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K] 가족관계 정정 ‘0건’…‘멀고 먼 회복’ 뒷이야기
입력 2025.04.09 (19:14)
수정 2025.04.09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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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부가 4·3으로 뒤틀린 가족관계를 바로잡아주겠다고 약속한 지 4년이 흐른 지금, 실제 얼마나 진척이 있었는지 앞서 보신 영상처럼 KBS는 기획 보도를 통해 살펴봤는데요.
취재기자와 함께 보다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안서연 기자 나왔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안 기자, 어떻게 이 취재를 시작하게 됐나요?
[기자]
취재를 시작한 건 서귀포에 사는 76살 오순자 할머니의 제보 덕분이었습니다.
오 할머니의 아버지는 4·3 때 대전형무소로 끌려가 행방불명됐다, 2022년 8월 직권재심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억울한 옥살이에 대해 국가에 형사보상금을 청구해야 하지만, 가족관계가 꼬인 오 할머니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오 할머니는 가족관계 정정 신청을 해놓고 2년째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과연 이런 상황에 처한 분이 한 명뿐일까 궁금해졌습니다.
2021년 4·3중앙위원회 결정으로 가족관계를 정정할 수 있도록 4·3특별법이 개정된 이후,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안 기자, 뉴스에서 보니까 실제로 이분을 만나 뵙지 못했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오순자 할머님이 건강 악화로 병원에 입원하시면서 외사촌 동생분을 통해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는데요.
이처럼 가족관계 정정을 기다리는 유족 대부분이 7~80대 고령으로, 언제 악화할지 모르는 건강 탓에 걱정이 크셨습니다.
취재진은 3년 전 만나 뵀던 또 다른 유족 77살 이순열 할머니의 안부도 궁금해졌는데요.
당시 이 할머니는 삼촌 조카로 돼 있는 아버지와의 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무덤 속 유해로 유전자 대조까지 했지만 일부가 일치하지 않아 낙담하셨습니다.
이후, 복잡한 절차 없이도 가족관계를 바로잡을 길이 열리면서 2023년 제주도에 정정 신청을 한 상태였는데요.
그런데 3년 만에 만난 할머니는 하루가 다르게 건강이 나빠지는데도 아직 조사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며 막막함을 토로하셨습니다.
[앵커]
많은 신청인이 궁금해하고 계실 텐데요.
대체 왜 속도가 나지 않고 있는 건가요?
[기자]
네, 4년 전 4·3 중앙위원회의 결정으로 가족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지만, 갈 길은 멀었는데요.
정정 대상을 확대하는 관련 규칙과 시행령을 개정하고, 심사 기준을 수립해야 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정정 신청을 받기 시작한 건 2023년 7월부터입니다.
정정 신청이 들어오면 분과위원회가 3차례 심의한 뒤 실무위원회 심의를 거쳐 중앙위원회가 최종 심사하게 되는데요.
이때 분과위에서 사실 조사로 자격을 검토하고 이해 관계인들을 확정해 통지하는데 많은 시일이 걸린다는 게 제주도의 설명이었습니다.
제주도는 아무래도 이 사안이 법원 판결에 준하는 결정 사항인 만큼, 업무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이를 위한 전담 조사 인력은 지난해 하반기에야 기존 2명에서 6명으로 확대됐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재 단 한 건이 처음으로 실무위원회 상정을 앞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동안 가족관계 정정 신청이 얼마나 들어왔다고 하던가요?
[기자]
지난해 말까지 약 2년간 4백 건가량이 접수됐다는데요.
친생자 관계를 바로 잡아달란 신청이 2백여 건으로 가장 많고, 양친자 관계를 인정해 달란 신청이 약 100건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제주도는 올해 안으로 전체 신청 건수의 절반가량은 사실 조사를 마치겠다고 밝혔는데요.
실무위 심의 거쳐 중앙위 결정까지 언제쯤 내려질 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앵커]
언제 정정될지 모르는 상황에 개인적으로 소송을 계속 이어가신 분도 있다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북촌 집단 학살 당시 부모와 형제를 한꺼번에 잃고 큰아버지 호적에 오른 84살 윤옥화 할머니입니다.
