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이후 폭염 덮친 미얀마…군정은 또 ‘말뿐인 휴전’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5.05.07 (08:01)
수정 2025.05.07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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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얀마 강진 40일…최고 42도 폭염에 '이중고'
3월 28일 금요일. 규모 7.7의 강진에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는 초토화됐습니다. 지금까지 사망자는 3천8백 명을 넘어섰습니다.
살아남은 주민들은 '살기 위한' 사투를 시작해야 했습니다. 전기도, 음식도, 물도 부족한 곳에서 살아 남아야 했습니다.
무엇보다 발 딛고 살던 곳이 흔들리고 무너지고, 기울었습니다. 겉으론 멀쩡해도 계속되는 여진에 언제 또 무너질지 몰라, 일상의 공간을 떠나야 했습니다.
만여 채의 건물이 파손됐고, 그래서 4만 2천여 명의 주민이 임시 대피소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요즘 살아남은 주민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는 게 바로 폭염입니다. 미얀마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4월 한 달 평균 낮 기온이 40도를 기록했습니다.
비정부 구호기구 '세이브 더 칠드런'은 "콜레라와 뎅기열과 같은 질병과 감염의 확산을 막는 데 가장 중요한 깨끗한 물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는 열악한 위생 상태, 부족한 구호 물품, 제한된 의료 서비스 등으로 인해 질병의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강진 이후 40일이 지났지만, 무너진 건물 잔해는 거의 그대로 남아 있고, 주민들은 그때보다 더 혹독한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습니다.
■ 지진 피해 지역까지 공습…말뿐인 휴전
미얀마는 지난 2021년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한 뒤 내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됐는데, 3월 강진은 주민들을 더 큰 고통으로 내몰았습니다.
미얀마 군정이 반군 장악 지역에는 지원을 외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습니다.
실제로 진앙과 가장 가까운 사가잉 지역은 반군의 영향력이 큰 곳인데, 이 지역의 피해 규모조차 제대로 집계가 안 된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문제는 군정이 지진 이후에도 반군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달 2일, 군정은 지진 피해 수습을 위해 지난달 22일까지 휴전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또 지난달 30일까지 휴전을 연장한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볼커 튀르크 유엔 인권 최고 대표는 미얀마 군정이 강진 이후 지난달 29일까지 최소 243차례 반군의 영향력이 큰 지역을 공격했고, 민간인 2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9일에는 지진 피해가 가장 컸던 만달레이의 북쪽 마을을 공습해 20여 명이 숨졌습니다.
■ 또다시 "이달 말까지 휴전 연장"…믿을 수 있을까?
국제 사회의 비난이 컸지만, 미얀마 군정은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지난달 중순, 아세안(ASEAN) 의장이 미얀마 군부 수장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을 만나 원활한 인도적 지원을 위해서라도 휴전을 연장해야 한다고 말한 직후에도 공격은 계속됐습니다.
그렇게 미얀마 군정의 '말뿐인 휴전'은 지난달 30일로 종료됐습니다.
종료 여부에 대한 언급도 없던 미얀마 군정, 반군 지역에 대한 공격은 계속됐습니다. 그러다가 오늘(6일), 미얀마 군정이 이달 말까지 휴전을 연장한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지진 피해 지역 복구를 지원하고 지속적인 평화와 안정을 촉진하기 위해 오는 31일까지 휴전을 연장한다"는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발언도 인용됐습니다. (신화통신·블룸버그통신)
반군은 휴전 기간 군정의 병력과 기지를 공격해서도 안 되고 군대 모집도 금지한다는 조건도 달았습니다.

