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이 7달에 걸친 사이버 성범죄 단속 끝에, 아동 청소년 성 착취 등 사이버 성폭력 사범을 224명 붙잡았습니다. 이 가운데 13명은 구속됐습니다. 제작된 성범죄 관련 영상물만 32,812개로 확인됐습니다.
대표적인 세 가지 사이버 성범죄 유형을 소개합니다.
■ '피해자'가 '피의자'로 … 성 착취물 주범, 잡고 보니 고등학생
"OO고등학교 X 학년 OOO 맞죠? 텔레그램에 당신의 딥페이크 영상이 유포되고 있습니다. 제가 유포자를 알려드리겠습니다. 텔레그램 □□□채널에 문의해 보십시오."
주범이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접근한 방법입니다.
주범은 먼저 인스타그램 등에서 성적 호기심을 드러내는 10대 초반의 아동·청소년 여성을 찾습니다. 이렇게 텔레그램으로 유인당한 여성이 '자신의 영상이 유포됐는지' 물으면, 방장은 '신체 사진을 찍어서 보내면 확인해 주겠다'고 답합니다.
이후 피해자가 사진을 보내면 이를 빌미로 협박이 시작됩니다. '일탈 행위를 가족과 지인들에게 유포하겠다'며 협박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아동 성 착취물까지 만들었습니다.
주범의 닉네임은 '판도라'. 조사해 보니 만 17살, 고등학생이었습니다. 판도라는 피해자들을 자신의 지배 아래에 두면서 각종 변태적인 성 착취물을 제공하도록 강요했습니다.
확인된 10대 여성 피해자는 19명. 판도라는 이들로부터 아동 청소년 성 착취물 34개를 만들었습니다. 그 외에도 불법 촬영물 81개와 허위 영상물 1,832개를 갖고 있었습니다.
판도라는 지난 22일 구속됐습니다. 적용된 혐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모두 10개였습니다.
피해자들은 "먼저 말하지 않았는데도 내 신상정보를 다 알고 있어서 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했습니다.

검거된 3명 중에는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여성도 있었습니다. 주범 판도라가 '5명을 낚아 오면 해방시켜주겠다'며 피해자들을 범행에 동참시킨 겁니다.
이 경우, 법적 책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수사도 복잡해집니다. 10대 여성 청소년들이 보호가 필요한 피해자인 동시에,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됩니다.
이 방식, 지난 1월 검거된 일명 '자경단' 총책 김녹완의 범행과 유사합니다.
경찰이 판도라에게 "김녹완을 모방한 범죄가 아니냐" 물었더니, '본인이 스스로 생각해 낸 방법'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김녹완이 잡힌 걸 봤을 텐데 왜 범행을 계속했는가"에 대해서는 "스스로 멈추지 못했고,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텔레그램 범죄도 다 잡는다"
대부분 피해자가 청소년인 특성상, 범행이 세상에 드러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부모님에게 혼날까, 지인들에게 알려질까봐 두려워 신고와 진술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찰은 일부 피해자들의 신고를 받은 후, 사건이 더 커지기 전에 국제공조를 통해 신속한 수사에 들어갔습니다.
텔레그램에서 일어나는 범죄들은 국내에서 운영하는 SNS에 비해 수사 공조가 쉽지 않습니다. 경찰은 경찰청 아시아지부 등을 통해 텔레그램과 협조 체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덕분에 텔레그램 측으로부터 필요한 자료를 제공받았고, 증거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 '화재경보기'가 '몰래카메라'로 … 불법 촬영물 제작
두 번째는 불법 촬영물 제작 및 유포입니다. 이 혐의로 검거된 건 모두 29명, 이 가운데 30대 남성과 20대 남성 한 명이 구속됐습니다.
이들 두 명은 2023년 9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자신들의 오피스텔에서 여성들과 성관계하는 장면 등을 불법 촬영한 혐의입니다. 불법 촬영은 1,584회 이뤄졌습니다.
이들은 오피스텔에 '화재경보기'처럼 생긴 CCTV 형 몰래카메라를 설치했습니다. 또 휴대전화 '몰카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했습니다.
불법 촬영된 영상 일부는 유료 구독사이트를 통해 온라인에 유포됐습니다. 이들이 얻어낸 수익은 1,300만 원가량으로, 모두 추징보전 처리됐습니다.

