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동욱 교사 어머니 "저녁 식사를 하고 조금 이따 보니까 전화벨이 울려서...어머 아들 무슨 일이야 그랬더니. 경찰들이라고. 아드님이 사망하셨다고..." |
지독한 슬픔은 예고 없이 찾아왔습니다.
고 김동욱 교사 어머니 "망치로 얻어맞는다는 느낌을 처음 느꼈었는데. 무슨 정신으로 (아들에게) 갔었는지 기억을 못 하겠어요." |
어머니의 자랑이던 스물여덟 살 특수교사 김동욱 씨.
지난해 가을, 그는 스스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고 김동욱 교사 어머니 "아프지 말고 따뜻하게 잘 있다가 우리가 만나자." |

전남의 한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으로 근무 중인 고 김동욱 교사의 어머니.
교사인 자신을 보며 교직 생활을 꿈꿔온 아들. 이제는 교사라는 직업마저 원망스럽습니다.

고 김동욱 교사 어머니 "제가 이쪽 길을 선택하게 인도 했었던 거죠. 거기에 대한 죄책감이 상당히 많습니다." |
하루에도 수십 번 마음을 다잡아 보지만 문득문득 아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고 김동욱 교사 어머니 "순간순간 (아들을) 생각하는 시간은 많이 있지만 그래도 최대한 잘 보내보려고 노력하고 있거든요. 잊히지 않는 아들이지만 그래도 어떻게 해서 잘 보내줘 볼까." |

스물여덟 살 특수교사 김동욱 씨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법적 기준 따라 특수학급 줄인 교육청..."과밀학급 되자 학급 증설도 교사 추가 배치도 안 해"
4년 차 특수교사였던 김동욱 씨는 방학을 앞둔 학생들을 위해 노래 부르는 영상을 촬영하고
다양한 수업 방법을 고민하는 밝고 열정적인 교사였습니다.

서제하/고 김동욱 씨 동료 교사 "학생들에게도 굉장히 열심히 했었고 노력하던 교사로 기억합니다. 학교에서는 가깝지 않은 교사가 없을 정도로 모두와 잘 지냈고." |

그러던 김동욱 교사는 지난해 10월 24일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고 김동욱 교사의 첫 부임지는 동시에 그의 마지막 학교가 돼버렸습니다.
[KBS 뉴스] 장애아동을 맡아 가르치던 젊은 특수학급 교사가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
원래 학교에는 20년 경력의 선배와 동욱 씨, 모두 두 명의 특수교사 근무했습니다.
두 교사는 담임을 맡아 특수학급 학생 7명을 나눠 지도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초 입학과 졸업 등으로 학생이 6명으로 줄자, 인천시교육청은 학교 측의 반대에도 즉시 특수학급을 하나로 줄이고, 특수교사 한 명을 다른 학교로 발령 냈습니다.
특수학급 당 법적 정원이 6명이라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새 학기가 되고 전학생 등이 오기 시작하며 학생 수는 8명까지 늘었습니다.

하지만, 관할인 인천시교육청은 특수학급을 폐지할 때와는 달리 특수학급을 다시 늘리지도 교사를 추가 배치하지도 않았습니다.
이상돈/인천시교육청 부교육감 "(학급당 법적) 기준 이하로 학생 수가 줄면 원칙적으로 학급을 감축하고 교사는 다른 과밀학급으로 다시 배치하는 게 원칙이었습니다." |
■ 과밀학급서 '중증 장애 학생' 홀로 책임진 특수교사..."한 주 수업만 29시간"
당시 김동욱 교사가 담당한 학생 명단을 입수해 확인해 보니 특수학급 학생 모두 중증 장애 진단을 받은 상태.
여기에 더해 일반학급에서 수업을 듣는 시각, 청각 장애 학생 등 특수교육 학생들을 지원하는 것도 김동욱 교사 몫이었습니다.