하지만 군정이 공격을 멈출 거라 믿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미얀마 내부에선 이번 지진이 군정에게 악재가 될 거라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물론 지진 피해 수습을 명분으로 정권 장악력을 더욱 키울 거라는 분석도 뒤따랐습니다. 그래서인지, 군정은 중국과 러시아 쪽으로 바짝 더 다가가는 모습입니다.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오는 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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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진 이후 폭염 덮친 미얀마…군정은 또 ‘말뿐인 휴전’ [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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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5-07 08:01:52
- 수정2025-05-07 08:03:10

■ 미얀마 강진 40일…최고 42도 폭염에 '이중고'
3월 28일 금요일. 규모 7.7의 강진에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는 초토화됐습니다. 지금까지 사망자는 3천8백 명을 넘어섰습니다.
살아남은 주민들은 '살기 위한' 사투를 시작해야 했습니다. 전기도, 음식도, 물도 부족한 곳에서 살아 남아야 했습니다.
무엇보다 발 딛고 살던 곳이 흔들리고 무너지고, 기울었습니다. 겉으론 멀쩡해도 계속되는 여진에 언제 또 무너질지 몰라, 일상의 공간을 떠나야 했습니다.
만여 채의 건물이 파손됐고, 그래서 4만 2천여 명의 주민이 임시 대피소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요즘 살아남은 주민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는 게 바로 폭염입니다. 미얀마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4월 한 달 평균 낮 기온이 40도를 기록했습니다.
비정부 구호기구 '세이브 더 칠드런'은 "콜레라와 뎅기열과 같은 질병과 감염의 확산을 막는 데 가장 중요한 깨끗한 물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는 열악한 위생 상태, 부족한 구호 물품, 제한된 의료 서비스 등으로 인해 질병의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강진 이후 40일이 지났지만, 무너진 건물 잔해는 거의 그대로 남아 있고, 주민들은 그때보다 더 혹독한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습니다.
■ 지진 피해 지역까지 공습…말뿐인 휴전
미얀마는 지난 2021년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한 뒤 내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됐는데, 3월 강진은 주민들을 더 큰 고통으로 내몰았습니다.
미얀마 군정이 반군 장악 지역에는 지원을 외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습니다.
실제로 진앙과 가장 가까운 사가잉 지역은 반군의 영향력이 큰 곳인데, 이 지역의 피해 규모조차 제대로 집계가 안 된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문제는 군정이 지진 이후에도 반군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달 2일, 군정은 지진 피해 수습을 위해 지난달 22일까지 휴전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또 지난달 30일까지 휴전을 연장한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볼커 튀르크 유엔 인권 최고 대표는 미얀마 군정이 강진 이후 지난달 29일까지 최소 243차례 반군의 영향력이 큰 지역을 공격했고, 민간인 2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9일에는 지진 피해가 가장 컸던 만달레이의 북쪽 마을을 공습해 20여 명이 숨졌습니다.
■ 또다시 "이달 말까지 휴전 연장"…믿을 수 있을까?
국제 사회의 비난이 컸지만, 미얀마 군정은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지난달 중순, 아세안(ASEAN) 의장이 미얀마 군부 수장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을 만나 원활한 인도적 지원을 위해서라도 휴전을 연장해야 한다고 말한 직후에도 공격은 계속됐습니다.
그렇게 미얀마 군정의 '말뿐인 휴전'은 지난달 30일로 종료됐습니다.
종료 여부에 대한 언급도 없던 미얀마 군정, 반군 지역에 대한 공격은 계속됐습니다. 그러다가 오늘(6일), 미얀마 군정이 이달 말까지 휴전을 연장한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지진 피해 지역 복구를 지원하고 지속적인 평화와 안정을 촉진하기 위해 오는 31일까지 휴전을 연장한다"는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발언도 인용됐습니다. (신화통신·블룸버그통신)
반군은 휴전 기간 군정의 병력과 기지를 공격해서도 안 되고 군대 모집도 금지한다는 조건도 달았습니다.

하지만 군정이 공격을 멈출 거라 믿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미얀마 내부에선 이번 지진이 군정에게 악재가 될 거라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물론 지진 피해 수습을 명분으로 정권 장악력을 더욱 키울 거라는 분석도 뒤따랐습니다. 그래서인지, 군정은 중국과 러시아 쪽으로 바짝 더 다가가는 모습입니다.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오는 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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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섭 기자 bird2777@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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