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달 9일은 러시아 전승절입니다. 2차 세계대전 승리를 기념하는 러시아 최대 국경일로, 올해 80주년을 맞습니다. 우리에겐 조금 생소한 날이지만, 이때 열리는 기념식은 러시아와 우호 관계인 여러 국가 정상들이 모여 반서방 연대를 과시하는 외교 무대로도 평가받습니다.
이번 전승절에 우리가 특히 주목하는 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참석 여부 때문입니다. 러시아는 지난달 29일 "여러 아시아 국가 지도자들을 초대했다"라면서 "누가 참석할 지 곧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김정은, 다자외교무대 데뷔할까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올해 방문하는 건 확정적인 듯합니다.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지난달 27일 "김 위원장의 올해 러시아 방문이 준비되고 있다"라고 확인했습니다. '푸틴의 오른팔'로 불리는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가 지난달 21일 평양에서 김 위원장을 만난 것도 방러 일정을 더 구체화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됩니다.

러시아 외교·안보 정책 전문가인 현승수 통일연구원 부원장은 "나치 독일과 싸운 경험이 없는 북한의 지도자가 2차 대전 승전을 기념하는 전승절에 온다는 건 러시아 입장에서도 행사의 역사적 성격을 바꾸는 큰 변화"라면서 "북한을 브릭스(BRICS) 같은 '친러 블록'에 편입시키는 상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 열차 타고 모스크바까지?
그러나 그만큼 리스크도 큰 자리입니다. 북한 최고 지도자가 다자 외교 무대에서 여러 정상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섞여 등장한 적은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이 자리에선 김 위원장만을 위한 '특별 의전'이 사실상 어렵습니다. '수령제'인 북한의 통치 스타일을 감안하면, 다른 정상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움직여야 하는 상황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김 위원장의 '최고 존엄' 이미지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외교적 존재감도 드러내야 하는, 복잡한 셈법이 요구되는 자리인 겁니다.

■ 관건은 시점·형식…김정은 선택은?
그래서 여러 가능성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첫 번째 가능성은 전승절 전후에 김 위원장 '혼자' 러시아에 방문하는 겁니다. 양자 회담을 통해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대등한 모습처럼 비치는 게 북한 입장에선 체제 선전과 내부 결속엔 유리합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최근 북한이 조기경보기를 공개하는 등 항공전력을 과시하는 것을 볼 때, 김 위원장이 하늘길을 이용해 모스크바 등 멀리 이동하는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에도 한계는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을 계기로 발전된 양국 관계를 대내외에 과시하는 효과가 모스크바 방문에 비해 떨어진다는 겁니다. 극동 지역은 이미 김 위원장이 방문한 적이 있기 때문에, 달라진 관계를 보여주려면 새로운 장소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죠.
향후 남북 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인 만큼, 통일부도 김정은 위원장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러시아에 모습을 드러내느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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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달 뒤 러시아 전승절…모스크바에 김정은 나타날까 [뒷北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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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4-12 07:02:00

다음 달 9일은 러시아 전승절입니다. 2차 세계대전 승리를 기념하는 러시아 최대 국경일로, 올해 80주년을 맞습니다. 우리에겐 조금 생소한 날이지만, 이때 열리는 기념식은 러시아와 우호 관계인 여러 국가 정상들이 모여 반서방 연대를 과시하는 외교 무대로도 평가받습니다.
이번 전승절에 우리가 특히 주목하는 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참석 여부 때문입니다. 러시아는 지난달 29일 "여러 아시아 국가 지도자들을 초대했다"라면서 "누가 참석할 지 곧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김정은, 다자외교무대 데뷔할까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올해 방문하는 건 확정적인 듯합니다.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지난달 27일 "김 위원장의 올해 러시아 방문이 준비되고 있다"라고 확인했습니다. '푸틴의 오른팔'로 불리는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가 지난달 21일 평양에서 김 위원장을 만난 것도 방러 일정을 더 구체화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됩니다.

러시아 외교·안보 정책 전문가인 현승수 통일연구원 부원장은 "나치 독일과 싸운 경험이 없는 북한의 지도자가 2차 대전 승전을 기념하는 전승절에 온다는 건 러시아 입장에서도 행사의 역사적 성격을 바꾸는 큰 변화"라면서 "북한을 브릭스(BRICS) 같은 '친러 블록'에 편입시키는 상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 열차 타고 모스크바까지?
그러나 그만큼 리스크도 큰 자리입니다. 북한 최고 지도자가 다자 외교 무대에서 여러 정상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섞여 등장한 적은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이 자리에선 김 위원장만을 위한 '특별 의전'이 사실상 어렵습니다. '수령제'인 북한의 통치 스타일을 감안하면, 다른 정상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움직여야 하는 상황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김 위원장의 '최고 존엄' 이미지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외교적 존재감도 드러내야 하는, 복잡한 셈법이 요구되는 자리인 겁니다.

■ 관건은 시점·형식…김정은 선택은?
그래서 여러 가능성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첫 번째 가능성은 전승절 전후에 김 위원장 '혼자' 러시아에 방문하는 겁니다. 양자 회담을 통해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대등한 모습처럼 비치는 게 북한 입장에선 체제 선전과 내부 결속엔 유리합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최근 북한이 조기경보기를 공개하는 등 항공전력을 과시하는 것을 볼 때, 김 위원장이 하늘길을 이용해 모스크바 등 멀리 이동하는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에도 한계는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을 계기로 발전된 양국 관계를 대내외에 과시하는 효과가 모스크바 방문에 비해 떨어진다는 겁니다. 극동 지역은 이미 김 위원장이 방문한 적이 있기 때문에, 달라진 관계를 보여주려면 새로운 장소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죠.
향후 남북 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인 만큼, 통일부도 김정은 위원장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러시아에 모습을 드러내느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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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혁진 기자 analogu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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