정원화/전국특수교사노조 정책실장 "장애 정도가 중한 아이들은 정말 교사 1명으로는 부족해서 교사 2명이 필요하다고 선생님들이 말씀하실 정도인데 (고 김동욱 교사의 당시 상황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숫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
특수교사 2명이 하던 일을 홀로 떠안게 게 된 동욱 씨는 1주일에 29시간의 수업을 도맡았습니다.
서제하/고 김동욱 씨 동료 교사 "1교시부터 6교시까지 계속 수업했던 거죠. 1주당 할 수 있는 최대 시수가 29시간이 거든요. 그렇게 하면 버틸 수가 없어요. 그런데 그거를 하더라고요." |
신체적, 정신적 한계에 내몰린 김동욱 교사는 학교와 함께 특수학급 증설과 기간제 교사 충원을 거듭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인천시교육청은 '3명 이상 과밀인 특수학급에만 기간제 교사를 배치한다'는 자체 기준을 이유로 이를 거절했습니다.
결국 스스로 생을 등진 김동욱 씨.
학생들의 생태 교육을 위해 가꾸던 학교 옥상 텃밭은 주인을 잃고 공터로 변했습니다.
서제하/고 김동욱 씨 동료 교사 "호미질하면서 사람들 지나가면 크게 웃어줬거든요. 그 장면이 굉장히 사진처럼 기억에 남아요." |
■ 진상규명 약속한 인천시교육청...교육부 "특수학급 과밀 문제 대폭 해소"
인천시교육청 앞은 근조화환으로 가득 찼고
분노한 수백 명의 교사들은 거리로 나왔습니다.

김동욱 교사가 숨진 이후 그 빈자리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신규 특수교사가 배치됐습니다.
동소희/인천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 "나는 6명이 정원인 학급에서 8명을 가르칠 수 없다. 이것은 훌륭한 것이 아니라 불법이다." |
뒤늦게 심각성을 인지한 인천시교육청은 교육감이 나서 공식적으로 철저한 진상조사와 별도의 특별감사, 고인의 순직 처리 등을 약속했습니다.

도성훈/인천시교육감(지난해 11월 5일)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특수교육의 어려운 현장을 더 면밀하게 살피지 못한 점 교육감으로서 책임을 통감합니다." |
특수교육의 열악한 여건도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교육감 사과 하루 뒤 김동욱 교사가 일하던 학교에는 특수학급 증설과 경험 많은 특수교사의 추가 배치가 결정됐습니다.
김정희/25년 차 특수교사 "(김동욱 교사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간절하게 요청할 때는 왜 이런 것들이 안 됐지. 그런데 선생님 돌아가시고 나니까 바로 되네. 진짜 한시적 기간제 교사 한 명만 보내주지 그냥 보내줬으면 안 죽었을 텐데." |
김동욱 교사 사망 이후 교육부도 특수교육 여건 개선에 나섰습니다.

특수학급 신설과 기간제 교사 지원을 통해 과밀학급 문제를 대폭 해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전국적으로 10.1%에 달하던 과밀 특수학급 비율은 3.8%로 줄였고, 특히 문제가 심각했던 제주, 인천 지역의 교육 여건을 눈에 띄게 개선했다고 밝혔습니다.
정말 교육 현장은 달라졌을까?
■ 특수교사 사망 그 후 6개월...우리 교실은?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특수교사 정가희 씨.
정 교사의 학교는 특수학급 학생 19명이 재학 중입니다.
법적 정원에 따라 필요한 특수학급 수는 4개지만 현재 2학급만 운영되고 있습니다.
정가희/14년 차 특수교사 "과밀 상황들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이제 (특수학급을) 만드는 데 있어서 우선순위에서 좀 밀리는..." |
인천시교육청은 대신 한시적 기간제 교사 2명을 추가 배치했습니다.
이 때문에 교실 하나를 임시 칸막이로 나눈 ‘한 교실 두 학급’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정가희/14년 차 특수교사 "칸막이라도 좀 세우자 해서 지금은 교사 1명은 앞쪽에서 수업하고 교사 1명은 또 뒤쪽에서 간이 칸막이를 중간에 (설치해서 수업 중입니다.)" |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의 몫입니다.
정가희/14년 차 특수교사 "자극에 대한 각성 정도가 매우 높아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목소리가 겹치고 서로의 교육 활동 자체에 시각적인 부분에서의 방해 자극이 매우 서로서로 나타나니까요." |