윤 할머니는 다행히 유전자 검사로 부모 모두와 일치한다는 판정을 받아서 이를 근거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는데요.
결국 인지청구 소송을 통해 친부모가 맞다는 걸 인정받았지만, 가족관계등록부에는 아버지밖에 올릴 수 없었다고 합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생전에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끝내 벽에 가로막힌 윤 할머니는 제주도에 혼인관계 결정 신청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앵커]
제자리로 돌리는 일이 참 어렵기만 하네요.
그런데 이 과정에서 주민등록이 말소되는 피해도 겪으셨다면서요?
[기자]
네, 인지청구 소송만 인용되면 다 끝나는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큰아버지의 딸이 아니라는 신고한 뒤 실제 친아버지의 딸로 등록하기 위해선 가족관계 창설 허가를 또 받아야 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법원의 허가 결정이 나길 기다리는 동안 주민등록이 말소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살아있지만 세상에 없는 사람이 돼버린 건데요.
이 때문에 모든 복지 혜택이 끊기면서 병원조차 다닐 수 없었다고 합니다.
사실 이 절차가 모두에게 생소하다 보니, 읍사무소 공무원들도 나서서 법원에 빠른 결정을 요청했다고 하는데요.
이 같은 피해가 또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추후 취재를 이어가 볼까 합니다.
[앵커]
결국은 이 모든 절차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위원회 결정이 빨리 나와줘야겠네요.
그런데 안 기자, 가족관계가 정정되면 무죄 판결을 받은 수형인 희생자의 자녀들이 보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되는 건가요?
[기자]
네, 판결을 안 날로부터 3년 이내에 정정되면 가능한데요.
문제는 검찰이 청구한 직권재심으로 무죄 판결을 받기 시작한 게 2022년부터라는 겁니다.
형사소송법상 무죄 판결을 안 날로부터 3년 이내에 보상 청구를 해야 하는데, 지금이 2025년이니까 시효가 소멸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겁니다.
이번에 저희가 만난 김을생 할머니의 경우 2022년 11월 아버지의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앞으로 반년 뒤면 청구 시효가 만료될 상황이었는데요.
하지만 5촌 친척 호적에 오른 김 할머니는 위원회의 정정 심사만 기다릴 뿐, 별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앵커]
그럼 청구 기간이 지나면 아예 보상 청구를 할 수 없는 건가요?
[기자]
네, 안타깝게도 현재는 그렇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9월 뒤틀린 호적으로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청구 기간에 관한 특례를 담은 4·3특별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는데요.
무죄 판결을 안 날로부터 3년 이내 청구하라는 형사보상법에도 불구하고, 가족관계 정정을 심사하는 중앙위원회의 결정을 통지받은 날로부터 3년 이내에 보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앞으로 국정이 안정화되면 본격 논의가 시작되겠지만, 국회 행안위 전문위원실이 지난해 말 부정적인 검토 의견을 낸 만큼, 적극적인 공감대 형성이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이 외에 또 법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을까요?
[기자]
네, 있습니다.
가족관계 심사 과정에서 사각지대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요.
제사를 지내온 양자가 법적 양자로 인정받을 길이 열렸지만, 희생자가 호주였을 때만 자격을 가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또, 사실혼 배우자나 양자란 사실을 인정받는다 하더라도 등록할 수 있는 대법원규칙이나 규정이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정정을 신청한 유족이 사망하게 되면 절차가 종료되고 마는데요.
취재진이 만난 담당 공무원과 분과위원회 위원들 역시 이 부분을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앵커]
앞으로도 풀어야 할 과제가 참 많네요.
안 기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기자]
이 유족들은 본인들 잘못으로 가족관계가 꼬인 게 아니지 않습니까.
가족이 억울하게 희생당하지 않았더라면, 남들처럼 따뜻한 울타리 안에서 살 수 있었을 텐데요.
이제라도 국가가 나서서 가족관계를 정정해 준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지만, 생색내기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그 속도는 피해자들에게 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네, 안 기자 말처럼 생색내기에 그치지 않기 위해 정부의 면밀한 검토와 진단, 그리고 발빠른 대책 실천이 이뤄졌으면 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출연 고맙습니다.
