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절에 뉴타운 찾은 김정은…속내는? [뒷北뉴스]
입력 2025.04.19 (07:00)
수정 2025.04.19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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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5일은 북한 김일성 주석의 생일이었습니다. 북한은 이를 ‘태양절’이라 부르며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 선전해 왔는데요. 지난해에는 북한 매체에서 ‘태양절’이라는 표현 자체가 거의 사라졌습니다. 그러다 올해 다시 쓰이기 시작했고 당일 김정은 위원장은 주거단지 준공 현장을 찾았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의도는 무엇일까요.
■ 지난해부터 시작된 ‘선대 지우기’

태양절이란 표현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만들어 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97년까지는 4월 15일인 김일성 주석의 생일을 4.15절로 부르다 김일성 3년 상을 마친 1997년, “수령님의 존함은 곧 태양”이라며 태양절이라 명명한 것입니다.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태양절에는 북한 주민들에게 고기와 계란, 사탕 등의 ‘특별 공급’이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북한 매체에서는 대대적으로 이를 기리는 보도를 이어갔고, 관련 문화 행사도 성대하게 열렸습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겼습니다. 우선 '태양절'이란 표현이 매체와 공식 행사에서 사라졌습니다. 다시 예전에 사용하던 '4.15' 또는 '4월 명절'이라는 명칭이 도심 선전물과 매체에서 사용됐습니다. 이를 두고, 당시 김정은 위원장의 홀로서기를 위해 김일성에 대한 신격화를 줄이는 등의 ‘선대 지우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김정은 배지를 만들고, 김정은 찬양가를 배포하는 등, 우상화의 대상은 김정은 위원장으로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 다시 소환된 태양절…이유는?

그런데, 올해 4월 15일에는 조금 변화가 생겼습니다. 사라졌던 김일성 우상화 용어, ‘태양절’ 명칭이 북한 매체에 다시 활발히 사용되기 시작한 건데요.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1일 제9차 4월의 봄 인민 예술축전 개막식 보도에서 “뜻깊은 태양절 분위기를 더해주고 있다”고 언급하고, 노동신문도 김일성 생일 관련 행사 소식을 전하며 태양절 용어를 쓰는 등, ‘태양절’은 올해 모두 7차례 등장했습니다.
이를 두고 통일부 당국자는 "올해 다시 소폭, 이 숫자가 늘어난 것은 주민들의 수용성을 감안해서 다소 상황을 조절하면서 탄력적으로 운영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는데요. 다시 말해 김일성 사망 이후 30년가량 사용하던 말을 갑자기 줄인 것이 오히려 주민들의 반발을 하거나 과도한 혼란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김정은 우상화 작업은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요. “당일 노동신문 사설에도 김 위원장의 위상을 부각하는 표현이 나타났다면서 매년 그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이 또한 선대 흐리기, 독자 우상화의 일환”이라고 당국자는 설명했습니다.
‘태양절’ 언급 횟수보다 다른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시신이 안치돼 있는 금수산 태양궁전. 이곳은 집권 초기 김정은 위원장이 태양절을 포함, 연 3회까지 참배했던 곳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참배를 거의 하지 않는다는 점이 주목됩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결국 선대의 후광에 기대지 않고 '김정은 시대'를 좀 더 부각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입니다.
■ 김일성 생일에 ‘뉴타운 준공 현장’ 찾은 김정은

그렇다면 이번 태양절에 김정은은 어디를 방문했을까요? 김정은은 평양 화성지구 3단계 1만 세대 살림집 준공식에 참석했습니다. 화성지구는 금수산태양궁전 바로 옆에 위치한 주거단지입니다. ‘평양의 뉴타운’이라고도 불리는데요, 김정은 위원장은 화성지구를 “수도권의 기존 지역들을 문명개화로 선도할 수 있는 중심 표본”이라고 할 정도로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더불어 하루 전에는 ‘위대한 김정은 시대에 천지개벽 된 우리 수도 평양’이라는 제하의 평양 사진전을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이른바 김정은식 ‘부동산·토건 행보’라고도 볼 수 있는데요. 북한 주민들의 주거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라는 겁니다.

홍민/통일연구원 선임 연구위원 "김정은 자신이 혁명의 수도 평양을 아주 멋있게 개발하고 있다. 그리고 더 확장하고 있다. 이것도 보여주고 또 한편에서는 지방과 도시 간의 격차를 없애서 지방민들의 어떤 박탈감을 줄여주기 위한 정책 등 통치 성과를 주민에게 알려주려는 의도죠. 특히 태양절과 같은 날에 자신이 선대의 어떤 혁명 전통을 계승해서 이런 건설 성과를 내고 있다. 친인민적 행보를 하고 있다는 걸 알리는 의미가 있겠죠. |
더불어 이런 대규모 건설 사업을 시행하면서 경기 부양 효과를 노린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건설 현장에 들어가는 자재 시멘트 강재, 그리고 관련된 브로커 업자들까지 가동되면서 시장이 활성화된다는 겁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올해 경제 분야 공개 활동은 9차례나 됩니다. 2020~2024년 같은 기간 평균인 4.8회를 크게 뛰어넘은 횟수인데요. 선대 지도자들이 놓쳤다고 평가받는 '경제 분야'에 매진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선대의 후광에서 벗어나 북한의 성공한 경제 지도자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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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절에 뉴타운 찾은 김정은…속내는? [뒷北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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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4-19 07:00:26
- 수정2025-04-19 07:03:26