이처럼 비정상적인 형태로 운영되는 과밀학급은 인천과 제주 지역에서만 각각 25곳과 52곳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정원화/전국특수교사노조 정책실장 "과밀이 해소되었다고 말할 수 없는 거거든요. 장애 유형 그리고 장애 특성에 따른 공간이 사실 충분히 확보돼야 하고. 그래서 사실 특수교육법에도 특수학급 교실 크기를 66제곱미터 이상으로 할 것을 명시하고 있어요." |
하지만, 교육 당국은 과밀학급 문제가 모두 해소된 것으로 발표했습니다.
이상돈/인천시교육청 부교육감 "공간 부족은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어서 교육부에서는 협력 교사를 배치하게 되면 그것도 과밀학급 해소 대책의 하나로 인정을 하고 과밀학급이 해소됐다 (발표했습니다.)" |
특수교육의 열악한 현실은 특정 학교와 교육청만의 일이 아닙니다.
특수교사 김현숙 씨, 야근은 일상이라고 말합니다.
과밀학급인 것도 문제지만 최근 한 달간 처리한 공문 수만 41건에 달합니다.

각종 물품 구입부터 지원 인력 채용과 임금 계산까지 모두 특수교사의 몫입니다.
김현숙/11년 차 특수교사 "특수라는 글자가 붙은 것이나 아니면 장애라는 글자가 붙은 공문은 다 일단 저한테 오거든요. 어떤 행정적인 업무를 처리하고 이런 것들도 다 거의 특수교사의 몫이고." |
특수교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특수교사가 한 해 동안 처리한 공문 수가 200개가 넘는다는 응답 비율이 64%가 넘었습니다.
일반 교사 중 가장 행정업무가 많다는 교무부장의 43%만 200개가 넘는다는 응답과 대조적인 결과입니다.

법정 정원을 지켜달라, 교육과 무관한 행정업무를 줄여달라는 요구는 묵살되는 경우가 많다고 특수교사들은 말합니다.
교단을 떠나는 특수교사도 점차 늘고 있습니다.
김현숙/11년 차 특수교사 "특수선생님들 중에서 점점 더 열심히 하시는 분들이 그만두시는 것 같아요. 어느 순간에 딱 소진이 오시고. 저도 사실 고민을 쭉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언제까지 내가 이 일을 이렇게 열정적으로 할 수 있을까." |
■ 발령 가능한 기간제 교사 95명 있었는데...풀리지 않는 의문점들

김동욱 교사의 죽음을 둘러싼 진상 규명을 논의하기 위해 모인 자리.
강경욱/인천 특수교사 사망 진상규명을 위한 비상대책위원장 "김동욱 선생님의 진상조사 결과를 ‘2월에 마침표를 찍겠다.’ 약속했어요. 그리고 추후 또 안 되니까 4월까지 넘겨서 했는데." 김정희/인천 특수교사 사망 진상규명을 위한 비상대책위원 "'진상조사와 별도로 특별감사도 실시하겠습니다' 했는데요. (이것도 안 지켜지고 있죠.) 지금 특별감사라는 말 자체가 쏙 들어갔어요." 강경욱/인천 특수교사 사망 진상규명을 위한 비상대책위원장 "과밀 업무에 대한 부분도 여러 가지 안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수박 겉 핥기밖에 안 되고 있어요." |
김동욱 교사 사망 6개월이 지나도록 여전히 진상조사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인천시교육청이 시민단체 등과 특수교육 개선 방안에 합의했다며 홍보하는 것과는 상반된 행보입니다.