정부가 4·3으로 뒤틀린 가족관계를 바로잡아주겠다고 약속한 지 4년이 흐른 지금, 실제 얼마나 진척이 있었는지 앞서 보신 영상처럼 KBS는 기획 보도를 통해 살펴봤는데요.
취재기자와 함께 보다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안서연 기자 나왔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안 기자, 어떻게 이 취재를 시작하게 됐나요?
[기자]
취재를 시작한 건 서귀포에 사는 76살 오순자 할머니의 제보 덕분이었습니다.
오 할머니의 아버지는 4·3 때 대전형무소로 끌려가 행방불명됐다, 2022년 8월 직권재심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억울한 옥살이에 대해 국가에 형사보상금을 청구해야 하지만, 가족관계가 꼬인 오 할머니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오 할머니는 가족관계 정정 신청을 해놓고 2년째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과연 이런 상황에 처한 분이 한 명뿐일까 궁금해졌습니다.
2021년 4·3중앙위원회 결정으로 가족관계를 정정할 수 있도록 4·3특별법이 개정된 이후,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안 기자, 뉴스에서 보니까 실제로 이분을 만나 뵙지 못했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오순자 할머님이 건강 악화로 병원에 입원하시면서 외사촌 동생분을 통해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는데요.
이처럼 가족관계 정정을 기다리는 유족 대부분이 7~80대 고령으로, 언제 악화할지 모르는 건강 탓에 걱정이 크셨습니다.
취재진은 3년 전 만나 뵀던 또 다른 유족 77살 이순열 할머니의 안부도 궁금해졌는데요.
당시 이 할머니는 삼촌 조카로 돼 있는 아버지와의 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무덤 속 유해로 유전자 대조까지 했지만 일부가 일치하지 않아 낙담하셨습니다.
이후, 복잡한 절차 없이도 가족관계를 바로잡을 길이 열리면서 2023년 제주도에 정정 신청을 한 상태였는데요.
그런데 3년 만에 만난 할머니는 하루가 다르게 건강이 나빠지는데도 아직 조사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며 막막함을 토로하셨습니다.
[앵커]
많은 신청인이 궁금해하고 계실 텐데요.
대체 왜 속도가 나지 않고 있는 건가요?
[기자]
네, 4년 전 4·3 중앙위원회의 결정으로 가족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지만, 갈 길은 멀었는데요.
정정 대상을 확대하는 관련 규칙과 시행령을 개정하고, 심사 기준을 수립해야 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정정 신청을 받기 시작한 건 2023년 7월부터입니다.
정정 신청이 들어오면 분과위원회가 3차례 심의한 뒤 실무위원회 심의를 거쳐 중앙위원회가 최종 심사하게 되는데요.
이때 분과위에서 사실 조사로 자격을 검토하고 이해 관계인들을 확정해 통지하는데 많은 시일이 걸린다는 게 제주도의 설명이었습니다.
제주도는 아무래도 이 사안이 법원 판결에 준하는 결정 사항인 만큼, 업무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이를 위한 전담 조사 인력은 지난해 하반기에야 기존 2명에서 6명으로 확대됐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재 단 한 건이 처음으로 실무위원회 상정을 앞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동안 가족관계 정정 신청이 얼마나 들어왔다고 하던가요?
[기자]
지난해 말까지 약 2년간 4백 건가량이 접수됐다는데요.
친생자 관계를 바로 잡아달란 신청이 2백여 건으로 가장 많고, 양친자 관계를 인정해 달란 신청이 약 100건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제주도는 올해 안으로 전체 신청 건수의 절반가량은 사실 조사를 마치겠다고 밝혔는데요.
실무위 심의 거쳐 중앙위 결정까지 언제쯤 내려질 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앵커]
언제 정정될지 모르는 상황에 개인적으로 소송을 계속 이어가신 분도 있다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북촌 집단 학살 당시 부모와 형제를 한꺼번에 잃고 큰아버지 호적에 오른 84살 윤옥화 할머니입니다.