지난 4월 15일은 북한 김일성 주석의 생일이었습니다. 북한은 이를 ‘태양절’이라 부르며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 선전해 왔는데요. 지난해에는 북한 매체에서 ‘태양절’이라는 표현 자체가 거의 사라졌습니다. 그러다 올해 다시 쓰이기 시작했고 당일 김정은 위원장은 주거단지 준공 현장을 찾았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의도는 무엇일까요.
■ 지난해부터 시작된 ‘선대 지우기’

태양절이란 표현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만들어 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97년까지는 4월 15일인 김일성 주석의 생일을 4.15절로 부르다 김일성 3년 상을 마친 1997년, “수령님의 존함은 곧 태양”이라며 태양절이라 명명한 것입니다.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태양절에는 북한 주민들에게 고기와 계란, 사탕 등의 ‘특별 공급’이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북한 매체에서는 대대적으로 이를 기리는 보도를 이어갔고, 관련 문화 행사도 성대하게 열렸습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겼습니다. 우선 '태양절'이란 표현이 매체와 공식 행사에서 사라졌습니다. 다시 예전에 사용하던 '4.15' 또는 '4월 명절'이라는 명칭이 도심 선전물과 매체에서 사용됐습니다. 이를 두고, 당시 김정은 위원장의 홀로서기를 위해 김일성에 대한 신격화를 줄이는 등의 ‘선대 지우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김정은 배지를 만들고, 김정은 찬양가를 배포하는 등, 우상화의 대상은 김정은 위원장으로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 다시 소환된 태양절…이유는?

그런데, 올해 4월 15일에는 조금 변화가 생겼습니다. 사라졌던 김일성 우상화 용어, ‘태양절’ 명칭이 북한 매체에 다시 활발히 사용되기 시작한 건데요.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1일 제9차 4월의 봄 인민 예술축전 개막식 보도에서 “뜻깊은 태양절 분위기를 더해주고 있다”고 언급하고, 노동신문도 김일성 생일 관련 행사 소식을 전하며 태양절 용어를 쓰는 등, ‘태양절’은 올해 모두 7차례 등장했습니다.
이를 두고 통일부 당국자는 "올해 다시 소폭, 이 숫자가 늘어난 것은 주민들의 수용성을 감안해서 다소 상황을 조절하면서 탄력적으로 운영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는데요. 다시 말해 김일성 사망 이후 30년가량 사용하던 말을 갑자기 줄인 것이 오히려 주민들의 반발을 하거나 과도한 혼란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김정은 우상화 작업은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요. “당일 노동신문 사설에도 김 위원장의 위상을 부각하는 표현이 나타났다면서 매년 그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이 또한 선대 흐리기, 독자 우상화의 일환”이라고 당국자는 설명했습니다.
‘태양절’ 언급 횟수보다 다른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시신이 안치돼 있는 금수산 태양궁전. 이곳은 집권 초기 김정은 위원장이 태양절을 포함, 연 3회까지 참배했던 곳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참배를 거의 하지 않는다는 점이 주목됩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결국 선대의 후광에 기대지 않고 '김정은 시대'를 좀 더 부각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입니다.
■ 김일성 생일에 ‘뉴타운 준공 현장’ 찾은 김정은

그렇다면 이번 태양절에 김정은은 어디를 방문했을까요? 김정은은 평양 화성지구 3단계 1만 세대 살림집 준공식에 참석했습니다. 화성지구는 금수산태양궁전 바로 옆에 위치한 주거단지입니다. ‘평양의 뉴타운’이라고도 불리는데요, 김정은 위원장은 화성지구를 “수도권의 기존 지역들을 문명개화로 선도할 수 있는 중심 표본”이라고 할 정도로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더불어 하루 전에는 ‘위대한 김정은 시대에 천지개벽 된 우리 수도 평양’이라는 제하의 평양 사진전을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이른바 김정은식 ‘부동산·토건 행보’라고도 볼 수 있는데요. 북한 주민들의 주거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라는 겁니다.

홍민/통일연구원 선임 연구위원 "김정은 자신이 혁명의 수도 평양을 아주 멋있게 개발하고 있다. 그리고 더 확장하고 있다. 이것도 보여주고 또 한편에서는 지방과 도시 간의 격차를 없애서 지방민들의 어떤 박탈감을 줄여주기 위한 정책 등 통치 성과를 주민에게 알려주려는 의도죠. 특히 태양절과 같은 날에 자신이 선대의 어떤 혁명 전통을 계승해서 이런 건설 성과를 내고 있다. 친인민적 행보를 하고 있다는 걸 알리는 의미가 있겠죠. |
더불어 이런 대규모 건설 사업을 시행하면서 경기 부양 효과를 노린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건설 현장에 들어가는 자재 시멘트 강재, 그리고 관련된 브로커 업자들까지 가동되면서 시장이 활성화된다는 겁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올해 경제 분야 공개 활동은 9차례나 됩니다. 2020~2024년 같은 기간 평균인 4.8회를 크게 뛰어넘은 횟수인데요. 선대 지도자들이 놓쳤다고 평가받는 '경제 분야'에 매진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선대의 후광에서 벗어나 북한의 성공한 경제 지도자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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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화 기자 kimko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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