김정희/인천 특수교사 사망 진상규명을 위한 비상대책위원 "서둘러서 만들어낸 합의문이 공문으로 각 기관에 뿌려지고 그게 얼마나 진정성 있게 정책으로 녹아날지 의문이었어요. 명확하게 진상이 규명되고 거기에 따른 원인이 나오고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알아야지. 이게 진짜 정책에 그대로 들어가는 거거든요." |
인천시교육청이 김동욱 교사의 간절한 요청을 내부 기준을 이유로 외면한 것도 의문입니다.
당시 추가 발령이 가능한 기간제 특수교사가 95명이나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서제하/고 김동욱 씨 동료 교사 "한시적 기간제 교사를 지원해 달라고 분명하게 요청했었습니다. 그런데도 번번이 좌절됐던 거죠." |
동욱 씨를 가장 지치고 외롭게 한 건 무엇이었을까?

서제하/고 김동욱 씨 동료 교사 ‘왜 이 학교만 자꾸 이런 말이 나오냐.’ 이 상황의 열악함이 실제적인 객관적인 열악함이 아니라 교사의 어떤 자질 부족이다’라는 식으로. (생전 김동욱 교사가) 마지막에는 ‘제가 죽으면 바뀔까요?’ 이런 말까지 하더라고요." |

지난해 인천시교육청에서 특수교육 업무를 담당했던 장학사를 설득 끝에 어렵게 만났습니다.
기간제 특수교사 배치 업무를 담당했던 경험으로 비춰봐도, 당시 교육청의 내부 기준에는 의문점이 남는다고 말합니다.
인천시교육청 A 장학사 "‘교육청에서 받은 인원 대비 몇 명까지 과밀로 계산해서 지원할 수 있겠다’를 판단하고 기본 계획을 세우거든요. 그러고 나서 (기간제교사를) 지원했는데 실제로 인원이 좀 남는다. 그러면 학기 중간중간에 과밀이 되거나 그런 경우에 추가 배치를 하는데. 단순히 인원뿐만이 아니고 장애 정도나 여러 가지 요인들을 고려해서 남아 있는 인원 내에서는 계획을 세워서 지원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과정으로 그 기준이 세워졌는지를 좀 들여다봐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

유가족은 이 같은 의문점을 풀기 위해 김동욱 교사가 교육청 관계자와 나눈 업무용 메신저 내용을 조사해 달라고 교육청 측에 거듭 요청했습니다.
이상윤 변호사/유족 법률대리인 "업무를 수행한 내용뿐만 아니라 ‘고충과 관련된 부분도 좀 남아 있을 개연성이 높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진상 규명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일 텐데 (교육청은) ‘메신저의 내용은 상대방의 동의가 있지 않은 한 열어보기 어렵다’라는 입장이어서." |

하지만, 투명하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약속한 인천시교육청은 답이 없습니다.
이상돈/인천시교육청 부교육감 "동의를 전제로 고인이 주고받은 메신저를 이제 조사하고 공개할 수 있는 걸로 하고 파악하고 있습니다. 동의를 거부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그분과의 대화 내용은 조사하기는 좀 어려운 상황인 것은 맞습니다." |
■ 다시 거리로 나온 교사들..."순직 인정하고 진상 규명하라"

김동욱 교사가 세상을 떠난 지 182일째 되는 날,

서제하/고 김동욱 씨 동료 교사 "그저 한 인간에 대한 측은지심이 있으시다면 국민에게 부여받은 권한이란 게 있으시다면 이 사안에 더는 여유를 갖지 마십시오." |
교사들은 다시 거리로 나왔습니다.

고 김동욱 교사 어머니 편지(대독) "너의 힘듦을 알고 바르게 대책이 세워지고 그 대책이 남아 있는 선생님들과 학생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
겨울이 지나 다시 봄이 찾아왔지만, 우리 교실에는 봄이 찾아왔을까요?