윤 할머니는 다행히 유전자 검사로 부모 모두와 일치한다는 판정을 받아서 이를 근거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는데요.
결국 인지청구 소송을 통해 친부모가 맞다는 걸 인정받았지만, 가족관계등록부에는 아버지밖에 올릴 수 없었다고 합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생전에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끝내 벽에 가로막힌 윤 할머니는 제주도에 혼인관계 결정 신청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앵커]
제자리로 돌리는 일이 참 어렵기만 하네요.
그런데 이 과정에서 주민등록이 말소되는 피해도 겪으셨다면서요?
[기자]
네, 인지청구 소송만 인용되면 다 끝나는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큰아버지의 딸이 아니라는 신고한 뒤 실제 친아버지의 딸로 등록하기 위해선 가족관계 창설 허가를 또 받아야 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법원의 허가 결정이 나길 기다리는 동안 주민등록이 말소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살아있지만 세상에 없는 사람이 돼버린 건데요.
이 때문에 모든 복지 혜택이 끊기면서 병원조차 다닐 수 없었다고 합니다.
사실 이 절차가 모두에게 생소하다 보니, 읍사무소 공무원들도 나서서 법원에 빠른 결정을 요청했다고 하는데요.
이 같은 피해가 또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추후 취재를 이어가 볼까 합니다.
[앵커]
결국은 이 모든 절차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위원회 결정이 빨리 나와줘야겠네요.
그런데 안 기자, 가족관계가 정정되면 무죄 판결을 받은 수형인 희생자의 자녀들이 보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되는 건가요?
[기자]
네, 판결을 안 날로부터 3년 이내에 정정되면 가능한데요.
문제는 검찰이 청구한 직권재심으로 무죄 판결을 받기 시작한 게 2022년부터라는 겁니다.
형사소송법상 무죄 판결을 안 날로부터 3년 이내에 보상 청구를 해야 하는데, 지금이 2025년이니까 시효가 소멸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겁니다.
이번에 저희가 만난 김을생 할머니의 경우 2022년 11월 아버지의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앞으로 반년 뒤면 청구 시효가 만료될 상황이었는데요.
하지만 5촌 친척 호적에 오른 김 할머니는 위원회의 정정 심사만 기다릴 뿐, 별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앵커]
그럼 청구 기간이 지나면 아예 보상 청구를 할 수 없는 건가요?
[기자]
네, 안타깝게도 현재는 그렇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9월 뒤틀린 호적으로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청구 기간에 관한 특례를 담은 4·3특별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는데요.
무죄 판결을 안 날로부터 3년 이내 청구하라는 형사보상법에도 불구하고, 가족관계 정정을 심사하는 중앙위원회의 결정을 통지받은 날로부터 3년 이내에 보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앞으로 국정이 안정화되면 본격 논의가 시작되겠지만, 국회 행안위 전문위원실이 지난해 말 부정적인 검토 의견을 낸 만큼, 적극적인 공감대 형성이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이 외에 또 법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을까요?
[기자]
네, 있습니다.
가족관계 심사 과정에서 사각지대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요.
제사를 지내온 양자가 법적 양자로 인정받을 길이 열렸지만, 희생자가 호주였을 때만 자격을 가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또, 사실혼 배우자나 양자란 사실을 인정받는다 하더라도 등록할 수 있는 대법원규칙이나 규정이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정정을 신청한 유족이 사망하게 되면 절차가 종료되고 마는데요.
취재진이 만난 담당 공무원과 분과위원회 위원들 역시 이 부분을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앵커]
앞으로도 풀어야 할 과제가 참 많네요.
안 기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기자]
이 유족들은 본인들 잘못으로 가족관계가 꼬인 게 아니지 않습니까.
가족이 억울하게 희생당하지 않았더라면, 남들처럼 따뜻한 울타리 안에서 살 수 있었을 텐데요.
