 숫자가 나왔습니다.


GPT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이 결과는 음수인데, 이건 '관세를 추가로 부과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실제 필요한 관세율은 50.2%가 되어야 수입 감소로 인해 무역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뜻이죠."

'50%를 부과해야 하는데, 할인해 줘서 26%를 부과한다'는 미국 정부의 설명은 이런 의미였던 겁니다.

■ "무역 적자 0으로 만드는 데 필요한 관세"

백악관은 이 공식과 숫자에 대해 아래처럼 설명했습니다.

"각 국가의 수만 가지 관세, 규제, 세금 및 기타 정책들이 무역 적자에 미치는 영향을 개별적으로 계산하는 것은 복잡하거나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종합적인 효과는 양자 간 무역 적자를 0으로 만드는 데 필요한 관세 수준을 계산함으로써 대략적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만약 무역 적자가 관세 및 비관세 정책과 기본 요인들 때문에 지속된다면, 이러한 정책과 요인들을 상쇄하는 데 필요한 관세율이 바로 상호적이고 공정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 미국 백악관 '상호 관세 계산' 페이지 중

짧게 줄이면, -50%라는 숫자가 나왔으니, 한국이 50% 관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미국은 간주하겠다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들었던 도표에서 우리나라 옆에 적혀 있는 '50%'라는 숫자의 출처는 이거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우려합니다. 좋게 말하면 '종합적인'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단순한' 계산으로 양자 간의, 그리고 여러 국가를 아우르는 전 세계의 무역 상황을 반영할 수 있냐는 거죠. 전 세계 곳곳에서 원하는 숫자를 만들기 위해 짜맞춘 수식이 아니냔 비판이 제기되는 배경입니다.

김대욱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누구도 그 숫자에 대해서 동의할 수 없을 것"이라며 "원하는 수치로 만들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한 숫자"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FTA는 서로 잘할 수 있는 걸 특화해서 '파이'를 키워 나눠 먹자는 개념인데, 그와 상관없이 무역 수지 개선만을 위해서 관세를 부과하는 건 너무 독단적"이라며 "단기적으론 문제가 개선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문제가 많을 것"이라고도 비판했습니다.

국가별 상호 관세는 오는 9일부터 부과됩니다. 정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오늘 오전 열린 '트럼프 상호관세,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세미나에서 "미국 내에서도 이 숫자가 말이 되느냐, 이런 비판적인 얘기도 있다"며 "우리 입장에선 여기에서부터 협상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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