28살 어느 특수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이 우리 사회에 답을 묻고 있습니다.
#특수교사 #사망 #특수교육 #특수학급 #과밀학급 #진상규명 #순직 #장애 학생
취재:이규명
촬영:강우용, 김대원
편집:김태형
그래픽:장수현
자료조사:한혜민
조연출:심은별, 이민철
내래이션:박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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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보다] ‘스물여덟’ 특수교사의 죽음
-
- 입력 2025-05-04 23:12:17
고 김동욱 교사 어머니 "저녁 식사를 하고 조금 이따 보니까 전화벨이 울려서...어머 아들 무슨 일이야 그랬더니. 경찰들이라고. 아드님이 사망하셨다고..." |
지독한 슬픔은 예고 없이 찾아왔습니다.
고 김동욱 교사 어머니 "망치로 얻어맞는다는 느낌을 처음 느꼈었는데. 무슨 정신으로 (아들에게) 갔었는지 기억을 못 하겠어요." |
어머니의 자랑이던 스물여덟 살 특수교사 김동욱 씨.
지난해 가을, 그는 스스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고 김동욱 교사 어머니 "아프지 말고 따뜻하게 잘 있다가 우리가 만나자." |

전남의 한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으로 근무 중인 고 김동욱 교사의 어머니.
교사인 자신을 보며 교직 생활을 꿈꿔온 아들. 이제는 교사라는 직업마저 원망스럽습니다.

고 김동욱 교사 어머니 "제가 이쪽 길을 선택하게 인도 했었던 거죠. 거기에 대한 죄책감이 상당히 많습니다." |
하루에도 수십 번 마음을 다잡아 보지만 문득문득 아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고 김동욱 교사 어머니 "순간순간 (아들을) 생각하는 시간은 많이 있지만 그래도 최대한 잘 보내보려고 노력하고 있거든요. 잊히지 않는 아들이지만 그래도 어떻게 해서 잘 보내줘 볼까." |

스물여덟 살 특수교사 김동욱 씨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법적 기준 따라 특수학급 줄인 교육청..."과밀학급 되자 학급 증설도 교사 추가 배치도 안 해"
4년 차 특수교사였던 김동욱 씨는 방학을 앞둔 학생들을 위해 노래 부르는 영상을 촬영하고
다양한 수업 방법을 고민하는 밝고 열정적인 교사였습니다.

서제하/고 김동욱 씨 동료 교사 "학생들에게도 굉장히 열심히 했었고 노력하던 교사로 기억합니다. 학교에서는 가깝지 않은 교사가 없을 정도로 모두와 잘 지냈고." |

그러던 김동욱 교사는 지난해 10월 24일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고 김동욱 교사의 첫 부임지는 동시에 그의 마지막 학교가 돼버렸습니다.
[KBS 뉴스] 장애아동을 맡아 가르치던 젊은 특수학급 교사가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
원래 학교에는 20년 경력의 선배와 동욱 씨, 모두 두 명의 특수교사 근무했습니다.
두 교사는 담임을 맡아 특수학급 학생 7명을 나눠 지도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초 입학과 졸업 등으로 학생이 6명으로 줄자, 인천시교육청은 학교 측의 반대에도 즉시 특수학급을 하나로 줄이고, 특수교사 한 명을 다른 학교로 발령 냈습니다.
특수학급 당 법적 정원이 6명이라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새 학기가 되고 전학생 등이 오기 시작하며 학생 수는 8명까지 늘었습니다.

하지만, 관할인 인천시교육청은 특수학급을 폐지할 때와는 달리 특수학급을 다시 늘리지도 교사를 추가 배치하지도 않았습니다.
이상돈/인천시교육청 부교육감 "(학급당 법적) 기준 이하로 학생 수가 줄면 원칙적으로 학급을 감축하고 교사는 다른 과밀학급으로 다시 배치하는 게 원칙이었습니다." |
■ 과밀학급서 '중증 장애 학생' 홀로 책임진 특수교사..."한 주 수업만 29시간"
당시 김동욱 교사가 담당한 학생 명단을 입수해 확인해 보니 특수학급 학생 모두 중증 장애 진단을 받은 상태.
여기에 더해 일반학급에서 수업을 듣는 시각, 청각 장애 학생 등 특수교육 학생들을 지원하는 것도 김동욱 교사 몫이었습니다.