이제라도 국가가 나서서 가족관계를 정정해 준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지만, 생색내기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그 속도는 피해자들에게 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네, 안 기자 말처럼 생색내기에 그치지 않기 위해 정부의 면밀한 검토와 진단, 그리고 발빠른 대책 실천이 이뤄졌으면 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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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절한K] 가족관계 정정 ‘0건’…‘멀고 먼 회복’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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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4-09 19:14:29
- 수정2025-04-09 19:49:43

[앵커]
정부가 4·3으로 뒤틀린 가족관계를 바로잡아주겠다고 약속한 지 4년이 흐른 지금, 실제 얼마나 진척이 있었는지 앞서 보신 영상처럼 KBS는 기획 보도를 통해 살펴봤는데요.
취재기자와 함께 보다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안서연 기자 나왔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안 기자, 어떻게 이 취재를 시작하게 됐나요?
[기자]
취재를 시작한 건 서귀포에 사는 76살 오순자 할머니의 제보 덕분이었습니다.
오 할머니의 아버지는 4·3 때 대전형무소로 끌려가 행방불명됐다, 2022년 8월 직권재심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억울한 옥살이에 대해 국가에 형사보상금을 청구해야 하지만, 가족관계가 꼬인 오 할머니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오 할머니는 가족관계 정정 신청을 해놓고 2년째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과연 이런 상황에 처한 분이 한 명뿐일까 궁금해졌습니다.
2021년 4·3중앙위원회 결정으로 가족관계를 정정할 수 있도록 4·3특별법이 개정된 이후,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안 기자, 뉴스에서 보니까 실제로 이분을 만나 뵙지 못했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오순자 할머님이 건강 악화로 병원에 입원하시면서 외사촌 동생분을 통해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는데요.
이처럼 가족관계 정정을 기다리는 유족 대부분이 7~80대 고령으로, 언제 악화할지 모르는 건강 탓에 걱정이 크셨습니다.
취재진은 3년 전 만나 뵀던 또 다른 유족 77살 이순열 할머니의 안부도 궁금해졌는데요.
당시 이 할머니는 삼촌 조카로 돼 있는 아버지와의 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무덤 속 유해로 유전자 대조까지 했지만 일부가 일치하지 않아 낙담하셨습니다.
이후, 복잡한 절차 없이도 가족관계를 바로잡을 길이 열리면서 2023년 제주도에 정정 신청을 한 상태였는데요.
그런데 3년 만에 만난 할머니는 하루가 다르게 건강이 나빠지는데도 아직 조사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며 막막함을 토로하셨습니다.
[앵커]
많은 신청인이 궁금해하고 계실 텐데요.
대체 왜 속도가 나지 않고 있는 건가요?
[기자]
네, 4년 전 4·3 중앙위원회의 결정으로 가족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지만, 갈 길은 멀었는데요.
정정 대상을 확대하는 관련 규칙과 시행령을 개정하고, 심사 기준을 수립해야 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정정 신청을 받기 시작한 건 2023년 7월부터입니다.
정정 신청이 들어오면 분과위원회가 3차례 심의한 뒤 실무위원회 심의를 거쳐 중앙위원회가 최종 심사하게 되는데요.
이때 분과위에서 사실 조사로 자격을 검토하고 이해 관계인들을 확정해 통지하는데 많은 시일이 걸린다는 게 제주도의 설명이었습니다.
제주도는 아무래도 이 사안이 법원 판결에 준하는 결정 사항인 만큼, 업무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이를 위한 전담 조사 인력은 지난해 하반기에야 기존 2명에서 6명으로 확대됐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재 단 한 건이 처음으로 실무위원회 상정을 앞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동안 가족관계 정정 신청이 얼마나 들어왔다고 하던가요?
[기자]
지난해 말까지 약 2년간 4백 건가량이 접수됐다는데요.
친생자 관계를 바로 잡아달란 신청이 2백여 건으로 가장 많고, 양친자 관계를 인정해 달란 신청이 약 100건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제주도는 올해 안으로 전체 신청 건수의 절반가량은 사실 조사를 마치겠다고 밝혔는데요.
실무위 심의 거쳐 중앙위 결정까지 언제쯤 내려질 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앵커]
언제 정정될지 모르는 상황에 개인적으로 소송을 계속 이어가신 분도 있다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북촌 집단 학살 당시 부모와 형제를 한꺼번에 잃고 큰아버지 호적에 오른 84살 윤옥화 할머니입니다.
