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책임 못 묻는 유족들…법 개정 절실

입력 2025.04.08 (19:05) 수정 2025.04.08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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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4·3 기획 뉴스 마지막 시간입니다.

국가폭력으로 인해 뒤엉킨 가족관계를 정부가 직접 바로잡아주겠다고 나섰지만, 기약 없는 기다림에 지쳐가는 유족들을 만나봤는데요.

풀어야 할 과제들은 또 있습니다.

안서연 기자입니다.

[리포트]

불법 군사재판을 받고 행방불명된 아버지가 77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던 날, 하나뿐인 딸은 재판장에게 읍소했습니다.

[이애순/故 이완배 친딸 : "무죄 판결을 해줘서 고맙다고, 어떻게 해서라도 빨리 나는 아버지 호적으로 입적이 되고 싶은데 빨리 좀 해줄 수 있냐고."]

법원은 억울한 옥살이에 대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안내했지만, 호적상 남남인 이 할머니에겐 청구 자격이 없습니다.

이 할머니처럼 뒤틀린 호적으로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청구 기간에 관한 특례를 담은 4·3특별법 개정안이 발의됐습니다.

무죄 판결을 안 날로부터 3년 이내 청구하라는 형사보상법에도 불구하고, 가족관계 정정을 심사하는 중앙위원회의 결정을 통지받은 날로부터 3년 이내에 보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위성곤/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 "가족관계등록부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결국은 실질적 보상을 받을 수 없게 돼서 그거(청구 기간)를 연장하는 방안을."]

하지만 지난해 11월 행안위 전문위원실은 다른 과거사 관련법과의 형평성과 법적 안정성 등을 이유로 부정적인 검토 의견을 냈습니다.

[위성곤/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 "4·3특별법은 포괄적 의미로 국가의 폭력에 의해서 희생된 모두를 구제하고자 하는 법의 취지를 갖고 있는데, 그러한 법적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과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가족관계 정정 심의 과정에서도 법적 사각지대가 드러났습니다.

제사를 지내온 양자가 법적 양자로 인정받을 길이 열렸지만, 희생자가 호주였을 때만 인정해 주고 있습니다.

[양성주/4·3유족회 부회장 : "장남만이 아니라 차남, 삼남한테도 제사 지내면서 양자로 들어간 분들이 많은데, 그런 분들은 혜택이 없다 보니까."]

정정을 신청한 유족이 사망하게 되면 절차가 종료되고, 사실혼 배우자나 양자란 사실을 인정받아도 등록할 수 있는 규정이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홍성아/제주도 4·3지원팀장 : "위원회 결정 이후에 가족관계등록부를 정리해야 하는데, 아직 사실혼 관계나 양친자 관계에 관련 내용이 거의 규정이 안 돼 있습니다."]

가족 회복의 문 앞에 멈춰 선 유족들, 이들이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좀 더 손을 내밀어야 할 때입니다.

KBS 뉴스 안서연입니다.

촬영기자:고성호/그래픽:서경환·고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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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 책임 못 묻는 유족들…법 개정 절실
    • 입력 2025-04-08 19:05:44
    • 수정2025-04-08 19:46:29
    뉴스7(제주)
[앵커]

4·3 기획 뉴스 마지막 시간입니다.

국가폭력으로 인해 뒤엉킨 가족관계를 정부가 직접 바로잡아주겠다고 나섰지만, 기약 없는 기다림에 지쳐가는 유족들을 만나봤는데요.

풀어야 할 과제들은 또 있습니다.

안서연 기자입니다.

[리포트]

불법 군사재판을 받고 행방불명된 아버지가 77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던 날, 하나뿐인 딸은 재판장에게 읍소했습니다.

[이애순/故 이완배 친딸 : "무죄 판결을 해줘서 고맙다고, 어떻게 해서라도 빨리 나는 아버지 호적으로 입적이 되고 싶은데 빨리 좀 해줄 수 있냐고."]

법원은 억울한 옥살이에 대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안내했지만, 호적상 남남인 이 할머니에겐 청구 자격이 없습니다.

이 할머니처럼 뒤틀린 호적으로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청구 기간에 관한 특례를 담은 4·3특별법 개정안이 발의됐습니다.

무죄 판결을 안 날로부터 3년 이내 청구하라는 형사보상법에도 불구하고, 가족관계 정정을 심사하는 중앙위원회의 결정을 통지받은 날로부터 3년 이내에 보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위성곤/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 "가족관계등록부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결국은 실질적 보상을 받을 수 없게 돼서 그거(청구 기간)를 연장하는 방안을."]

하지만 지난해 11월 행안위 전문위원실은 다른 과거사 관련법과의 형평성과 법적 안정성 등을 이유로 부정적인 검토 의견을 냈습니다.

[위성곤/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 "4·3특별법은 포괄적 의미로 국가의 폭력에 의해서 희생된 모두를 구제하고자 하는 법의 취지를 갖고 있는데, 그러한 법적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과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가족관계 정정 심의 과정에서도 법적 사각지대가 드러났습니다.

제사를 지내온 양자가 법적 양자로 인정받을 길이 열렸지만, 희생자가 호주였을 때만 인정해 주고 있습니다.

[양성주/4·3유족회 부회장 : "장남만이 아니라 차남, 삼남한테도 제사 지내면서 양자로 들어간 분들이 많은데, 그런 분들은 혜택이 없다 보니까."]

정정을 신청한 유족이 사망하게 되면 절차가 종료되고, 사실혼 배우자나 양자란 사실을 인정받아도 등록할 수 있는 규정이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홍성아/제주도 4·3지원팀장 : "위원회 결정 이후에 가족관계등록부를 정리해야 하는데, 아직 사실혼 관계나 양친자 관계에 관련 내용이 거의 규정이 안 돼 있습니다."]

가족 회복의 문 앞에 멈춰 선 유족들, 이들이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좀 더 손을 내밀어야 할 때입니다.

KBS 뉴스 안서연입니다.

촬영기자:고성호/그래픽:서경환·고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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