정원화/전국특수교사노조 정책실장 "장애 정도가 중한 아이들은 정말 교사 1명으로는 부족해서 교사 2명이 필요하다고 선생님들이 말씀하실 정도인데 (고 김동욱 교사의 당시 상황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숫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
특수교사 2명이 하던 일을 홀로 떠안게 게 된 동욱 씨는 1주일에 29시간의 수업을 도맡았습니다.
서제하/고 김동욱 씨 동료 교사 "1교시부터 6교시까지 계속 수업했던 거죠. 1주당 할 수 있는 최대 시수가 29시간이 거든요. 그렇게 하면 버틸 수가 없어요. 그런데 그거를 하더라고요." |
신체적, 정신적 한계에 내몰린 김동욱 교사는 학교와 함께 특수학급 증설과 기간제 교사 충원을 거듭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인천시교육청은 '3명 이상 과밀인 특수학급에만 기간제 교사를 배치한다'는 자체 기준을 이유로 이를 거절했습니다.
결국 스스로 생을 등진 김동욱 씨.
학생들의 생태 교육을 위해 가꾸던 학교 옥상 텃밭은 주인을 잃고 공터로 변했습니다.
서제하/고 김동욱 씨 동료 교사 "호미질하면서 사람들 지나가면 크게 웃어줬거든요. 그 장면이 굉장히 사진처럼 기억에 남아요." |
■ 진상규명 약속한 인천시교육청...교육부 "특수학급 과밀 문제 대폭 해소"
인천시교육청 앞은 근조화환으로 가득 찼고
분노한 수백 명의 교사들은 거리로 나왔습니다.

김동욱 교사가 숨진 이후 그 빈자리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신규 특수교사가 배치됐습니다.
동소희/인천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 "나는 6명이 정원인 학급에서 8명을 가르칠 수 없다. 이것은 훌륭한 것이 아니라 불법이다." |
뒤늦게 심각성을 인지한 인천시교육청은 교육감이 나서 공식적으로 철저한 진상조사와 별도의 특별감사, 고인의 순직 처리 등을 약속했습니다.

도성훈/인천시교육감(지난해 11월 5일)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특수교육의 어려운 현장을 더 면밀하게 살피지 못한 점 교육감으로서 책임을 통감합니다." |
특수교육의 열악한 여건도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교육감 사과 하루 뒤 김동욱 교사가 일하던 학교에는 특수학급 증설과 경험 많은 특수교사의 추가 배치가 결정됐습니다.
김정희/25년 차 특수교사 "(김동욱 교사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간절하게 요청할 때는 왜 이런 것들이 안 됐지. 그런데 선생님 돌아가시고 나니까 바로 되네. 진짜 한시적 기간제 교사 한 명만 보내주지 그냥 보내줬으면 안 죽었을 텐데." |
김동욱 교사 사망 이후 교육부도 특수교육 여건 개선에 나섰습니다.

특수학급 신설과 기간제 교사 지원을 통해 과밀학급 문제를 대폭 해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전국적으로 10.1%에 달하던 과밀 특수학급 비율은 3.8%로 줄였고, 특히 문제가 심각했던 제주, 인천 지역의 교육 여건을 눈에 띄게 개선했다고 밝혔습니다.
정말 교육 현장은 달라졌을까?
■ 특수교사 사망 그 후 6개월...우리 교실은?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특수교사 정가희 씨.
정 교사의 학교는 특수학급 학생 19명이 재학 중입니다.
법적 정원에 따라 필요한 특수학급 수는 4개지만 현재 2학급만 운영되고 있습니다.
정가희/14년 차 특수교사 "과밀 상황들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이제 (특수학급을) 만드는 데 있어서 우선순위에서 좀 밀리는..." |
인천시교육청은 대신 한시적 기간제 교사 2명을 추가 배치했습니다.
이 때문에 교실 하나를 임시 칸막이로 나눈 ‘한 교실 두 학급’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정가희/14년 차 특수교사 "칸막이라도 좀 세우자 해서 지금은 교사 1명은 앞쪽에서 수업하고 교사 1명은 또 뒤쪽에서 간이 칸막이를 중간에 (설치해서 수업 중입니다.)" |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의 몫입니다.
정가희/14년 차 특수교사 "자극에 대한 각성 정도가 매우 높아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목소리가 겹치고 서로의 교육 활동 자체에 시각적인 부분에서의 방해 자극이 매우 서로서로 나타나니까요." |

