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오후, 제주도 서귀포시 색달동 제주 광역 음식물류 폐기물 자원시설. 제주 전 지역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가 한데 모이는 곳입니다. 코를 찌르는 냄새가 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각종 배관과 탱크 등 시설물로 가득한 단지 내엔 악취는커녕 시원한 바닷바람만 불었습니다.
지난해 5월 준공돼 가동 중인 이곳에선 제주도 내 가정과 소매음식점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 하루 196t을 처리합니다. 이 과정에서 나오는 '바이오가스'를 시설 운영에 필요한 열원과 전력으로 쓰고 있습니다. 바이오가스 시설로는 전국 최대 규모입니다.
이에 더해, 올해 제주도는 바이오가스로 열과 전기뿐만 아니라 '수소 에너지'까지 생산하는 사업을 환경부 등과 추진합니다.

■ '버린 음쓰'도 다시 보자…바이오가스로 열과 전기 생산
음식물 쓰레기로 에너지원을 만드는 과정은 이렇습니다. 수거 차량에 가득 실려 들어오는 음식물 쓰레기를 먼저 파쇄하고 선별합니다.
선별된 유기성 폐자원은 배관을 타고 '소화조'라 불리는 원통형 공간으로 옮겨집니다. 밀폐된 이곳에 혐기성 미생물(균주)을 넣어, 적정 온도(35℃)를 유지하면서 약 38일간 분해합니다. 용량이 한 통에 5,340t에 달하는 이런 소화조가 제주도에 모두 4개 있습니다.

이렇게 발생한 바이오가스는 '저장조'라 불리는 구형 공간에 모입니다. 처음 만들어진 메탄가스는 순도가 60%대에 불과해, 불이 붙을 수 없어 에너지원으로 쓸 수 없습니다. 이어 고질화(高質化, Upgrading) 공정으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면 최종적으로 순도 95% 메탄가스가 생산됩니다.
이 시설에서 하루에 생산하는 바이오가스는 2만 8,000N㎥. 이 중 71%만 써도 서귀포에 있는 시설을 돌리는 데 드는 열과 전기 등 에너지를 모두 충당할 수 있습니다.
이승교 제주 광역음식물류폐기물 자원시설 운영소장은 "발생한 바이오가스 70% 정도를 시설 내에서 사용하고, 나머지 잉여 가스는 태워서 버리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남아도는 바이오가스를 버리는 건 아까운 일입니다. 시설에서 발전한 전기를 다른 곳으로 보내는 방안도 처음부터 검토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송전하는 데 드는 비용이 더 많이 드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라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제주에선 지금도 태양광, 풍력 발전 등으로 전력이 과잉 생산·공급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음식물 쓰레기 처리시설에서 생산된 전기를 한국전력에 판매하지도 못하는 실정입니다.
제주도 관계자는 "다 쓰고 남은 바이오가스가 매일 발생하고 있지만, 발전량이 다른 곳에 전력을 공급할 만큼 미치지는 못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 다 쓰고 남은 가스로 '수소 에너지'…"자원 순환 본보기"
불을 때고, 발전기를 돌려도 남는 '잉여 가스'를 앞으로도 불태워 허공에 날려 보내야 할까요? 이를 활용할 수 있게 고안된 것이 차세대 에너지로 떠오르는 '수소 에너지' 생산입니다.
메탄(CH₄)과 이산화탄소(CO₂), 황화수소(H₂S) 등으로 이뤄진 바이오가스를 정제해 수소(H₂)로 바꾸는 것입니다.

제주도는 서귀포시 색달동 광역 음식물류 폐기물 자원화시설 인접 부지에 국비 90억 원, 도비 40억 원 등 130억 원을 들여 내년 말까지 수소 생산이 가능한 시설을 세울 예정입니다.
환경부가 매년 공모하는 '2025년 바이오가스 기반 청정수소 생산사업' 올해 사업자로 선정됐기 때문입니다. 앞서 2023년에는 충남 보령시, 지난해에는 경북 영천시가 선정됐습니다.
새로 구축할 시설은 고질화를 거친 순도 95% 메탄가스에서 다시 탄소(C)를 제거하는 개질화(改質化, Reforming) 과정을 통해 순도 99.9% 수소(H₂)를 생산할 계획입니다.
목표로 하는 수소 생산량은 하루 500kg. 현재 매일 남아돌아 버리고 있는 바이오가스 8,000노멀세제곱미터(N㎥)로 만들 수 있는 양입니다.

제주도는 오늘(22일) 경기도 KTX광명역에서 환경부, 한국환경공단과 '2025년 바이오가스 기반 청정수소 생산사업 협약식'을 열고, 이 같은 수소 생산시설 설치 사업에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제주도는 앞으로 음식물류 폐기물 반입량이 증가하면 현재 58%인 광역 음식물류 폐기물 자원시설 가동률이 더 높아지고, 에너지원 생산과 공급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용수 제주도 음식물자원순환센터장은 "앞으로 수소차 이용 등 수요도 점차 늘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단계적으로 수소 생산량을 늘려, 하루 최대 2,500kg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제주도는 이를 통해 연간 약 1,485t 온실가스 감축 효과(이산화탄소 환산 기준)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강애숙 제주도 기후환경국장은 "환경부, 한국환경공단과 긴밀한 협력으로 폐기물의 에너지화와 지역자립형 에너지 생산 기반을 마련해, 제주를 친환경 청정에너지 선도 도시이자 대한민국 대표 '수소 도시'로 도약시켜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래픽 박지빈 권세라
[연관 기사] ‘음식물 쓰레기’에서 하루 500kg 수소 생산한다 (2025년 4월 21일 KBS 뉴스9 제주)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233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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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물 쓰레기의 변신은 무죄…불 때고 발전, 수소 생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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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4-22 14:52:34