윤 할머니는 다행히 유전자 검사로 부모 모두와 일치한다는 판정을 받아서 이를 근거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는데요.
결국 인지청구 소송을 통해 친부모가 맞다는 걸 인정받았지만, 가족관계등록부에는 아버지밖에 올릴 수 없었다고 합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생전에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끝내 벽에 가로막힌 윤 할머니는 제주도에 혼인관계 결정 신청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앵커]
제자리로 돌리는 일이 참 어렵기만 하네요.
그런데 이 과정에서 주민등록이 말소되는 피해도 겪으셨다면서요?
[기자]
네, 인지청구 소송만 인용되면 다 끝나는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큰아버지의 딸이 아니라는 신고한 뒤 실제 친아버지의 딸로 등록하기 위해선 가족관계 창설 허가를 또 받아야 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법원의 허가 결정이 나길 기다리는 동안 주민등록이 말소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살아있지만 세상에 없는 사람이 돼버린 건데요.
이 때문에 모든 복지 혜택이 끊기면서 병원조차 다닐 수 없었다고 합니다.
사실 이 절차가 모두에게 생소하다 보니, 읍사무소 공무원들도 나서서 법원에 빠른 결정을 요청했다고 하는데요.
이 같은 피해가 또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추후 취재를 이어가 볼까 합니다.
[앵커]
결국은 이 모든 절차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위원회 결정이 빨리 나와줘야겠네요.
그런데 안 기자, 가족관계가 정정되면 무죄 판결을 받은 수형인 희생자의 자녀들이 보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되는 건가요?
[기자]
네, 판결을 안 날로부터 3년 이내에 정정되면 가능한데요.
문제는 검찰이 청구한 직권재심으로 무죄 판결을 받기 시작한 게 2022년부터라는 겁니다.
형사소송법상 무죄 판결을 안 날로부터 3년 이내에 보상 청구를 해야 하는데, 지금이 2025년이니까 시효가 소멸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겁니다.
이번에 저희가 만난 김을생 할머니의 경우 2022년 11월 아버지의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앞으로 반년 뒤면 청구 시효가 만료될 상황이었는데요.
하지만 5촌 친척 호적에 오른 김 할머니는 위원회의 정정 심사만 기다릴 뿐, 별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앵커]
그럼 청구 기간이 지나면 아예 보상 청구를 할 수 없는 건가요?
[기자]
네, 안타깝게도 현재는 그렇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9월 뒤틀린 호적으로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청구 기간에 관한 특례를 담은 4·3특별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는데요.
무죄 판결을 안 날로부터 3년 이내 청구하라는 형사보상법에도 불구하고, 가족관계 정정을 심사하는 중앙위원회의 결정을 통지받은 날로부터 3년 이내에 보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앞으로 국정이 안정화되면 본격 논의가 시작되겠지만, 국회 행안위 전문위원실이 지난해 말 부정적인 검토 의견을 낸 만큼, 적극적인 공감대 형성이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이 외에 또 법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을까요?
[기자]
네, 있습니다.
가족관계 심사 과정에서 사각지대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요.
제사를 지내온 양자가 법적 양자로 인정받을 길이 열렸지만, 희생자가 호주였을 때만 자격을 가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또, 사실혼 배우자나 양자란 사실을 인정받는다 하더라도 등록할 수 있는 대법원규칙이나 규정이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정정을 신청한 유족이 사망하게 되면 절차가 종료되고 마는데요.
취재진이 만난 담당 공무원과 분과위원회 위원들 역시 이 부분을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앵커]
앞으로도 풀어야 할 과제가 참 많네요.
안 기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기자]
이 유족들은 본인들 잘못으로 가족관계가 꼬인 게 아니지 않습니까.
가족이 억울하게 희생당하지 않았더라면, 남들처럼 따뜻한 울타리 안에서 살 수 있었을 텐데요.
이제라도 국가가 나서서 가족관계를 정정해 준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지만, 생색내기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그 속도는 피해자들에게 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네, 안 기자 말처럼 생색내기에 그치지 않기 위해 정부의 면밀한 검토와 진단, 그리고 발빠른 대책 실천이 이뤄졌으면 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출연 고맙습니다.