■ 텔레그램 '작가' 활동 … 허위 영상물 제작
세 번째는 허위 영상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범죄입니다. 확인된 허위 영상물만 26,826개였고 이 가운데 7,361개는 온라인에 유포됐습니다. 71명이 검거됐습니다.
구속된 사람은 많지 않은데, 대부분 단순 소지·시청 범죄에 그치거나, 미성년자, 초범인 경우였습니다.
이 가운데 50대 남성 한 명과 20대 남성 한 명은 2019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텔레그램에서 일명 '작가'로 활동하며,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46개를 직접 만든 걸로 확인됐습니다.
또 182명의 피해자에 대한 허위 영상물 281건을 만든 것으로 조사됐는데, 여성 직장동료, 남성 직장동료의 부인 등이 피해를 봤습니다.
■ 소지·시청만 해도 처벌 … "피해 시, 바로 신고해달라"
지난해 10월 16일부로 법이 바뀌어, 유포 목적이 없는 허위 영상물을 만들거나 소지, 시청하기만 해도 처벌이 가능합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의 단속 강화 활동은 지난 20일부로 끝났지만, 경찰은 앞으로도 사이버 성폭력 범죄에 대해 전담 수사팀을 통해 '무관용원칙'으로 엄정 대응할 방침입니다.
경찰은 '판도라' 사례처럼 일부 피해자들이 빠르게 신고를 해주었기 때문에 조기에 수사할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 발생 시, 망설이지 말고 바로 수사기관이나 상담 기관을 방문해 피해 사실을 알려달라"고 당부했습니다.
화면제공:서울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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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동 성 착취물, 이번엔 17살 ‘판도라’…‘피해자’가 ‘피의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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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4-29 14:39:45

경찰이 7달에 걸친 사이버 성범죄 단속 끝에, 아동 청소년 성 착취 등 사이버 성폭력 사범을 224명 붙잡았습니다. 이 가운데 13명은 구속됐습니다. 제작된 성범죄 관련 영상물만 32,812개로 확인됐습니다.
대표적인 세 가지 사이버 성범죄 유형을 소개합니다.
■ '피해자'가 '피의자'로 … 성 착취물 주범, 잡고 보니 고등학생
"OO고등학교 X 학년 OOO 맞죠? 텔레그램에 당신의 딥페이크 영상이 유포되고 있습니다. 제가 유포자를 알려드리겠습니다. 텔레그램 □□□채널에 문의해 보십시오."
주범이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접근한 방법입니다.
주범은 먼저 인스타그램 등에서 성적 호기심을 드러내는 10대 초반의 아동·청소년 여성을 찾습니다. 이렇게 텔레그램으로 유인당한 여성이 '자신의 영상이 유포됐는지' 물으면, 방장은 '신체 사진을 찍어서 보내면 확인해 주겠다'고 답합니다.
이후 피해자가 사진을 보내면 이를 빌미로 협박이 시작됩니다. '일탈 행위를 가족과 지인들에게 유포하겠다'며 협박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아동 성 착취물까지 만들었습니다.
주범의 닉네임은 '판도라'. 조사해 보니 만 17살, 고등학생이었습니다. 판도라는 피해자들을 자신의 지배 아래에 두면서 각종 변태적인 성 착취물을 제공하도록 강요했습니다.
확인된 10대 여성 피해자는 19명. 판도라는 이들로부터 아동 청소년 성 착취물 34개를 만들었습니다. 그 외에도 불법 촬영물 81개와 허위 영상물 1,832개를 갖고 있었습니다.
판도라는 지난 22일 구속됐습니다. 적용된 혐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모두 10개였습니다.
피해자들은 "먼저 말하지 않았는데도 내 신상정보를 다 알고 있어서 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했습니다.