어제 오후, 제주도 서귀포시 색달동 제주 광역 음식물류 폐기물 자원시설. 제주 전 지역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가 한데 모이는 곳입니다. 코를 찌르는 냄새가 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각종 배관과 탱크 등 시설물로 가득한 단지 내엔 악취는커녕 시원한 바닷바람만 불었습니다.
지난해 5월 준공돼 가동 중인 이곳에선 제주도 내 가정과 소매음식점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 하루 196t을 처리합니다. 이 과정에서 나오는 '바이오가스'를 시설 운영에 필요한 열원과 전력으로 쓰고 있습니다. 바이오가스 시설로는 전국 최대 규모입니다.
이에 더해, 올해 제주도는 바이오가스로 열과 전기뿐만 아니라 '수소 에너지'까지 생산하는 사업을 환경부 등과 추진합니다.

■ '버린 음쓰'도 다시 보자…바이오가스로 열과 전기 생산
음식물 쓰레기로 에너지원을 만드는 과정은 이렇습니다. 수거 차량에 가득 실려 들어오는 음식물 쓰레기를 먼저 파쇄하고 선별합니다.
선별된 유기성 폐자원은 배관을 타고 '소화조'라 불리는 원통형 공간으로 옮겨집니다. 밀폐된 이곳에 혐기성 미생물(균주)을 넣어, 적정 온도(35℃)를 유지하면서 약 38일간 분해합니다. 용량이 한 통에 5,340t에 달하는 이런 소화조가 제주도에 모두 4개 있습니다.

이렇게 발생한 바이오가스는 '저장조'라 불리는 구형 공간에 모입니다. 처음 만들어진 메탄가스는 순도가 60%대에 불과해, 불이 붙을 수 없어 에너지원으로 쓸 수 없습니다. 이어 고질화(高質化, Upgrading) 공정으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면 최종적으로 순도 95% 메탄가스가 생산됩니다.
이 시설에서 하루에 생산하는 바이오가스는 2만 8,000N㎥. 이 중 71%만 써도 서귀포에 있는 시설을 돌리는 데 드는 열과 전기 등 에너지를 모두 충당할 수 있습니다.
이승교 제주 광역음식물류폐기물 자원시설 운영소장은 "발생한 바이오가스 70% 정도를 시설 내에서 사용하고, 나머지 잉여 가스는 태워서 버리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남아도는 바이오가스를 버리는 건 아까운 일입니다. 시설에서 발전한 전기를 다른 곳으로 보내는 방안도 처음부터 검토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송전하는 데 드는 비용이 더 많이 드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라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제주에선 지금도 태양광, 풍력 발전 등으로 전력이 과잉 생산·공급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음식물 쓰레기 처리시설에서 생산된 전기를 한국전력에 판매하지도 못하는 실정입니다.
제주도 관계자는 "다 쓰고 남은 바이오가스가 매일 발생하고 있지만, 발전량이 다른 곳에 전력을 공급할 만큼 미치지는 못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 다 쓰고 남은 가스로 '수소 에너지'…"자원 순환 본보기"
불을 때고, 발전기를 돌려도 남는 '잉여 가스'를 앞으로도 불태워 허공에 날려 보내야 할까요? 이를 활용할 수 있게 고안된 것이 차세대 에너지로 떠오르는 '수소 에너지' 생산입니다.
메탄(CH₄)과 이산화탄소(CO₂), 황화수소(H₂S) 등으로 이뤄진 바이오가스를 정제해 수소(H₂)로 바꾸는 것입니다.

제주도는 서귀포시 색달동 광역 음식물류 폐기물 자원화시설 인접 부지에 국비 90억 원, 도비 40억 원 등 130억 원을 들여 내년 말까지 수소 생산이 가능한 시설을 세울 예정입니다.
환경부가 매년 공모하는 '2025년 바이오가스 기반 청정수소 생산사업' 올해 사업자로 선정됐기 때문입니다. 앞서 2023년에는 충남 보령시, 지난해에는 경북 영천시가 선정됐습니다.
새로 구축할 시설은 고질화를 거친 순도 95% 메탄가스에서 다시 탄소(C)를 제거하는 개질화(改質化, Reforming) 과정을 통해 순도 99.9% 수소(H₂)를 생산할 계획입니다.
목표로 하는 수소 생산량은 하루 500kg. 현재 매일 남아돌아 버리고 있는 바이오가스 8,000노멀세제곱미터(N㎥)로 만들 수 있는 양입니다.

제주도는 오늘(22일) 경기도 KTX광명역에서 환경부, 한국환경공단과 '2025년 바이오가스 기반 청정수소 생산사업 협약식'을 열고, 이 같은 수소 생산시설 설치 사업에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제주도는 앞으로 음식물류 폐기물 반입량이 증가하면 현재 58%인 광역 음식물류 폐기물 자원시설 가동률이 더 높아지고, 에너지원 생산과 공급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용수 제주도 음식물자원순환센터장은 "앞으로 수소차 이용 등 수요도 점차 늘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단계적으로 수소 생산량을 늘려, 하루 최대 2,500kg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제주도는 이를 통해 연간 약 1,485t 온실가스 감축 효과(이산화탄소 환산 기준)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강애숙 제주도 기후환경국장은 "환경부, 한국환경공단과 긴밀한 협력으로 폐기물의 에너지화와 지역자립형 에너지 생산 기반을 마련해, 제주를 친환경 청정에너지 선도 도시이자 대한민국 대표 '수소 도시'로 도약시켜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래픽 박지빈 권세라
[연관 기사] ‘음식물 쓰레기’에서 하루 500kg 수소 생산한다 (2025년 4월 21일 KBS 뉴스9 제주)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233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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