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살아파트’ 현장도 감리 담합…공정위, 20개 업체 과징금 237억

입력 2025.04.29 (14:48) 수정 2025.04.29 (17:1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건물이 설계대로 시공되는지 감독하는 감리업체들이 총 5천567억 원에 달하는 공공 입찰 물량을 안정적으로 낙찰받기 위해 담합을 벌였다가 거액의 과징금을 물게 됐습니다.

2023년 철근 누락이 지하 주차장 붕괴로 이어져 이른바 '순살 아파트'로 불렸던 인천 검단 신도시 아파트 감리업체도 담합을 통해 선정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담합 혐의로 20개 건축사사무소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237억 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조달청이 공공건물·공공주택 건설을 위해 2019년 12월부터 2023년 1월까지 발주한 92건의 감리 용역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 예정자를 정하거나 들러리 참가를 합의한 혐의를 받습니다.

공정위 조사 결과 이들은 입찰 과정에서 발생하는 매몰 비용을 낮추며 과도한 경쟁을 피하려 서로 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토교통부 등은 최저가 낙찰로 감리 품질이 저하되자 기술력 위주로 평가하는 종합심사 낙찰제를 2019년 도입했습니다.

이렇게 되자 투찰을 위한 제안서 작성과 발표·면접 등 준비에만 20∼30명이 투입돼야 했습니다. 탈락할 경우 그만큼 비용이 사라지게 되는 겁니다.

2019년 10월 LH가 6건의 건설감리 용역 입찰을 공고하자 4개 주요 사업자는 그중 4건의 입찰을 한 건씩 배분하고 상호 경쟁하지 않기로 합의했습니다. 그중 3건의 입찰에서 낙찰 예정자가 들러리 참가자를 섭외하고 합의했습니다.

2020년에는 5개 사가 1개사당 용역비 총합이 718억∼719억 원 수준이 되도록 65개 공구를 나눈 뒤 제비뽑기를 통해 배분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결국 실제 입찰에서는 45건의 담합이 실행됐습니다.

담합 현장 가운데는 GS건설이 철근을 누락해 시공했다가 2023년 지하 주차장이 붕괴됐던 검단 신도시 LH 아파트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담합이 부실시공까지 이어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일부 업체들은 큰 틀의 합의 외에도 2022년까지 개별적으로 28건의 입찰에서 담합 합의를 한 사실도 적발됐습니다.

LH 입찰 담합은 조달청 발주 입찰까지 번졌습니다. 3개 사는 각자 컨소시엄을 구성한 뒤 동일한 입찰에서 경쟁하지 않고, 유찰 위험이 있으면 들러리를 서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를 통해 15건에서 합의가 실행됐습니다.

결국 담합에 따라 공공시설의 안전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일부 공공주택 분양가 상승의 요인이 됐을 거라는 게 공정위 판단입니다.

과징금이 부과된 17개 사무소의 법인과 임직원 17명은 지난해 7월 검찰의 고발요청권 행사에 따라 고발됐으며, 기소돼 현재 형사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문재호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공공 건설감리 분야에서 수년에 걸쳐 주요 사업자가 대부분 참여해 조직적으로 진행된 광범위한 입찰 담합에 대해 엄정한 조처를 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도 공정위는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담합 적발 시 엄중 제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순살아파트’ 현장도 감리 담합…공정위, 20개 업체 과징금 237억
    • 입력 2025-04-29 14:48:16
    • 수정2025-04-29 17:12:24
    경제
건물이 설계대로 시공되는지 감독하는 감리업체들이 총 5천567억 원에 달하는 공공 입찰 물량을 안정적으로 낙찰받기 위해 담합을 벌였다가 거액의 과징금을 물게 됐습니다.

2023년 철근 누락이 지하 주차장 붕괴로 이어져 이른바 '순살 아파트'로 불렸던 인천 검단 신도시 아파트 감리업체도 담합을 통해 선정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담합 혐의로 20개 건축사사무소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237억 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조달청이 공공건물·공공주택 건설을 위해 2019년 12월부터 2023년 1월까지 발주한 92건의 감리 용역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 예정자를 정하거나 들러리 참가를 합의한 혐의를 받습니다.

공정위 조사 결과 이들은 입찰 과정에서 발생하는 매몰 비용을 낮추며 과도한 경쟁을 피하려 서로 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토교통부 등은 최저가 낙찰로 감리 품질이 저하되자 기술력 위주로 평가하는 종합심사 낙찰제를 2019년 도입했습니다.

이렇게 되자 투찰을 위한 제안서 작성과 발표·면접 등 준비에만 20∼30명이 투입돼야 했습니다. 탈락할 경우 그만큼 비용이 사라지게 되는 겁니다.

2019년 10월 LH가 6건의 건설감리 용역 입찰을 공고하자 4개 주요 사업자는 그중 4건의 입찰을 한 건씩 배분하고 상호 경쟁하지 않기로 합의했습니다. 그중 3건의 입찰에서 낙찰 예정자가 들러리 참가자를 섭외하고 합의했습니다.

2020년에는 5개 사가 1개사당 용역비 총합이 718억∼719억 원 수준이 되도록 65개 공구를 나눈 뒤 제비뽑기를 통해 배분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결국 실제 입찰에서는 45건의 담합이 실행됐습니다.

담합 현장 가운데는 GS건설이 철근을 누락해 시공했다가 2023년 지하 주차장이 붕괴됐던 검단 신도시 LH 아파트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담합이 부실시공까지 이어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일부 업체들은 큰 틀의 합의 외에도 2022년까지 개별적으로 28건의 입찰에서 담합 합의를 한 사실도 적발됐습니다.

LH 입찰 담합은 조달청 발주 입찰까지 번졌습니다. 3개 사는 각자 컨소시엄을 구성한 뒤 동일한 입찰에서 경쟁하지 않고, 유찰 위험이 있으면 들러리를 서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를 통해 15건에서 합의가 실행됐습니다.

결국 담합에 따라 공공시설의 안전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일부 공공주택 분양가 상승의 요인이 됐을 거라는 게 공정위 판단입니다.

과징금이 부과된 17개 사무소의 법인과 임직원 17명은 지난해 7월 검찰의 고발요청권 행사에 따라 고발됐으며, 기소돼 현재 형사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문재호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공공 건설감리 분야에서 수년에 걸쳐 주요 사업자가 대부분 참여해 조직적으로 진행된 광범위한 입찰 담합에 대해 엄정한 조처를 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도 공정위는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담합 적발 시 엄중 제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