정부가 4·3으로 뒤틀린 가족관계를 바로잡아주겠다고 약속한 지 4년이 흐른 지금, 실제 얼마나 진척이 있었는지 앞서 보신 영상처럼 KBS는 기획 보도를 통해 살펴봤는데요.
취재기자와 함께 보다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안서연 기자 나왔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안 기자, 어떻게 이 취재를 시작하게 됐나요?
[기자]
취재를 시작한 건 서귀포에 사는 76살 오순자 할머니의 제보 덕분이었습니다.
오 할머니의 아버지는 4·3 때 대전형무소로 끌려가 행방불명됐다, 2022년 8월 직권재심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억울한 옥살이에 대해 국가에 형사보상금을 청구해야 하지만, 가족관계가 꼬인 오 할머니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오 할머니는 가족관계 정정 신청을 해놓고 2년째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과연 이런 상황에 처한 분이 한 명뿐일까 궁금해졌습니다.
2021년 4·3중앙위원회 결정으로 가족관계를 정정할 수 있도록 4·3특별법이 개정된 이후,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안 기자, 뉴스에서 보니까 실제로 이분을 만나 뵙지 못했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오순자 할머님이 건강 악화로 병원에 입원하시면서 외사촌 동생분을 통해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는데요.
이처럼 가족관계 정정을 기다리는 유족 대부분이 7~80대 고령으로, 언제 악화할지 모르는 건강 탓에 걱정이 크셨습니다.
취재진은 3년 전 만나 뵀던 또 다른 유족 77살 이순열 할머니의 안부도 궁금해졌는데요.
당시 이 할머니는 삼촌 조카로 돼 있는 아버지와의 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무덤 속 유해로 유전자 대조까지 했지만 일부가 일치하지 않아 낙담하셨습니다.
이후, 복잡한 절차 없이도 가족관계를 바로잡을 길이 열리면서 2023년 제주도에 정정 신청을 한 상태였는데요.
그런데 3년 만에 만난 할머니는 하루가 다르게 건강이 나빠지는데도 아직 조사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며 막막함을 토로하셨습니다.
[앵커]
많은 신청인이 궁금해하고 계실 텐데요.
대체 왜 속도가 나지 않고 있는 건가요?
[기자]
네, 4년 전 4·3 중앙위원회의 결정으로 가족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지만, 갈 길은 멀었는데요.
정정 대상을 확대하는 관련 규칙과 시행령을 개정하고, 심사 기준을 수립해야 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정정 신청을 받기 시작한 건 2023년 7월부터입니다.
정정 신청이 들어오면 분과위원회가 3차례 심의한 뒤 실무위원회 심의를 거쳐 중앙위원회가 최종 심사하게 되는데요.
이때 분과위에서 사실 조사로 자격을 검토하고 이해 관계인들을 확정해 통지하는데 많은 시일이 걸린다는 게 제주도의 설명이었습니다.
제주도는 아무래도 이 사안이 법원 판결에 준하는 결정 사항인 만큼, 업무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이를 위한 전담 조사 인력은 지난해 하반기에야 기존 2명에서 6명으로 확대됐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재 단 한 건이 처음으로 실무위원회 상정을 앞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동안 가족관계 정정 신청이 얼마나 들어왔다고 하던가요?
[기자]
지난해 말까지 약 2년간 4백 건가량이 접수됐다는데요.
친생자 관계를 바로 잡아달란 신청이 2백여 건으로 가장 많고, 양친자 관계를 인정해 달란 신청이 약 100건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제주도는 올해 안으로 전체 신청 건수의 절반가량은 사실 조사를 마치겠다고 밝혔는데요.
실무위 심의 거쳐 중앙위 결정까지 언제쯤 내려질 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앵커]
언제 정정될지 모르는 상황에 개인적으로 소송을 계속 이어가신 분도 있다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북촌 집단 학살 당시 부모와 형제를 한꺼번에 잃고 큰아버지 호적에 오른 84살 윤옥화 할머니입니다.
윤 할머니는 다행히 유전자 검사로 부모 모두와 일치한다는 판정을 받아서 이를 근거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는데요.