이처럼 비정상적인 형태로 운영되는 과밀학급은 인천과 제주 지역에서만 각각 25곳과 52곳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정원화/전국특수교사노조 정책실장 "과밀이 해소되었다고 말할 수 없는 거거든요. 장애 유형 그리고 장애 특성에 따른 공간이 사실 충분히 확보돼야 하고. 그래서 사실 특수교육법에도 특수학급 교실 크기를 66제곱미터 이상으로 할 것을 명시하고 있어요." |
하지만, 교육 당국은 과밀학급 문제가 모두 해소된 것으로 발표했습니다.
이상돈/인천시교육청 부교육감 "공간 부족은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어서 교육부에서는 협력 교사를 배치하게 되면 그것도 과밀학급 해소 대책의 하나로 인정을 하고 과밀학급이 해소됐다 (발표했습니다.)" |
특수교육의 열악한 현실은 특정 학교와 교육청만의 일이 아닙니다.
특수교사 김현숙 씨, 야근은 일상이라고 말합니다.
과밀학급인 것도 문제지만 최근 한 달간 처리한 공문 수만 41건에 달합니다.

각종 물품 구입부터 지원 인력 채용과 임금 계산까지 모두 특수교사의 몫입니다.
김현숙/11년 차 특수교사 "특수라는 글자가 붙은 것이나 아니면 장애라는 글자가 붙은 공문은 다 일단 저한테 오거든요. 어떤 행정적인 업무를 처리하고 이런 것들도 다 거의 특수교사의 몫이고." |
특수교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특수교사가 한 해 동안 처리한 공문 수가 200개가 넘는다는 응답 비율이 64%가 넘었습니다.
일반 교사 중 가장 행정업무가 많다는 교무부장의 43%만 200개가 넘는다는 응답과 대조적인 결과입니다.

법정 정원을 지켜달라, 교육과 무관한 행정업무를 줄여달라는 요구는 묵살되는 경우가 많다고 특수교사들은 말합니다.
교단을 떠나는 특수교사도 점차 늘고 있습니다.
김현숙/11년 차 특수교사 "특수선생님들 중에서 점점 더 열심히 하시는 분들이 그만두시는 것 같아요. 어느 순간에 딱 소진이 오시고. 저도 사실 고민을 쭉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언제까지 내가 이 일을 이렇게 열정적으로 할 수 있을까." |
■ 발령 가능한 기간제 교사 95명 있었는데...풀리지 않는 의문점들

김동욱 교사의 죽음을 둘러싼 진상 규명을 논의하기 위해 모인 자리.
강경욱/인천 특수교사 사망 진상규명을 위한 비상대책위원장 "김동욱 선생님의 진상조사 결과를 ‘2월에 마침표를 찍겠다.’ 약속했어요. 그리고 추후 또 안 되니까 4월까지 넘겨서 했는데." 김정희/인천 특수교사 사망 진상규명을 위한 비상대책위원 "'진상조사와 별도로 특별감사도 실시하겠습니다' 했는데요. (이것도 안 지켜지고 있죠.) 지금 특별감사라는 말 자체가 쏙 들어갔어요." 강경욱/인천 특수교사 사망 진상규명을 위한 비상대책위원장 "과밀 업무에 대한 부분도 여러 가지 안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수박 겉 핥기밖에 안 되고 있어요." |
김동욱 교사 사망 6개월이 지나도록 여전히 진상조사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인천시교육청이 시민단체 등과 특수교육 개선 방안에 합의했다며 홍보하는 것과는 상반된 행보입니다.