검거된 3명 중에는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여성도 있었습니다. 주범 판도라가 '5명을 낚아 오면 해방시켜주겠다'며 피해자들을 범행에 동참시킨 겁니다.
이 경우, 법적 책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수사도 복잡해집니다. 10대 여성 청소년들이 보호가 필요한 피해자인 동시에,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됩니다.
이 방식, 지난 1월 검거된 일명 '자경단' 총책 김녹완의 범행과 유사합니다.
경찰이 판도라에게 "김녹완을 모방한 범죄가 아니냐" 물었더니, '본인이 스스로 생각해 낸 방법'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김녹완이 잡힌 걸 봤을 텐데 왜 범행을 계속했는가"에 대해서는 "스스로 멈추지 못했고,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텔레그램 범죄도 다 잡는다"
대부분 피해자가 청소년인 특성상, 범행이 세상에 드러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부모님에게 혼날까, 지인들에게 알려질까봐 두려워 신고와 진술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찰은 일부 피해자들의 신고를 받은 후, 사건이 더 커지기 전에 국제공조를 통해 신속한 수사에 들어갔습니다.
텔레그램에서 일어나는 범죄들은 국내에서 운영하는 SNS에 비해 수사 공조가 쉽지 않습니다. 경찰은 경찰청 아시아지부 등을 통해 텔레그램과 협조 체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덕분에 텔레그램 측으로부터 필요한 자료를 제공받았고, 증거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 '화재경보기'가 '몰래카메라'로 … 불법 촬영물 제작
두 번째는 불법 촬영물 제작 및 유포입니다. 이 혐의로 검거된 건 모두 29명, 이 가운데 30대 남성과 20대 남성 한 명이 구속됐습니다.
이들 두 명은 2023년 9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자신들의 오피스텔에서 여성들과 성관계하는 장면 등을 불법 촬영한 혐의입니다. 불법 촬영은 1,584회 이뤄졌습니다.
이들은 오피스텔에 '화재경보기'처럼 생긴 CCTV 형 몰래카메라를 설치했습니다. 또 휴대전화 '몰카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했습니다.
불법 촬영된 영상 일부는 유료 구독사이트를 통해 온라인에 유포됐습니다. 이들이 얻어낸 수익은 1,300만 원가량으로, 모두 추징보전 처리됐습니다.

■ 텔레그램 '작가' 활동 … 허위 영상물 제작
세 번째는 허위 영상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범죄입니다. 확인된 허위 영상물만 26,826개였고 이 가운데 7,361개는 온라인에 유포됐습니다. 71명이 검거됐습니다.
구속된 사람은 많지 않은데, 대부분 단순 소지·시청 범죄에 그치거나, 미성년자, 초범인 경우였습니다.
이 가운데 50대 남성 한 명과 20대 남성 한 명은 2019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텔레그램에서 일명 '작가'로 활동하며,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46개를 직접 만든 걸로 확인됐습니다.
또 182명의 피해자에 대한 허위 영상물 281건을 만든 것으로 조사됐는데, 여성 직장동료, 남성 직장동료의 부인 등이 피해를 봤습니다.
■ 소지·시청만 해도 처벌 … "피해 시, 바로 신고해달라"
지난해 10월 16일부로 법이 바뀌어, 유포 목적이 없는 허위 영상물을 만들거나 소지, 시청하기만 해도 처벌이 가능합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의 단속 강화 활동은 지난 20일부로 끝났지만, 경찰은 앞으로도 사이버 성폭력 범죄에 대해 전담 수사팀을 통해 '무관용원칙'으로 엄정 대응할 방침입니다.
경찰은 '판도라' 사례처럼 일부 피해자들이 빠르게 신고를 해주었기 때문에 조기에 수사할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 발생 시, 망설이지 말고 바로 수사기관이나 상담 기관을 방문해 피해 사실을 알려달라"고 당부했습니다.
화면제공:서울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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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기자 212@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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