결국 인지청구 소송을 통해 친부모가 맞다는 걸 인정받았지만, 가족관계등록부에는 아버지밖에 올릴 수 없었다고 합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생전에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끝내 벽에 가로막힌 윤 할머니는 제주도에 혼인관계 결정 신청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앵커]
제자리로 돌리는 일이 참 어렵기만 하네요.
그런데 이 과정에서 주민등록이 말소되는 피해도 겪으셨다면서요?
[기자]
네, 인지청구 소송만 인용되면 다 끝나는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큰아버지의 딸이 아니라는 신고한 뒤 실제 친아버지의 딸로 등록하기 위해선 가족관계 창설 허가를 또 받아야 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법원의 허가 결정이 나길 기다리는 동안 주민등록이 말소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살아있지만 세상에 없는 사람이 돼버린 건데요.
이 때문에 모든 복지 혜택이 끊기면서 병원조차 다닐 수 없었다고 합니다.
사실 이 절차가 모두에게 생소하다 보니, 읍사무소 공무원들도 나서서 법원에 빠른 결정을 요청했다고 하는데요.
이 같은 피해가 또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추후 취재를 이어가 볼까 합니다.
[앵커]
결국은 이 모든 절차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위원회 결정이 빨리 나와줘야겠네요.
그런데 안 기자, 가족관계가 정정되면 무죄 판결을 받은 수형인 희생자의 자녀들이 보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되는 건가요?
[기자]
네, 판결을 안 날로부터 3년 이내에 정정되면 가능한데요.
문제는 검찰이 청구한 직권재심으로 무죄 판결을 받기 시작한 게 2022년부터라는 겁니다.
형사소송법상 무죄 판결을 안 날로부터 3년 이내에 보상 청구를 해야 하는데, 지금이 2025년이니까 시효가 소멸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겁니다.
이번에 저희가 만난 김을생 할머니의 경우 2022년 11월 아버지의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앞으로 반년 뒤면 청구 시효가 만료될 상황이었는데요.
하지만 5촌 친척 호적에 오른 김 할머니는 위원회의 정정 심사만 기다릴 뿐, 별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앵커]
그럼 청구 기간이 지나면 아예 보상 청구를 할 수 없는 건가요?
[기자]
네, 안타깝게도 현재는 그렇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9월 뒤틀린 호적으로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청구 기간에 관한 특례를 담은 4·3특별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는데요.
무죄 판결을 안 날로부터 3년 이내 청구하라는 형사보상법에도 불구하고, 가족관계 정정을 심사하는 중앙위원회의 결정을 통지받은 날로부터 3년 이내에 보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앞으로 국정이 안정화되면 본격 논의가 시작되겠지만, 국회 행안위 전문위원실이 지난해 말 부정적인 검토 의견을 낸 만큼, 적극적인 공감대 형성이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이 외에 또 법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을까요?
[기자]
네, 있습니다.
가족관계 심사 과정에서 사각지대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요.
제사를 지내온 양자가 법적 양자로 인정받을 길이 열렸지만, 희생자가 호주였을 때만 자격을 가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또, 사실혼 배우자나 양자란 사실을 인정받는다 하더라도 등록할 수 있는 대법원규칙이나 규정이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정정을 신청한 유족이 사망하게 되면 절차가 종료되고 마는데요.
취재진이 만난 담당 공무원과 분과위원회 위원들 역시 이 부분을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앵커]
앞으로도 풀어야 할 과제가 참 많네요.
안 기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기자]
이 유족들은 본인들 잘못으로 가족관계가 꼬인 게 아니지 않습니까.
가족이 억울하게 희생당하지 않았더라면, 남들처럼 따뜻한 울타리 안에서 살 수 있었을 텐데요.
이제라도 국가가 나서서 가족관계를 정정해 준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지만, 생색내기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그 속도는 피해자들에게 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네, 안 기자 말처럼 생색내기에 그치지 않기 위해 정부의 면밀한 검토와 진단, 그리고 발빠른 대책 실천이 이뤄졌으면 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출연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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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서연 기자 asy0104@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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