김정희/인천 특수교사 사망 진상규명을 위한 비상대책위원 "서둘러서 만들어낸 합의문이 공문으로 각 기관에 뿌려지고 그게 얼마나 진정성 있게 정책으로 녹아날지 의문이었어요. 명확하게 진상이 규명되고 거기에 따른 원인이 나오고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알아야지. 이게 진짜 정책에 그대로 들어가는 거거든요." |
인천시교육청이 김동욱 교사의 간절한 요청을 내부 기준을 이유로 외면한 것도 의문입니다.
당시 추가 발령이 가능한 기간제 특수교사가 95명이나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서제하/고 김동욱 씨 동료 교사 "한시적 기간제 교사를 지원해 달라고 분명하게 요청했었습니다. 그런데도 번번이 좌절됐던 거죠." |
동욱 씨를 가장 지치고 외롭게 한 건 무엇이었을까?

서제하/고 김동욱 씨 동료 교사 ‘왜 이 학교만 자꾸 이런 말이 나오냐.’ 이 상황의 열악함이 실제적인 객관적인 열악함이 아니라 교사의 어떤 자질 부족이다’라는 식으로. (생전 김동욱 교사가) 마지막에는 ‘제가 죽으면 바뀔까요?’ 이런 말까지 하더라고요." |

지난해 인천시교육청에서 특수교육 업무를 담당했던 장학사를 설득 끝에 어렵게 만났습니다.
기간제 특수교사 배치 업무를 담당했던 경험으로 비춰봐도, 당시 교육청의 내부 기준에는 의문점이 남는다고 말합니다.
인천시교육청 A 장학사 "‘교육청에서 받은 인원 대비 몇 명까지 과밀로 계산해서 지원할 수 있겠다’를 판단하고 기본 계획을 세우거든요. 그러고 나서 (기간제교사를) 지원했는데 실제로 인원이 좀 남는다. 그러면 학기 중간중간에 과밀이 되거나 그런 경우에 추가 배치를 하는데. 단순히 인원뿐만이 아니고 장애 정도나 여러 가지 요인들을 고려해서 남아 있는 인원 내에서는 계획을 세워서 지원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과정으로 그 기준이 세워졌는지를 좀 들여다봐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

유가족은 이 같은 의문점을 풀기 위해 김동욱 교사가 교육청 관계자와 나눈 업무용 메신저 내용을 조사해 달라고 교육청 측에 거듭 요청했습니다.
이상윤 변호사/유족 법률대리인 "업무를 수행한 내용뿐만 아니라 ‘고충과 관련된 부분도 좀 남아 있을 개연성이 높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진상 규명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일 텐데 (교육청은) ‘메신저의 내용은 상대방의 동의가 있지 않은 한 열어보기 어렵다’라는 입장이어서." |

하지만, 투명하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약속한 인천시교육청은 답이 없습니다.
이상돈/인천시교육청 부교육감 "동의를 전제로 고인이 주고받은 메신저를 이제 조사하고 공개할 수 있는 걸로 하고 파악하고 있습니다. 동의를 거부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그분과의 대화 내용은 조사하기는 좀 어려운 상황인 것은 맞습니다." |
■ 다시 거리로 나온 교사들..."순직 인정하고 진상 규명하라"

김동욱 교사가 세상을 떠난 지 182일째 되는 날,

서제하/고 김동욱 씨 동료 교사 "그저 한 인간에 대한 측은지심이 있으시다면 국민에게 부여받은 권한이란 게 있으시다면 이 사안에 더는 여유를 갖지 마십시오." |
교사들은 다시 거리로 나왔습니다.

고 김동욱 교사 어머니 편지(대독) "너의 힘듦을 알고 바르게 대책이 세워지고 그 대책이 남아 있는 선생님들과 학생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
겨울이 지나 다시 봄이 찾아왔지만, 우리 교실에는 봄이 찾아왔을까요?

28살 어느 특수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이 우리 사회에 답을 묻고 있습니다.
#특수교사 #사망 #특수교육 #특수학급 #과밀학급 #진상규명 #순직 #장애 학생
취재:이규명
촬영:강우용, 김대원
편집:김태형
그래픽:장수현
자료조사:한혜민
조연출:심은별, 이민철
내래이션:박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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